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중
"팀장님. 오늘 하는 거 보니까 아무래도 오늘도 연수한테 전화로 무진장 깨지겠구만."
준호는 기계에 붙어있는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는 정수를 바라보았다.
정수는 유일하게 준호와 연수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연수는 두 번째 데이트 때 준호에게 같이 사는 정수를 속이고 나오는 게 힘들다며 만나는 걸 밝혀야겠다며 계속 미안해했었다.
하지만 준호는 그날 연수는 몰랐지만, 누군가 자신들이 만나는 걸 안다는 생각에 행복할 지경이었다.
"왜. 또 내가 잘못한 거 있어요?"
"내가 알려줬잖아요. 연수를 보고 싶으면 머리와 손은 컴퓨터에 놓고 요렇게 눈만 움직이라고요."
준호가 눈만 굴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정수를 보며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아는데. 그게 연수를 보면 자꾸만 이 목이 이 손이 이 머리가 그쪽으로 따라가서요. 봐요. 저렇게 예쁜데 어떻게 안 봐요."
정수는 입가에 작은 경련을 일으키며 준호를 노려보았다.
"아…. 이 바퀴벌레들. 약을 풀려야 해. 약을."
그 순간 두 사람의 뒤에서 찬구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두 사람 연애하냐? 머리 맞대고 뭐라고 속삭이냐?"
그 소리에 작업하던 몇몇 사람들의 이쪽을 바라보았다. 연수도 작업자와 제품 상태에 이야기하다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보았다. 준호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연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수는 서둘러 고개를 숙여 버렸다.
"정수야. 오늘 연수 약속있냐?"
"왜요?"
"아니 3팀에서 한잔하자는데 너랑 알라랑 데리고 가려고 했지. 근데 알라가 확실히 대답을 안 하길래."
"요즘 알라 바빠요."
"왜? 알라 연애하냐?"
"또. 관심 가진다. 알라가 연애하든 안 하든 그게 주임님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그럴 시간에 가정에 신경 쓰라고요."
입을 삐죽이며 찬구가 사라지자 준호가 정수에게 다가갔다.
"알라가 연수 씨 별명이에요?"
"네."
"왜요?"
"코알라."
"코알라?"
"아직 두 사람 술 안 마셔 봤죠."
"네."
"그럼 날 잡아서 술 진탕 마셔봐요. 그럼 알게 되요."
준호는 내일 연수가 마지막 오후 근무니까 술을 꼭 먹여야겠다고 빠르게 생각했다. 그리고 저 강찬구를 한번 쪼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연수를 어디 다른 팀 술자리에 데려간단 말인가.
준호는 찬구를 어떻게 쪼일까 생각하며 사무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연수가 전산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을 때 였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제조 2과 2팀 입니다.]
[나예요. 연수 씨.]
[네.]
[나. 지금 회사 뒤편에 차 대기하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와요.]
[아직 안 갔어요?]
[마침 오늘 회의가 늦게 끝났어요. 데려다줄게요.]
[어떡하죠. 저 오늘 약속 있는데. 그냥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술 약속?]
[네.]
[나. 사실 연수 씨랑 먹으려고 아직 밥도 안 먹고 기다렸는데 약속 있다니 어쩔 수 없네요. 집에 먹을게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럼 알았어요. 재미있게 보내요. 그럼 끊..]
[잠깐만요. 아직 밥 안 먹었어요?]
[아뇨. 신경 쓰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요]
[아…. 아뇨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기다리세요.]
존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강찬구 기어이 연수에게서 술자리에 간다는 말을 받아냈구나. 준호는 찬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까보다 더 심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