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5/16)

4

“이거랑 신발이랑… 또 뭐가 필요하지?”

여행 가방을 싸는 시연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미 그녀가 준비한 가방 위론 많은 옷가지와 여행 용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녀가 가방 위로 올라온 옷을 양손으로 꾹꾹 눌렀다.

“속옷은 다 됐고, 혹시 모르니까 잠옷을 한 벌 더 챙길까?”

시연은 제 방으로 가 옷장 서랍을 열었다. 겨우 1박 2일인데 서랍과 옷장 군데군데가 비어 있었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잠옷을 좀 더 사 둘 걸 그랬네. 가져가려니 영 마땅한 게 없어.”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어?”

이제 시연은 문득 들려오는 대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왔어요?”

살갑게 다가가 그의 재킷을 벗겼다.

“옷 이리 주고 어서 가서 준비하세요.”

이번에 은성은 예전처럼 그녀를 타박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 주었다.

“옷만 갈아입으면 돼.”

“알고 있어요. 저도 거의 다 됐으니까 바로 출발하면 돼요.”

은성은 곧바로 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사라지자 조그맣게 숨을 내쉰 시연이 제 가방으로 걸어갔다. 지퍼를 잠그기 위해 옷을 꾹꾹 눌렀지만 가방은 좀체 잠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뭘 그렇게 많이 챙겼어?”

그는 평소에 보던 정장이 아니라 청바지에 가벼운 셔츠 차림이었다. 그녀의 입가가 환하게 끌려 올라갔다.

“와, 오빠 그렇게 입은 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은성은 이번에도 시연의 말실수를 지적하지 않았다. 단지 두근두근 뛰는 심장만 억누르며 그녀의 가방으로 가 옷가지를 들췄다.

“안 돼요!”

깜짝 놀란 시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가 제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을 물끄러미 보았다. 시연은 얼른 제 옷에서 그의 손을 떼 내었다.

“어, 그게… 이것들이 다 필요한 것들이라서요…….”

“하룻밤 여행에 이게 전부 필요하다고?”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의 불만에도 시연은 제 의견을 고집했다.

“네! 여자들은 원래 짐이 좀 많아요.”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이 큰 가방이 잠기지도 않잖아.”

“그럼 조금만 뺄게요. 은성 씨는 잠깐 방에 들어가 있어요.”

높다란 덩치를 그녀가 뒤에서 떠밀었다. 그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잠시 방에 갇혔다. 얼마 후 시연이 방문을 열어 주었다.

“이제 다 됐어요. 출발하면 돼요.”

그녀의 가방은 여전히 뚱뚱하지만 그래도 꼼꼼히 닫혀 있었다. 조금 불편한 기색으로 그가 시연에게서 가방을 가져갔다.

“그럼 이제 가. 내 건 차에 있어.”

“네!”

명랑한 음성이 거실에 잠깐 울렸다.

은성은 오전에 잠깐 출근했다가 돌아왔고 둘은 곧장 서해로 출발했다. 동해로 가자는 걸 운전하기 힘들다고 시연이 목적지를 바꾸었다. 어쨌든 둘이 처음 가는 바다 여행에 시연은 국도에서 차창을 열고 바람을 쐤다.

미지근한 바람일지라도 일상을 탈출하는 여행에서 만난 공기는 좋기만 했다.

“그만 창문 올려. 에어컨 트는 게 더 시원해.”

“뭐라고요?”

들이치는 바람에 은성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시연이 커다랗게 되물었다. 그를 돌아보는 얼굴로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선한 미소를 띤 그녀의 얼굴을 그가 물끄러미 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창문 올리라고.”

“아, 네. 알겠어요.”

시연은 곧장 고개를 돌려 창문을 올렸다. 이후 그녀의 얼굴은 그에게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창밖을 향했다. 은성은 곧장 에어컨을 틀었다. 찬 바람이 그녀의 얼굴에 닿지 않게 방향을 조절했다.

“먼지바람이라 오래 쐬면 안 좋아.”

“맞는 말이에요.”

그녀는 수긍하면서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은성이 묵묵히 운전에 집중했다.

얼마 후 고요하던 차 내엔 시연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시연이 눈을 크게 뜨곤 은성을 쳐다보았다.

“이 음악….”

“내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 정도는 미리 준비해야지.”

시연은 그가 자신에 대해 뜻밖에 세세히 알아 매일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저 연하게 다시 미소만 띠었다.

“은성 씨는 정말 기억력이 좋은 것 같아요.”

“왜, 너무 오래된 일이라 모를 줄 알았어?”

“아뇨, 오래돼서가 아니라 그땐 제가 한 말 같은 건 당연히 흘려들을 줄 알았거든요.”

음악을 즐기는 시연의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고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그가 잠깐 쳐다보았다.

그는 시연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자신이 소혜와 약혼한 그해에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그가 운전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툭 내뱉었다.

“네가 한 말 하나도 허투루 들은 것 없어.”

시간이 흐를수록 흘려들은 건, 아니 귀에 들어오지 않은 건 소혜의 말이었다. 실제로 시연을 마음에 담고서 소혜가 한 말을 종종 듣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소혜가 섭섭한 내색을 비추기도 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그녀가 따뜻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은성의 심장이 또다시 뛰었다.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야. 난 네가 한 말 전부 기억해.”

“네, 어쨌든 고마워요. 저도 은성 씨처럼 기억력이 뛰어나면 참 좋을 텐데.”

“잊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내게 말해. 그럼 내가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

시연은 대답하지 않고 연이어 미소만 지었다.

그에게 잊고 싶지 않은 걸 얘기할 순 없었다. 그건 대부분 언니와 관련된 일이었다. 언니가 해 준 말, 언니가 해 주었던 행동, 언니가 나눠주었던 마음들이었다.

언니의 죽음을 처음으로 안 사람이 바로 약혼자인 그였다. 자신과 가족의 상실감도 어마어마했지만 그의 충격 또한 묻지도 못할 만큼 클 터였다.

“앞으로 그런 게 생긴다면 그렇게 할게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이혼해서 남남이 되더라도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한 가지 정도는 그에게 남겨도 되지 않을까.

창밖을 스치는 그녀의 시선을 거슬러, 그녀가 볼 모든 풍경을 그가 눈 안에 먼저 세세히 담았다.

* * *

숙소에 도착한 시연은 서둘러 제 방을 정하고 가방부터 옮겼다. 은성이 가방을 들여 주자 그녀가 서둘러 그를 밀어냈다.

“잠깐이면 돼요!”

“그냥 밥 먹는 건데 옷을 갈아입어야 해?”

“금방 갈아입는다니까요!”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까지 단단히 거는 소리에 은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은성이 창밖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다 갈아입었어?”

“네….”

뒤돌아본 그의 동공이 순간 확장되었다. 여태 시연은 치마를 거의 입지 않았다. 입어도 단정한 옷 위주여서 이런 모습의 그녀는 거의 처음 보았다.

하늘거리는 하얀 원피스가 그의 시선을 압도했다. 수줍게 미소를 띤 얼굴엔 옅은 홍조가 올라 있었다. 그의 검지가 조심스레 그녀의 볼을 가리켰다.

“화장… 고쳤어?”

“조금이요.”

볼 터치를 했는지 붉은 기가 예쁘게 번져 있었다. 볼 터치는 소혜가 자주 했었다. 반면 시연은 항상 창백할 정도로 하얀 민얼굴로 다녔다. 그래서 단번에 화장이 바뀐 걸 알아챘다.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상해요?”

“아, 아니.”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어, 은성 씨 말 더듬는 거 저 처음 봐요.”

은성은 이내 몸을 돌렸다. 당황한 제 모습을 더 들킬 순 없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래. 배고프다. 어서 가자.”

“앗, 죄송해요!”

시연이 그의 뒤를 후다닥 따라붙었다. 종아리를 조금 넘기는 원피스 자락이 나풀나풀 날렸다.

은성은 현관에서 신을 신고 그녀를 기다렸다. 옷에 어울리는 샌들에 발을 끼우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다 됐어요!”

미안한 듯 서두르는 그녀의 손을 그가 가져가 잡았다.

“손잡아도 되지?”

“…네.”

