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외전 2.
이렇게 불쑥
지아는 다리를 떨며 몸부림쳤지만, 그에게 골반이 꽉 붙잡힌 채 그가 주는 자극을 계속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입술이, 그의 손길이 주는 자극으로 몸 안에 갇혀 있던 무언가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흐으읏… 하아… 아….”
비명과 같은 신음이 터지고, 온몸을 미친 듯이 떨고 나서야 지아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가 위로 올라와 입을 맞추는 순간, 지아는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너무해… 흑….”
지아가 흐느끼는 게 느껴지자, 강현은 깜짝 놀라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왜? 아파?”
“아니… 안 아파요.”
“그럼 왜 울어?”
“좋아서… 좋아서 그래요.”
지아가 울면서 다시 목을 끌어안자, 강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너 진짜….”
“왜요?”
“자꾸 이렇게 귀엽게 굴지? 이러면 내가 더 울리고 싶어지잖아.”
강현은 지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울게 해줄게. 미치게 좋아서.”
지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강현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내가 당신 울리고 싶어졌어.”
강현은 지아의 골반을 끌어당겼다.
“시작할까?”
“강현 씨… 하읏….”
작은 자극에도 지아는 몸을 움찔 떨었다.
좀 전에 달아올랐던 몸이 즉각 반응한 거였다.
“힘 빼.”
강현은 긴장을 풀어주듯 입을 맞춰왔다.
“강현 씨….”
“응?”
“지금… 하아….”
지아는 자극을 이겨내지 못하고, 입술을 짓깨물었다.
“하아… 지금요….”
“지금?”
“지금… 제발….”
강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입술에 몇 번 더 입을 맞추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이걸 원해?”
밀려든 압박감에 지아는 숨이 넘어갈 듯 호흡을 넘기며 다리를 떨었다.
“하아… 강현 씨….”
그의 손짓도, 눈빛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당신 몸이 날 원하고 있어.”
강현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의 욕망을 밀어 넣었다.
상체를 튕기듯 일으킨 지아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하아아… 흐읏….”
그가 허리를 움직이자 시야가 엉망으로 흔들리더니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내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머릿속도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제 몸 어디 하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열락에 휩싸인 채, 지아는 그가 주는 쾌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 *
부드럽게 닿은 입술이 달콤하게 밀려들어 오더니 점점 농밀해지고 있었다.
입술로 밀려드는 감촉이 너무 좋아, 마치 꿀을 핥아 먹듯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데, 순간 지아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이게 꿈인가? 아니면….
무의식 속에서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던 지아는 그의 야릇한 손길에 눈을 번쩍 떴다.
“……?”
강현이 눈을 뜨기도 전에 시작하고 있었다.
지아는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냈지만, 입술만 떨어졌을 뿐 그의 손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아… 강현 씨….”
강현은 그런 지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깼어?”
“하아… 나… 나 아직… 하아… 잠 안 깼다고요… 하으읏….”
“그러니까.”
“……?”
지아가 달뜬 숨을 내쉬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강현은 그런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잠도 안 깼으면서 먼저 자극한 사람이 누군데? 이런 잠꼬대라면 늘 환영이지만.”
“하아… 아… 흐으읏.”
지아는 온몸에 전율이 올라 격하게 몸을 떨었다.
이내 힘이 빠져 몸이 축 늘어지자, 강현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내 모닝콜 마음에 들어?”
지아는 놀리는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밀치며 그를 째려봤다.
“너무해. 자는 사람한테.”
“당신이 먼저 건드렸어.”
“내가 언제요?”
강현이 시선을 내리자, 지아도 덩달아 시선을 내렸다.
“……!”
“보고도 시치미 뗄 생각인 건가?”
“내가 했다고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강현은 그녀의 안을 파고드는 거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열락이 또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밤새 달아올랐던 몸은 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주는 쾌락에 정신이 혼미한 채로 아침을 맞이한 지아는 제 볼을 쓰다듬어주고 있는 그를 노려봤다.
“너무해.”
“뭐가 자꾸 너무하다는 거야?”
“난 자고 있었다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자고 있는 사람을 당신이 먼저 건드렸어.”
“내가요?”
강현은 지아의 얼굴을 제 가슴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당신이 이렇게 나한테 안겨서 계속 입을 맞추고….”
강현은 지아의 다리를 제 다리 사이로 끌어왔다.
“이렇게 다리를 밀어 넣고 못살게 구는데… 참으라는 건 나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참을 이유도 없고.”
