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34화 (3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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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결국엔 연수네 리더가 그만두기로 했다며?"

"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연수가 피해 보지 않고 잘 넘어가서."

"그렇지."

"근데. 너 반응이 조금 싱겁다. 연수랑 싸웠냐?

"싸워나 봤으면 좋겠네."

"뭐야? 뭐가 문제야? 왜 입이 대빨 나와서 그러는데?"

"내가 미운가봐?"

"누가? 연수가?"

준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들고 있던 수저를 탁 소리 나게 탁자에 놓았다.

"선배? 아니 부장님? 이거 내가 잘못한 거 아니잖아. 물론 내 밑에 팀원이 그래서 내가 조금은 미울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전화를 안 받는 건 뭐야?"

"야. 너 연수에 지금 사고 수습 하느라 정신 없는 건 알고있냐? 내가 보니까 연수 3일째 옷만 겨우 갈아입고 출근하는 거 같던데?"

"알아."

"근데. 아는 놈이 그런 생각을 하냐?"

"연수가 지금 네 전화 받을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하냐? 이럴 때는 그냥 말없이 찾아가서 커피 한 잔 사주면서 위로를 해줘야지 받지도 못하는 전화는 뭐하러 하냐? 전화비가 아깝다."

"나도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 근데 나 때문에 연수가 불편할까 봐 못 간 거지."

"야 .이 새끼 바람 돌 이 짓 헛짓 했구만. 야. 인마 너는 지금 그게 배려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거 절대 배려 아니다. 어쩌면 연수는 지금 너를 무심한 새끼라고 오해하고 있을걸. 지 편이라고 생각했던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새끼가 다른 사람들은 다 위로해 주는데 너만 안 온다. 야 이거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 아니냐 내 말이 틀리냐?"

부장의 말을 듣고 있던 준호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어. 어디 가게?"

"부장님…. 아니 선배는 천천히 먹고 와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어."

부리나케 식당을 빠져나가는 존호를 보며 부장이 씨익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아주 빠졌네. 퐁당 빠졌어."

준호가 내려갔을때는 이미 연수가 퇴근을 한 후였다. 준호는 핸드폰을 들고 연수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는 동안 연수가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여기 회사 앞이요.]

[너 거기서 딱 기다려. 나 금방 내려갈게.]

준호는 연수의 대답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고 빠르게 정문 앞에 도착했다. 계단에 앉아있던 연수가 준호를 발견하고 힘없이 웃으며 일어섰다. 준호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회사 앞이라 간신히 참고 있었다.

"팀장님. 왜요?"

"따라와 데려다줄게."

"아니에요. 여기서 버스 타면 금방인걸."

"내가 손잡고 같이 갈까? 네가 조용히 차까지 따라올래?"

연수가 차에 타자. 준호는 차를 출발시켰다. 연수는 피곤했는지 차가 출발하고 얼마후에 잠이 들어버렸다. 준호는 차를 조심스럽게 운전해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 * * *

"연수야. 최연수."

"네."

"일어나 올라가서 편하게 자."

연수가 힘겹게 눈을 떠 아파트를 바라보고 준호에게 말했다.

"팀장님 아파트잖아?"

"얼른 가자. 올라가서 나 퇴근 할 때까지 편하게 자."

연수는 더는 말할 힘도 없는 듯 조용히 준호의 손을 잡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 씻어야 하는데?"

"알았어. 옷 빌려줄게. 기다려."

준호가 손에 옷을 들고 돌아왔을 때 연수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자. 준호는 연수를 조심스럽게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방을 나가기전 햇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커튼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준호는 아쉬운 듯 한동안 문을 바라보다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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