시연이 조심스레 그의 손을 맞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섞이는 손과 함께 앞서는 은성의 입가에, 뒤따르는 시연의 입술에 나지막한 미소가 맺혔다.

점심 메뉴는 해물로 정했다. 은성은 식당으로 가는 내내 시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시연은 그를 따라 걸으며 이따금 맞잡은 손을 보았다.

조금 어색하긴 해도 몇 번 잡아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익숙해진 느낌이었다.

“낙지도 한 마리 부탁드립니다.”

식당 주인에게 음식을 부탁하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순간 그가 그녀를 뒤돌아보았다.

“저기 바닷가에 좀 갔다 오자.”

그녀가 놀란 기색을 숨기고 대꾸했다.

“음식은 어쩌고요?”

“밀린 주문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하네. 30분 정도 산책하고 오면 시간 맞을 것 같아.”

“네….”

그는 시연의 신발을 한 번 쳐다보곤 제 신부터 벗었다. 그러곤 기꺼이 무릎을 접어 앉더니 그녀의 발에서 샌들을 벗겨 냈다.

“저기부터 바로 모래밭이니까 신은 벗고 가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시연은 그의 제의에 순순히 응했다. 그에게 맨발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도 그 역시 같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신을 벗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맨발로 길을 걷는 느낌이 조금 어색했다.

“잠깐만.”

모래사장 앞에서 그가 걸음을 멈추고 손을 놓았다. 단숨에 셔츠를 벗더니 시연의 머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해가 뜨겁네.”

“괜찮아요, 전. 이러면 은성 씨 목이랑 팔이 다 타잖아요.”

숙소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선크림을 챙기지 못했다. 은성은 지금 민소매 티셔츠 하나만 입은 상태였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굵고 탄탄한 팔뚝을 걱정스레 지나쳤다.

“잠깐이라 난 괜찮아. 그리고 타도 거의 셔츠만 입어서 상관없어.”

“하지만 햇볕에 타면 따가울 텐데….”

“괜찮대도.”

그녀의 만류에도 그는 이내 시연을 떠밀어 모래밭으로 들어섰다.

“앗, 뜨거워!”

햇빛에 달궈진 모래에 그녀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은성이 셔츠를 한 손에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뛰자!”

“네?”

그가 시연과 함께 바닷가로 질주했다. 발은 뜨거웠지만 귓가를 스치는 바닷바람은 시원했다. 시연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꺄아하……!’ 작게 소리치는 그녀의 비명을 들으며 그가 파도가 찰랑대는 물가로 뛰었다.

네 개의 발자국이 금세 젖은 모래 위로 자국을 남겼다.

“여긴 괜찮지?”

시연에게 물으며 그는 다시 셔츠를 펼쳐 그녀의 머리 위에 그늘을 드리웠다. 시연이 조금은 불편한 내색으로 올려다보며 답했다.

“네, 괜찮아요. 그리고 뛰다 보니 발 뜨거운 것도 재밌었어요.”

“저기까지 좀 걷자.”

“네.”

두 사람의 발 등 위로 시원한 바닷물이 들이쳤다가 사라졌다. 시연은 발을 적시는 파도를 구경하면서 그와 나란히 걸었다.

“그런데 저 정말 괜찮아요. 여름이니까 햇볕이 뜨거운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조금 걷다 보니 시연은 이젠 그의 드러난 피부도 그렇지만 팔이 아플까 걱정되어 다른 것엔 집중되지 않았다. 그가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곧 구름이 해를 가릴 거야. 그때 내리면 돼.”

시연이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의 말대로 커다란 구름이 해 주변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구름은 해를 삼켰다.

머리 위에 떠 있던 셔츠가 그녀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시연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먼바다만 보았다.

“그냥 걸치고 있어.”

시연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그에게 손을 잡힌 채 계속 걸었다.

은성은 잠시 시원한 파도와 뜨거운 공기와, 제 곁에 있는 여자를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지금과 같은 평온한 순간이 오리라고 기대한 적 없었다.

시연은 매 순간 어린 여학생일 뿐이었고 자신은 그런 그녀에게 무언가를 바랄 수 없었다. 제 곁엔 그녀의 언니가 있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믿지 못한 상황이 눈부신 모래사장과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잊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떠나보내는 순간이 오더라도 지금만큼은 평생 기억하고 싶었다.

그가 자신처럼 여름을 느끼는 그녀를 보았다. 연한 미소와 새하얀 원피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러나 하얀 옷은 단점이 있었다.

실내에선 몰랐는데 밝은 빛에 들어가니 속이 훤히 비쳤다. 자꾸 그녀의 속옷에 시선이 머무르려는 제게서 그녀를 보호해야 했다. 물론 다른 놈들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4년 전 소혜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려는 길에 비에 흠뻑 젖은 시연을 만난 적 있었다.

[왜 이러고 있어?]

그녀의 손엔 그녀처럼 빗물에 푹 젖은 하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어?]

그날 본 시연의 눈빛을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다. 은성은 속옷이 비치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 서둘러 재킷을 벗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거절했다.

[입어. 감기 걸려.]

[괜찮아요. 감기 그까짓 거 걸려도 하나도 안 아파요.]

[내가 안 괜찮으니까 어서 입어!]

제 시선을 멈추기 위해 억지로 그녀에게 옷을 입혔다.

[우산은?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없이 어딜 갔다 오는 거야?]

화를 냈지만 돌아오는 건 공허한 눈빛뿐이었다.

[옷은 감사합니다. 잘 세탁해서 돌려 드릴게요.]

[지금 옷이 문제야? 너 대체 어딜 갔다 온….]

[은성 씨, 아직 안 갔어요? …어머나, 세상에! 시연아!]

그때 소혜가 다시 밖으로 나와 시연과는 더 대화를 잇지 못했다. 소혜는 서둘러 시연을 데리고 들어갔고 은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였다. 시연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한 게. 아직 열일곱밖에 안 된 어린 소녀가 어째서 그런 얼굴로 비를 맞고 돌아다녀야 했는지. 손에 들린 꽃은 누굴 위한 것이었는지.

은성은 그때와 달리 지금은 어여쁘게 웃고 있는 그녀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왜요? 이제 그만 돌아갈까요?”

그녀는 처음 보았을 때도 꽤 성숙했었다.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것도 없는 외모로 지그시 웃는 그녀가 은성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아팠다.

“왜 네 키는 자라다가 말았을까?”

“네?”

“그렇잖아. 널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고등학교 1학년 말이었는데, 그때 키와 지금 키가 같잖아.”

“아니에요! 2cm 정도는 더 자랐다고요!”

시연은 발끈하며 언제나처럼 얼굴에 열을 올렸다. 발뒤꿈치를 세우고 허리를 곧추세우는 모습이 미치게 어여뻤다.

“잘 보세요! 그리고 전 중학교 때 이미 거의 다 자랐거든요! 오빠 키가 무식하게 커서 그렇지 제 키도 작은 건 아니에요! 지금은 아마도 168cm는 될걸?”

없는 2cm를 붙여 부르는 그녀를 그가 구름에 가린 태양과도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키스해도 돼?”

“네? 네에……?”

이렇게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입술을 지금 훔치지 않는다면 그건 남편으로 해야 할 도리가 아니었다.

“바, 방금 제가 잘못 들은 거죠?”

“키스한다.”

“……!”

은성은 시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뜨겁게 입술을 겹쳤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그녀의 입술만 느꼈다.

보드랍고 따뜻한 그녀를 제게로 빨아들였다. 살갗을 혀로 핥아 내고 멍하니 벌어진 입술 사이로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그가 입술을 맞붙인 채 방향을 바꾸며 혀로 그녀의 입 속을 훑어 냈다. 존재를 잊은 듯 움직이지 않는 혀를 잡아채 강하게 얽고 비볐다.

“으읍……!”

지나가던 누군가가 쳐다보아도 상관없었다. 지금 그녀는 오롯이 그만의 것이었다.

진하게 혀를 섞고 입술을 빨아들이던 그가 조금씩 멀어졌다.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서 쌕쌕거리는 숨이 나와 흩어졌다.

은성은 시작할 때와는 달리 눈을 감은 그녀의 입술을 엄지로 닦아주었다. 남들이 새빨갛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을 보는 게 싫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가, 갑자기… 사람도 많은데…….”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뒤돌아 걸었다.

