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4/16)

13

시연은 틈만 나면 멍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얼떨떨한 고백을 들었으니 일이 손에 잡히는 게 비정상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아이들을 보자 또 마음은 뜨거운 열정에 타올랐고 다행히 하루를 그럭저럭 마감할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자려고 누운 침상에서 눈을 깜빡였다. 도저히 눈을 감고 있기 힘들었다.

그렇게 사랑을 토로한 후 은성과는 예전에 없던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도 그는 떠올리기 수치스러울 정도의 질척한 키스를 퍼붓곤 했다.

“그럼 그게……!”

시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때는 그가 그러는 이유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단지 그가 원하면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서 시연이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얇은 이불을 끌어 올렸다. 코까지 가리자 그제야 수줍음이 조금 숨겨지는 것 같았다.

“미쳤어……!”

말도 안 된다는 의미의 탄성들이 줄지어 이불 속에서 흘렀다. 인근 침상에서 이미 잠든 동료가 몸을 뒤척였다. 시연은 급히 숨소리를 죽였다. 그리곤 낮에 있었던 일을 차분히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둘은 아직 결혼 상태였다. 그는 이후 그녀에게 서류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며 사과했다. 그가 사과를 많이 해 무엇이 무엇에 관한 사과인지 헷갈렸지만, 어쨌든 그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라졌다. 무섭지도 않았고 그녀에게 이거저거 따지지도 않았다. 운다고 타박하지도 않았고 얼굴을 찡그린다고 구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정하게 웃고, 따스하게 그녀를 쓰다듬었다.

시연은 바뀐 상황이 좀체 적응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왜 자신을 사랑하는지, 지금 사랑한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지만 어쨌든 둘은 결혼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없어서 아프다고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피곤해서 그럴까, 너무 놀라서 그럴까. 시연은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 이대로 결혼을 이어가면 될까.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어느덧 시연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이상하게 마음속에 무언가가 꽉 들어찬 느낌이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생각할 것투성이인데 기분은 솜사탕 위에 올라탄 듯 가볍고 달콤했다.

“솜사탕… 먹고 싶다…….”

얼마 후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서서히 잠에 빠졌다. 자꾸만 은성이 곁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데려다주고 돌아갔는데 마치 지금도 그에게 안겨 있는 것만 같았다.

“은성 오빠… 보고 싶어…….”

시연이 중얼거리며 점점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고른 숨이 이불 위를 나른하게 날았다.

같은 시각 은성은 오늘도 발코니에 나와 있었다. 어제와 달리 그녀를 품에 안았던 오늘의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시연은 끝이 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실은 이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만 허락한다면 결혼 상태를 이어가려 했다. 그녀의 허락하에 어떤 형태로든 곁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

“도저히 끝이 안 난다고…….”

낮에 그녀가 했던 말을 그가 가만히 읊조렸다. 잘 다문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녀에게 들은 말이 실감 나지 않았다. 또 들었으면 좋겠는데, 다시 찾아가 몇 번이고 묻고 또다시 듣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

“하…….”

벅찬 숨이 어두운 밤공기 중에 흩어졌다.

이제 그들의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자꾸 기대되었다. 아직 시연이 결혼 생활을 이어 가겠다고 대답한 것도 아닌데 그랬다.

“나시연…….”

가슴이 계속 달음박질쳤다.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어 심장이 간질거렸다.

불러도 불러도 애달기만 하는 그 이름만 그가 까만 밤중에 연거푸 읊조렸다.

* * *

시연은 이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휴일을 신청했다. 실은 지금 쉬겠다고 말하면서도 잘하는 짓인지 판단은 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는 머리가 복잡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별것 아닌 도움이라 하더라도 활동을 할 때는 온 마음을 다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어제 안 좋아 보여서 하루 쉬라고 하려던 참이었어. 그동안 좀 쉬라고 그렇게 말해도 안 듣더니 그래도 가족 말은 듣나 봐?”

“갑자기 죄송해요. 오늘 하루만 부탁드릴게요.”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이 일도 자기 몸 관리하면서 하는 거야. 그래야 프로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 신청은 순조롭게 받아들여졌다. 시연은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차를 빌려 탔다. 그녀가 흔들리는 차 속에서 쪽지 하나를 펼쳤다.

