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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말하다.
준호와 연수는 뒤 자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준호는 차가 출발한 순간부터 술기운이 도는 듯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연수는 준호가 잠든 것인지 한참을 바라보다 움직임이 없자. 준호의 손에 갇혀있던 자신의 손을 빼내려 자유로운 한 손으로 준호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그때 준호가 스르르 눈을 떠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아…. 손이 갑갑해서요."
"난 좋은데요."
"전 갑갑하다고요."
"그냥 있어요. 안 그러면 손 잡는 것 보다 더한 짓 저지를지도 모르니까."
연수가 움직임을 순간 멈추고 조용해지자. 준호가 풋 하고 웃으며 눈을 떠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뭐가요?"
"우리 형이랑 형수한테 잘해줘서 불편 했을 텐데 편하게 대해줘서…."
"하나도 안 불편 했어요. 두 분 너무 좋으신 분들 같아요. 거기서 제가 불편한 건 팀장님 뿐이었어요."
"내가요?"
"네. 손잡고 머리 쓰다듬고 보지 말라고 해도 계속 쳐다보고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고요."
준호가 큰 소리로 웃자. 연수가 부끄러운 듯 입을 쑥 내밀었다.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이쁘래요. 난 요즘 최대 관심사가 최연수라서 온 신경이 연수 씨한테 쏠리는걸 어떡해요."
"어휴. 그런 느끼한 소리로 여자 여러 명 꼬셨을 거 같아요. 언니들이 팀장님은 위험한 바람 돌이 라고 했는데 팀장님 지금 보니까 그 말이 정답 인거였어."
"꼬신 적 단 한 번도 없는데…. 사실 꼬실 필요가 없었는데. 항상 나 꼬셔 보려고 여자들이 난리였으니까."
"좋으셨겠네요. 아주 부럽네요."
"부러 울 거 없어요. 그때 여자들 마음 아프게 한 거 지금 벌 받는 중이니까."
연수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무척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아무리 꼬셔도 안 넘어와서 죽겠거든요."
준호가 연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연수가 그런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팀장님."
"왜요? 왜 갑자기 무섭게 목소리를 깔고 그래요?"
"팀장님은 왜 저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보세요?"
"나는 연수 씨가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언젠가 연수 씨가 나한테 의지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말해주겠죠.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연수 씨가 비밀 하나까지도 나한데 이야기 해줄 수 있을 때까지."
"내가 팀장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상한 애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준호가 연수를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혹시 연수 씨 남자예요?"
"아니요."
"연수 씨 혹시 결혼한 유부녀 아니죠?"
"네. 아니에요."
"그럼 혹시 숨겨둔 애 하나 있나?"
"아니거든요."
"그럼 혹시 큰 빚이 있어요?"
"있으면요."
"그렇다면 같이 갚아 나가야죠. 우리둘이 모으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진짜 그런 거여요?"
연수가 웃으며 준호를 보았다.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것만 아니면 어떤 것이든 다 괜찮은 거예요?"
"뭐 지금까지 말한 거 아니면 크게 놀랄 건 없는 거 같은데요."
"팀장님."
"왜요?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봐요. 다 들어줄게요. 단 끝내자는 이야기만 아니라면."
"팀장님…. 저 안 계세요. 형제, 자매도 없고요. 저…. 고아예요."
연수는 맞잡은 준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걸 느끼며 눈을 꼭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