“발 뜨겁지 않아? 너 거기 안 젖은 곳이야.”

그의 말에 그녀가 제 발아래를 쳐다보았다.

“앗, 뜨거워!”

그녀가 또다시 까치발을 하고 펄쩍 뛰었다. 그런 그녀를 그가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첨벙첨벙 소리를 내며 그녀가 그의 품에 안겨 들었다. 파도가 몰려와 두 사람의 다리를 동시에 휘감았다.

“꺄아!”

시연의 비명이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그가 그녀의 손을 힘줘 잡았다.

“꺄아, 너무 시원해요!”

심장이 멎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웃음을 들으며 그가 계속 파도 속을 걸었다.

* * *

남편 회사 사장실을 찾은 선경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연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소파 상석에 기대앉아 다리를 꼬았다. 어제 백화점에서 산 명품 구두가 과할 정도로 선명한 빛을 뿜어냈다.

“역시 HLA 그룹이네요. 원하는 만큼 보조해 준다더니 거짓말이 아니었어!”

“요즘 바쁘니까 다음에 오라고 했잖아요.”

서류에 사인을 휘갈긴 시환이 조금 불만스러운 듯 툴툴대며 소파에 앉았다. 대번에 선경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나도 회사 경영에 관여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요! 앞으로 내가 찾아올 때마다 잔소리할 거면….”

“알았어요! 난 갑자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그러지….”

시환은 이번에도 금세 꼬리를 내렸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시환은 선경에게 이따금 말로만 불만을 표할 뿐 제대로 된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선경이 만족스러운 듯 커피를 들어 마셨다.

“역시 돈이 좋긴 좋아. 사장실을 이렇게 꾸며 놓으니 방문하는 맛도 나고 얼마나 좋아요.”

이번엔 시환의 표정도 헤실헤실 풀렸다.

“이번엔 돈 꽤 썼어요. 그래서 그런지 티가 확 나나 봐?”

“그럼요! 진즉에 이렇게 해야 했는데. 우리 소혜만 그렇게 되지 않았어도…!”

또다시 불거진 딸 얘기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래도 시연이 소혜를 대신해 줘서 참 다행이지 않소.”

“다행은 뭐가 다행이에요? 소혜가 살아서 그 부를 다 누렸어야 했는데! 그리고 우리도 좀 더 일찍 이렇게 살았어야 했다고요!”

아내의 화에 시환이 동의했다.

“그건 그렇지. 그래도 다 지나간 일이니 이젠 잊고 앞으로 잘 살 생각만 합시다.”

선경이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당신, 아무리 이젠 소혜가 없다지만 늦게 들인 딸이라고 섭섭하게 말하면 나 가만 안 있어요.”

“내가 뭘 섭섭하게 말해요? 소혜나 시연이나 다 소중한 자식인 것을.”

“그래도 시연인 태어날 때부터 아빠 사랑받았으니 솔직히 소혜를 더 편애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내 당신 말대로 다 해 왔지 않소.”

누구도 듣지 못하는 공간에서 은밀한 대화가 오갔다.

“난 당신이 예전에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또, 또 그 소리!”

선경이 벌컥 화를 냈다.

“또 그 소리라니! 나는 그 말에 얼마나 모진 상처를 받았는데! 우리 소혜가 당신 자식이 아니라는 말을 듣곤 콱 혀 깨물고 죽고 싶었다고요!”

“아니, 이 사람이 왜 또 그 얘기를 꺼내요…. 그건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잖아요.”

선경의 입술 밖으로 숨기지 못한 분노가 연신 씩씩 소리를 내며 흘렀다.

“그래도 난 죽을 때까지 못 잊어요. 그러니 소혜가 없다고 해도 말 가려서 잘해요. 시연이한테 언니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도 항상 되짚어 주고!”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합시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아픈 옛날얘기만 해서 뭐 해요?”

“소혜는 자주자주 찾아가고, 여기서는 앞으로 비단길인 우리 미래만 생각합시다.”

‘흠.’ 목청을 가다듬은 선경이 다시 우아한 척 커피를 들어 마셨다.

“현 비서한테 커피 좀 더 내려 오라고 해요.”

“현 비서요?”

선경이 꼰 다리를 풀며 짜증을 냈다.

“현 비서가 신입이잖아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냥 좀 해요!”

“아, 알았어요.”

시환이 몰래 입술을 삐뚜름하게 말며 비서실을 연결했다.

“현 비서한테 커피 좀 더 가져오라고 해.”

-현 비서 말씀이세요?

“그래. 현종원 비서.”

-알겠습니다, 사장님.

얼마 후 젊고 훤칠하게 생긴 남자 비서가 커피 쟁반을 들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그의 탄탄한 몸매를 대놓고 훑으며 선경이 현 비서의 손에서 커피를 받아 갔다.

“아휴, 현 비서. 손이 왜 이렇게 까칠해? 화장품 좋은 거로 하나 사 줘야겠네.”

“아, 아닙니다. 사모님.”

“괜찮아. 현 비서, 여기 잠깐 앉아 봐.”

시환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내버려 둔 채 그녀가 연이어 현 비서에게만 신경을 쏟았다. 시환의 눈길이 둘을 짜증스럽게 쳐다보았다.

* * *

-여행 갔으면 즐겁게 놀 것이지 전화는 왜 했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보원은 가자마자 뭐 했느냐며 시연의 일거수일투족을 물었다.

“너한테 전화하는 일정도 여행 계획에 다 포함되어 있었어. 우리 다음엔 같이 여행 가자. 와 보니까 생각보다 좋아. 은성 씨도 잘 대해 주고.”

-와, 얘 말 예쁘게 하는 거 봐. 그런 건 대체 어느 학원 가면 배울 수 있어?

시연이 까르르 웃었다.

“그 학원 원장을 내가 아주 잘 아는데, 넌 공짜로 가르쳐 주라고 할게.”

보원의 목소리도 환한 웃음기를 머금었다.

-너 정말 기분 좋아 보여서 내 기분도 좋다. 남편이 잘해 준다니 다행이네. 네 말대로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여행 가자.

“응!”

보원이 또 한 번 활짝 소리 내 웃었다.

-내가 눈치도 없게 너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네. 전화 이제 그만 끊자. 참, 우리 계획 알지? 눈치껏 지금부터 슬슬 컨디션 안 좋은 척해.

“알아서 잘할게. 걱정하지 마.”

-그래. 잘할 거라 믿으마. 잘 놀고 학교에서 봐.

“응. 또 전화할게.”

-됐다. 월요일에 보자.

호텔 테라스에서 통화를 끊은 시연이 얼굴에 미안함이 묻은 미소를 잔잔히 띠었다. 그녀는 보원이 말한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둠 속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은성과 단둘만의 시간이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그는 그녀를 배려했고 여태 흠잡을 데 없이 무척 잘해 주었다.

“안 들어오고 뭐 해?”

은성이 테라스 문을 열고 나왔다. 막 씻고 나온 그의 머리에서 바람이 물기를 훔쳐 갔다.

“여기 정말 시원해요. 여름은 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캄캄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여기가 마음에 들면 언제든지 올 수 있게 근처에 별장 하나 사 줄까?”

“뭐라고요?”

뜬금없는 대화에 시연이 꽤 크게 웃었다. 그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가 웃겨?”

“하하, 웃기죠. 좋다니까 바로 별장을 사 준다니.”

그의 고개가 슬쩍 기울었다. 시연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에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 제가 동해도 좋고 제주도도 좋고, 남해도 좋다고 하면 그 모든 곳에 다 별장을 사 주실 거예요?”

“지금 당장은 좀 힘들겠지만 회사가 빨리 안정되면 못 할 것도 없지.”

“네?”

시연은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래요?”

“그게 왜 말이 안 돼?”

두 사람 대화 사이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시연은 점점 웃음기를 거두었다.

“설마 그게 당연한 거라고요?”

“그러는 넌 왜 그게 안 된다고 생각해?”

“그야 당연히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소혜 명의의 별장이 두 채였던 건 알고 있어?”

“네?”

