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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바쁘세요?]
[아니. 하나도 안 바빠. 이제 쉬는 거야? 연수야. 잠깐만. 끊지 말고 기다려. 끊지 마 .]
준호는 사무실 문을 열고 이제 막 회의를 하기 위해 모여있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어…. 미안 회의 10분 뒤로 미루자. 내가 간식쏠께.]
존호는 그 말을 남긴 채 팀장실로 돌아와 핸드폰을 들었다.
[바쁘시면 이따 다시 할까요?]
[아냐. 누가 뭐 좀 물어봐서.]
[팀장님. 나 휴가 썼어요.]
[진짜? 안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내가 팀장님하고 놀려고 토요일 휴가인 언니한테 떼 좀 썼어요. 나 잘했죠.]
[응. 너무 잘했어. 예뻐 죽겠다.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데 있어. 어디 갈까?]
[그건 나중에 만나서 정해요. 나 월요일까지 휴가니까 그때까지 나랑 놀아야 해요.]
[그럼 당연하지. 그럼 이따 저녁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갈 테니까 이따 보자.]
[아냐. 팀장님. 나 오늘 회식겸 단합회 할 거예요. 내일 봐요. 내가 내일 일찍 일어나서 전화 할게요.]
[최연수 너 이번 주에 나 한 번도 안 본 거 알고있냐?]
[그래서 팀장님이 휴가 쓰라 해서 썼잖아요. 나 이거 완전히 비굴하게 섰단 말이야.]
[그래서. 오늘은 또 어디서 회식하는데?]
[맨날 가는 고깃집이요. 어 나 이제 들어가야 해 이따 끝나고 전화 할게요.]
준호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그러다 문득 팀장실 밖에 회의를 하기 위해 모여있는 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준호의 머릿속에 빠르게 생각 하나가 지나갔다. 준호는 웃으며 팀장실을 나와 회의를 시작했다.
"자.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우리도 회식한 지 꽤 됐지?"
"네. 한 일 년도 넘은 거 같은데요."
"일 년이 뭡니까 한 백 년도 넘은 거 같은데…."
팀원들 사이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가 서류를 매 만지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신입도 들어왔는데. 오늘 환영회 겸 회식 어때 갑자기 잡은 거니까 약속 있는 사람은 빠져도 상관없고 안 바쁜 사람들만 오늘 뭉치자."
"약속 있어도 깨고 꼭 가겠습니다."
팀원들의 신나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준호가 팀장실 문을 열 때였다.
누군가 장소를 물어보는 소리에 준호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팀장님. 장소는 어디로 잡을까요?"
"회사 앞에 현암이라는 고깃집이 맛있다던데 한번 알아보고 예약해라."
"네. 알겠습니다."
준호는 팀장실에 들어와 자꾸만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이따 자신을 보고 놀랄 연수가 자꾸 생각났다.
* * * * *
"이모 우리 8명 자리 있을까?"
정수는 손님들로 가득 찬 고깃집 안을 바라보며 주인에게 물었다.
"저쪽 방 구석으로 들어가 앉아있어."
"오케이."
정수가 막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다. 팀원들과 회식을 하는 준호를 발견했다.
"어. 이 시간까지 여기서 뭐 하세요? 팀장님."
"보다시피 회식이요."
정수를 발견한 준호의 팀원중 하나가 정수를 불렀다.
"어. 정수 씨다. 여기 앉아요. 우리 합석해요."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요."
정수는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누더니 오케이를 하며 준호네와 합석을 했다.
준호의 옆자리에 앉은 정수는 준호의 잔에 술을 따르며 작은 소리로 준호에게 말했다.
"이거 냄새가 나요?"
"고깃집에서 고기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거 말고요. 왜 하필 회식을 여기서 하고 계실까?"
"여기가 맛있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근데 왜 안 보여요?"
"뭐가요? 아. 연수. 다음 타임에 인폼 주고 오느라 좀 늦을 거예요."
서로 술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이 한참 웃고 떠들 때쯤 연수가 우산의 물기를 털며 고깃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찬구와 처음 보는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오늘 처음 본 그 사람은 연수의 어깨에 묻은 물끼를 털어주며 연수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준호는 술잔을 들어있는 술을 단숨에 마시곤 눈앞에 상황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뭐가 좋은지 큰 소리로 웃는 연수가 준호를 화나게 하고 있었다. 거기다 오늘 하루종일 거슬렸더 치마가 준호를 또 한 번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