은성은 어제 헤어지기 전 그가 묵는 숙소를 알려 주었다. 받을 때는 이렇게 빨리 그를 찾을 줄 몰랐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 바보라고 놀리겠지?”

그녀가 조용히 혼잣말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아니었다. 그런데 제 결심을 들은 그는 뭐라고 할지 걱정되었다.

그녀가 머리를 내저었다. 오르내리는 차처럼 자꾸만 심장이 둥둥 뛰었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 앞에서 시연은 쪽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제대로 찾아왔다. 길이 멀어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다행히 단번에 찾았다. 그가 묵는 곳인 만큼 인근에서 가장 크고 좋은 건물을 찾으니 바로 이곳이었다.

“후…….”

부끄러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발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심호흡한 뒤 발을 내디뎠다.

그가 묵는 방을 찾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그는 그 건물의 맨 꼭대기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일반 집처럼 커다란 철문이 보였다. 시연은 단단한 표정으로 벨을 눌렀다. 그는 쪽지를 주며 거의 나가지 않으니 언제 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금 기다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난감해진 얼굴로 시연이 다시 벨을 눌렀다. 혹여 그가 외출해 지금 만나지 못한다면 다시 찾아오긴 힘들었다.

벌컥. 그때 철문 안쪽의 나무문이 열렸다. 시연의 표정이 멍해졌다. 은성이 아니었다.

안에서 나온 현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철문을 열고 들어오란 듯 비켜섰다. 시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사한 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현지인 여성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묵묵히 시연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실내는 집처럼 넓고 화려했다. 한국으로 치면 스위트룸과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현지인 여성은 여러 방을 두고 시연을 발코니로 안내했다. 그러곤 들어가란 듯 문 앞에서 손을 모으고 얌전히 서 있었다.

“고맙습니다.”

짧게 인사한 시연이 조심스레 발코니로 나갔다. 순간 시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곳은 평범한 발코니가 아니었다.

“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바닥엔 밟기 아까울 정도로 깨끗하고도 하얀 카펫이 깔려 있었다. 시연은 신을 벗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곳은 온통 꽃 천지였다. 그것도 새하얀 꽃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길을 내어 그녀를 반겼다.

시연은 자신이 옳은 곳으로 가는지 의문스러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현지인 여성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이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어차피 안에서 문을 열어줬으니 무단침입은 아니었다. 시연은 이렇게 된 거 잠깐 구경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걸었다.

주변은 이곳에 온 이유도 잠깐 잊을 정도로 무척 아름다웠다. 다양한 종류의 꽃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그 끝에 커다란 침상 같은 게 보였다.

“세상에… 설마 야외 침실인가?”

꽃길의 끝엔 꽃처럼 하얀 침대가 있었다. 다섯 명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다 천정엔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지붕이 있었다. 얇고 하늘거리는 커튼이 천정에서부터 내려와 잔바람에 나부꼈다.

시연이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침실은 아니었다. 언제든 쉴 수 있게 침대를 비치한 넓은 야외 테라스에 가까웠다.

“시연아…….”

순간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시연이 돌아보았다. 은성이 뒤에 서 있었다. 분명 걸어올 땐 보지 못했는데 그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

“은성 오빠…….”

은성은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에 온 걸 믿지 못하는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연이 서둘러 주위를 칭찬했다.

“여기 너무 아름답네요.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그런 것엔 시선을 두지 않았다. 다만 몇 발짝 떨어진 곳에 가만히 서서 그녀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흠….”

시연이 헛기침했다. 그의 마음을 들은 후론 그의 짙은 시선이 때론 부담스러웠다.

“여긴 어쩐지 프러포즈하기 좋은 장소인 것 같아요.”

그녀가 말을 돌렸다. 그제야 은성은 현실을 자각한 듯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잠시 머뭇거렸다.

“여긴 어떻게….”

“오빠가 언제든 와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연은 어제도 많이 놀랐지만 지금처럼 당황하는 그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가 연신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째서인지 엄청난 말을 준비한 그녀보다도 더 긴장해 보였다.

“혹시 제가 잘못… 왔나요?”

순간 그의 동공이 그녀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흔들렸다.

“아니야! 잠깐만 여기서 기다릴래? 아주 잠시면 돼.”