순간 침묵이 둘을 에워쌌다. 파도 소리마저 잦아드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 별장은 지금은 사라졌지. 내가 알기론 장모님 명의가 되었다가 판 거로 알아.”

시연의 호흡이 조금씩 불규칙해졌다. 은성의 눈빛은 낮보다 날카로운 듯했다.

“집안 사정이 괜찮았다면 장모님께서 가지고 있다가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주셨을 수도 있겠지.”

“제가 어려서 그런 건 잘 몰랐나 봐요.”

“그래서 어떻게 해?”

“뭘요?”

“별장. 사 줘? 아니면 지어 줘?”

조금 심각해진 분위기에도 여전히 별장 타령을 하는 은성을 보며 시연은 또다시 가볍게 웃었다.

“왜 웃어? 아직도 내 질문이 웃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시연이 미소를 띤 채 손을 내저었다. 은성은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이제 청소년 벗어났으면 그에 걸맞게 생각해.”

“네, 그럴게요. 그런데 그 별장 소리는 이제 그만 좀….”

“나시연.”

그가 둘 사이를 가로막는 그녀의 손을 휘어잡았다. 더는 시야를 어지럽히지 않게 허공에 꽉 붙들고는 진지한 음성으로 낮게 말했다.

“네 어머니는 별장이 몇 개였을 것 같아?”

일순 시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잘 들어, 나시연. 네 어머니는 별장만 열 채를 넘게 보유하셨었어. 그런데 넌 겨우 별장 한 채에 허무맹랑하다는 듯 웃으면 안 되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물론 지금의 장모님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잘 알 거야. 그러니 순진한 얼굴로 웃기만 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은성 씨…….”

그가 그녀의 손을 놓아주곤 뒤돌아섰다.

“너도 그만 씻어. 밤새 그러고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달칵. 그가 들어가 닫은 테라스 문소리가 시연의 귓가에 맴돌았다. 시연은 그가 던진 엄마 얘기에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그가 제 친엄마를 언급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문득 그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과 결혼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시원하던 파도 소리와 바람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 * *

친엄마 얘기에 괜히 둘 사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씻고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빗는데 은성이 노크 후 들어왔다.

“와인 할래?”

“네.”

시연은 술을 마다치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자 테이블엔 이미 술과 안주가 세팅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그녀의 차림에 입을 댔다.

“무슨 옷을 하루에 몇 번씩 갈아입어?”

“은성 씨도 씻고 옷 갈아입었잖아요.”

“이건….”

설명하려던 그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잔에 술을 따랐다.

“전에 보니 와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시켰어.”

“네, 와인 좋아해요.”

그가 그녀에게 잔을 건네주었다.

“혹시 별장보단 옷이나 액세서리를 더 선호해?”

“네?”

또 동그래진 그녀의 눈매에 그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됐어.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혹시 옷을 자주 갈아입어서 하는 질문이라면, 그건 그냥 오늘이 우리 첫 여행이기도 하고 또 첫날밤……이기도 하니까…….”

그녀답지 않게 늘어지는 말에 그가 눈매를 지그시 접었다.

“계속 말해 봐.”

“그러니까… 원래 여자들은… 특별한 날에 좀 더 특별하게 예…….”

“예…?”

눈을 질끈 감은 시연이 빠르게 대답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니까 그런 거예요!”

말을 마친 그녀가 눈앞에 놓인 와인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은성이 손을 뻗었다.

“애네. 다 묻히고.”

입가에 묻은 와인을 엄지로 닦은 그가 손을 그대로 제 입으로 가져갔다. 시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맛있는 음식을 남겼다는 듯 혀를 내밀어 핥아먹는 모습에 시연의 볼이 새빨개졌다.

“키스도 몇 번이나 했는데 뭘 이런 거로….”

그가 웃음기를 머금은 채 와인을 목으로 넘겼다. 시연은 고개를 떨구고 떨리는 심장만 다독였다.

쪼르륵. 시연의 잔에 또다시 붉은 와인이 찼다.

“친엄마 얘기는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은성은 소파에 몸을 기대며 와인을 빙글빙글 돌렸다.

“전에 어떻게 좀 알게 됐어. 너한테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딱히 말해야 할 이유도 없었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큰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니 재벌가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을 터였다. 예전에 집안이 꽤 부유했다는 사실은 시연도 들은 적 있었다.

“이해해요. 갑자기 엄마 이야기를 들어서 꽤 놀랐어요. 최근엔 누군가와 엄마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지럽게 돌던 은성의 술잔이 멈추었다. 그가 잔 속에서 여전히 미동하는 술을 직시했다.

“그래도 이렇게 듣게 되니 좋아요. 이젠 누구도 엄마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하지만 오늘 그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조금 짙어진 그의 눈동자에 시연이 긴장하며 와인을 조금 넘겼다.

“네. 아무래도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니까요.”

“그보단.”

그가 일어나 느릿하게 시연의 곁으로 다가갔다. 시연은 몸을 조금 당겨 그가 옆에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묵직하게 소파가 꺼지는 느낌에 그녀의 심장 박동이 조금씩 가팔라졌다.

“네 말대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귓가에서 속삭이듯 들리는 그의 음성이 간지러웠다. 시연은 더듬더듬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숨결이 목덜미까지 가까워졌다.

“나시연.”

“네…….”

“기다렸어. 오늘….”

“…….”

그가 그녀의 손에서 잔을 가져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시연은 그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눌렀다.

“흡….”

시연은 숨을 꾹 참았다. 그의 입술이 자신을 빨아들이는 감각을 견디기 힘들었다. 목덜미에 키스하며 체향을 들이켜는 그의 숨소리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안고 싶어….”

“으, 은성 씨…….”

“침대로 가.”

그의 입술이 그녀의 쇄골을 따라 조금씩 옆으로 이동했다. 시연은 고개를 비튼 채 눈을 꼭 감았다. 허스키한 저음이 그녀의 몸을 통째로 울리는 것 같았다.

결국 목을 지분거리던 입술이 올라와 그녀의 입술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찰나의 순간 시연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샜다.

쫍, 쪼옥….

은성이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빨아 댔다. 이전과는 달리 남자의 욕망을 드러내듯 부드러운 살결을 강하게 물었다. 그의 입 속에 끌려 들어간 살이 뭉개질 것처럼 빨렸다. 두껍고 욕망에 젖은 혀가 그녀를 마구 핥고 삼켰다. 시연의 입술이 완전히 그에게 먹혔다.

“으음… 읍…!”

방향을 바꾼 그가 또다시 그녀의 입 안으로 들이닥쳤다. 타액과 강인한 혀를 통째로 밀어 넣으며 그녀의 안을 차지했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혀와 혀가 그녀의 입 속에서 엉망으로 엉키고 나뒹굴었다. 끝내 마치 하나처럼 얽힌 살덩이가 입 속 연약한 점막 곳곳을 침범하고 비벼 댔다.

“읏…! 으읍……!”

호흡을 잘하지 못해 그녀가 힘들어해도 그는 살짝살짝 숨 쉴 틈만 주곤 연이어 그녀를 먹어 치울 듯이 삼키고 빨아 댔다. 질척한 침이 서로의 입 속을 메우며 오갔다.

정신을 차리기 힘든 아찔한 키스에 시연이 그의 어깨를 꼭 붙들고 떨었다. 한참을 그녀의 입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가 찐득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벌어진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가는 실선이 적나라하게 이어졌다.

그는 시연이 몸을 추스를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그녀의 다리와 등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침대로 가.”

똑같은 말에 그녀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 시연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은성은 단숨에 그녀를 공중으로 번쩍 안아 들고는 그의 침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녀가 잔뜩 붉어진 얼굴을 그의 품속에 숨겼다.

그는 시연을 넓은 침대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그러곤 바로 제 셔츠를 벗어 내던지고 그녀 위로 올라탔다. 마주한 남녀의 시선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은성은 발그레한 얼굴로 투명하게 올려다보는 시선에 심장이 울컥했다. 자신이 만든 모습이었다. 자신이 시연을 여자로 만들려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배려도 없이 덤벼들었다.

그에 남자를 유혹하듯 어지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그녀를, 그는 지금 더욱 험하게 안을 생각이었다.

“만져 볼래?”

