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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제와 사과
연수는 자신 앞에서 웃느라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있는 언니들을 보면서 입만 삐죽이고 앉아있었다. 모른 척 수저에 밥을 퍼먹으며 말했다.
"아. 이제 그만하고 밥 먹어들.."
눈에 눈물을 훔치며 인영이 웃으며 말했다.
"나 앞으로 말조심 하련다. 내가 하마터면 애를 잡을 뻔 했다니까."
"근데 총괄부장님 얼굴 봤어 진짜 연수 사고 친 지 알고 놀란 거 나는 총괄부장님이 연수 아빠인 줄 알았다니까."
"부장님이 저 녀석 오죽 예뻐해야지 아마 진짜 아빠 심정으로 놀 랐을거다."
모두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곧 아까 상황이 또 생각난 듯 한 사람이 웃자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연수는 아까 부장이 잡아당긴 귀가 아직도 아픈 듯 어루만지며 앞에 아직도 웃고 있는 언니들을 보며 고개를 흔들며 혼자 밥을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 * * * * *
"근데 팀장님 연수 씨한테 사과 안 해도 되는 거예요?"
멀리서 연수네 자리를 보면서 아까 회의실에 같이 있던 직원이 말했다. 밥을 먹던 부장이 웃으며 준호를 보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사과로 되겠어. 책임을 져야지. 아가씨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임산부로 만들었는데."
준호가 고개를 들어 부장을 보며 말했다.
"부장님은 왜 여기서 밥을 드세요. 우리 식구들 불편해하는 거 안보이세요?"
부장이 웃으며 직원들에게 물었다.
"나 있는 거 불편한 사람 손 높이 올려."
직원들이 웃으며 식사를 하자 거보란 듯 부장이 준호를 바라보았다.
"봐. 나 다들 좋아하잖아. 늙은이 구박하지 마라 너도 나중에 나처럼 된다."
"쓸데없는 저주 퍼붓지 마시고 식사마저 하시죠."
준호는 식판을 내려놓고 식당을 나가고 있는 연수를 보았다. 그러다 아까 상황이 우스운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머지 밥을 먹기 시작했다.
* * * * * *
준호는 잠시 짬을 내 회사 근처 약국에 들렀다.
"뭐 드릴까요?"
"숙취제 하나 주세요."
준호는 교육관 창문 너머로 연수를 찾았다. 연수는 맨 끝에 앉아 턱을 괴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 연수의 빈 뒷자리에 앉았다.
연수는 무언가 스윽 자신의 팔 옆으로 오는 걸 느꼈다. 무언가 확인한 연수는 봉투를 집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숙취 제를 보고 뒤를 돌아보았다.
준호가 입으로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보냈다. 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손가락으로 연수의 노트를 가리켰다. 연수가 노트를 건네자. 준호는 무언가를 열심히 쓰더니 연수에게 내밀었다.
[아까 회의실에서 실수한 거 미안합니다.]
연수가 답을 써 다시 준호에게 보여주었다.
[괜찮아요. 언젠가 복수 할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준호는 웃으며 또 다음 말을 적어서 연수에게 노트를 보냈다.
[복수요?]
[네. 항상 긴장하고 계세요. 제가 팀장님 애인이랑 길 갈 때 팀장님 팔장 끼고 여보 할 거거든요. 항상 뒤를 조심하세요. 제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네. 벌 받는 심정으로 항상 긴장하고 있을게요. 근데 글씨가 얼굴만큼 예쁘네요.]
[네 제가 한 얼굴 하거든요. 근데.. 팀장님은 얼굴처럼 글씨 참 엉망이시네요.]
준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교육관을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오늘따라 뜨거운 햇살이 참 기분 좋게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