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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보다 더한 짓-66화 (65/94)

66화

이건 어떠세요?

경옥은 모든 죄를 은서에게 뒤집어씌우고, 조용히 차 회장과만 얘기해서 청선그룹과의 맞선을 파투 낼 생각이었다.

차 회장에게는 은서를 다시 만나는 강현을 잘 타이르겠다고 하는 좋은 엄마 연기를 하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차 회장에게 신뢰도 다시 얻고 청선그룹과의 맞선도 해결이 되는 거였다.

근데 차 회장이 강현을 이렇게 바로 부를 줄은 몰랐던 경옥은 계획에 차질이 생겨 식은땀이 흘렀다.

원래 이렇게 강현을 부른 적이 없으면서… 매번 알아서 하라며 다 맡기고 관심 갖지 않을 때는 언제고 오늘은 왜….

차 회장의 돌발 행동에 경옥은 입술을 짓깨물었다.

강현은 차 회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경옥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자신을 노려보는 강현의 시선을 경옥은 애써 외면했다.

차 회장이 경옥을 향해 턱짓했다.

“강현이한테 사진 보여줘.”

“네?”

경옥은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을 더 세게 쥐고는 차 회장을 바라봤다.

“일을 왜 크게 만드세요. 어차피 잘 안 된 거 바쁜 강현이까지 부르시고. 제가 처리할게요.”

“얘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그 애가 어떤 애인지.”

“회장님, 제가 나중에 얘기할게요. 강현이가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 애인데 이런 사사로운 일로 불러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경옥이 사진을 꼭 쥔 채 안절부절못하자, 강현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손에 있는 사진을 뺏었다.

“뭐길래 그래요?”

“어?”

경옥이 말리기도 전에, 강현은 사진을 꺼내 확인했다.

강현이 사진을 보자 경옥은 탄식했다.

강현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확인하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내려놨다.

“잘 찍었네요. 안 그래도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뭐야? 차강현! 네가 맞선 앞두고 그게 할 소리야? 은서는 왜 다시 만나는 거냐?”

차 회장이 열을 냈지만, 강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그를 바라봤다.

“제가 선을 본다고요? 누구랑요?”

“몰라? 당신 아직 강현이한테 말 안 했어?”

“네? 그게… 저는 날짜 정해지면 말하려고.”

경옥이 얼버무리자, 강현은 피식 비웃고는 그녀를 노려봤다.

“저한테는 말을 안 했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그게….”

경옥이 변명을 하려고 입을 떼려고 하자, 강현이 말을 막았다.

“됐고. 이 사진 원본은 어디 있습니까? 어머니?”

강현이 다 안다는 듯 노려보자, 경옥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지만 아닌 척 시치미를 떼었다.

“그, 그걸 왜 나한테 찾니?”

“그럼 누구한테 찾죠?”

“차강현. 너 지금 네 엄마를 의심하는 거냐?”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요.”

“뭐야? 증거도 없이….”

“아버지는 증거 있으세요? 어머니가 아니라는 증거요.”

차 회장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경옥이 나서서 대답했다.

“내가 했다는 증거 있니?”

강현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는, 차 회장을 바라봤다.

“이건 우리끼리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적당한 사람들이 있는데… 불러도 될까요? 이미 앞에 와 있을 겁니다.”

“누군지 들여보내 봐.”

차 회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현은 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들여보내.”

- 네.

바로 회장실 문이 열리고, 강 실장과 병현이 회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강 실장과 병현은 차 회장이 호출한 줄 알고 온 거였는데, 그게 아니자 당황한 눈치였다.

강현은 그런 병현을 보며 턱짓했다.

“앉아.”

상황 돌아가는 눈치를 살핀 병현과 강 실장이 다시 회장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지석이 그 앞을 막아섰다.

“비켜.”

병현이 그를 밀쳐내고 나가려는데, 이번엔 경호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들이 그가 나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저리 안 비켜?”

병현이 소리를 치자, 강현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소란 떨지 말고 앉아.”

병현과 강 실장은 건장한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자리에 앉았다.

차 회장은 이 상황이 뭔가 싶어 강현을 바라봤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저도 더는 못 참겠어서요.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건드리네요. 어머니, 어머니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걸 건드렸어요. 윤은서.”

“차강현! 너 지금 은서 때문에 그러는 거냐? 그 애가 어떤 애인 줄 알고….”

차 회장의 말에 강현은 경옥을 죽일 듯 노려봤다.

“아버지, 어머니가 은서는 어떤 애라고 하던가요? 제가 회장실로 들어오기 전에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사진을 청선그룹으로 보낸 사람이 윤은서 아니냐는 말. 맞습니까?”

강현이 묻자, 경옥은 침을 꿀꺽 삼키고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럼 누가 또 있니?”

경옥의 대답을 들은 강현은 피식 웃으며 병현과 강 실장을 노려봤다.

“그렇게 생각해? 대답을 좀 해봐.”