그가 시트를 잔뜩 움켜쥔 그녀의 손을 가져와 제 가슴에 대었다. 시연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렀다. 움찔거리는 시연의 손가락이 그의 돌출된 젖꼭지를 언뜻언뜻 스쳤다. 은성의 미간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제가… 해 볼게요.”

순간 은성의 손이 멎었다. 시연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자신이 한 말대로 조금씩 조심스럽게 그의 가슴을 만졌다. 탄탄한 가슴 근육이 그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렸다.

“되게… 단단하네요. 그런데 부드러워요.”

은성은 그녀의 시선이 미세하게 이동하는 걸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달콤한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를 가슴 깊숙이 새겼다.

“왠지… 여자 가슴보다 더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시연은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까. 남자 심장을 터트릴 작정일까.

그의 너른 가슴을 어루만지던 그녀의 시선이 어느덧 한 지점에서 멈췄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이 그의 젖꼭지를 슬쩍 건드렸다. 은성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여기도… 만져 봐도 되나요?”

은성은 대꾸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을 받은 그녀의 동공이 환하게 빛났다. 마치 사탕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맑았다. 은성은 그녀의 눈빛과 이질적인 움직임에 아래가 저릿했다.

연필, 볼펜, 수저 같은 것 외 저급한 건 만지지도 않았을 듯한 손가락이 그의 젖꼭지를 살살 긁었다. 은성은 젖꼭지에 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아주 작은 터치일 뿐인데 모든 신경과 감각이 그곳으로만 몰렸다. 젖꼭지가 단단해지며 곤두섰다.

“어맛……!”

젖꼭지의 변화에 그녀가 놀라 손을 뗐다. 은성은 다시 그녀의 손을 제 젖꼭지에 가져다 대고 거칠게 비벼 댔다.

“유두 만지면 단단해지고 부푸는 거 몰라? 이 정도는 비벼야 내가 느끼지.”

말은 강하게 했지만 은성은 젖꼭지가 터질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다. 결국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런데 그녀는 미안한 듯 눈살을 접고는 다시 그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죄송해요. 다시 할게요.”

뭐?

은성은 당황했지만 그건 다른 이유로 완벽히 감춰졌다. 그녀가 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세워 단단해진 그의 젖꼭지를 꾹 눌렀다. 손톱에 눌려 비벼지는 유두가 어마어마한 전기를 그의 몸속에 퍼트렸다.

“읏…!”

숨기지 못하고 짧게 신음을 뱉은 은성의 모습에 그녀가 안도하며 이번엔 아예 양손으로 그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너 지금 뭐 하는…!”

그러나 그 말은 이번에도 다른 움직임에 감춰졌다. 그녀가 그의 단단해진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굴렸다. 다른 쪽은 손바닥으로 밀착해 둥글게 비볐다. 은성의 양쪽 젖꼭지가 한꺼번에 다른 방식으로 자극되었다.

은성은 몸을 뒤로 물리지도 못하고 그녀에게 가슴을 내준 채 쾌감을 견뎠다. 아랫도리가 말도 못하게 뜨거워졌다.

그녀가 하체를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곤 이내 시선을 들어 이번엔 가슴 전체를 요염하게 쓰다듬었다. 긴장한 듯 후우, 내뱉는 그녀의 숨결이 그의 전신을 한층 더 달구었다.

애무를 참던 그가 결국 요리조리 움직이는 손을 밀쳐내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또다시 멋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읍…!”

시연은 키스에 약했다. 키스만 하면 항상 비 맞은 새처럼 파들파들 떨었다. 은성은 그녀의 입술과 혀를 빨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이번엔 시연이 그의 손을 밀어내곤 직접 팔을 둘러 그의 목을 감았다. 제 목을 휘감아 오는 보드라운 감촉에 은성의 머릿속에 폭풍이 몰아쳤다.

위협으로 하던 키스에 점점 진심이 실렸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녀와의 접촉에 감정은 배제하려 했으나 어차피 그녀는 어떤 게 진짠지 알지도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시연아!’

마음으로만 온통 사랑을 호소하며 그가 그녀의 입술을 갈구했다.

그녀가 그와 함께 짙은 키스에 빠져들었다. 항상 그가 해 주는 키스를 받기만 했는데 이번엔 직접 팔을 감아 안으니 그 느낌은 더 뜨거웠다. 떨리기만 하던 키스가 황홀하고 벅찼다. 그의 움직임에 그녀가 동참해 함께 움직였다.

쪽, 쪽, 쪼옥…….

시연이 조심스레 그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침과 함께 엉망으로 얽힌 혀도 움직여보고 맞물린 살도 빨아 맛을 보았다. 열렬히 키스하던 그가 잠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는 곧 더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해 왔다.

넓고 하얀 침대 위에 뒤엉킨 남녀는 누가 봐도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이었다. 서로의 입술을 목마른 듯 갈구하며 타액을 나누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그득 쥐었다. 시연이 움찔했지만 마다치 않고 또다시 키스에 빠져들었다.

은성이 그녀의 입술을 떠나 귀를 빨았다. 혀로 귓바퀴를 핥기도 하고 귓구멍도 찔렀다. 움찔움찔 떠는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어느덧 그의 시선 앞에 조금 드러난 가슴 무덤을 그가 태양처럼 뜨겁게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피했다.

“그, 그렇게 보면….”

“내가 좀 급한데, 옷 다 안 벗기고 해도 돼?”

“네…?”

마주쳐 흔들리는 시선이 은성의 가슴을 쿡 찔렀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완전히 부풀어 옷을 뚫고 나올 것처럼 부푼 페니스를 그녀의 허벅지에 대놓고 문질렀다.

“원랜 안 그런데, 지금은 오랜만이라 참기 힘들어서.”

“아…….”

시연이 뭐라고 할까. 이 정도 했으면 놀라거나 마음이 상해서 물러설까?

자신이 욕심껏 빨아 부푼 그녀의 입술이 살며시 떨어졌다. 은성은 돌아올 그녀의 대답에 집중했다.

“전… 상관없어요.”

뭐?

은성은 이번에도 아주 잠깐 당황했다. 그러나 곧 표정을 가다듬곤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래? 다행이네.”

그가 즉시 상체를 들어 바지를 벗어 침대 밖으로 내던졌다. 페니스는 이미 질척한 물을 질질 흘려 드로어즈를 푹 적셔 놓았다. 그는 그 모습을 숨기지 않고 보란 듯이 내놓았다.

입술을 삐딱하게 만 모습이 나쁜 남자 같았다.

“봐. 지금 죽을 거 같거든.”

침을 꿀꺽 삼킨 그녀가 대답했다.

“네.”

네?

은성은 그녀가 어디까지 견딜지 조금 더 험악하게 가 보기로 했다. 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한 손은 깍지를 껴 꽉 내리누르고 다른 손으론 풍만하고 말랑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그녀의 신음에 또 심장이 아렸다. 중심부도 동시에 아렸지만 가슴 통증만 느끼려 애썼다.

그가 옷째 그녀의 가슴을 쥐고 떡 주무르듯이 주물렀다. 오른쪽 가슴도 만지고 왼쪽 가슴도 쥐어짜듯이 주물렀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오래된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너, 꼴이 그게 뭐야?]

혼자 잔디에 물을 주다 잔뜩 젖은 열일곱 시연에게 은성은 차가운 구박을 했다. 시연은 예전에 비를 맞고 돌아온 날처럼 제 가슴이 훤히 비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어? 선생님!]

그녀는 그의 얼굴을 봤지만, 그의 신경은 그녀의 젖은 가슴에 있었다. 잘 익은 과실처럼 솟아오른 가슴에 흥분이 일었다. 아직 어린 소녀에게 발정하면 안 되지만 그건 본능처럼 일어난 일이라 그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 호스를 빼앗아 들었다.

[누가 너한테 이런 일 하랬어? 내가 오늘까지 과제 다 해 놓으라고 했지?]

마음은 살이 드러나는 옷에 있으면서 말로는 공부를 운운했다. 대번에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거의 다 하긴 했는데요. 조금, 아주 조금 다 못 했어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돼요?]

말갛게 올려다보는 하얗고 순진한 얼굴을 더는 마주하기 어려웠다. 손이 호스가 아니라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싶어 날뛰었다.

[당장 들어가서 마저 해!]

