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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준호의 차는 연수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준호는 차에서 내려 연수의 집 창문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곧 핸드폰에서 연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어요?"
"그래. 내려와."
준호는 팔짱을 끼고 차에 기대서 빌라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연수의 모습이 보였다. 준호는 무언가 달라진 연수의 모습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연수가 웃으며 준호의 앞까지 다가왔다. 준호가 연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머리 했네?"
"응. 자르려다 파마했어요. 예쁘죠?"
"응. 너무 예뻐서 나 긴장 좀 해야겠다."
"뭐 내가 어려 보이고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요."
연수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호의 손을 잡았다.
"지금 바로 오는 거면 엄청나게 피곤하겠다. 그죠?"
"괜찮아. 너랑 밥 먹을 힘은 있어."
"뭐 먹을까요?"
"뭐 먹고 싶어."
"에이…. 오늘은 팀장님 며칠 동안 출장 가서 고생했으니까 팀장님 먹고 싶은 거 골라요. 오늘은 내가 쏜다."
두 사람은 간단히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준호는 앞에 앉아서 5일 동안 하지 못한 수다를 떨고 있는 연수를 턱을 괴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꽝이에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정말로 정수 언니 혼자 살까 봐. 팀장님 친구 중에 괜찮은 분 없어요? 언니 소개 좀 해주게."
"정수 씨 사람 괜찮아서 좋은 사람 금방 만날 거야. 걱정하지 마. 나도 주변에 한번 알아볼게. 그건 그거고 살이 더 빠져 보인다. 리더 일이 힘든 거야?"
"아니요. 다이어트 하고 있어요."
준호가 연수에 물컵에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네가 무슨 다이어트를 해?"
"이번에 다이어트 해서 완벽한 비키니 몸매를 만들려고요."
"비키니 몸매?"
"애들하고 휴가 내서 캐리비안 갈려고요."
"캐리비안?"
"네."
연수가 칼국수를 한입 먹고는 준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애들이 내 쉬는 날로 맞춰서 휴가 쓰기로 했어요. 그래서 급하게 다이어트 들어간 거예요."
준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한잔 마시고 연수에게 말했다.
"안돼. 취소해."
"왜요?"
"아. 글쎄 안된다면 안돼 정 가고 싶으면 나도 같이 가."
"그게 뭐예요."
"최연수. 세상에 지 애인이 반 벌거벗고 다니는 그것도 시커먼 남자들이 있는 그런 대를 맘 좋게 보낼 놈 없거든. 그러니까 정 가고 싶으면 나랑 같이 가. 애들한테도 말해. "
"애들은 팀장님이랑 나 만나는 거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가지마. 아니면 애들한테 다 말하고 나랑 다 같이 가든가. 너 혹시 나 몰래 가기만 해. 내가 가만 안있는다."
연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칼국수가 식는 줄도 모르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우리는 그냥 놀러 가는 거라고요.남자를 만나서 놀겠다는 게 아니라."
"그럼 너 뭐하러 다이어트 하는데. 누구 보여주려고 비키니 몸매 만드는 거냐고?"
"그…. 그건 내 만족 인 거죠."
"글쎄. 가지 말라면 가지마. 그래도 가고 싶으면 나랑 둘이 가."
"이미 약속했는데. 그럼 이번 한 번만 갔다 올게요. 애들도 다 휴가까지 썼는데. 취소하기가 그래서 그래요."
"똑같은 이야기 그만하자. 나 너랑 이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 하러 공항에서 바로 달려온 거 아니거든?"
"그렇긴 한데. 그래도…."
"최연수. "
연수는 더는 캐리비안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오늘따라 준호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