시연은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내 빠른 걸음으로 발코니에서 사라졌다가 또 금방 말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 짧은 사이 그는 당황했던 표정도 싹 감추었다.

“와줘서 고마워.”

시연은 그가 이끄는 대로 침상 옆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뜨거운 볕을 피할 수 있는 커다란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다.

“여긴 정말 멋진 곳이네요….”

그가 묵는 곳을 칭찬하며 시선을 내리던 시연이 흠칫했다. 은성이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접어 앉았다.

“오빠… 왜….”

그가 그녀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시연의 시선이 그의 손바닥 위 조그마한 상자에 내려앉았다.

“이게… 뭐예요?”

“혹시라도 네가 올지 몰라서 준비했던 건데….”

은성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가 제 손아귀 위의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그 안엔 꽃잎 무늬가 빙 둘러 새겨진 반지가 들어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투명한 보석이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시연은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가 상자에서 반지를 빼 그녀에게 내밀었다.

“항상 네게 프러포즈하고 싶었어. 너무 늦은 건 알지만 난 네가 꼭 받아 줬으면 해. 그게 지나간 우리 결혼에 대한 허락일 뿐이라도 말이야.”

시연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이 프러포즈 장소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설마… 이게 다 저 때문에 준비한 건… 아니죠?”

혹여나 하는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잔잔한 미소만 띠었다. 그의 눈길이 여전히 허공에 머문 반지를 향했다. 시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은성은 시연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받아 줘서 고마워, 시연아.”

시연은 제 손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반지를 보았다. 제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반지였지만 빼고 싶지 않았다. 이게 영원히 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예뻐요. 고마워요, 오빠.”

시연의 말에도 은성은 웃기만 할 뿐 딱히 일어나지 않았다. 시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은성은 주머니에서 또 다른 반지 하나를 꺼냈다.

시연이 낀 것보다 조금 더 굵고 디자인이 단순한 반지였다. 누가 봐도 그건 남자 반지였다.

“이건 좀 떨리는데….”

그는 이번엔 직접 떨린다는 말까지 했다. 시연은 믿지 못할 광경에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반지를 시연의 손바닥 위에 내려 주었다.

“괜찮다면… 내가 네 남편이 되는 걸 허락해 줄래?”

시연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어제 그렇게 울고 더는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대체 이게 꿈일까, 생시일까. 정말 눈 뜨면 깨는 꿈은 아닐까.

그가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또 울린 거야?”

“아뇨, 아니에요!”

시연은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그 바람에 손바닥에 있던 반지가 떨어져 어디론가 굴러갔다.

“어맛! 반지!”

시연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화분 밑으로 들어간 반지를 찾아 허둥지둥했다. 그런 그녀를 은성이 차분한 태도로 만류했다.

“잠깐만요, 분명 여기로 갔는데…!”

“괜찮아, 금방 찾을 수 있어.”

“아니에요, 분명 여기…!”

“시연아.”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녀를 은성이 조심히 끌어다 소파에 다시 앉혔다. 시연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왜 울어.”

“오빠 반지가…….”

“그런 건 상관없어.”

“하지만…!”

“시연아.”

단호한 어투에 시연이 바닥에서 시선을 떼 그를 보았다. 그녀를 향한 그의 눈가가 아련하게 젖었다.

“흑….”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 시연의 볼을 그가 어루만졌다.

“난 정말 괜찮아. 그게 뭐 별거라고. 그런 건 잃어버려도 다시 사면 그만이야. 난 지금 네가 우는 게 훨씬 더 신경 쓰여. 말했잖아, 내 마음.”

시연이 눈가를 훔쳤다.

“죄송해요…….”

“죄송하지 않아. 모든 잘못은 내가 했어. 그러니 넌 당당해져. 그럴 자격 충분하니까.”

시연은 예전에도 은성이 그녀에게 자격이 충분하다는 말을 했던 것을 기억했다. 그때는 왜 하필 그 말이 가슴에 담겼는지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았다.

[우리 딸, 넌 항상 웃어. 그럴 자격 충분해.]

그건 엄마가 자신에게 하던 말이었다. 은성은 이따금 꼭 엄마처럼 다정한 말을 해 주었다. 어째서 그를 대할 때 엄마가 생각났는지 그녀는 지금 확실히 깨달았다.