[하지만 물 주는 일이 남았….]

[어서 가서 안 해?]

그녀를 잡다한 일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당시 그에겐 화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고함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서둘러 집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녀가 사라진 후 은성은 크게 한숨을 내쉰 후 호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을 제 얼굴에 뿌렸다. 금세 그의 얼굴이 엉망으로 젖었다.

[어머나, 은성 씨?]

쇼핑하고 돌아온 것인지 소혜가 종이 가방 여러 개를 들고서 뛰어왔다.

[얼굴이 왜 그래요?]

[좀 더워서요.]

[언제 온 거예요?]

친절한 말투와 걱정 가득한 얼굴을 마주하기 싫어 그가 뒤돌아섰다.

[지 이사 아닌가? 왔으면 들어가지 거기서 뭐 하고 있었나?]

소혜를 뒤따라 더 많은 쇼핑 가방을 들고 들어오며 선경이 말했다. 은성은 고개만 꾸벅 숙였다.

“아읏……!”

사랑스러운 그녀의 신음을 귀에 새기며 은성은 예전의 기억을 지금의 감각으로 덮었다. 공부해야 하는 시연에겐 집안일까지 시키면서, 항상 놀러만 다니던 모녀를 지금 순간만큼은 잊으려 애썼다.

그가 그녀의 블라우스를 양손으로 찢어 벌렸다. 투툭, 뜯겨나간 단추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껏 벌어진 옷 사이론 더는 감추지 못한 그녀의 가슴살이 불룩 튀어나왔다.

그녀의 젖무덤이 가쁜 호흡에 높이 오르내렸다. 새까만 시선이 시연의 가슴에 짓누르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오, 오빠…….”

잔뜩 기어들어가는 오빠라는 말에 그가 그녀의 눈을 맞췄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잔뜩 당황한 표정이 애처로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눈빛을 잡아채곤 그대로 얼굴을 내렸다. 파르르 떨리던 속눈썹이 더는 보이지 않는 순간 그대로 그녀의 브래지어를 벌리고 유두를 입 속에 삼켰다.

“하읏…!”

놀란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은성은 탐스러운 핏빛 살점을 입술로 강하게 빨아냈다. 촙, 츠읍, 저급한 소리를 흘리며 혀로 보드라운 젖꼭지 살을 탐했다.

“아… 하으…….”

견디기 힘들어하는 소리에도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더욱 뜨겁게 탐해 나갔다. 입술로 연신 젖꼭지를 빨아내고 혀로는 유륜을 둥글게 핥았다. 점점 꼿꼿해지는 젖꼭지를 짐승처럼 핥아 올리며 그가 그녀의 하체에 중심을 비볐다. 시연의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렸다.

쭙, 쪼오옵!

은성이 시연의 반대쪽 젖꼭지를 힘껏 물고는 빨아냈다. ‘하아…!’ 그녀의 거친 숨소리에 발정 난 페니스를 더 거칠게 비벼 대며 이로 유두 끝을 잘근 씹었다.

“흣!”

그녀의 허리가 더욱 심하게 휘었다. 은성은 한순간에 그녀를 뒤집어 돌렸다. 뒤에서 팔을 둘러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곤 풍만한 가슴살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손가락 사이에 끼인 젖꼭지를 욕심껏 비비고 꼬집었다.

“아읏… 하으… 아… 오빠…!”

연거푸 쏟아지는 가느다란 신음과 오빠 소리에 은성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좋아서 죽을 것 같았다. 그토록 원했던 순간이 지금 바로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은성은 한 손으론 그녀의 가슴을 유린하면서 다른 손으론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추었다.

“혀 빨아.”

그녀의 입 속에 제 혀를 밀어 넣으며 빨라고 종용했다. 눈가에 눈물을 매달고 그녀가 힘겹게 그의 혀를 빨았다. 살짝 머금어 혀로 핥아 내는 감각에 전신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뻣뻣이 굳었다. 중심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당장 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읍!”

그가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움켜쥐고는 드로어즈 째 그녀의 엉덩이에 페니스를 비벼 댔다. 페니스 껍데기가 연거푸 밀리며 잔인한 쾌락이 그의 단전을 울렸다.

“하으… 아아……!”

그녀는 힘든 듯 신음하면서도 그를 만류하지 않았다. 은성이 잠깐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대로는 정말 실수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손안에 잡힌 그녀의 가슴 중심부는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단단하게 독이 오른 젖꼭지를 연신 굴리고 꼬집어 돌렸다. 그의 몸 아래 짓눌린 가녀린 몸이 간헐적 발작을 일으키듯 쉬지 않고 떨렸다.

그가 그녀의 귓가에 더운 숨을 불어넣었다.

“네 젖꼭지 엄청 커진 거 알아? 앞으로 내가 매일 이렇게 키워 줄게. 사실은 낮에 차에서도 네 가슴 빨고 싶었어.”

연인처럼 속삭였지만 적나라한 말들로만 골라 전달했다. 그가 옷째 그녀의 아래에 성기를 박을 것처럼 하체를 밀었다.

“하읏……!”

시연이 시트를 붙들고 떨었다. 꼭 감은 눈가에 맺힌 눈물이 시트로 뚝 떨어졌다. 그가 그녀의 젖은 눈가를 혀로 핥았다. 손은 슬금슬금 내려가 엉망으로 말린 치맛자락을 허리로 더 끌어 올렸다. 동그란 엉덩이를 손아귀 가득 쥐자 그녀의 꼭 감은 속눈썹이 바르르 흔들렸다.

은성은 그녀의 엉덩이를 터트릴 것처럼 힘껏 쥐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그녀의 감각을 새기고 싶었다. 어느덧 힘이 풀린 손이 그녀의 브리프를 들치고 앞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무릎이 곱아 들었다.

“힘 풀어.”

그의 명령에 그녀의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은성은 곧장 풍성한 그녀의 음모에 손을 파묻었다. 숲을 마구 헝클어뜨리자 시트를 움켜쥔 그녀의 손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부러 짧게 소리 내어 웃은 그가 조금 더 아래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미친 듯이 보드라운 살점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그…….”

그녀가 시트에 얼굴을 거의 파묻다시피 한 채 중얼거렸다.

“뭐라고?”

그가 물으며 조금 더 손을 내렸다. 클리토리스가 손가락에 감겼다. 은성은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을 누르며 그녀의 돌기를 꾹 눌렀다.

“앗!”

움찔하는 그녀를 하체를 다리로 누르고 갈라진 음순 사이로 손가락 두 개를 미끄러뜨렸다. 그의 손이 그녀의 아래를 벌리고 들어갈수록 시연의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이 세상엔 없을 듯한 부드러운 속살을 느끼며 그가 손끝을 세워 음순 사이 골을 긁었다. 찌걱찌걱 끈적거리는 액체가 그의 손에 달라붙었다.

“그, 그……!”

그녀의 입에서 자꾸만 한 글자가 새어 나왔다. 은성은 그녀의 귓불을 입에 넣고 빨며 속살거렸다.

“그, 뭐?”

쭉 미끄러져 들어갔던 중지를 세워 당기자 클리토리스 중심부 살점이 손끝에 걸렸다. 그가 그 작은 틈에 손톱을 걸곤 안쪽 미세한 신경을 긁었다.

“아! 아핫! 그만!”

순간 시연이 발작하듯 전신을 떨었다. 그녀의 거부에 그의 손가락이 음순 사이에서 비틀려 미끄러졌다. 은성은 다시 손가락 사이에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끼워 꼬집듯이 꽉 누르곤 귓구멍에 입술을 박았다.

“그만하라고?”

조그마한 소리였지만 그녀에겐 충분히 전달되었을 상황이었다. 조금 더 위협할 겸 그가 한 번 더 하체를 들이밀었다. 꼿꼿하게 일어선 페니스가 눅눅한 드로어즈 째 그녀의 엉덩이골 사이로 파고들었다.

“제, 제발…….”

모기처럼 작은 소리로 그녀가 애원했다.

“제발 뭐?”

“제발…….”

원하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자 은성은 브리프 안 손가락을 또 움직였다. 힘을 주면 그대로 뭉개져 터져버릴 것 같은 음핵을 비틀어 눌렀다.

