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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보다 더한 짓-60화 (59/94)

60화

언젠가 바랐던

지아는 이름을 말하자마자 눈을 꼭 감아버렸고, 강현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내가 지아의 첫사랑이라니….

내가 권준우라는 걸 알면, 지아는 지금 이 순간을 두고두고 억울해하며 화내겠지만, 강현은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는 지아가 확실했다. 내 첫사랑 지아.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지아.

어릴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강현은 지아가 첫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근데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다니….

강현은 감격에 겨워 말을 하지 않은 건데, 그가 말이 없자 지아는 슬며시 그의 눈치를 살피며 눈을 떴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화났어요?”

“아니.”

“진짜 화 안 내는 거죠?”

“그럼, 내가 왜 화를 내겠어.”

강현은 지아를 빤히 쳐다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꿈꾸는 것 같다.”

“네?”

의외의 반응에 눈을 껌뻑이는데, 그가 눈꺼풀에 입을 맞췄다.

“거의 매일 꿈 꿨어. 당신이랑 이러고 있는 거.”

강현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려는 듯, 지아의 입술을 깊게 빨아 당겼다 놓고는 그녀와 계속해서 눈을 마주쳤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게 그녀가 맞는지… 이게 정말 꿈은 아닌지….

입술을 대고, 몸을 부딪쳐야만 이게 현실처럼 느껴졌다.

강현이 혀로 입술을 핥아 올리면서 입을 맞추고, 가슴을 주무르자, 지아는 그를 밉지 않게 째려봤다.

“야해.”

“칭찬이지?”

강현은 고개를 내려 지아의 쇄골에 입을 맞췄다.

지아는 그와 수도 없이 많은 밤을 함께 보내고 관계를 가졌지만, 이런 식으로 소중히 다뤄지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쇄골과 목덜미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추던 그가 입술을 감미롭게 적셨다 떨어뜨리자, 눈을 감고 있던 지아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와 관계를 가지며, 서로 마주 보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강현과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한참 동안 서로 마주 보았다.

“이렇게 좋은걸….”

“네?”

“억울해서.”

“억울해요?”

“어, 억울해.”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지금 눈앞에… 그토록 찾아 헤맸던 그녀와 그토록 사랑하는 그녀가 같은 사람이었다니….

소중한 그녀였다.

정성스럽게, 어디 한 군데 빠진 곳이 없도록 강현은 지아의 온몸에 입을 맞췄다.

“하아… 강현 씨….”

옷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맨살은 입술이 닿는 길이었다.

목덜미, 쇄골, 가슴을 한참 예뻐해주던 그의 입술이 점점 내려와 배, 배꼽, 그리고 골반에 닿았다.

“하아….”

지아가 골반을 틀자, 강현은 몸을 더 낮춰 그녀의 허벅지를 잡았다.

“조금만 참아.”

“강현 씨, 설마….”

강현이 고개를 내리려고 하자, 지아가 막았다.

“안 돼요.”

“왜?”

“그럼 샤워하고….”

“괜찮아.”

“싫어요….”

“하고 싶어.”

골반을 끌어당긴 강현은 순식간에 고개를 내렸고, 지아는 깜짝 놀라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안 돼… 하읏….”

지아는 민망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아… 강현 씨, 그만요….”

지아가 자꾸 민망해하자, 강현은 고개를 들었다.

“맛있어. 당신한테 좋은 향기 나.”

“거짓말….”

“진짜.”

강현을 내려다본 지아는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자, 말리기를 포기했다.

지아가 다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떡해….”

지아가 반항을 멈추자, 강현은 다시 고개를 내렸다.

“흐읏… 하아….”

온몸을 뒤흔드는 짜릿한 전율에 지아는 자지러지듯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 강현 씨… 하아….”

감당할 수 없이 쏟아지는 쾌락에 잠깐 정신을 잃고 나서야 강현은 지아의 눈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지아가 흐느끼자, 그가 달래듯 입술에 입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울리려고 한 건 아닌데… 괜찮아?”

지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매번 안아줄 때마다 욕망에만 휩싸여 밀어붙이기에 급급했던 그였다.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준 적 없었고, 일부러 상처 주려는 듯 못된 말로 가슴을 무너지게 하던 사람이었다.

근데 이렇게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게 꿈만 같았다.

지아가 빤히 쳐다만 보고 있자, 강현은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렇게 봐?”

“진짜 괜찮아요?”

“뭐가?”

“더럽잖아.”