건장한 남자들에게 어깨가 눌린 채 병현과 강 실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상황을 봤을 때 지금 입을 열면 안 될 거라는 건 두 사람도 판단할 수 있었다.

차 회장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비서실장을 불렀다.

곧바로 회장실로 들어온 비서실장은 차 회장의 지시를 건네받고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왔다.

“네가 이걸 듣고도 계속 은서를 두둔할 수 있을지 보마.”

차 회장의 얘기를 듣고, 경옥과 강 실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회장님, 지금….”

“강현이가 제대로 알아야지. 당신이 녹음한 거 같이 들으면 얘도 우리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알겠지.”

“네, 들려주세요.”

강현이 듣겠다고 하자, 경옥과 강 실장은 안절부절못했다.

“회장님,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은서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고… 말로 잘 설명을 해도 될 거 같은데….”

“은서의 사생활을 그렇게 보호하시는 분이 집안 곳곳에 녹음기를 설치하셨어요?”

강현의 말에 경옥은 할 말이 없어 입을 닫고 강 실장을 바라봤다.

어떻게 좀 해보라며.

강 실장은 그 눈빛을 외면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나라고 뭘 어쩌겠냐며.

노트북 전원이 들어오자, 비서실장은 차 회장을 바라봤다.

“준비됐습니다.”

“틀어.”

비서실장이 녹음을 재생시켰다.

경옥과 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부모는 끝까지 네가 입양아라는 거 우리한테 말 안 하더구나? 우리 식구 모두를 속여놓고.”

“속은 게 잘못이죠”

“뭐야?”

“제 말이 틀렸나요?”

“이혼해 놓고 강현이 집에 드나드는 목적이 뭐니? 또 돈이니?”

“네.”

“원한다면 돈은 얼마든지 주마. 강현이한테서 떨어져.”

“싫어요. 저 강현 씨랑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뭐, 뭐야?”

“잘난 성문그룹 안주인 되려고요.”

“네가 강현이 몰래 남자 만나고 다닌 거 다 알고 있어.”

“아셨어요?”

“넌 정말... 역시 너랑은 말이 안 통하는구나. 이만 가마.”

재생이 끝나자, 강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강현이 웃자, 차 회장은 미간을 좁혔다.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웃음이 나와?”

“죄송해요. 이렇게도 편집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서. 이거 누구 솜씨지? 강 실장이 직접 한 건가? 아니면 사람을 썼나?”

강 실장이 이를 악물자, 강현은 그를 보며 비웃었다.

“나중에 나도 알려줘. 실력이 대단하네.”

강현이 비아냥거리자, 차 회장은 호통을 쳤다.

“넌 지금 이걸 듣고도 윤은서를 감싸는 거냐?”

“아버지는 지금 이걸 듣고 은서를 욕하시는 거세요?”

“뭐, 뭐야?”

“아버지, 그럼 이건 어떠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조금 다른 내용이라서요. 마침 저도 준비를 했는데… 들어보시죠.”

강현이 지석에게 손짓하자, 그가 바로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을 재생시켰다.

그날의 대화가 편집 없이 그대로 녹음이 된 파일이었다.

“잠깐만요. 회장님, 아니 여보! 이건 조작이에요. 들어볼 필요도 없어요.”

경옥은 파일이 재생되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경호원들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이거 놔. 이거 안 놔?”

경옥의 몸부림에도 녹음 파일은 회장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경옥은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지만, 그것조차 경호원들이 막아서 할 수 없었다.

녹음 파일이 재생될수록 경옥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변했고, 강 실장의 얼굴 또한 곧 울 것 같은 절망적인 얼굴로 변해갔다.

병현 또한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창피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건장한 남자들이 회장실 문을 지키고 서 있고, 일어나지도 못하게 어깨를 잡고 있으니 경옥도, 병현도, 강 실장도 울며 겨자 먹기로 녹음 파일을 다 들어야만 했다.

“강현 씨한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집에 사람을 보내는 게 말이 돼요?”

“난 더한 것도 해. 우리 병현이 위해서라면. 그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고. 네가 강현이 몰래 남자 만나고 다닌 거 다 알고 있어.”

“그건 어머님이 조작하신 거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아셨어요?”

“아, 일찍도 알았구나? 멍청한 것. 진짜 속을 줄이야.”

차 회장은 경옥을 죽일 듯 노려봤다.

일부러 녹음을 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인 경옥이었다.

불순한 의도가 다분한 대화였다.

그 와중에도 지아는 강현을 감싸고 있었고.

“당신….”

“회장님, 오해예요. 오해. 이거야말로 편집된 거라고요.”

경옥이 변명을 하자, 강현이 지석을 보며 눈짓했다.

“다른 녹음도 하나 더 있는데… 들어보시죠.”

“뭐?”

또 있다는 말에 경옥은 얼른 일어나 지석을 말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경호원들의 제지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녹음 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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