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30화 (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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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내게 오는 길

연수는 준호를 발견하고는 잠시 당황한듯하다가 준호와 멀찍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옆으로 아까 같이 들어온 남자가 앉았다.

"누구예요?"

"누구요?"

정수가 준호가 턱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에 중국에 계셨는데 이번에 저희 쪽으로 오셨어요."

정수가 큰소리로 혁을 불렀다.

"임혁 주임님 여기 한 팀장님 모르시죠? 자주 볼껀데 인사나 하시죠."

그 말에 준호가 술을 들고 일어나 연수와 혁에게 걸어갔다. 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준호가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저희가 맨날 괴롭히는 입장이라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요."

"그럼요. 언제든지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부탁하세요."

준호가 엉덩이로 연수를 슬쩍 밀어내고 연수의 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구석으로 몰린 연수가 황당하게 준호를 바라보다 웃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연수의 무릎에 술 상호가 적혀있는 고깃집 녹색 앞치마가 놓였다. 준호가 앞을 바라보며 탁자 밑으로 언제 가져왔는지 녹색 앞치마를 연수의 무릎 위에 평평하게 펴고 있었다.

임무를 완수했는지 웃는 얼굴로 연수를 잠깐 보더니 준호는 다시 사람들과 술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여기저기서 2차 이야기가 나왔다.

2차는 빠르게 노래방으로 정해졌다. 노래방이 정해지고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하자. 연수도 따라 일어나려 할 때였다. 준호가 연수의 팔을 슬쩍 뒤에서 끌어당겼다 결국, 연수와 준호가 맨 꼴찌로 고깃집을 나왔다.

두 사람은 천천히 노래방을 향해 걸어갔다. 비는 이미 그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팀장님이 왜 여기에 있어요?"

"나도 회식하고 있었는데. 니네 팀이 온 거야."

연수가 입을 삐죽이며 준호를 보며 말했다.

"진짜로?"

"진짜라니까 세상 속고만 살았어. 여기는 우리 회사에서 알아주는 맛집이야. "

연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가 살며시 손을 잡았다. 연수는 얼른 준호의 손에서 손을 빼냈다.

"뭐야? 얼마 만에 만났는데 손도 못 잡고 섭섭하다."

"됐거든요. 얼른 가요 언니들 의심이 나한테 옮겨지기 전에."

빠르게 걷는 연수를 준호는 웃으며 따라갔다.

* * * * *

두 사람이 노래방에 도착 했을 땐 사람들이 흥겨운 노래에 빠져 있을 때 였다. 연수가 자리에 앉자 준호도 아무렇지 않게 연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연수가 살짝 옆쪽으로 움직이자. 준호도 따라 움직였다. 탁자 밑에서 연수의 운동화가 준호의 구두를 살짝 밟았지만 준호는 아무것도 모른 척 연수가 보고 있는 노래방 책을 같이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전설적인 우리 팀장님 노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시죠. 자 다들 감동받을 준비 하시고 한 팀장님을 모시겠습니다."

준호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이크를 받은 준호가 번호를 누르자 기계에서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이 흘러나왔다. 준호가 노래를 시작하자 모두 입이 쩍 벌어져 준호를 보았다.

가수 버금가는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던 준호가 마지막 소절에서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도 이 순간만큼은 준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랑할 수 있나요. 내가 다가간 만큼.

이젠 네게 와줘요. 내게 기댄 마음.

사랑이 아니라 해도 괜찮아요. 그댈 볼 수 있으니

괜찮아요. 내가 사랑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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