“아읏…!”

단말마의 짧은 신음이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터졌다.

“그만해?”

은성은 그녀가 먼저 해 주길 바라는 말을 꺼냈다. 그녀는 시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여전히 떨고만 있었다. 그가 다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뭉개려 할 때였다.

“계속……해요.”

그의 심장이 뭉개지듯 내려앉았다.

“…뭐라고? 잘 안 들려.”

분명 들었으면서 목소리가 작은 그녀 탓인 듯 되물었다. 그녀가 시트 안에서 얼굴을 들었다. 눈물이 잔뜩 맺힌 속눈썹을 하곤 빨개진 입술로 명확히 말했다.

“계속, 해요.”

이번엔 못 들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보았다. 스스로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그의 아래 누운 그녀의 모습은 처참했다. 가슴은 젖꼭지를 드러낸 채 울긋불긋했고 치마는 옷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제 손이 들어간 브리프는 정숙하지 못하게 불룩 튀어나왔고,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눈물을 잔뜩 매달고서 애달프게 올려다보는 눈동자였다.

“제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그냥… 계속하시면 돼요.”

눈이 멀도록 가슴이 시리고 아름다운 이 여자는 대체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걸까.

은성은 자신이 들은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너…….”

그녀에게 결혼을 말하면서 처음부터 동침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녀가 너무 어릴 때부터 봐서인지 눈앞의 여자가 너무 소중해서인지 도무지 망가뜨릴 생각 같은 게 들지 않았다.

여태 키스하고 그녀를 만진 건 모두 의도한 것이었다. 네가 결혼하려던 남자들, 혹은 네 의지와 상관없이 결혼하게 될 남자들은 모두 이렇게 나쁘다고 알려 주고 싶었다.

후에 좋은 남자를 만나 할 사랑이 가득 찬 결혼은 축하하겠지만, 지금 너에게 결혼은 아니라고 그녀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죄송해요…….”

그런데 이 여자는 험악하게 대하는 그 앞에서 제 탓을 하고 있었다.

“죄송해?”

“네… 이젠 좀 더 정신 차릴게요.”

섹스는 정신을 놓아야 잘할 수 있는데 정신을 차리겠다고?

점점 또렷해지는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은성은 그녀가 아니라 자신이 그녀의 마수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너, 다음이 뭔지는 알아?”

“네. 잘 알아요.”

“그런데 계속하겠다고?”

“실망하게 해 드려 죄송해요. 이젠 정말 안 그럴게요.”

이쯤에서 네가 그만둔다고 해야 내 계획이 들어맞는데 어째서 너는 정반대의 말을 할까.

“그럼 네가 해.”

“……네.”

시연은 마지막을 쥐어짜 말한 그에게 끝까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그를 침대에 밀어 눕혔다. 부끄러워 빨간 얼굴을 한 채로 엉망이 된 옷을 벗었다. 뜯어진 블라우스와 치마는 벗어 침대 아래 내려놓고 등 뒤로 손을 돌려 브래지어도 벗었다.

그의 시선 앞에 탐스럽게 솟아오른 유방을 보고 있자니 은성은 또다시 중심부가 뻐근해졌다. 그녀는 조금 망설였지만 이내 브리프도 벗어 침대 아래에 내려놓았다. 머리 색과 같은 색의 우거진 음모가 그 앞에서 시야를 어지럽혔다.

다리를 벌리고 그의 위에 올라타는 그녀의 하체에 그의 시선이 박히듯 꽂혔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위험하게 굴면 분명 뒷걸음질 칠 거라고 확신했다.

그녀가 천천히 상체를 숙여 다가왔다.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물리곤 조금씩 빨아들였다. 그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오는 혀가 애틋해 은성은 돌아 버릴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목덜미를 타고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귓불도 물고 목에도 입술을 찍었다. 그녀의 입술이 닿는 모든 곳이 불에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은성은 시연이 보지 못하게 시트를 움켜쥐었다.

촉, 촉…….

자신이 할 때와는 달리 무척이나 감각적인 키스 소리에 은성의 가슴이 조금씩 오르내렸다. 이번엔 그녀의 입술이 그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아까 한 번 해 봤다고 이번엔 묻지도 않고 잘도 가슴 주변에 입술을 찍어 댔다.

나지막한 한숨이 그의 유두 주변에서 느껴지는 찰나 그녀의 입술이 그의 젖꼭지를 물었다.

할짝할짝.

입술로 핥고 조그마한 혀로 젖꼭지를 자극하는 그녀의 모습이 미치게 선정적이었다. 은성은 참기 힘든 지경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녀가 깔고 앉은 배 아래에서 페니스가 역동적으로 불끈거렸다. 만약 그녀가 제 페니스 위에 앉아 있었더라면 이성을 잃고 그대로 찔러 넣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새빨간 혀가 그의 젖꼭지를 열심히 핥았다. 은성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녀를 안아 몸을 홱 돌렸다.

작은 비명이 그녀에게서 터졌다. 그가 더운 숨을 내쉬며 그녀를 위험하게 내려다보았다.

“나시연.”

하아, 하아…….

거친 숨을 참는 것도 힘겨웠다. 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를 걱정스레 올려다보았다.

“제가… 별로였나요?”

별로였냐고? 그녀의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걸까?

“너 정말….”

“정말 죄송해요. 전 한다고 했는데… 처음이다 보니 잘 안 됐나 봐요. 다시 해 볼게요.”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를 그가 힘으로 꾹 눌러 제자리로 눕혔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완전한 알몸으로 그 앞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것 같았다. 오직 그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운 것 같았다.

은성이 미간을 거칠게 좁혔다. 그녀의 눈길이 더욱 애처롭게 가라앉았다.

“죄, 죄송해요……. 혹시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

그가 그녀의 급박한 말을 가로막고 벌어진 입술을 집어삼켰다.

“흡!”

그녀의 입을 온통 제 것으로 채워 버렸다. 츕, 쯉, 그녀가 할 때와는 완벽히 다른 저질스러운 소리를 내며 입술을 먹어 치웠다.

“읍… 흐읍……!”

숨이 막혀 그녀가 곤혹스러워해도 이번엔 작은 틈도 주지 않았다.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만 보아도 발정하는 제 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다른 생각만 하는 그녀를 혼동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토록 애달게 그리기만 했던 가슴을 거머쥐고는 마음껏 만졌다. ‘아, 하아…!’ 신음하는 그녀의 음색을 흥분제 삼아 가슴 깊은 곳에 쌓아둔 욕정을 거침없이 터트렸다.

“읏… 흐으읏……!”

그가 그녀의 몸을 미친 듯이 탐하며 드로어즈를 벗어 내던졌다. 제대로 발기한 페니스 입구에서 끈적한 액이 뚝뚝 떨어졌다.

은성은 제 귀두에서 흐르는 쿠퍼액을 그녀의 음모에 덕지덕지 발랐다. 사타구니에도 중심부를 비비고 허벅지 안쪽에도 제 물을 묻혔다. 이젠 완전히 알몸이 된 둘의 모습이 한데 엉겨 화장대 거울에 저급하게 비쳤다.

그가 그녀의 다리를 벌리며 그 사이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양껏 그녀의 가슴을 빨던 그가 팔을 벌려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눈가를 이지러뜨린 그녀가 어설프게 시선을 맞추었다.

“지금 말해.”

흥분과 분노가 뒤엉킨 목소리가 위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뭐, 뭘요….”

“너 정말 무슨 생각이야?”

심각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거친 호흡으로 오르내리는 그녀의 유방이 그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하… 무슨 생각이라뇨?”

“나와 끝까지 갈 생각이야?”

직설적인 질문에 시연의 눈동자가 흐트러졌다.

“저와… 자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맞아.”

“제대로 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전… 이혼 전까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이혼 전까지…?”

시연의 눈빛이 선명해졌다.

“네. 어차피 어떤 결혼이든 잠자리를 끝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 상대가 은성 씨라… 마음을 다잡는 게 처음엔 어렵기는 했지만 어차피 다를 것도 없으니까요.”

“네 말은….”

“해요.”

그의 말이 단단한 음성에 잘려 나갔다. 시연이 양팔로 그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차에서부터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결혼한 동안은 참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뭐든 다 하세요. 그 후에 이혼 약속만 지켜 주시면 전 상관없으니까요.”

