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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보다 더한 짓-76화 (75/94)

76화

왜 그렇게 봐요?

“강현 씨… 하아….”

어쩌다 또 이렇게….

뜨겁게 입술이 맞물리고, 아찔하게 몸이 맞붙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로 돌아온 강현은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지아를 빤히 바라봤다.

지아는 그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저러나 싶어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권했다.

“먹을래요?”

“어.”

“안 먹는다더니….”

지아가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떠서 내밀었는데, 강현이 입술에 머금은 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그녀의 입술이었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고, 한 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있어서 그를 밀어내지도 못하고 숨이 막힐 듯 밀려드는 그의 키스를 지아는 받아들였다.

“하아….”

입술이 떨어지자, 지아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숨 쉴 시간은 줘야죠.”

“너무 맛있길래.”

지아가 입을 삐쭉이자, 강현은 그녀가 양손에 들고 있는 걸 뺏어서 정리하고는 본격적으로 그녀의 몸까지 탐하기 시작했다.

“강현 씨… 여기 차 안이에요.”

그가 장소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근데 장소를 모르는 사람처럼 그의 손길은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현 씨 여긴 좀 그래요….”

“어때… 난 당신이랑 앞으로 더한 곳에서도 할 건데.”

스커트 안으로 밀려 들어온 그의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어떡해….

들키기 싫었다.

싫다고 해놓고 난 벌써….

지아가 민망해서 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강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하아… 강현 씨….”

살짝만 건드렸을 뿐인데도 지아는 평소보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자주 해야겠네, 여기서.”

“놀리지 말아요.”

“올라와.”

강현은 지아를 번쩍 들어 제 허벅지 위로 올렸다.

강현은 지아를 바라보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듯 지아의 입술을 핥더니 점점 더 진하게 밀려들었다.

어느새 지아의 엉덩이를 움켜쥔 강현은 입술을 뜨겁게 맞물린 채, 그녀의 안을 파고들었다.

“하….”

“지아야.”

“네?”

“지아야.”

“네… 하아….”

“평소랑 다른데?”

지아도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는지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아… 몰라요.”

강현은 그저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리고만 있을 뿐. 그녀의 몸이 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좋아, 좋아, 지아야.”

“하아….”

맞물린 정도도, 움직이는 정도도, 힘을 주는 정도도… 신기할 정도로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아가 움직일수록 강현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한 번으로… 하아… 못 끝내겠는데?”

“…네?”

“하고 또 해.”

“네, 아 안… 하아아….”

지아는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고는 이성을 잃은 채 강현을 끌어안았다.

잠시 후,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자세는 모두 해봤을 정도로 지아를 안은 강현은 그녀를 품에 가둔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그녀가 기특하다는 듯.

지아는 그의 품에 안겨 힘이 빠진 채 작게 속삭였다.

“나, 옷 입을래요.”

“도와줄까?”

“아니. 강현 씨는 옷 입고 있으니까 잠깐 나가 있어줘요. 나, 옷 갈아입게.”

“……?”

새삼스럽게 뭘 나가냐는 듯 보는 그의 표정을 읽은 지아는 그를 찌릿 째려봤다.

“나가요.”

거의 쫓겨나다시피 차 밖으로 나간 강현은 새삼 부끄러워하는 지아가 귀여워 절로 입가가 올라갔다.

그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차 서방」

“장모님?”

강현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장모님.」

「혹시 지아랑 같이 있나?」

「네. 같이 있습니다.」

「잠깐 지아 몰래 통화 좀 할 수 있을까?」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시지?”

그때였다. 지아가 차 문을 열고 나왔다.

“타요.”

“잠깐만.”

“……?”

“나 통화 좀 하고 들어갈게. 차에서 조금만 기다려.”

“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아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다시 만난 이후로 강현은 그 어떤 통화든 지아의 앞에서 했었다.

결혼 생활할 때 그는 다 나가서 통화를 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났을 때 눈에 띄는 그의 변화 중 하나가 이거였었다. 앞에서 통화하기.

저도 모르게 이런 변화를 생각보다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는지, 갑자기 다른 곳에서 통화를 하겠다는 그를 보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사귀더라도 각자의 생활이 있는 건데… 지금 입양 사실도, 병희의 일도 강현에게 숨기는 주제에 그에게 서운해하다니….

서운해할 자격 없다고, 별일 아니라고 마음을 다스려봐도, 지아는 오늘 그가 전화도 없이 늦었던 것과 지금 이렇게 다른 곳에서 통화를 하는 것까지 합쳐져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한편, 강현은 지아의 이런 마음은 모른 채 희숙과 통화를 했다.

- 차 서방!

“네, 어머님. 잘 지내셨어요?”

- 그럼. 통화는 처음이라 그런가… 조금 어색하네?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자주 드렸어야 했는데….”

- 아니야, 죄송하라고 한 얘기 아니야. 오해하지 마. 내가 전화한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 잠깐 만날 수 있을까?

“지금요?”

- 지금이면 더 좋고.

“급한 일이세요?”

- 내가 잠이 안 와서 그래… 며칠 밤을 못 잤더니….

“그럼 제가 지금 집으로 가겠습니다.”

- 아니, 집은 안 돼.

