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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잡았다.
준호는 자신의 방을 조용히 노크했다. 어떻게 팀장님 침대에서 자냐며 끝까지 들어가지 않으려는 연수를 억지로 방에 들여 보낸 지 한 시간쯤 지난 후 였다.
문을 열고 방안으로 살짝 들어가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준호는 미소를 지으며 침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고있는 연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준호는 연수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한참을 연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득 침대에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자는 연수의 모습이 준호의 가슴을 이유도 없이 아프게 했다.
준호는 연수와 멀찌감치 떨어져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연수 쪽으로 돌아누운 준호는 이불을 더 당겨 연수에게 덮어 주었다. 연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준호는 잠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준호는 잠결에 자신의 턱을 간질이는 느낌에 눈을 슬며시 떴다. 잠깐 누워있다. 나가려 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준호는 당황함도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 천장만 멀뚱히 쳐다보았다.
자신의 가슴에 팔을 올리고 자신의 다리 사이에 연수가 자신의 다리를 끼워 넣고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호는 일어나면 당황해할 연수를 생각해 연수에게서 빠져나와 침대를 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연수에게 깔린 한쪽 팔을 빼내려다 곧 포기했다.
준호가 팔을 빼려 움직일 때 마다 연수가 준 호 쪽으로 더 다가왔다. 이내 포기한 준호는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며 연수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네가 잡았다. 최연수."
연수는 희미하게 들리는 자신의 핸드폰 소리에 무거운 눈을 겨우 떴다. 잠시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내고는 우선 울리는 핸드폰을 찾았다. 끊어졌다. 곧 다시 울리는 걸 보니 중요한 전화 같았다.
소리를 따라 나오자 소파 주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가방이 보였다. 연수는 가방을 열고 핸드폰을 받으려다 소파에 책을 얼굴에 덮고는 길게 누워 잠을 자고있는 준호가 보였다.
연수는 통화 버튼을 재빨리 누르고 속삭이듯 조용히 전화를 받으며 침실로 들어왔다. 리더 언니와 통화를 끝낸 연수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세수하고 입고 있던 준호의 운동복을 아침에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거실로 나온 연수는 준호가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발끝을 들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신발에 발을 끼워 넣을 때 였다. 뒤에서 굵은 준호의 목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팔을 준호가 붙잡았다.
"도둑고양이 처럼 어딜 갈려고?"
연수는 준호의 팔에 끌려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시간을 보니까 집에 들러도 괜찮을 거 같아서요. 옷도 갈아입고 하려고요."
준호가 쇼핑백 하나를 연수의 앞에 밀었다. 연수는 쇼핑백에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놀라서 준호를 바라보았다.
"아까 연수 씨 자는 동안 백화점에 갔다 왔어요. 다 내 취향대로 골랐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그럼 속옷도 직접 고르신 거예요?"
"연수 씨랑 비슷한 느낌으로 골랐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연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뿌듯하다는 듯 말하는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다 비싼 제품이라 좀 그런데 얼만지 가격 말씀해 주시면 제가 드릴게요. "
"돈은 필요 없고 나 맛있는 밥 사줘요. 연수 씨 일어날 때 까지 기다리느라 한 끼도 못 먹었어요."
"아. 네 얼른 준비하고 나올게요."
준호가 사다 준 옷과 속옷은 연수에게 맞춘 듯 꼭 맞았다. 하얀 레이스가 귀엽게 달린 속옷을 입을 땐 연수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기도 했다.
준비를 마치고 연수가 나오자. 준호도 준비를 마치고 거실에서 연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탔다. 안전띠를 매며 연수가 준호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팀장님 바람둥이 같다고 했는데 진짜 그런가 봐요?"
"왜요?"
"옷도 그렇고 속옷도 꼭 맞아요. 많이 골라본 거 같아서요."
"잘 맞아요?"
"네."
"정말 맞춘 듯 꼭 맞아요?"
"네 그렇다니까요. 아주 딱 맞아요."
준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연수를 바라보았다.
"그럼 확실히 75A가 맞네요?"
"팀…. 팀장님."
연수는 빨개진 얼굴로 준호를 피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차 안에는 준호의 웃음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