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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마음
두 사람은 연수의 집에 도착해 집 근처 공원을 여전히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먼저 긴 침묵을 깬 건 연수였다.
"팀장님."
준호가 잡고 있던 연수의 손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가져갔다.
"연수 씨 나 연수 씨 한데 미쳐 있는 거 모르죠. 회사에서는 혹시 연수 씨를 만나지 않을까 항상 주위를 돌려보는 습관까지 생겼다니까요."
존호가 연수의 손을 잡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연수 씨 연수 씨 한테 비밀하나 이야기해줄까요. 내가 연수 씨 도망갈까 봐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연수씨가 용기 낸 것 처럼 나도 용기 낼게요.
나 소문처럼 부자도 아니고 능력자도 아니에요. 좋은 대학에 멀리 유학까지 갔다 온 건 맞지만, 지금은 주식에 탈탈 털리고 나이만 먹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이예요.
소문처럼 그렇다고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요. 우리 집은 그저 평범한 중산층이에요. 그런데요…. 연수씨 나 받아만 준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연수 씨만 보고 달릴 거예요.
연수 씨가 싫다는 건 하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을게요. 연수 씨 힘이 되고 가족이 되고 친구가 돼줄게요. 이 세상에서 연수 씨의 든든한 벽이 될게요. 그러니까 제발 그런 죄지은 표정으로 그런 이유로 나 떠날 생각 말아요.
난. 이미 연수 씨 놓을 수 없을 만큼 왔어요."
"팀장님."
"그리고 언제까지 제가 연수 씨 한테 팀장님 소리 들어야 할까요?"
연수가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팀장님은 언제까지 저한테 연수 씨 할 건데요? 정수 언니가 팀장님이 저 연수 씨라고 부를 때 마다 대패로 닭살을 벅벅 긁어내고 싶데요."
"나도 연수야 하고 부르고 싶지만 연수 씨가 바람둥이라고 오해 할까 봐 착한 놈 코스프레 좀 했죠."
연수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준호가 그런 연수를 꼭 안아 주었다.
"연수 씨 그만 좀 힘들게 하고 나 키워줘요. 나 잘할게요."
준호의 품에 안겨있던 연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준호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팀장님 진짜 빈털터리예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혹시 빚도 있어요?"
준호가 연수를 품에서 떼어내 연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왜요? 내가 가진 거 없다니까 다시 생각해 보려는 건 아니죠."
"음. 그게 언니들이 이야기해줬는데 여자들 돈 보는 남자들 많다고 항상 조심하라고 했거든요."
"와…. 섭섭하네. 나 그래도 연수 씨 몇 배는 더 벌거든요. 그리고 나는 아까 연수 씨 빚 있으면 같이 갚아준다고 했는데…. 섭섭 하네요."
연수가 웃으며 삐진 척 하는 준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도 팀장님 빚같이 갚을게요."
준호가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걸려들었어. 한1억 되는데 우리 서로 열심히 노력해서 얼른 갚아요. 고마워요. 연수 씨."
"아…. 뭐예요. 팀장님."
그날 두 사람은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한곳을 바라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