이혼만 해 주면 뭐든 해도 된다는 그녀 앞에서 은성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대체 여태 어떤 심정으로 계약 결혼을 준비한 걸까.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도 정말 뭐든 다 할 생각이었을까.

그가 속으로 머리를 저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말한 사실은 자신 또한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지금 그 말이 심장을 후빈다 한들 달라질 것도 없었다.

지금 중요한 사실은 그녀와 자신이 알몸으로 뒹구는 중이라는 것과, 제 몸은 이제 더는 무엇도 버텨 낼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늘고 여린 여체는 상상 이상의 여성스러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가늘고 긴 목선, 반듯하게 이어진 쇄골, 볼록하고 탄탄하게 솟은 유방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을 부추겼다. 거기에 움푹 팬 배와 가는 허리, 손에 잡기 좋은 골반 중심엔 탐스러운 음모가 가득했다.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를 위협하는 제 페니스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차가운 말에도 페니스는 미친 듯이 솟구쳐 여전히 찐득한 물을 뚝뚝 흘려댔다. 그 물이 시연의 조그마한 클리토리스에 닿아 양 갈래 골로 흘러들었다.

은성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였다. 그가 다시 그녀의 시선을 맞추었다.

“그래. 네가 이렇게 확실하게 나와 주니 내가 더 편하네. 그럼 지금부터 6개월간 잘 부탁하지.”

“…네.”

어쩐지 마지막으로 대답한 음성이 떨린 듯한 건 착각일까. 하지만 제대로 마음을 먹은 은성에게 이제 그건 뭐든 상관없었다.

또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그가 그녀를 먹어 치울 듯이 달려들었다.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가 힘없이 벌어지는 시연의 다리를 끌어당겼다. 꿀물을 뚝뚝 흘려대는 그녀의 아래에 귀두를 갖다 대고 쓱쓱 문질렀다. 위아래로 움직이던 귀두가 어느 한 군데에서 멈추었다. 꾹 누르자 조그마한 구멍이 벌어지며 그의 페니스를 머금기 시작했다.

“으읏…….”

시연이 눈가를 접으며 신음했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혀도 빨고 속살도 거침없이 빨아 댔다. 동시에 그녀의 입구에 페니스를 힘껏 들이밀었다.

“아읏…!”

고통에 힘겨워하는 소리에도 그는 허리의 힘을 줄이지 않았다. 좁아서 들어가기 힘든 그녀의 내벽을 억지로 벌리고 성기를 밀어 넣었다.

푸욱!

“아윽!”

시연이 고개를 틀며 크게 신음했다. 눈가에 잔뜩 맺힌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은성은 그런 시연의 몸을 끌어안고 더욱 힘껏 그녀의 아래에 제 것을 박아 넣었다.

“하읏… 읏… 아읏…!”

페니스가 끊어질 것처럼 조였다. 촘촘한 내벽이 그의 페니스를 밀어내려 애썼다. 그가 그녀를 꽉 안고 허리를 거칠게 쳐올렸다.

퍽!

“아윽!”

그녀의 비명과 함께 그의 페니스가 그녀의 아래를 관통해 들어갔다. 시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하… 힘 풀어.”

그의 지시에 그녀가 온몸에 가득한 힘을 뺐다. 그러자 은성이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가 다시 들이쳤다.

푹!

단단하게 부푼 페니스가 단숨에 그녀의 질을 뚫고 안으로 길게 박혀 들어갔다. ‘학!’ 또다시 시연에게서 비명이 터졌다.

은성이 시연의 아래를 가열하게 가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좁디좁은 질 주름을 벌리고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푹, 푹!

귀두를 안쪽 끝까지 박아 넣고는 맞닿은 음모를 마구 비벼 댔다. 결합된 안쪽이 엉망으로 비틀리는 방향에 서로를 마구 긁었다.

“아윽…. 흣! 으읏…!”

시연이 힘들어했지만 죽을 것 같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싸지르고 싶었던 본능을 참아 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처음 알았다. 멀리서 그녀를 보는 것만 힘든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안고 있어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흣.”

그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렀다. 그가 그녀의 몸을 뒤로 돌렸다. 은은한 향기가 밴 목덜미에 코를 박고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다른 손은 그녀의 사타구니 안으로 파고들어 클리토리스를 매만졌다. 작고 통통한 돌기가 그의 손에 이지러졌다.

푹!

그의 성기가 그녀의 질을 벌리고 자궁 끝까지 들이쳤다.

“아윽!”

그녀의 입에서 연신 신음이 터졌다. 푹, 푹! 그는 쉼 없이 그녀의 아래를 가격했다. 욕망이 멎지도 않고 더 높이 타올랐다. 심장이 따갑도록 아픈 그녀가 울어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아래에 박혀 드는 제 몸이 이대로 불타 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퍽, 퍽, 퍽!

붉은 혈흔이 묻은 성기가 연신 그녀의 몸을 가르고 모습을 감추었다. 두 사람이 합해진 곳 사이에선 계속해서 끈적이는 액이 흘렀다.

뒤쪽에서 깊숙이 박혀 드는 페니스에 그녀가 허리를 휘었다. 엉망진창이 된 시트와 베개를 부여잡고 뜨겁게 감겨 오는 감각을 견뎌 냈다.

어느덧 그의 허리가 그녀의 위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거칠기만 하던 몸짓은 역동적이지만 부드럽게 바뀌었다. 둘 사이에서 사라지는 무시무시한 기둥에 그녀의 신경으로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했다.

흣, 으흣, 하…!

고통의 비명이었던 음색이 차츰 쾌락의 연주로 바뀌었다. 은성이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누웠다. 제 배 위에 그녀를 올리고 흉흉하게 곧추선 성기 위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굵디굵은 귀두에 맞춰진 질이 벌어지며 그의 것을 천천히 먹어 치웠다.

흐읏…!

[공금☞☜]

힘겨워하는 그녀의 손을 가져다가 날씬하던 배에 가져다 댔다.

확인해 봐. 내가 지금 네 몸 어디에 있는지.

시연이 힘겹게 눈을 뜨고 제 손이 닿은 배를 내려다보았다. 손안으로 둥그런 것이 느껴졌다. 손을 떼자 뱃가죽 위로 불룩 튀어나온 그의 페니스가 보였다.

미쳤어…!

그가 비죽 웃고는 그녀의 골반을 틀어쥐었다. 위로 들었다가 끌어 내리자 뱃가죽 위로 보이던 페니스가 사라졌다가 다시 불룩 튀어나왔다.

“읏…!”

“네가 안 하면 내가 해.”

좀체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붙들고 그가 세차게 허리를 튕겼다. 그가 허리를 튕길 때마다 시연의 몸이 날아올랐다가 정확히 그의 페니스 위에 내려앉았다.

“아악! 학!”

그녀의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들으며 은성이 미친 듯이 그녀의 몸속에 페니스를 꽂아 넣었다.

돌아 버릴 것 같은 감각이 그의 모든 것을 차지했다. 좋아서 죽고 싶다는 말을 이럴 때 하는 것 같았다. 복상사, 아니 그녀를 제 배 위에 올려두고 성기를 꽂다가 죽는다면 가장 행복한 죽음일 것 같았다.

푹, 푹, 푹!

그의 페니스가 길게 꽂혀 들어갈 때마다 천상의 쾌락이 둘을 동시에 감쌌다. 쫀쫀한 내벽 주름이 그의 페니스 껍데기를 잔인하게 감았다. 그가 긁어내리면 잔혹한 쾌감을 일구다가 다시 들이박으면 만족감과 쾌락을 퍼트렸다.

“아윽, 흐읏! 하아, 아……!”

그녀의 신음을 들으며 그가 그녀 속에 파고들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품에 안고 열렬히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녀의 안에 은성의 마음이 쏟아져 들어갔다. 틈도 없이 빼곡히 밀려들어 그녀가 밀어내지도 못하게 그가 제 것을 가득 쏟아 넣었다.

“으흐흣……!”

“시연아…!”

그의 진심이 그녀의 안에 완벽히 들어갔다. 아무도 모르는 마음이 그렇게 몸으로만 그녀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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