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아야, 내 귀여운 아이야. 날 배신하지 마라. 꿈에서라도. 알겠느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침아를 구하기 위해 료의 날개가 하늘을 누볐다.
첫 비행의 성공.
소년은 사내가 되어 넓은 하늘처럼 제 계집을 품고자 갈망한다.
꽃놀이의 밤.
술에 취하여, 꽃에 취하여, 사내의 뜨거운 정에 취하여,
한 조각 배 위의 침아의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린다.
흐드러지게 쏟아지는 복사꽃 그늘 아래
가득 찬 달을 중신아비 삼아 합환주를 나누었으니,
사내의 품에서 소녀는 여자가 된다.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채워진 정.
허나 본디 그 자리를 채우고 있던 옛정을 어찌 잊으랴.
살아서 가없이 아껴주는 새로운 정과, 죽어서 서글픈 옛정의 회한.
떠나야 한다.
떠나야 한다.
그래서 침아는 원추리 잎을 띄운 한 잔 물에 기원한다.
“천년의 연정도 이 물과 함께 마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