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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털어놓다.
"벌써 딸내미가 5살이다."
"그래. 미안하다. 살다 보니 친구들도 잊고 살았네."
"다 똑같지 뭐."
"너 유학 가고 우리는 각자 대학가고 그때 뿔뿔이 흩어지고 각자 자리잡히니까 인제야 다시 만나지더라고. 그 자식들 하고도 다시 만나거 얼마 안 돼. 조만간 날 잡아서 한번 보자.."
"용팔이랑 경환이랑도 결혼했고?
"용팔이는 하고 경환이는 아직."
"그 자식들 똘끼짓 여전하냐?"
"그게 어디 가냐. 나이 먹어도 똑같더라 조만간 만나봐."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구와 건배를 하고 소주를 마셨다.
"난 또 아까 룸에서 연수 씨랑 친하길래 둘이 무슨 사인 줄 알았다."
"연수? 최연수? 그 녀석은 동생이지. 라인에서 몇 년씩 일하다 보면 가족이야. "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에 담긴 술을 한 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왜. 연수한테 관심 있냐? "
"있으면..도와줄꺼냐."
"야. 이 도둑놈아 노릴애를 노려라. 연수 22살이다. 어디 30대를 넘긴 늙은이가 누구를 넘보냐?"
준호가 웃으며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고 들이켰다.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되겠지."
찬구는 술잔만 바라보고 있는 친구를 놀란 듯 입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한준호 진심인 거냐."
대답도 하지 않고 술만 홀짝이는 친구를 바라보며 찬구도 같이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니가 내 친구이긴 하지만 혹시 잠깐의 마음으로 이러는 거면 난 반대다."
"그런 거 아냐.."
"니가 연수를 언제 봤다고 고작 길어야 한 달 아냐?"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진심이라고? 너 이 새끼 옛날에도 여자들 울리고 다니더니 지금도 그러는 거냐? 이 새끼 딴 데 알아봐라. 연수는 아니다. 니 순간적인 마음에 잠깐 사귀려고 만나려는 그렇고 그런 애 아니라고."
준호가 웃으며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는 찬구를 바라보았다.
"그래. 나한테 아까운 애라는거 알아. 충분히 알고 있다."
"술이나 마셔 임마. 아까 이야기는 안 들은 걸로 하자."
"나도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상상 못 했는데. 근데 그 애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앞에 서기가 두려울 만큼 그 애 앞에만 서면 미칠 거 같다. 찬구야."
"연수는 너랑 살아온 환경 자체가 달라. 너처럼 많이 배우지도 못했어. 그래도 좋으냐. 임마."
"그런 건 나한테 다 필요 없어 돈 내가 있잖아. 학벌 많이 배운 놈들보다 백배는 더 훌륭해. 나한텐 그래 최연수는."
"미친놈."
"몇 개월 만에 변할 마음 같으면 시작도 하지 마. 근데 니가 진짜로 진심이라면 빨리 낚는 게 좋을 거다. 연수 잡으려는 새끼들 수두룩하다."
찬구는 아까부터 힘없이 술잔만 바라보는 준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