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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연수는 베란다의 큰 창에 이마를 기대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리고 있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간신히 낸 휴가였는데. 오늘도 아무것도 못 하겠네."
연수의 한숨 소리에 준호가 오렌지 주스를 내밀며 옆에 주저앉았다.
"어린 녀석이 뭔 한숨을 그렇게 쉬냐? 난 둘이 있어서 좋기만 한데."
연수는 자신의 손에 있는 주스를 바라보다 준호의 커피를 바라보았다.
"팀장님은 늙어서 움직이는 게 싫은 거잖아요. 난 젊어서 밖에 나가는 게 더 좋아요."
"아니거든 나도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 너 나 늙었다고 은근히 구박한다."
"그럼 팀장님은 왜 나 어리다고 무시해요?"
"내가 언제?"
"흥. 나도 커피 마시거든요. 어제도 자기는 커피 마시고 나는 주스 주고 나도 커피 마실 수 있거든요."
"아…. 내가 그랬나?"
"거봐. 자기도 모르게 나 어리다고 무시하고 있었어."
준호가 웃으며 연수의 손에서 주스를 들고 일어났다.
"왜요?"
"어르신이 타박하니까 커피로 바꿔 오려고."
"됐거든요. 성의 봐서 그냥 마실게요."
준호가 웃으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
준호는 아까부터 비 오는 밖에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연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팀장님?"
"응."
"비오니까 생각나는 거 없어요?"
"있어."
"진짜요?"
"어."
"그럼 나랑 아까부터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연수가 준호를 감동적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동시에 말해 볼까요?"
연수가 기대감을 가득 안고 준호에게 말했다.
"하나·둘. 셋 하면 말하는 거예요."
"좋아."
"하나.둘.셋. 나는 파전에 동…."
연수는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준호가 입을 맞추고는 빠르게 떨어졌다.
"나는 아까부터 이게 생각났거든."
준호가 웃으며 연수에게 말했다.
"팀장님."
준호는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을 부르는 연수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어. 왜? 화났어?"
연수가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준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팀장님. 나 너무 어리게 보는거 아니에요? 아까도 오렌지 주스 주더니…. 아까 팀장님이 한 건 17살 고등학생들이 하는 풋풋한 입맞춤이라는 거거든요."
준호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연수를 놀란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연수가 준호의 코앞까지 다가와 준호의 얼굴을 감싸고는 자신의 입술을 준호의 입술에 길게 누르고는 긴 아주 긴 키스를 시작했다.
준호는 지금 난생처음 키스를 당하고 있었다. 연수는 키스가 끝나자 연수의 키스에 몽롱하게 빠져있던 준호에게서 얼굴을 떼고는 연수가 말했다.
"이제 나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연수야. 너 좀 더 배워야겠다."
"네?"
"배워야겠다고 키스를 책으로 배웠냐? 너무 못하잖아."
준호가 연수의 팔을 잡아 끌었다.
"이리와. 진짜 어른 키스가 뭔지 가르쳐 줄게."
준호는 연수의 뒷목을 잡고 자신의 입술을 연수의 입술에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