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외전 1.
좋았구나?
“강현 씨, 나 괜찮아요.”
“그래도 조심해야지. 아직은 움직이지 마. 뭐 필요한데? 물?”
“네.”
“기다려.”
지아는 퇴원 후, 강현의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이상한 건,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렇게 같이 살아도 되나 싶은데, 그런 걱정은 지아 혼자만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모두들 강현의 집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여기고 있었다.
아빠인 건명조차….
그래서 더 반항하지 못하고 강현의 집으로 들어온 거였는데, 그가 집 안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고 있어 지아는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지아가 혼잣말을 하는데, 물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온 강현은 그녀를 찌릿 째려봤다.
“여기가 집인데 어딜 가?”
“강현 씨가 아무것도 못 하게 하니까 답답하단 말이에요.”
“아직은 조심해야 된다니까. 당신 환자야.”
“내가 왜 환자예요? 강현 씨가 다 회복할 때까지 퇴원하면 안 된다고 해서, 입원도 오래 했잖아요. 진짜 완벽히 다 나아서 나왔다고요.”
“당신이 의식 없이 몇 개월 동안 잠을 잤는 줄 알아? 그게 어디 보통 일이야?”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저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게 하면 나 그냥 집에 갈래요.”
지아가 투정을 부리자, 강현은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뭘 하고 싶은데?”
“그냥 움직이고 싶다고요.”
“음….”
“왜요?”
“고집 진짜 세네.”
“강현 씨도 만만치 않거든요? 아, 답답해요. 이건 불공평해. 강현 씨는 다니고 싶은데 다 다니니까 내 심정 이해 못 해요.”
그 말에 강현은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이렇게 하면 공평하지?”
“어?”
“나도 침대에서 안 나갈게. 이러면 돼?”
“아, 진짜….”
지아가 입을 삐쭉이자, 강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눕혔다.
그러고는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이렇게 있자.”
“이렇게 천장을 보고 누워 있자고요?”
“어.”
강현은 정말 천장을 바라보고 반듯이 누워 있었고, 지아는 기가 막혀 그를 노려봤다.
지아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발가락으로 그의 다리를 쓸어내렸다.
살짝 움찔한 강현이 지아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뭐 하는 거야?”
“그냥.”
지아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발가락으로 그의 다리를 계속 야릇하게 쓸어내렸다.
강현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으며, 지아를 노려봤다.
“감당 못 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당신도 참아봐요.”
“……?”
“나 움직이면 안 된다면서요?”
“아, 이게 지금… 도전이다?”
“글쎄요?”
지아는 팔을 뻗어 그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살짝 차가운 지아의 손이 가슴에 닿자, 강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러시겠다?”
“내가 뭐요?”
지아는 그의 가슴을 손끝으로 괴롭히고는 점점 손을 내려 그의 바지 허리춤에 손을 밀어 넣었다.
강현이 이를 악문 채, 지아를 바라봤다.
“그만하지?”
“내가 뭘 했는데요? 나 그냥 누워 있는 건데?”
지아는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속옷 위로 닿은 그의 욕망이 불끈대는 게 느껴지자, 지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지아를 강현은 얄밉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해.”
“왜요? 나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죠? 그렇죠?”
“안… 읏.”
지아가 욕망을 움켜쥐고 쓰다듬는 순간, 강현은 안 된다는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이를 악물었다.
“후우….”
“나 이래도 움직이지 말아요?”
“안 돼.”
“알겠어요.”
지아는 그의 욕망을 움켜쥔 채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지아야?”
“나 움직일 수 있어요. 안 참아도 되는데?”
“그래도 안정을… 읏….”
강현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팔로 눈을 가리고 이를 악물었다.
“그만. 더 건드리면 못 참아.”
“참지 마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더 하면, 나 당신 부드럽게 못 대해.”
“거칠게 해도 되는데?”
“……?”
강현이 쳐다보자, 지아는 눈을 반짝였다.
“나 움직일 수 있다니까요?”
그 말에 강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미치게 하네, 정말.”
“미쳐도 되는데?”
“나 5개월 참았어.”
“나도 5개월 참았어요.”
“얼마나 미칠지 나도 몰라.”
“궁금해.”
지아는 강현이 어린 시절의 준우 오빠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이상하게 장난기가 많아졌다.
어린 시절 그 새침하고 귀엽던 지아로 돌아간 듯.
근데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지아는 더 이상 귀엽기만 한 어린 여자가 아니고, 제 욕망을 불끈대게 하는 매력적인 어른 여자라는 거였다.
계속되는 지아의 도발에 강현은 욕망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온몸의 세포가 하나의 욕망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강현은 지아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말썽을 부리고 있었다.
