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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노래방은 그야말로 광란의 노래방이었다. 연수의 탬버린 춤을 시작으로 엉덩이춤 꽈배기 춤 심지어 어디서 배웠는지 휴지 춤까지 연수는 순식간에 노래방안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웠다.
열심히 춤과 노래를 부르더니 힘이든지 볼이 빨개진 얼굴로 자리로 돌아온 연수는 맥주캔 하나를 따더니 순식간에 다 비워버렸다. 그런 연수를 바라보던 준호는 웃으며 연수에게 물었다.
"춤이 상당히 현란하네요."
"네?"
연수가 노랫소리에 못들은 듯 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춤이 참 현란하다고요."
연수가 대답 대신 웃어 보이며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묶었다.
"어디 가면 그런 춤 배웁니까?"
"혼자 터득해야 해요."
"네?"
"보세요. 저 요란한 언니들을 보필하려면 스스로 터득할 수 밖에 없어요."
연수가 웃으며 아직도 요란하게 놀고 있는 언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술 한잔 안 먹고 맨정신으로 대단하네요."
준호는 다음 순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뽀족 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연수가 갑자기 웃으며 준호 쪽으로 몸을 가까이하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게 막내로서 살아남는 방법이에요. 언니들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달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하거든요."
연수가 웃으며 떨어지자. 준호는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노래방을 끝으로 회식이 끝이 났다. 취한 사람들을 택시로 태워보내고 그나마 정신이 멀쩡한 연수와 준호가 남았다.
"타요. 대리기사님 불렀어요. 데려다줄께요."
연수는 정신을 반 잃고 있는 정수를 어깨에 매달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아니에요. 저기 택시 타면 돼요."
"정수 씨까지 있는데 어떻게 그냥 갑니까? 타요. 얼른."
준호는 차 뒷문을 열고 기다렸다. 연수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차에 올랐다.
"정수 씨 집으로 먼저 갈까요? 정수씨 집 어딘지 알아요?"
"언니랑 저같이 살아요. 한강 빌라로 가주시면 돼요."
* * * * *
차는 곳 한강 빌라에 도착했다. 준호가 나와 연수와 함께 술에 취한 정수를 내리게 도와주었다. 준호는 어느 한 곳을 바라보다 술에 취한 정수를 아무 말 없이 연수에게서 데려와 등에 업었다.
"몇 층이예요? "
"그냥 가셔도 되는데..."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닙니다. 어서 앞장서요 . 점점 정수 씨가 무거워 져요."
연수가 웃으며 빠르게 빌라 안으로 준호를 안내했다. 정수를 내려주고 빌라를 나온 준호는 아까 구석진 곳에 담배를 피고 있던 학생들이 아직도 있는지 확인했다. 아직도 그곳에 모여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연수의 집 쪽을 올려다보았다.
빌라에서 연수네 집만 불이 켜져 있었다. 갑자기 안 좋은 생각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준호는 대리기사의 재촉에 겨우 무거운 발을 떼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