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0화 (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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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구

준호는 10분째 넥타이를 고르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끝내 처음 걸어본 넥타이로 결정했다. 말끔하게 닦인 구두를 신고 신발장에 붙어있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듯 시계를 확인하고 빠르게 집을 나와 지하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차에 타자 신나는 음악을 틀고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 * * * * *

사무실에 도착해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청정실로 향했다. 청정실 안에 들어간 준호는 지금까지 입에 달고다니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청정실에는 며칠 전부터 기계의 정비를 할 남자 사원들도 가끔 올라와 기계를 보고 가기도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남자 사원 여럿이 기계 앞에 모여 있었다.

그중에 준호의 눈을 거슬리게 하는 남자 사원 하나가 있었다. 그 사원은 연수의 머리에 도둑놈 같은 손바닥을 올리고 실실거리고 있었다.

연수가 손을 떼며 그 사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 마요. 주임님."

"넌 뭐 믿고 얼굴도 안 예쁜 게 키까지 작으냐?"

"에이. 나 작은 키 아니라니까."

"내가 볼 때 여기서 네가 제일 작구만."

"언니들이 큰 거라고 몇 년째 이야기해줘도 아직도 몰라요."

여진이 입을 쑥 내밀어 가지고 있던 볼펜으로 그 사원의 옆구리를 마구 찌르자 그 사원은 간지럽다며 웃기 시작했다. 준호는 두 사람의 행동에 왠지 모르게 짜증이 팍 올라왔다. 그때 누군가 준호를 불렀다. 제조총괄 부장이었다.

"아이고. 우리 애들 데리고 고생이 많아 한 팀장."

"아닙니다. 고생은요 저희가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일주일이면 라인으로 오는 데 문제는 없겠나?"

순간 준호는 총괄부장의 말에 대답도 못 하고 놀라고 말았다. 일주일.? 그럼 연수는 다시 라인으로 돌아간다. 준호는 지금까지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준호의 머릿속엔 일주일이라는 단어뿐이였다.

준호는 고개를 돌려 연수 쪽을 보았다. 아직도 그 사원과 장난을 치며 신나게 웃고 있는 연수가 보였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 시원한 바람이 쐬고 싶어졌다.

그때 총괄부장의 목소리가 준호의 귀에 들려왔다.

"왜?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아닙니다. 아마 문제 없을 겁니다."

"그래. 수고했네."

총괄부장이 허허 웃으며 준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준호는 뭔가 깊이 생각에 빠진 듯 연수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연수와 장난을 치던 남자 사원이 준호에게 다가왔다.

"혹시 한준호 씨."

"네. 맞습니다."

준호는 그 사원이 능글맞게 웃으며 내미는 손을 보고 고개를 들어 다시 얼굴을 보았다. 그 순간 준호는 놀란 얼굴로 그 사원의 손을 잡았다.

"너. 반창고 강찬구. 너 강찬구 맞지."

"그래. 이 새끼야.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만나냐."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듯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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