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20화 (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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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준호는 연수의 우산을 빼앗아 본인이 들고 자유로운 나머지 한 손으로 연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요. 비 오니까 춥네. 우리 차 안에 가서 나머지 이야기 좀 해요."

연수가 준호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 애쓰며 말했다.

"아..아니요..혹시 더 하실 이야기 있으시면 회사에서 들을게요. 지금 시간이.."

준호는 갑자기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 되게 꼼지락거리네 그냥 따라와요. 안잡아 먹으니까. 아니면  따뜻한 커피숍으로 들어갈까요? 여기 회사 근처라 회사 사람들 만나게 될 텐데 괜찮겠어요?"

연수가 손을 빼내는 걸 포기하자 준호는 연수를 바라보다 말없이 차의 조수석을 열고 연수가 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바로 운전석으로 돌아와 자신도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탄 준호는 빠르게 히터를 틀어 차 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준호는 입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 연수에게 내밀었다.

"닦아요. 닦을만하게 없네요. 우선 대충 물 묻은 데만 닦아요. 그냥 있으면 감기 걸려요."

연수는 가디건을 받지 않았다.

"저보다 더 심하게 젖으셨어요. 그냥 팀장님 닦으세요."

준호는 연수의 말은 들리지 않은 척 계속 가디건을 내밀었다. 연수는 가디건을 받아 대충 물기만 닦고는 가디건을 준호에게 다시 내밀었다.

"팀장님도 젖으셨어요."

준호가 가디건을 받아들고 말했다.

"내가 연수 씨 좋아한다는데 뭐 할 말 없어요?"

연수가 준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할 말은 따로 없고 팀장님이 장난인지 아닌지 지금 열심히 생각중 이예요."

준호가 웃으며 연수의 얼굴에 붙은 젖은 머리를 떼어내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이런 나 심각하게 진심인데. 설마 나이도 열 살이나 많은 사회적 체면과 지위가 있는 내가 자기 회사 사람을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슬리퍼에 운동복 상태로 할 일 없는 미친놈처럼 장난으로 좋아한다고 하겠어요? 연수 씨를 보기만 해도 좋은 이 귀한 시간에."

연수가 더는 피하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팀장님..저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근데 저는 회사 사람은 생각 해본 적 없거든요. 그래서.."

준호는 웃으며 연수의 말을 뚝 잘라버렸다.

"그래서 내가 싫다는 거네요?"

"팀장님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팀장님도 회사 분이니까요. 지금 말씀 하시는 게 진짜라면 그냥 접으셨으면 좋겠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어요. 근데 연수 씨 그거 나쁜 행동입니다."

"네?"

"연수 씨는 사람을 판단할 때 회사 사람 아닌 사람 구분합니까. 사람 겪어 보지도 않고 회사 사람이니까 싫다. 그거 아닌 거 같거든요."

연수가 아무런 말없이 준호를 바라보다 웃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요. 그럼 저는 제 대답 드렸으니 이만 내릴게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연수가 문에 손을 대자 차가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수가 놀라서 바라보자 준호가 진지한 얼굴로 연수를 보았다.

"나는 이해가 안 가서 그래요.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회사 사람이라는 이유로 싫다는 건 내가 여기서 그냥 물러나기엔 뭔가 찜찜해서요."

"팀장님."

"다른 이유를 말해요 내가 죽을 만큼 싫다거나. 아니면 어디 한 부분이 싫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준호는 연수를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뚫어지게 보면서 말했다.

"우리 딱 3개월만 만나봐요. 내가 나를 다 보여 줄게요. 그래도 3개월이 지나도 지금 그 마음이면 저도 연수 씨 좋아하는 맘 힘들겠지만 깨끗이 접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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