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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심장
"자. 회의는 이쯤에서 끝내고 . 아. 김 주임 오늘 2팀 내려가지?"
"네."
"기계는 몇 시에 돌아간 데?"
"아침부터 가동은 하는데 오후나 돼야 할 거 같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오후에 내려가 보려고요."
"그래. 그럼 교대시간에 맞춰서 내려가 쉽트 인폼줄때 옆에 있는 게 더 낳을 거 같다. 그리고 나도 같이 움직이자."
"네."
"그럼 일 시작하자."
팀원들이 나가고 준호가 책상에 서류 하나를 집어 들 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임부장이 웃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모두 굿모닝."
팀원들이 인사를 하자. 임부장은 준호의 자리로 걸어왔다. 준호가 다시 서류에 고개를 숙이고 임 부장에게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그래. 오셨다. 근데 넌 부장이 왔는데 얼굴도 안 보고 인사하냐?"
"서로 불편하게 왔다고 일어나서 인사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팀원들 앞에서 말씀하셨는데 벌써 잊으셨어요?"
"아. 그랬나. 그건 그거고 오늘 기계 생산 들어간다며 ."
"네. 그래서 이따가 내려가 보려고요."
"니가? 니가 뭐하러 가. 딴 놈들 보내면 되는걸. 어차피 기계 돌아가는 상황만 보면 되는데."
준호가 고개를 들어 임부장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첫 가동인데 좀 보려고요. 왜 제가 가면 안돼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했었나 해서. 맨날 만들어 놓으면 그걸로 끝인 놈이 였잖아 . 너."
"이제부터 열정적으로 일해보려 합니다. 됐습니까?"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오랜만에 동기도 만나고."
"맘대로 하십시오."
임부장은 뒤를 돌아 제품 개발부를 나오며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는 듯 입가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문을 나섰다.
* * * * * * *
"니네 리더 언니는?"
"언니 오늘 갑자기 휴가 잡았어요. 동현이가 아픈가 봐."
"이런. 오늘 새 기계도 돌아가는데 너 혼자 할 수 있겠어?"
"주임님들 있으니까. 조심해서 해야지."
"그래. 오늘 하루종일 바쁠 거야. 확인 잘하고 ."
"네."
준호는 눈은 기계를 향해 있었지만 , 귀는 온통 자신의 뒤쪽에서 교대인폼을 받는 연수에게 쏠려있었다. 기계에 대한 인폼을 주려는지 두 사람이 자신 쪽으로 걸어왔다.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다 문득 연수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어. 팀장님. 안녕하세요?"
준호는 그제야 연수를 발견한 듯 인사를 했다.
"네. 잘 지냈어요."
"네. 오늘 팀장님이 이거 보시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잠깐 보러왔어요."
"그렇구나."
그 순간 연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연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빠르게 준호를 지나갔다. 준호는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연수는 출근하고 잠깐 얼굴을 보여주곤 아직까지 룸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준호도 슬슬 사무실로 올라가 봐야 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억지로 버티고 있을 때. 룸에서 나오는 연수를 발견했다.
준호는 팔짱을 끼고 기계를 보는 척 서 있었다. 연수가 기계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준호의 가슴이 자기 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고장난..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