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2화 (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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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는 자전거를 타고...

준호는 뭔가 생각에 빠진 듯 볼펜을 책상에 두드리고 있었다.

연수가 라인으로 내려간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연수가 아침근무나. 오후 근무 였다면 이런저런 핑계로 라인으로 내려가 연수를 볼 수 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연수는 밤 근무 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연수가 오후 근무로 바뀌는 첫째 날이다.

그럼 두 시에 출근을 할 것이다. 지금 준호는 무슨 핑계로 라인에 내려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준호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한 시간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때 준호의 고민을 방해하는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십니까 한 팀장님? 벌써 새로운 신제품 개발 중이냐? 뭘 그렇게 고민.."

임부장은 자신의 팔목을 잡는 준호 때문에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선배..아. 아니 부장님."

놀란 눈으로 몸을 뒤로 뺀 임부장이 대답했다.

"왜..왜그래?"

"담배 피우러 안가세요?"

"지금 가려는데 고민에 빠진 한 팀장이 보여서 말 한번 잘못 걸었다가 새색시 손 잡히듯 잡혀있는 거 아니냐. 한팀장 ..혹시 많은 여자의 사랑을 받다 보니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 거냐? 근데 난 빼줘라 . 난 내 마누라를 사랑한다."

임부장의 말에 직원들이 웃자. 준호는 임부장의 팔을 놓았다.

"담배 피우러 안가세요?"

"지금 간다니까. 왜 자꾸 물어봐."

"같이 가자고."

준호를 자판기 커피를 들고 임부장을 따라 회사 밖 한곳에 지정해 놓은 흡연실로 들어갔다. 흡연실은 밖이 다 훤히 보이는 장소였다. 이곳에 있다면 연수가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준호는 이제 막 출근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배 피우자고 꼬실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웬일이냐?"

"그냥."

"좀 수상하다."

* * * * * *

임 팀장은 의심 스런운 얼굴로 준호를 바라보았다. 준호는 모른 척 커피를 마셨다. 그때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연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임부장도 연수를 발견하고 준호의 등을 때리며 말했다.

"그때 니가 사고 친 임산부 아니냐?"

"말을 제대로 해야죠. 남들이 들으면 진짜 임산부인지 알잖아."

"아이고. 알았다. 말 한번 잘못 했다고 부장 잡겠다."

임부장이 주먹으로 배를 때리는 시늉을 하자 준호는 웃으며 연수가 오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있는 정수가 보였다.

"빨리. 빨리 안 갈래."

정수가 연수의 엉덩이를 웃으며 손바닥으로 치자 연수의 자전거가 조금 휘청거렸다.

"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제대로 안 갈래. 불안해서 타겠냐."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힘들어 죽겠어."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준호를 스쳐 지나갔다. 준호는 커피가 식어 가는 것도 잊은 듯 미소를 띠고 연수가 지나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부장이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을 보는 것도 모른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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