“아니, 당신한테 좋은 향기 나. 씻어내는 게 아까울 정도로.”

지아가 민망해 또 두 손으로 눈을 가리자, 강현이 그녀의 손을 잡아 눈을 마주쳤다.

“지아야.”

“……?”

“보고 싶었어. 많이 그리웠고.”

지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오르자, 강현은 그녀의 왼쪽 눈에 입을 맞췄다.

“또 울어?”

지아가 고개를 젓자, 강현은 이번엔 오른쪽 눈에 입을 맞추고는 따뜻한 미소를 건넸다.

“예쁘다.”

강현의 말에 지아는 심장이 몽글몽글해졌다.

그에게 안길 때마다 늘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언젠가 그가 따뜻하게 말해 줄 날이 오길, 이렇게 미소 지어주길 바라고 또 바랐던 날들이 있었다.

그와 이혼을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평생 올 것 같지 않던 그 날이 오다니….

지아는 온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가슴이 벅차올라 와락 그의 목을 껴안았다.

“강현 씨….”

강현은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허벅지 위로 앉혔다.

그러고는 그녀를 꼬옥 안았다.

“계속 우네? 그만 울어.”

“응.”

“괜찮아?”

계속 괜찮냐고 살펴주는 그가 좋았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좋은 거였다니….

지아는 있는 힘껏 빈틈없이 그를 꼬옥 껴안은 채,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괜찮아, 너무. 아니, 좋아.”

촉촉한 그녀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자,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하체가 들썩였다.

이젠 참을 수가 없었다.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하게 만든 건 그녀였다.

강현은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추고 체취를 느꼈다.

한계였다.

“들어가도 돼?”

지아는 고개를 들어 강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그의 어깨에 기댔다.

심장이 간질거렸다.

그가 내 안에 들어온 적이 처음도 아닌데… 마치 처음인 것처럼 부끄러웠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 그에게 기대 얼굴을 숨겼다.

강현은 그런 그녀의 머리에 볼을 비볐다.

자꾸만 몸을 움츠리는 그녀가 귀여워 입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지아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묘한 감정이 일었다.

사랑하는 여자인 건 다름없는데….

강현은 복잡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 마음이 본능을 앞서진 못했다.

“천천히 할게.”

지아는 대답 대신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더 부드럽게 대해주는 그가 좋아 자꾸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지아의 움직임을 읽은 강현은 그녀에게 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렸다.

지아는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린 채 그를 위에서 바라봤다.

강현은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올려 제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입을 맞추고는 그대로 그녀를 안았다.

“하아….”

“흐읏….”

지아는 세게 강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가 허리에 힘을 싣자, 지아는 더 세게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흐읏….”

“하아….”

그녀가 목을 끌어안을수록 밀려드는 강한 자극에 강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지아가 그의 목을 팔로 더 세게 감싸 안으며 그에게 매달렸다.

“어떡해….

강현은 한 손은 그녀를 꼬옥 안은 채, 다른 한 손은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린 채 천천히 그녀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지아는 온몸에 전율이 올라 골반을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렸고, 어쩌지 못하는 쾌락을 견뎌내려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현은 그런 지아의 모습이 예뻐 입을 맞췄다.

입술이 잠시 떨어진 찰나, 마주친 그의 눈빛이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

치닫는 그의 힘이 더 세지고 있었다.

“하아… 강현 씨….”

흥분을 이기지 못한 강현이 지아를 소파에 눕혔다.

“다리 좀 올려볼래?”

강현은 자신의 어깨에 지아의 다리를 올린 뒤,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그러고는 허리에 힘을 실었다.

“……!”

“흐읏….”

“하읏… 하아….”

그가 밀고 들어올 때마다 빈틈없이 맞물리고 있었다,

“하으… 강현 씨… 너무… 너무 세요….”

“그래서 싫어? 살살해?”

“아니… 하아… 그건… 그건 아니… 하아….”

강현의 치받는 힘이 너무 세, 소파가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아는 팔을 올려 소파를 밀어냈다.

강현의 강한 힘 때문에 지아도 점점 밀리고 있었다.

강현은 이 와중에도 지아가 소파에 머리를 부딪힐까 걱정돼 그녀의 머리 위에 제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허리를 쉬지는 않았다.

속도를 점점 높여 안쪽까지 치닫는 그의 욕망이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하아… 하….”

그로 인해 몸이 흔들리는 건지, 몸이 저절로 떨리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몸이 떨리고 있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오고, 강현이 지아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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