“엄마는… 날 정말 사랑했어요…….”

눈물을 떨구며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은성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빠도 그래. 그런 것 같아.”

“이제… 내 마음 알겠어?”

시연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왜 날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끊어진 말에는 그가 미간을 좁혔다. 시연은 상관없다는 듯 남은 말을 뱉었다.

“그래도 날 사랑하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아요!”

시연이 남은 눈물을 허공에 떨구며 그에게 날아들었다.

은성은 제게 날아든 여자를 안고서 잠깐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꽉 감은 눈매 사이로 습기가 흩어졌다.

“나, 이혼 안 하고 싶어요. 오빠랑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그 말 하려고 왔는데 잊을 뻔했어. 오빠 때문에 잊을 뻔했다고요…….”

“시연아……!”

두 사람이 짙게 엉겨들었다. 시연은 계속해서 그를 탓하고 은성은 그런 그녀를 온 마음을 다해 품에 안았다.

묵직한 구름이 뜨겁게 내리비추던 해를 서서히 가렸다. 그들의 세상에 잠시 쉬어갈 그늘이 드리웠다.

“하아…….”

못내 다 누르지 못한 은성의 마음이 뜨겁게 흘렀다. 시연이 품을 벗어나 그를 마주 보았다.

“은성 오빠… 사랑해요.”

그녀의 고백은 잔잔했고 제대로 스며들었다.

은성은 더는 참지 못했다. 이 믿을 수 없는 순간에도 그녀를 향한 갈증은 여전했다. 언제나 물고 싶은 탐스러운 입술을 삼켜 버렸다. 제 속에 그녀의 진한 향취를 온 마음을 다해 가두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한껏 열린 서로의 틈으로 깊이 박혀 들었다. 시연이 그에게 매달리고 그가 그녀의 입술을 짙게 소유했다. 입 속 깊숙이 파고든 혀가 마구 얽히고 서로의 몸이 엉겨들었다.

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시연이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잘할 줄도 모르면서 그의 입술을 머금고 제 안으로 빨아들였다.

그녀를 안고서 은성이 새하얀 침상으로 향했다. 그들이 함께하는 길을 축하하듯 바람마저 시원함을 선사했다. 시연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그가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뉘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열감에 휩싸인 그녀의 눈동자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았다.

“너무 예뻐서…… 돌겠다.”

“은성 오빠…….”

그의 입술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시연은 눈을 스르르 감았다. 허리에서부터 몸을 타고 오르는 그의 손길을 느꼈다. 제 입술을 빨아들이는 그의 입술은 솜사탕처럼 달고 옷을 벗기는 그의 손길엔 뜨거움이 솟구쳤다.

“사랑해요…!”

그녀가 참지 못하고 맞물린 입술 사이로 또다시 고백을 터트렸다.

“사랑한다!”

은성이 그 틈을 이어 더 강하게 고백한 후 그녀에게 깊게 파고들었다.

넓은 침대 위에 그들의 옷이 하나둘 벗겨져 흐트러졌다. 그녀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그의 온갖 근육이 꿈틀거렸다.

“하아… 오빠……!”

목덜미를 빨아들이는 그의 입술에 시연이 벅찬 숨을 터트렸다. 꼭 감은 눈가가 짜릿한 감각에 파르르 떨렸다. 시연이 팔로 은성의 목을 휘감았다.

그가 그녀의 볼록한 가슴을 그러쥐곤 힘 있게 주물렀다. 손가락 사이로 톡 불거진 젖꼭지를 이를 세워 물었다.

“하읏…!”

허리를 들썩이는 그녀의 유두를 그가 혀끝으로 긁고 입술로 빨아냈다.

“하응… 하아……!”

그녀의 가슴을 빨면서 그가 가린 것 하나 없는 시연의 다리를 벌렸다. 촉촉하게 젖은 질구에서 애액이 흘러 시트를 적셨다. 그녀의 질구를 쓰다듬은 그가 애액을 손에 묻혀 올라왔다. 톡 솟구친 클리토리스를 건드리곤 손끝으로 굴렸다.

“아흐흥…!”

시연의 몸이 발작했다. 한동안 건드리지도 않은 곳이지만 작은 터치에도 그곳은 저릿한 쾌감을 퍼트렸다.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굴리며 그가 페니스를 그녀의 질구에 맞추었다. 시퍼런 핏줄이 곤두선 기둥의 끝이 욕망으로 시뻘겠다.

