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22화 (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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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연수는 이를 악물고 준호의 검지를 손가락으로 눌러 내리려 애쓰고 있었다. 준호는 조금이라도 힘을주면 끝날 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준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한번 이겨보겠노라 게임에 열중하는 연수가 귀여워서 입에서 웃음이 자꾸 세어 나왔다.

준호는 연수를 바라보며 연수의 검지를 지그시 눌렀다. 연수가 우울한 얼굴로 이미 접혀 있는 엄지만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준호가 일어서며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액션 보는 걸로. 앉아 있어요. 표 끊어올게."

"내가 이야기하는데 나 진짜 잘지도 몰라요. 차라리 무서운 영화 보면 소리 지르는 소리에 깨기라도 하지."

준호가 빠른 게 매표소로 가 영화 표를 끊고 연수가 앉아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연수가 졸린 듯 연신 눈을 비비고 있었다.

"많이 피곤해요?"

"네. 리더 언니가 휴가라서 혼자 했더니 그러니까 졸아도 뭐라 하지 마세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데려다줄걸 그랬네."

"치. 그런 사람이 자기 보고 싶은 영화 보려고 악착같이 이겨요?"

준호가 웃으며 일어났다.

"일어나요. 이제 들어가야 해요. 그리고 내 어깨 빌려줄 테니까 피곤하면 자요."

어두운 영화관은 첫 영화 시간이라 그런지 텅텅 비어 있었다. 연수와 준호가 자리에 앉자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잠시 후 준호는 가디건을 벗어 연수에게 덮어 주었다. 연수는 정말 피곤했는지 시끄러운 총소리와 싸움소리에도 잘도 자고 있었다. 준호는 연수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어깨에 연수의 머리를 기대게 했다.

준호는 연수의 무릎에 얌전히 놓여있는 연수의 한 손을 잡아 자신의 손에 맞춰 보았다. 작고 아담한 손을 살짝 움켜 보았다. 준호는 손가락을 다시펴 이번엔 깍지를 껴보았다. 준호는 깍지낀 손을 들어 연수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준호의 입술에 부드러운 연수의 피부가 닿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에 서서히 퍼지는 거 같았다.

"이제 일어나요."

연수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준호가 연수의 흩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그런다고 진짜 어떻게 시작한 지 5분 만에 자요?"

"제가 잘지도 모른다고 했잖아요. 미안해요. 영화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 내 최고의 영화였어요."

준호는 사실 영화는 단 10분도 보지 않았다. 준호의 오늘의 영화는 바로 최연수 였다.

두 사람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준호의 차에 올라탔다.

"오늘 출근해야 하니까 집에 가서 자야겠죠?"

"네. 그래야겠어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자꾸 내려와요."

"그래요. 그럼 집에 가요. 집에 가서 자고 이따 저녁이나 같이 먹어요."

"네."

연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준호가 차를 출발시키며 말했다.

"자 그럼 오케이 했으니까 출발하죠. 우리 집으로."

연수가 지금까지 간신히 뜨고 있던 눈이 커다래진 채로 준호를 보며 물었다.

"팀장님. 집이요?"

"네. 우리 집. 간다면서요?"

"아뇨. 아뇨. 전 우리 집 말한 건데요."

"이미 오케이 해놓고 이러기예요."

"전 우리 집을 이야기 한 거라서. 오케이 한 건데요."

"우리 집이든 연수 씨 집이든 어디든 무슨 상관이에요. 귀찮게 안 할 테니까 자요. 우리 집 구경도 하고."

"저 갈아입을 옷도 없어요. 팀장님. 근데 어떻게 가요?"

준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연수를 보았다.

"걱정 마요. 가다가 사면 되잖아요. 내가 우리 집 처음 오는 기념으로 사줄게요. 얼른 더 자요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연수의 잠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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