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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이제 3개월도 다 끝나가는데 너는 어쩔 생각이냐?"
정수가 슈퍼마켓 앞에 그늘막 탁자에 얼굴을 기대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연수에게 물었다.
"어떡하지?"
"지금 그걸 나한테 묻는 거냐?"
"모르겠어."
정수가 답답한 듯 고개를 들어 연수를 바라보았다.
"너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어린 게 너무 늙은이 같아. 아 그냥 마음 가는 데로 하면 되잖아. 잘 들어봐. 팀장님 좋아. 싫어?"
"좋아."
연수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자. 정수가 어이없단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이없네. 팀장님 이야기만 나와도 좋아하는 표정이 저기 멀리에서도 보이겠구먼 뭘 고민하는데?"
"차이가 나니까. 사실 남들이 나랑 팀장님이랑 만나는 거 알면 팀장님 욕할걸. 뭐 그런 애 만나느냐고."
"누가. 뭐라고 하는데. 남들 눈이 뭐가 무서워 너만 좋으면 되는 거지. 아. 좀 제발 22살 답게 살수없냐."
"나는 그럴 수 없잖아. 내 상황이…."
연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힘없이 이야기하자 정수가 이마를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네가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니고 팀장님은 나이도 많잖아. 어린니가 더 아깝지 나는 네가 백배는 더 아깝거든."
"어디 아파 웬일로 내 편을 다 들어준 데."
"사실이잖아…. 우리 엄마 아빠도 나보고 어린 너 좀 닮으라 하잖아."
연수가 입을 삐죽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 나는 휴가지만 언니는 이따 출근해야 하잖아."
"최연수."
연수가 정수의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응. 왜?"
"제발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 지금 당장 행복하고 좋으면 그것만 보고 달리라고. 이 애늙은이야."
"응. 알겠어."
"그리고. 너. 너 혼자 아니야 나도 있고 너 엄청나게 좋아하는 우리 엄마 아빠 있잖아. 너 조심해 우리 엄마가 너 우리 집 막내딸이라고 동네에 괜찮은 노총각들한테 선 보라고 하고 다니니까."
연수가 피식 웃었다. 정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장난인 줄 아나…. 나 얼마 전에 시골 끌려가서 선본 연탄공장 사장 알지?"
연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딱 그런 사람 있다고 선보라 할걸 우리 엄마 눈에는 그런 사람이 최고거든. 기대하라고 엄마가 안 그래도 나는 글렀다고 예쁜 너부터 시집 보낸다고 날리다."
"그럼 한번 보지 뭐. 사장님이면 나중에 사모님 소리 듣겠네."
"오호. 그래 그렇다면 전화를 해야지."
정수가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들고 시골의 전화번호를 누르자 놀란 연수가 안돼. 언니를 외치며 정수의 뒤를 빠르게 쫓아 뛰었다.
정수를 쫓다 힘들어 잠깐 숨을 고르던 연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자 연수가 핸드폰을 꺼냈다. 준호였다.
"여…. 여보세요?"
"뭐하느라 숨을 그렇게 힘들게 쉬어요."
"뛰느라…. 요."
"운동?"
"아니…. 요. 그런 게 있어요. 팀장님은 요. 안 바쁘세요?"
"바빠요. 연수 씨 생각하느라 아주 바빠요."
"팀장님 진짜 바람둥이 맞는 거 같아요. 느끼한 소리도 자주 하고."
"부정하진 않을게요. 그럼 연수 씨가 한번 키워볼래요? 바람둥이."
"됐거든요. 딴 데 가서 알아보시죠."
준호의 웃는 소리가 연수의 귀게 맑게 들려왔다. 그 순간 누군가 준호를 찾는 소리가 전화를 통해서 들려왔다.
"연수씨 나중에 다시 할게요."
"네. 수고하세요."
"근데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뭘요?"
"바람둥이 길들이기."
"팀장님 수고 하세요."
연수는 뜨거워진 볼을 손으로 감쌌다. 준호와 통화를 할 때부터 튀던 심장이 아직 까지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