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5화 (1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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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척 만나기.

연수는 시험이 끝나고 스터디 사람들과 헤어져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빵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연수는 옆으로 살짝 비켜나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기다려도 차가 지나가지 않자 연수가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그때 차 문이 열리고 운전자가 내렸다.

연수는 혹시 길을 물어보려 하는지 알고 이어폰을 귀에서 뺏다. 연수는 차에서 내려 자신을 바라보는 준호를 뒤늦게 발견하고 웃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어.안녕하세요. 팀장님."

"네. 연수 씨 맞네요. 근데 여기 웬일이에요?"

준호는 어젯밤 늦게 찬구의 전화를 받았다. 시험장소를 알려주며 모른 척 가보라고 말했다. 그때는 됐다고 끊었지만 결국 준호는 오고 말았다.

"아. 볼일이 있어서요. 팀장님은요?"

" 손님 좀 만나고 가는 길이에요."

"아.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회사에서 뵐게요."

연수는 이번에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며 준호를 지나쳐 가려 했다. 준호는 얼른 연수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연수 씨. 지금 어디 가요?"

"집이요."

"아니. 다른 게 아니라 가는 데까지 데려다주려고요."

"아니에요. 여기서 버스 타면 바로 가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냥 타요. 돈 안 받을 테니까."

연수가 머뭇거리다 웃으며 차로 한 발짝 다가왔다. 또 한번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며 차 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연수가 차에 타는 걸 확인하고 준호도 운전석에 탔다. 연수를  바라보며 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매줄까요?"

"네?"

"그거 안전띠. 해달라면 내가 직접 해줄수 있는데."

"아니에요."

연수가 다급하게 안전띠를 매는 모습에 준호가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나 뭐 부탁하나만 해도 되요?

" 네. 말씀하세요."

"나 밖에서 만나면 인사 좀 꼬박꼬박 예의 바르게 하지 말아줄래요. 내가 꼭 나이 먹은 거 같아서 좀 그래요. 실제로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안 그래요?"

연수가 준호를 보며 웃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왜요? 동네 아저씨 같아서 꼭 인사를 해야 할거 같아요?"

연수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듯 준호를 바라보다 얼마 전 찬구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연수가 피식 웃으며 준호에게 말했다.

"에이. 팀장님은 아저씨 아니죠. 우리 찬구 주임님이랑 차원이 다르세요."

"찬구랑 나 나이가 같은데 어떻게 틀려요. 찬구가 아저씨면 나도 아저씨지."

"팀장님은 신사죠. 팀장님 모르시죠  라인 사람들 팀장님 엄청나게 좋아해요. 옷도 잘입고 얼굴도 잘 생겼고 키도 크다구요. 또.."

"또. 뭐요? 억지로 만들려니까 생각이 안나요. 아저씨라고 해도 상처 안 받을께요. 괜히 머리 아프게 짜내지 마요."

준호가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짠데. 너무 많아서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요. 믿을께요."

준호가 또 한 번 연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연수 씨는 어때요. 나. 나 어떻게 생각해요?

준호는 지금 아무렇지 않은 척 연수에게 물었지만 어떤 대답이 나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에 손까지 덜덜 떨려서 운전이 힘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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