아랫도리는 벌써부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날뛰고 있었고.
“진짜 괜찮겠어?”
지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현은 조금 저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픈 데 없어?”
“없어요.”
“움직일 수 있어?”
“응, 움직일 수 있어요.”
“해도 돼?”
“해줘요.”
지아의 노골적인 말에 강현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 안 되는데….”
“왜 안 되는데요?”
강현은 지아를 째려보듯 쳐다보고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돼.”
강현은 이를 악물고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그러고는 호흡으로 흥분한 몸을 진정시켰다.
그런 그를 보며 지아는 입을 삐쭉였다.
“진짜 이럴 거예요?”
“안 돼.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될 거 같아.”
강현이 생각보다 잘 참자, 지아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위로 올라가 앉았다.
“이래도?”
“내려가.”
“언제까지 나 못 움직이게 하고, 만지지도 않을 건데요?”
“아플까 봐 그래.”
지아가 위에서 노려보고 있자, 강현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진짜 당신 걱정돼서 그래.”
언제나 몰아붙이기에 바쁜 남자였는데, 이렇게 참을 줄도 안다는 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살짝 서운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참지?
“애정이 식은 거죠?”
“뭐?”
“식었어….”
강현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잡아 제 아랫도리에 가져다 댔다.
“식었어?”
“아니.”
“살려줘라. 짐승 되기 싫다.”
“치!”
지아는 강현의 위에서 내려와 천장을 보고 누웠다.
“매력 없어.”
“뭐?”
“말 그대로요. 매력 없다고요.”
그 말에 발끈한 강현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누워 있는 지아를 빤히 내려다봤다.
“그렇지 않을 텐데?”
“그렇거든요. 매력 없으시거든요.”
“어디가?”
“참지 못하던 예전의 강현 씨가 훨씬 더 매력 있다고요.”
“맞네.”
“뭐가요?”
“그렇게 아니라고 하더니… 당신도 즐겼었네.”
“네?”
“매번 억지로 하는 것처럼 하더니… 그런 내가 매력적이었나?”
“아니 그게….”
강현은 어느새 지아의 위로 올라가 그녀를 두 팔 안에 가뒀다.
“내가 억지로 해도 좋아?”
“억지로 한 적 없어요.”
“……?”
강현이 갸웃하는 게 보이자 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억지로 했다고 생각해요?”
“그럼, 아니었나?”
“왜 억지로 해요? 진짜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지… 나 하기 싫을 때는 당신한테 말했잖아요.”
강현은 기억을 더듬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네. 한 번….”
“나 진짜 싫으면 싫다고 해요. 물론… 하기 싫다가도 당신이 거절 못 하게 만들어서 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서 싫었다고? 좋았다고?”
“안 싫었다고요.”
지아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자, 강현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안 싫었다?”
이번에도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현은 또 확인하듯 물었다.
“안 싫었어?”
“네. 안 싫었어요.”
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강현은 주책맞게 날뛰는 입꼬리를 붙잡으며 또 물었다.
“그럼, 좋았나?”
그 말에 지아는 그의 눈동자를 차례대로 번갈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지아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자, 강현은 다시 물었다.
“좋았어?”
“안 싫었다고요.”
“좋았다?”
“안 싫었다니까요?”
“좋았구나?”
“바보….”
지아가 입을 삐쭉이며 찌릿 째려보자, 강현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참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지는 싸움인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버텨보려 했는데… 그녀를 이긴다는 건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농밀하게 맞붙은 입술이, 깊숙이 얽혀들었던 혀가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의 손길이 예민한 살결을 어루만지자, 지아는 온몸에 전율이 올라 신음을 터뜨렸다.
“하아….”
떨어진 입술 사이로 거친 숨결이 오가는 것도 잠시, 목덜미로 입술을 내린 그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아… 강현 씨….”
갈급하게 몸을 오가는 그의 야릇한 손길을 견디지 못한 지아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어냈다.
“강현 씨, 천천히… 하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의 손길이 젖은 살결을 파고들자, 지아는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거라 그런지 몸이 더 예민해진 것만 같았다.
갈급한 건 그의 손길만이 아니었다.
지아의 몸도 이미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얼른 그가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몸은 달아올랐다.
“강현 씨… 그만… 하아….”
강현은 일부러 더 지아를 자극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날 자극했을 때는 이 정도는 견뎌야지.”
“나… 나 환자잖아요… 하아….”
“아니라며?”
순간 강현의 입술이 지아의 예민한 살결을 덮쳤다.
이미 달아오른 살결에 그의 차가운 입술이 닿자, 지아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