“내가 진짜로 했다고요?”
강현이 빤히 쳐다보자, 지아는 입술을 짓깨물었다.
“꿈인 줄 알았는데….”
지아의 혼잣말을 들은 강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꿈?”
“꿈인 줄 알았다고요.”
“꿈이라니… 꿈에서도 한 건가? 모자랐어? 자면서도 꿈꿀 만큼?”
강현의 손길이 또 야릇하게 다가오자, 지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니긴.”
강현이 와락 껴안자, 지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강현 씨, 숨 막혀요.”
“하루 종일 이러고 있자.”
“이제 침대 밖을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불 밖은 위험해.”
강현이 더 세게 껴안자, 지아는 그를 밀어냈다.
“진짜 일 안 해요? 며칠째 집에만 있는 거예요?”
잔소리하는 지아를 보며 강현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재택으로 돌렸잖아. 일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이러다 잘려요.”
“뭐?”
강현은 지아의 말이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
“누가? 내가?”
“부회장님은 안 잘린다는 법 있어요? 이제 내 걱정 그만하고 일도 나가고 사회 생활해요. 나도 이제 가게 열 거니까.”
“벌써?”
“벌써라뇨… 벌써 몇 달째 문도 못 열었는 걸요? 이제 열어야죠. 그러니까 당신도 이제 당신 일 해요. 이러다 진짜 회장님이 당신 자르면 어쩌려고?”
“아버지라면… 아주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강현이 농담을 하자, 지아는 그를 밉지 않게 째려보며 그의 가슴을 콩 때렸다.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에 지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 올 사람 있어요?”
“아니.”
강현은 시간부터 확인했다.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누구지?”
눈 뜨자마자 침대에서 뒹굴어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누군가 오기에는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또 들렸다.
성격 급한 사람인 게 분명했다.
강현은 지아와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며칠간 고용인들에게도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혹시 지석인가 싶어 미간을 좁히는데, 지아가 상체를 일으켰다.
“누군지 나가 봐요.”
지아의 말에 강현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구야?”
강현은 투덜거리며 대충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새 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군데 이렇게….”
인터폰 화면을 확인한 강현은 예상치 못한 방문객의 등장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이내 눈을 찡그렸다.
또 초인종이 울리자, 강현은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아버지?”
“뭐 하길래 문을 안 열어? 얼른 열어라.”
“왜 오셨어요?”
“그게 애비한테 할 소리냐? 잔말 말고 문 열어.”
차 회장의 호통에 강현은 얼결에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지아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오셨는데?”
“네?”
침대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지아는 깜짝 놀라 이불로 몸을 가렸다.
“어머, 어떡해?”
“왜 오셨지?”
이때, 현관 초인종이 또 울리자, 지아는 몸을 일으켜 안방 욕실로 향했고, 강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인터폰으로 향했다.
문 열림 버튼을 누르자, 얼마 안 있어 차 회장이 요란하게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도 가운만 걸치고 있는 강현을 보며 차 회장은 쯧쯧 고개를 저었다.
“해가 중천에 뜬 지가 언젠데 아직도… 큰애는 어디 있냐?”
“지아 지금 씻어요.”
“그래? 아침은 먹었고?”
“아직요….”
“쯧쯧, 그럴 줄 알았다.”
“근데 이 사람들은 다 뭐예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자 차 회장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큰애 밥 먹이려고 데리고 왔다. 큰애가 아직 몸도 안 좋은데, 좋은 음식 먹여야지.”
“아침밥 드시려고 이 많은 사람들을 부르셨다고요?”
“큰애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한식, 일식, 양식, 중식 전문가랑 파티쉐도 불렀다. 잘 챙겨주고 있는 거야?”
“그럼요.”
“잘 챙긴다는 놈이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여?”
차 회장이 계속 타박만 하자, 강현은 주방에서 동분서주 움직이는 사람들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아버지, 그래도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불쑥이라니? 내가 오늘 찾아오겠다 하지 않았어?”
“언제요?”
“문 실장이 네가 전화 안 받아서 문자 메시지 남겼다는데… 그것도 확인 안 한 거냐?”
강현은 어젯밤부터 지아에게 푹 빠져 침대에서 뒹구느라 휴대전화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때, 지아가 방에서 나왔다.
“아버님, 오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씻는 중이어서요.”
나름 갖춰 입고 등장한 지아를 보는 차 회장의 눈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