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외전 1화
그렇게 좋을까?
“강현 씨….”
“잠깐만….”
강현은 지아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꼭 껴안은 채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에 연신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잠도 깨기 전에 몸부터 달아오른 지아는 이대로는 또 한참 동안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그를 밀어냈다.
“진짜 안 돼. 이만 일어나요. 오늘 웨딩 촬영인데, 늦으면 안 된다고요. 자국나도 안 되고….”
지아가 발그레해진 볼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말하자, 강현은 그녀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튕겼다.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강현 씨….”
지아가 앙탈을 부리자, 강현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이 곧 촬영 시작 시간인데, 애초에 늦고 말고가 어디 있다고 이렇게 서둘러? 그리고 자국은… 안 낼게. 됐지?”
“거짓말. 자국 나면?”
지아의 물음에 고개를 든 강현은 그녀를 뚫어지게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보정?”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강현은 말 끝남과 동시에 고개를 내려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맞물리고, 이내 뜨거운 숨결이 밀려들자 지아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좋은데 밀어내는 것도 고문이었다.
“음… 강현 씨….”
지아는 강현을 있는 힘껏 밀어냈지만, 도저히 밀리지 않는 그에게 지쳐 언성을 높였다.
“오빠!”
그 순간, 강현이 동작을 멈추더니 덥석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그가 두 팔 사이에 가둔 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자, 지아는 살짝 눈을 찡그렸다.
“왜 그렇게 봐요?”
“지아야.”
“네?”
“난 네가 오빠라고 부르면….”
“부르면?”
지아가 불길한 느낌에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데, 강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꼴려.”
“……?”
지아가 눈을 키우는 순간, 강현의 손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입술은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하아… 안 돼… 피곤한 얼굴로 웨딩 촬영하기… 하아… 싫단 말이에요.”
“예뻐. 적당한 운동은 생기를 더 돌게 하고.”
“적당히 아니잖아… 하아… 요… 흐읏.”
예민한 살결에 닿은 참을 수 없는 자극에 지아는 저도 모르게 강현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아니라고 하면서 매번 그렇지 않은 몸과 반응을 보이는 지아를 볼 때마다 강현은 참을 수 없는 흥분이 일곤 했다.
오늘도 솔직한 지아의 몸이 마음에 들어 강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을 왜 이렇게 못 해?”
“몰라… 하아….”
“당신이 반말할 때도 꼴리더라.”
도대체 어떤 행동을 해야 그를 흥분하지 않게 하는 건지….
이미 몸은 그에게 거짓말을 하기엔 너무 티 나게 젖어버린 상태였고, 맞물려지는 그의 입술은 달고 달았다.
“하아….”
떨어진 입술 사이로 부딪힌 눈빛은 언제 봐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고.
“강현 씨….”
“오늘 우리 웨딩 촬영 장소… 얼마 만에 가는 거지?”
지아가 눈을 깜빡이자, 강현은 그녀의 눈에 입을 맞추고는 허리에 힘을 실었다.
강현이 안을 가득 채워오자, 지아는 신음도 내지르지 못한 채 허리를 들썩였다.
“……!”
이내 지아가 달뜬 숨을 내쉬며 입술을 짓깨물자 강현은 달래듯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움직일게.”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현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지아야.”
입술을 깨문 채, 지아는 신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흐읏….”
“지아야.”
“하아… 네….”
제 아래에서 느끼고 있는 지아를 빤히 바라보며, 강현은 더 깊숙이 그녀와 맞물렸다.
뜨겁게 조여드는 그녀의 안을 뭉근하게 헤집으며….
“사랑해. 지아야.”
“하아… 오빠….”
“사랑해.”
강현은 지금 이 순간이 꿈은 아닐까 볼을 꼬집어보듯, 더 세게 그녀의 자극점을 파고들었다.
부딪히는 살결을, 흐느끼는 숨결을 온전히 느끼며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꽉 물고 놔주지 않는 그녀가 꿈이 아님을 증명했고.
아침이라 간단히 하려 했는데… 역시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 * *
“아니, 왜 이 시간까지 집에 있어?”
기순과 수용은 함께 거실에서 마늘을 다듬다가, 방에서 나오는 지석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너 일찍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
지석은 머리에 까치집을 하고는 태연하게 물을 마시며 배를 벅벅 긁었다.
“뭐 먹을 거 좀 없어요?”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오늘 웨딩 촬영가는 날인데, 여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아빠도 참… 늦는다고 연락 왔어요.”
“왜? 무슨 일 있대?”
기순의 물음에 지석은 입을 삐쭉이며 투덜거렸다.
“일은 무슨… 무슨 일 있겠어? 또 둘이 좋아서 꽁냥꽁냥거리고 있겠지. 형은 집에만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안 해. 그렇게 좋을까?”
지석이 아니꼽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자, 수용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쯧쯧. 네가 알 턱이 있나.”