그가 쿠퍼액을 흘리는 귀두를 그녀의 질에 맞추고 문질렀다. 살짝 찔렀다가 주변을 지분거리자 시연이 연신 흠칫거렸다.

“하아… 오빠…….”

은성이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사랑과 열망이 가득했다.

“심장이 터진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시연은 대답하지 못하고 제 몸속으로 조금씩 파고드는 그만 느꼈다. 단단한 기둥이 질구를 서서히 가르고 박혀 들어왔다. 시연의 눈가가 자꾸 일그러졌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사랑해.”

또다시 감미로운 고백이 들려오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그의 페니스가 뿌리째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하윽…!”

시연이 그를 껴안으며 제 몸속을 드나드는 그를 느꼈다. 사랑이 충만한 섹스가 이렇게 달콤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그가 제 안으로 더 깊이, 더 짜릿하게 파고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성의 페니스가 뜨겁게 그녀를 드나들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과, 귀, 목 곳곳에 키스하며 허리를 쳐올렸다. 시연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다리가 더 넓게 벌어지고 질 안쪽에선 내벽이 그를 물고 오그라들었다. 그녀의 질 주름이 그의 페니스 껍데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가 페니스를 쭉 뽑아냈다. 엉망으로 젖은 기둥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그가 그녀를 제 위로 끌어 앉혔다. 단숨에 그녀의 질구를 제 페니스로 뚫어 꿰차고 허리를 흔들었다.

“아흑… 하아……!”

그에게 허리를 붙잡힌 시연이 거칠게 진동하는 페니스에 연신 울었다. 아래위로 흔들리는 반동에 탐스러운 유방이 쉬지 않고 출렁였다. 그가 그녀의 가슴에 달려들었다. 그녀의 질에 페니스를 박아 둔 채로 상체를 일으켜 유두와 유륜을 통째로 삼켰다.

“아흣…!”

은성에게 가슴을 빨리며 시연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그가 시연의 몸을 둥글게 만 채로 다시 허리를 내리꽂았다. 앵두처럼 새빨갛게 흔들리는 젖꼭지를 물어 빨고, 페니스론 그녀의 질을 벌려 깊숙한 안쪽을 휘저었다.

엉망으로 깔린 시연의 몸이 은성의 탐욕에 마구 일그러졌다.

퍽, 퍽, 퍽! 공중으로 솟구친 시연의 질구를 벌리고 은성의 페니스가 번개처럼 빠르게 내리꽂혔다. 교합한 구멍 주변으로 물이 튀었다. 그가 성기를 맞붙인 채로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자 서로의 액체가 하얗게 변색해 체모에 달라붙었다.

퍽!

그가 더욱 부풀어 오른 성기를 그녀에게 밀어 넣었다. 붉어진 질구가 한계치로 벌어지며 그의 페니스를 전부 받아들였다. 가혹할 정도로 넓게 벌어진 그녀의 질 내벽이 페니스 껍질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가 허리를 빼내자 새빨간 속살들이 기둥에 달라붙어 딸려 나왔다.

푸욱!

다시 들이치는 기둥에 시연이 못내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교성을 내질렀다.

“아흥! 아하읏……!”

그 기가 막히게 어지러운 소리를 들으며 은성이 또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성기에 제 것을 박아 넣었다. 질퍽이는 소리가 음악 같았다. 우는 교성이 아름다웠다. 페니스를 물어뜯는 그녀의 질 내벽이 정신이 나갈 정도로 좋았다.

퍽, 퍽, 퍼억!

그가 강하게 파고들었다. 이번엔 그녀를 옆으로 말아 눕힌 채 뒤에서 유방을 움켜쥐었다. 젖꼭지를 눌러 굴리며 그녀의 구멍을 찾아 다시 성기를 꽂아 넣었다.

푸욱. 깊숙하게 들어가 자궁을 누르는 귀두에 시연이 몸을 떨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완벽하게 꿰찬 채 계속해서 유린을 이어갔다. 아니, 사랑을 터트렸다.

아름다운 침상 속에서 둘만의 사랑이 절정을 향해 달렸다.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이 억울하다는 듯 지독하리만큼 강렬한 섹스가 계속되었다.

