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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최연수
눈을뜬 준호는 깨질거 같은 머리 때문에 움직일수가 없었다. 일단 냉장고로 걸어가 물을 꺼내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야 준호의 눈에 폭탄이 터진듯 아수라장인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제밤 단둘이 시작했던 술자리는 몇시간후 다른 녀석들도 모여들어 8명정도 되는 남자들의 술판이 벌어졌었다.
경환과 다른 녀석들은 술을 먹다가 잠이든듯 자신이 깨어난 소파 밑에서 쭈구리고 잠을자고 있었다. 널브러진 술병들은 한눈에도 몇개인지 셀수없을 정도였다. 여기저기 먹다만 안주의 흔적들 까지 준호는 자신의 앞머리를 쓸려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준호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창문을 바라보다 탁자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이미 12시가 넘어가 있었다. 준호는 자신의 떡진 머리도 자신의 츄리닝 옷 차림도 거울한번 보지 못한채 신발장 위에 놓여있는 차키를 손에 쥐고는 주차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W호텔에 도착한 준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커피숍이 있는 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준호가 내리려는 순간 자신의 발을 발견하고 당황하고 말았다.
자신의 발에 신겨져 있는건 구두도 운동화도 아닌 집에서 막 신고 다니는 슬리퍼 였다. 하지만 준호는 당황도 잠시 커피숍의 문을열고 당당히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온 준호는 눈으로 빠르게 연수를 찾았다.
하지만 연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준호는 혹시 자신이 오는중에 자리를 옮긴건 아닌지 걱정을 하면서 다시한번 자리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 다시봐도 연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준호가 허탈한 기분을 느끼며 커피숍을 나오려 할때였다. 돌아서려는 준호의 눈에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수였다. 정수는 앞에앉은 남자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였다. 준호는 잠시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다 커피숍을 빠르게 나왔다.
차에앉아 잠시 생각을 하던 준호는 핸드폰에서 연수의 번호를 눌러 통화를 시도했다. 받지않는 전화를 준호는 그 뒤로도 4번을 더한후에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준호는 무언가 결심한듯 빠르게 차를 출발시켰다.
차안의 시간은 이미 여섯시를 향하고 있었다. 준호는 비가오는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한 준호는 비가 오는것도 상관없다는듯 쏟아지는 비를 다 맞으며 우산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연수에게 빠르게 뛰어갔다.
준호는 연수의 우산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놀란 연수의 모습이 보였지만 준호는 연수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뭡니까? 최연수씨 전화는 폼으로 달고 다닙니까?"
"네?"
준호는 자신의 키에 맞춰서 힘겹게 우산을 치켜든 연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연수가 손을 빼려하자 손을빼지 못하게 힘을 더 주었다.
"왜? 전화 안받아요? 내 번호 몰라요?"
"네."
연수의 진지한 대답에 준호는 더이상 할말을 잃은듯 피식 웃어버렸다.
"내가 여러번 전화 했는데 못봤습니까?"
"아니요. 봤는데요. 모르는 번호라서 안받았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할말이 있어서요."
연수는 어서 말하라는듯 준호를 바라보았다.
"오늘 소개팅 하는날 아니예요?"
"아..네."
"근데. 왜 거기에 연수씨가 아닌 정수씨가 있는건지 물어봐도 되나요?"
"처음부터 정수언니 해주려고 잡았던 자리예요. 근데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준호가 이제야 의문이 풀린듯 웃으며 연수에게 말했다.
"제가 연수씨 잡으러 갔었거든요."
"네?"
"내가 최연수씨 좋아해서 딴놈 만난다는 소리에 미친놈처럼 이 복장으로 연수씨 잡으러 갔다고요."
연수는 자신의 앞에서 웃음을 지으며 알수없는 소리를 하는 준호를 아무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