“네?”
“네가 뭘 알겠냐고, 이놈아.”
“아빠? 또 왜 이러실까?”
“얼마나 좋은지 궁금하면 연애를 해, 이놈아.”
“아, 또… 아빠는 왜 얘기가 그렇게 흘러가?”
지석이 투덜거리자, 기순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배고프다고? 아침에 오징어국 끓였는데 그거 데워줄까?”
“오징어국 좋지.”
지석이 금방 너스레를 떨자, 기순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며 넌지시 물었다.
“진짜 아무 일 없는 거 맞지?”
“에이, 없다니까. 무슨 일 있었으면 진즉 말했지.”
“그럼 다행이지만….”
“걱정되면 엄마가 사모… 아니 지아 누나한테 전화해 봐.”
“에이, 뭐 하러. 진짜 바쁜 일 있으면 어쩌려고….”
“엄마는 딸한테 너무 거리 두는 거 아니야?”
“얼른 자리에 앉아. 배고프다며.”
지석의 말을 가볍게 넘긴 기순은 솔직히 지아에게 쉽사리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 배 속으로 낳은 딸이라지만, 떨어진 세월이 길어서 그런가,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그동안 해준 것도 없는데 낳아준 생색낸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았고.
게다가 지아의 양부모가 워낙 좋은 사람들이라 더 연락하기 어렵기도 했다.
행여 잘 살아온 그들의 행복을 깨뜨리게 될까 봐 무서운 탓이었다.
이렇게 늘 조심하고 눈치를 보는 기순을 볼 때마다 수용과 지석, 하은은 안타까움에 속이 상했다.
그동안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 오늘 웨딩 촬영 같이 갈래요?”
지석이 묻자, 기순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는 듯 눈을 키웠다.
“나?”
지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순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손사래를 쳤다.
“에이, 됐어.”
기순이 마음에도 없는 거절을 하는 게 보이자, 수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다녀와.”
“가게는요?”
“나 있잖아. 치킨 튀겨서 다녀와. 다들 일할 때 간식으로 먹으라고.”
수용이 부추기자, 기순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고민했다.
“방해되는 거 아닐까?”
“엄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위가 강현이 형이야. 형이 엄마한테 방해된다고 하겠어? 당연히 보면 좋아하지?”
“그래도….”
“괜찮다니까. 어차피 약국 사장들도 오잖아. 들러리 한다고.”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물어봐. 물어보고 괜찮다면 갈게.”
“그래, 이따 물어볼게.”
지석은 어느새 다 차려진 밥상을 보며 외쳤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는 지석을 보며, 기순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가도 되는 걸까… 우리 딸 웨딩드레스 입은 건 보고 싶긴 한데….’
* * *
지아에게 촬영이 오후로 미뤄졌다는 연락을 받은 영지는 영준과 함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내리는 순간 손톱이 보이자 영지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빠, 촬영 시간 미뤄진 김에… 나 네일샵 좀 다녀올게.”
“사진에 네 손톱 안 나와. 네 결혼도 아니고.”
“그래도 기분이지. 들러리지만 나도 드레스 입는 거잖아. 어울리는 손톱을 해야지.”
“맘대로.”
“오빠도 같이 갈래?”
“됐어.”
“그럼 나 혼자 다녀온다.”
영지가 외출 준비를 위해 방으로 들어가자,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영준은 무심코 지나쳤던 채널을 다시 틀었다.
텔레비전에서 하은이 출연한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하은이 화면 속에서 발랄하게 춤을 추며 쪽 키스를 날리자 영준은 흠칫 놀라 소파에 등을 기댔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입술 맛이 떠오르자, 영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입술에 입술이 닿았을 때, 부드러운 숨결이 얽혀들었을 때 그 입술의 맛….
영준은 저도 모르게 또 생각에 빠져들자 고개를 세게 저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영준은 그날, 술에 취해 하은의 입술에 실수를 한 날… 그날 이후,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또렷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흐릿한 기억 속에서 분명 그녀와 입을 맞췄다.
처음엔 꿈인 거로 부정하려 했지만…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입술의 감촉이 살아났다.
어떻게 된 게, 촉감이 날을 거듭할수록 더더욱 또렷이 기억나는 거지? 심지어 꿈에 나타날 정도로….
내가 진짜 왜 이러지?
어쨌든 한 번은 마주칠 텐데… 먼저 연락을 해야 할까?
연락하면 또 뭐라고 할 건데?
으아….
영준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외출 준비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영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 뭐 해?”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럼 난 다녀올게.”
영지가 밖으로 나가자, 영준은 문 닫히는 소리를 확인하고 다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디 또 이하은 안 나오나?
스로 검색해서 영상을 틀기는 싫었지만, 영준은 저도 모르게 이하은이 나오는 광고가 나올 때까지 채널을 하염없이 돌렸다.
일부러 보는 거 아니고, 우연히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