“네?”

- 그러니까 그게… 지아한테도, 지아 아빠한테도 비밀이야. 몰래 만나야 돼. 몰래.

통화를 끝낸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러시지?”

차에 탄 강현은 얼른 시동을 걸었다.

“집에 가자.”

“네?”

“집에 데려다줄게. 잠깐 일이 생겨서 어디 좀 가봐야 할 거 같아.”

“어디요?”

“어? 일.”

“일… 네.”

지아가 안전벨트를 매자, 강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차를 출발시켰다.

* * *

“에잇, 젠장.”

아무 생각도 안 나게 여자라도 실컷 안고 싶은데, 몸이 제대로 따라주질 않자, 병현은 신경질을 부리며 인형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협탁 위에 놓인 양주 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인형은 그런 병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 술을 마시니까 제대로 안 되는 거잖아.”

“너까지 나 무시하냐?”

“오빠, 무시라니….”

“잔소리하지 마라. 듣기 싫으니까.”

“오빠….”

인형은 요즘 계속 심드렁한 표정으로 짜증을 부리는 병현이 마음에 걸렸다.

왜 저러는 거야… 설마 나한테 질렸나? 다른 여자 생겼나? 아직은 안 되는데….

지금 현재 제 주변에 있는 남자 중 가장 쓸모 있는 남자이자, 아직 쓸모가 있는 남자가 병현이었기 때문에 인형은 그의 가슴에 안겨 아양을 떨었다.

“내가 오빠를 왜 무시해? 오빠를 누가 무시해.”

“몰라.”

“오빠, 화났어?”

“됐어. 이것도 재미없다.”

병현이 침대에서 일어나자, 인형은 미간을 구겼다.

“오빠!”

병현이 대꾸도 안 하고 욕실로 들어가자, 인형은 이를 바득 갈면서 그의 휴대전화를 집었다.

“진짜 여자 생긴 거야, 뭐야?”

병현의 휴대전화 패턴을 가볍게 풀어낸 인형은 그의 휴대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

“죄다 자기 엄마랑 통화한 거네.”

통화 목록을 지나쳐 최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려다가 인형은 멈칫했다.

“이게 뭐야? 이거 이하은 영상이잖아.”

이하은의 개인방송 업데이트 알람이 뜨자, 인형은 미간을 구겼다.

“이런 걸 보고 있었던 거야?”

병현이 즐겨 보고 있던 건, 하은의 소속사가 관리하는 개인방송 채널이었다.

하은의 활동 영상은 물론 일상 영상까지 담긴, 그녀의 팬이라면 필수로 챙겨보는 채널이었다.

그때, 욕실에서 병현이 나오자 인형은 얼른 휴대전화를 내려놨다.

“나왔어?”

병현은 대꾸도 없이 옷을 주워 입더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나 간다.”

병현이 호텔 방을 나가자, 인형은 입술을 짓깨물었다.

“설마 소문이 진짜였던 거야?”

신경질 섞인 한숨을 내쉰 인형은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야, 당장 튀어와.”

- 어딘데?

“매번 오는 호텔이지 어디야.”

- 왜? 오늘도 별로였어?

“언제는 좋았니?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건드려만 놨어. 짜증 나. 빨리 튀어와. 잘하면 오늘 더블로 줄게.”

- 오케이, 누님이 원하신다면 이 한 몸 바치러 가야죠. 문자로 호수 남겨. 당장 튀어갈게.

* * *

“하….”

하은은 치킨집에서 나와 겨우 숨을 돌렸다.

단체 손님이 떠나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맑은 공기가 맡고 싶어 제로 콜라를 하나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앉을 만한 공원 벤치를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리고 있는 영준이 눈에 들어왔다.

“저 남자 술 마시면 안 되겠네.”

하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영준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영준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

갑자기 쳐다봐서 하은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영준은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은은 영준에게 더 다가갔다.

“많이 마시더라… 괜찮아요?”

평소 하는 거 보면 도와주고 싶은 생각 1도 없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얼어죽을까, 싶어 하은은 그의 옆에 앉았다.

“저기요. 들어가요.”

영준이 대꾸를 하지 않자, 하은은 그의 팔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저기요! 저기요!”

손가락으로 찌르는데, 팔근육이 제법 탄탄 하자, 하은은 저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그의 팔을 계속 찔러봤다.

약국에만 붙어 있는 줄 알았더니, 언제 운동은 하는 거야….

하은은 ‘의외네’라는 표정을 하고는 고개를 내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기요. 평소에 운동해도 이런 데서 자면 얼어 죽어요. 일어나요.”

그 순간, 영준이 고개를 훽 돌려 하은을 바라봤다.

빤히 바라보는 게 민망해서 하은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봐요?”

영준이 따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하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잡았다.

하은은 화들짝 놀라 눈을 키웠다.

“저, 저기 뭐 하는 거예요?”

영준이 너무 진지한 눈빛으로 그윽하게 보자 하은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저….”

영준이 하은의 얼굴을 잡고 고개를 기울였다.

하은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음이 된 채, 반항할 생각도 못 하고 그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였다.

하은의 눈이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설마… 설마… 설마….

그 순간, 설마가 사실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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