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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준호는 뭔가 기분이 안 좋은 표정으로 식판에 국을 떠먹고 있었다.
"너 갑자기 왜 그러냐?"
"뭐가요?"
"아니 뭔가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아서."
"국이 맛이 없어."
"뭐. 맛있기만 하고만 그러니까 내가 나가서 먹자고 했잖아. 굳이 사내직원을 위해 만든 식당을 놔두고 왜 밖에서 먹냐고 난리를 치더니. 왜 애꿎은 국을 가지고 날 리야."
임부장은 자신의 이야기도 듣지도 않고 불만 가득 유심히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는 준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임부장은 준호의 시선의 끝에 한참 웃고 떠 들며 신나게 식사를 하고있는 연수가 보였다.
임부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밥도 깨작이며 혼잣말을 하는 준호를 다시 보았다.
"자기가 대학생인 줄 아나? "
임부장이 숟가락으로 준호의 식판을 치면서 말했다.
"여기 나 말고 누구 또 있냐? 알아듣게 말해라."
준호가 임부장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자세를 다시 잡았다. 오늘 준호의 눈에 연수는 화사한 봄 같았다. 미용실을 다녀왔는지 없었던 앞머리가 생기고 파마 끼가 약간 있던 머리는 긴 생머리로 어깨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하얀 티에 노란 카디건을 입은 연수의 모습은 적어도 연수의 나이를 두 살이나 더 어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준호는 입맛을 잃은 듯 숟가락을 식판에 내려놓았다.
임부장이 식사를 끝마치자. 준호가 식판을 들고 일어날 때 였다. 3명의 남자가 연수 쪽의 자리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음료수 캔을 연수의 자리 앞에 놓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3명의 남자들이 사라지자. 연수네 쪽 식탁이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임부장은 눈에 레이저가 곧 나올 거 같은 눈으로 연수 쪽을 바라보는 준호에게 말했다.
"가자. 뭐해?"
* * * * *
안가겠다는 준호에 손에 자판기 커피를 쥐여 주고는 임부장은 흡연실로 향했다. 준호가 한동안 말없이 커피를 마시다 임부장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장님."
"왜?"
"부장님이 예전에 나 저주 내린 적 있었지."
"내가 너한테 저주 한두 번 거냐. 근데 왜?"
"그 저주 어떻게 푸는 거야?"
"우선 무슨 저주였는지 알아야 푸는 방법을 알려주지."
"언제인지 딱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이렇게 말했을 거야."
"나랑 똑같은 사람 만나서 내가 고생할 거라고 아마. 이게 저주 내용 이였던 거 같은데..."
임부장이 준호를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왜 최연수 씨가 힘들게 하냐?"
준호가 놀란 듯 바라보았다.
"그렇게 놀라지 마라 너랑 일주일만 있으면 모르던 사람도 다 알게 행동해 놓고는 그 아가씨보고 울고 웃는 니 모습 볼만하더라. 근데 그 저주 푸는 방법은 못 알려주겠다."
준호가 임부장을 바라보았다.
"난 그 아가씨 반대다. 너한테 맞는 아가씨 아냐. 그냥 덮는 게 좋아."
"무슨 소리야? 형이 그 애를 얼마나 안다고 그런 소릴 하는거야?"
"너 만큼은 알 거다. 어제 그쪽 팀장이랑 만나서 술 한 잔 했거든 그래서 슬쩍 물어봤지. 이름 최연수 나이 22살. 일 잘하고 착실하고 성격 밝고 뭐 괜찮더라구."
"근데. 왜 반대 하는데?"
"너 알고 있냐? 그 애 고아 라는거 . 8살 때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 .오빠 그 자리에서 다 죽었단다. 이모가 데려다 키우다가 2년인가 있다가 결혼한다고 보육원에 맡겨졌단다."
준호가 임부장을 굳어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난 그 아가씨 반대야. 니가 그냥 예전 여자들처럼 가벼운 마음에 만나는 게 아닌 거 같아서. 너를 위해서 너희 부모님을 위해서 그리고 아가씨를 위해서 여기서 접어."
준호가 손에 있는 다 식어버린 커피를 바라보다 단숨에 들이마셨다. 임부장의 담배 연기를 또 한 번 내뱉으며 준호에게 말했다.
"너희 부모님 마음에 드실 아가씨 아냐. 너희 형수 들일 때도 온 집안 들썩였는데 너까지 그러면 너네 부모님 쓰러진다."
준호는 마지막 임부장의 말에 가지고 있던 종이컵을 구긴 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