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2화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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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연수는 희정이 가져온 서류에 확인하고 사인을 했다. 시계를 확인한 연수는 기지개를 켰다. 사인을 받은 희정은 연수를 보며 물었다.

"리더 언니는 어디 가서 안보이냐?"

"과장님하고 잠깐 나갔어요."

"맨날 쏘다니고 리더월급 너 주라고 해라."

연수가 일어서며 희정의 팔을 껴안았다.

"언니 우리 휴식시간이다. 얼른 나가자. 이럴 시간에 휴식 시간은 흘러간다고."

연수가 웃으며 말하자. 희정도 못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라인을 돌아다니며 연수가 휴식 시간을 알리자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연수와 희정을 따라 나섰다.

라인을 나오자 연수는 마스크와 무진 모를 벗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연수가 일하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라인은 먼지가 하나도 없어야 하는 청결한 공간이기 때문에 무진복과 무진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는 곳이었다.

정수가 연수의 목에 팔을 두르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사다리 타자. 오늘은 과자. 어떠냐?"

모두 좋다고 여기저기서 외치자 정수는 연수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꼬맹이. 사다리 그려라. 출동."

"알았어. 언니가 놔줘야 사다리를 타지."

정수가 귀엽다는 듯 연수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놓아주었다. 연수가 테이블에 종이를 놓고 사다리를 그렸다. 연수와 일하는 동료는 모두 12명이었다.

26살 박지민. 변 우리. 이민영. 송겨울. 강민경. 30살 최희정. 김인숙. 박인 지.최정민.강정수 그리고 28살의 이 팀의 리더 강유정 이곳에서 연수는 22살 제일 막내였다.

최근에 나이는 어리지만 ,주변의 추천으로 그녀는 핸들러라는 직함을 얻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꼼꼼하고 일 잘 하는 연수를 모두 인정해 주고 있었다.

웃으며 열심히 사다리를 타던 지민이 울상이 되었다.

"나 또 걸렸어. 나는 왜 맨날 5,000원 걸리는 거야? 너 최연수 수상해 너 나 미워하는 거지?"

"아서라. 괜히 애 잡지 말고 내놔라."

"우 씨. 최연수 너 이따 보자."

연수는 웃으며 말하는 지민이를 보고 따라 웃었다. 30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두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 라인으로 들어가 각자의 자리로 가 작업을 시작했다.

연수는 언니들이 일하기 편하도록 돌아다니며 도와주다가 라인으로 들어오는 유정을 발견했다. 유정이 연수를 발견하고 웃으며 연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제품 개발부에서 신제품 개발 했나 봐. 그거 배울 사람 한 달 동안 사무실 근무 해야 된데."

"한 달? 배우는 게 되게 복잡한가 봐요?"

"그런가 봐. 가자. 누구를 보낼지 상의해 보자."

업무 끝내기 30분 전 다른 사람들은 마무리하고 교대 인원들이 들어오고 이곳저곳 모여서 작업에 대한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로 수다를 떨지만 ,연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 하루 보고 내용을 작성 하느라 제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수야..노올자.."

"나 바쁘다."

연수는 지희를 보지도 않고 자판을 두드렸다.

지희와 신지는 연수와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이곳으로 바로 취업 나온 친구들이었다. 지금은 연수가 지희와 신지랑 다른 교대 타임에 근무했다.

"신지 남자친구랑 헤어졌단다. 오늘 밤 한잔하자는데."

"나 내일 아침 근무다."

"친구를 위해 그 정도 희생도 못 하냐."

연수가 정리가 모두 끝난 듯 프린트 물을 뽑고 일어서며 지희에게 말했다.

"나 시험 준비도 해야 해. 저번에 너희랑 술 마시고 힘들어 죽는줄 알았어."

"섭섭하다. 최연수."

연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밤새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 골프공 크기만큼 부어있는 신지가 서 있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신지가 연수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필요해. 친구."

연수는 골프공 크기만큼 퉁퉁 부은 신지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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