“아흣, 아아……. 하, 은성 오빠……!”

시연이 쾌감에 울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감각이 쏟아졌다. 곧 자궁 속에 그의 정액이 가득 들어차고 그것을 또 뱉어 내며 그녀가 쉼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마치 꿈결과도 같은 뜨거움과 쾌감이 그녀를 온통 메웠다.

* * *

“제 아내를 데려가서 죄송합니다.”

은성이 정중하게 사과했다. 구호 활동 관리자는 서둘러 양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이렇게 큰 도움 주신 데다 남은 시간 동안 여러 명 몫을 해 주셨는데, 저희가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시연 씨도 처음 계획대로라면 지금 돌아가는 게 맞는 걸요.”

시연이 제게 넘어온 시선에 서둘러 사과했다.

“번복해서 죄송해요. 다음번에 꼭 다시 올게요.”

“그래요. 우리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또 보면 좋겠어요.”

항상 바쁜 사람들이라 헤어짐은 짧게 했다. 시연은 일행에서 빠져 은성과 둘이 따로 돌아가기로 했다. 은성이 돌아가는 길에 잠시 다른 나라에 들릴 일이 있다고 한 이유였다.

시연은 오래도록 머문 곳을 떠나며 뒤를 잠시 돌아보았다. 차가 지나간 길에 흙먼지가 일었다.

“혹시 가기 싫은 거라면 지금이라도….”

“아뇨, 아니에요!”

은성의 말에 시연이 서둘러 자세를 바로 했다. 눈에 밟히는 아이들을 두고 가는 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생 그들을 책임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쓰다듬었다. 구호 활동 중 가장 마음이 쓰이던 아이였다.

아이는 10살도 안 된 나이에 부모를 잃고 동생을 돌보며 가장 노릇을 했다. 자신은 그 나이에 생각도 하지 못한 힘든 노동을 하고, 하루 중 유일한 한 끼를 동생들에게 양보했다.

운전하던 은성의 눈길이 잠시 사진을 스쳤다.

“결연 맺었다는 그 아이 맞지?”

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무거운 마음으로 한 가족을 돕기로 했다. 그래도 떠나는 길에 이 사진이라도 있어 위안이 되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넌 누구보다 잘할 거야. 그리고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마음 굳게 먹어.”

은성과 남은 시간 함께 활동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이번 귀국도 결정했지만 주된 이야기는 그녀의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은성은 시연의 꿈에 관해서 물었다. 시연은 여태 그런 걸 물은 사람이 없어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의 진지한 태도에 조금씩 말문을 틔웠다.

“네,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림을 그리며 경영을 복수전공 하기로 했다. 그래서 훗날 갤러리와 재단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기로 했다.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았다.

사실 겉으로만 보면 윤선경이 설계한 시연의 미래와 다른 건 없었다. 그러나 주체가 바뀌었고, 마음가짐과 응원하는 사람이 달라졌다. 그건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응원을 받는, 그녀의 꿈이자 미래였다.

은성이 은근슬쩍 시연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녀는 여전히 이곳에서 얻은 다짐을 새기는 중이었다. 조금 전 방향을 튼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도착 시각까진 아직 조금 시간이 있죠?”

“꼭 그렇진 않아. 어쩌면 차에서 식사해야 할 수도 있어.”

“네? 왜요? 비행기 시간은….”

“갑자기 바뀌어서 말 못했는데….”

말하다 말고 은성은 그녀의 눈치를 한 번 더 살폈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일정이 바뀌었어. 비행기가 아니라 배를 타야 할 것 같아.”

“네?”

“큰 배니까 그렇게 불편하진 않을 거야. 어쩌면 비행기보다 더 편안할 수도 있고.”

“하지만 배를 타면 느리지 않을까요?”

“일정이 미뤄져서 크게 상관은 없어.”

“그러면 다행이긴 하네요.”

다행은 시연이 바뀐 일정을 허락한 것이었다.

은성은 시연과의 동반 귀국을 결정한 후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그녀와 사랑을 확인하고 몸과 마음을 나누었지만 그건 한 번으로 끝났다. 시연과 결혼 후 아직 신혼여행도 가지 못한 데다 이대로 돌아가면 언제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며 돌아간다는 건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단 배를 타고 출발하면 말할 생각이었다. 개중 은율이나 한 비서에게 가장 먼저 알리긴 해야겠지만.

“좀 오래 가야 하니까 눈 좀 붙여.”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운전 오래 하면 오빠 힘들 텐데 어떡해요?”

은성은 시연의 말에 조금 힘든 내색을 했다. 시연의 시선이 측은해졌다.

“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그럴래?”

그가 짠 계획이 슬금슬금 시작되고 있었다. 시연에게 힘들다고 마사지도 받고 늦으면 늦는 대로, 도착하면 하는 대로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생각이었다.

시연은 그간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너무 마음을 주었다. 그 옆에서 외로워하는 자신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시연의 곁에서 활동을 자처했고 그녀에게 쉴 시간을 주기 위해 통 큰 기부도 했다.

그게 다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는 걸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다 상관없었다. 그녀가 그 일을 몰라도, 그녀만 좇는 제 심장을 몰라도 상관없었다.

오직 지금처럼 그녀만 제 곁에 있고, 자신을 보며 웃어 주면 그걸로 다 좋았다.

“저기 경치 나쁘지 않은데 잠깐 쉬어 갈까?”

“그래도 괜찮아요?”

늦을까 봐 걱정하는 시연에게 은성이 웃어 보였다.

“늦으면 다음 배 타지 뭐.”

“네?”

“농담이야. 잠깐 쉬는 건 괜찮을 거야.”

“그래요, 그럼. 오빠 힘든데 계속 운전하는 것도 위험하니까.”

이젠 애들이 아닌, 말끝마다 그를 걱정하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은성이 또 미소 지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비춰도 짜증이 아닌 벅찬 마음만 솟구쳤다.

“좋다.”

“좀 덥지 않아요?”

시연은 에어컨을 튼 차 안을 두고 굳이 뜨거운 바깥으로 나온 게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가 아무도 없는 야외에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어맛!”

깜짝 놀라는 아내를 제 품에 가두고 말했다.

“이젠 누구도 널 내게서 못 뺏어가.”

“뭐라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내가 이날을 얼마나 꿈꿨는지 알아?”

“꿈이요?”

그가 고개를 크게 당겼다.

“그래. 널 만나고 난 꿈이 생겼어.”

“오빠 꿈은 최고 경영자….”

“그런 건 꿈이 아니야.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시연은 그의 그늘 속에서 낮은 저음을 귀담아들었다. 뜬금없긴 했지만 어쩐지 중요한 말 같았다.

“시연아.”

“네.”

“넌 너무 빛이 나서 처음엔 내가 가질 수 없을 줄 알았어.”

반듯한 얼굴이 태양보다 더욱 환하게 빛났다.

“그런데 이제 가졌어. 그래서 난 지금 미치게 행복해.”

시연이 미소 지었다.

“그 말을 오빠가 내 선생님일 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잡혀 들어갔을 거야.”

요즘 농담을 곧잘 하는 그를 보며 그녀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면 단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며 제가 꺼내 줬을 거예요.”

“넌 내 마음 잘 모를 거야. 난 말이야, 그때에도 네가 손을 내밀면 그 철창 안으로 널 잡아끌었을 거야. 그래서 우리 둘 다 거기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을 거야.”

은성의 표정은 진지했고 시연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부터 볼까지 차근히 쓰다듬었다. 턱을 지분거리는 손길이 끈적했다.

“시연아, 내가 만든 철창 안에 잠깐만 들어올래?”

시연은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녀 또한 말을 못 할 뿐 매 순간 눈앞의 그를 심장이 터지도록 사랑하고 있으니까.

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들어가 있어도 되나요?”

농담에도 그는 웃지 않았다. 어쩐지 더 지독한 걸 원하는 눈길로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당겼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몸을 맞붙이고 선 남녀의 입술이 점차 가까워졌다.

“영원히 문을 안 열어 줄지도 몰라.”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품은 눈동자는 곧 사라졌다. 화염과도 같은 입술이 그녀를 뒤덮었다. 머릿밑을 태우는 열기는 곧 그녀의 몸을 관통한 희열에 녹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몸이 짙게 엉겼다. 태양도 녹여 버릴 듯 뜨거운 그들의 사랑이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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