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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보다 더한 짓-5화 (5/94)

5화

그럼 좋고

은서는 처음에 몸이 살짝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남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건가 싶어 넘겼지만, 첫날밤에는 그 정도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했었다.

다가가려고 하자, 겁에 질린 채 심하게 떨고 있는 은서를 보고 강현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억지로 겁탈하는 상황도 아닌데, 과민하게 반응하는 은서를 보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이해를 하면서 부부관계는 차일피일 몇 개월을 미루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알게 됐다.

은서가 경옥과 거의 매일 같이 만나고, 어느새 강현의 사생활과 비밀리에 진행되던 일들이 그들, 경옥과 병현의 귀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게 우연일까?

좋은 사람을 운운하며, 옆에 있겠다고 순진한 얼굴로 다가올 때는 언제고, 뒤에서 이런 앙큼한 짓을 하고 있었다니….

지석이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정확한 증거도 없었지만, 아니라는 증거도 없었다.

그녀를 의심하는 심증에 힘을 실어줄 그녀와 그 여자의 만남이 있을 뿐.

강현은 믿을 수 없어 은서에게 물었지만, 실망만 더할 뿐이었다.

누가 집에 왔었냐고 물어보면 은서는 늘 그런 적 없다고 했고, 집안일을 봐주는 옥산댁도 그런 적이 없다고 입을 맞춘 듯 같은 말을 했다.

도대체 내 주위 어디까지 이경옥 그 여자가 손을 뻗은 건지, 강현은 늘 모든 걸 감시당한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혼할 때만 해도 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앞에서는 순진한 척, 소스라칠 정도로 스킨십을 거부하면서, 뒤에서는 자신에게 칼을 꽂는 이들과 몰래 만난 은서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배신감과 술에 취한 밤.

역시나 은서는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사시나무처럼 떨며 거부했고, 그날은 강현도 양보하지 않았다.

강현은 은서의 입술에 강제로 입을 맞췄다.

“으… 읍….”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강현은 은서를 더 몰아붙이고, 그녀를 옭아맸다.

떨어지라고 주먹질을 하는 은서를 감당하며 강현은 입술로는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손으로는 그녀의 온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거칠게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지자 은서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강현을 바라봤다.

“이게…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랑 결혼한 거 아니었나? 이 결혼 나랑 한 거 아니었어?”

강현이 다시 입술을 거칠게 삼키자, 은서는 그를 밀어냈다.

“잠깐만요, 강현 씨… 잠깐만….”

“왜? 몸은 못 섞겠어?”

“그게 아니라….”

“부부라면 이게 당연한 거잖아, 안 그래?”

“강현 씨….”

“왜? 이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강현의 말에 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이럴 거면 결혼은 왜 한 거지? 혹시 이 결혼에 다른 목적이라도 있었던 건가?”

술에 취한 강현은 말에 거침이 없었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은서는 당황했다.

“무슨 소리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럼 뭔데! 왜?”

강현이 소리치자, 은서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울고 있는 은서를 보고 있자니, 강현은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해졌다.

“울 정도로 싫은 건가, 내가?”

“그게 아니에요… 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그런 게 아니라….”

강현이 침대에서 나가려고 하자, 은서가 그를 붙잡았다.

“저….”

“……?”

여전히 떨고 있었지만, 은서는 작게 숨을 내쉰 뒤 강현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살며시 포개었다.

잠깐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을 뿐인데, 은서의 몸은 더더욱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은서는 강현의 옷을 꽉 잡은 채 놔주질 않았다.

“일부러 피한 적 없어요… 진짜예요….”

은서의 눈을 보는 순간, 강현은 심장이 아플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다.

그렇게 당해 놓고도… 사람 마음 따위가 얼마나 가볍고 가증스러운 건지 알면서, 잠깐이나마 은서에게 마음을 주려고 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날 속인 저 눈빛이 싫었다.

울고 있는 그녀를 더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현이 다가가자 은서는 떨면서도 이번엔 밀어내거나 피하지 않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꾹 다문 은서의 입술에 강현이 입술을 맞물렸다.

은서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끝까지 강현을 받아들였다.

너무나도 힘들게 받아들이는 그녀를 보면서 강현은 울분을 느꼈다.

이렇게 억지로 할 일인가?

아님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더 양심이 아프길, 강현은 자신으로 인해 은서가 흐트러진 모습, 매달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하아… 강, 강현… 하아….”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열락에 정신을 잃어가는 은서를 보며, 그 모습에 함께 흥분하는 자신을 발견한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알면서도 이 여자의 몸이… 이 여자의 향이 좋다니….

이 여자를 옭아매고 싶으면서도 멀리하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강현은 스스로를 경멸했고, 멈출 수 없는 욕망에 몸부림쳤다.

그날 이후로, 강현은 화풀이를 하듯 은서를 탐했고, 그녀에게 철저히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날 밤을 떠올리는 동안, 어느덧 차는 은서가 있는 집 앞에 도착했다.

지석이 얼른 차에서 내려 은서를 위해 뒷좌석 문을 열었다.

“타시죠.”

“네.”

은서가 뒷좌석에 타는 걸 보고 문을 닫으려는데, 지석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 왔다.

“잠시만 전화 좀 받겠습니다.”

“네.”

차 문이 닫히고, 차 안에는 그녀가 몰고 온 바깥의 찬 기운이 훅 끼쳤다. 강현은 옆에 앉은 은서를 빤히 쳐다봤다.

코끝이 빨개진 은서는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는 두 귀를 붙잡았다.

밖에서 오래 기다린 탓에 체온이 많이 떨어진 은서는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차 많이 막혔어요?”

질문에 답은 안 하고 빤히 쳐다보는 그를 보며, 은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봐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은서를 강현은 한참 동안 바라봤다.

* * *

강현과 은서는 차 회장의 집으로 가기 전, 집에 들렀다.

차 회장의 집에 갈 때는 옷차림에 더욱더 격식을 갖추고 신경을 써야 했기에, 평상시 외출복으로 바로 갈 수는 없는 탓이었다.

샤워 후, 메이크업을 마친 은서는 강현이 옷 입는 걸 돕기 위해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모던한 다크그레이 컬러와 오크 컬러가 조화를 이룬 드레스룸엔 숙련된 마스터 테일러가 완벽하게 재단한 최고급 원단의 슈트와 셔츠가 정장숍에 온 것처럼 걸려 있었다.

강현은 업무가 많은지 옷을 입으면서도 업무적인 통화를 했다.

은서는 옆에서 넥타이를 고르며, 그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강현이 통화를 끝내자, 은서는 그의 목에 넥타이를 대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거 어때요?”

강현은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내렸고, 은서는 그의 목에 넥타이를 둘렀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넥타이 매듭을 매고 있는데, 그의 시선이 은서의 가슴으로 향했다.

실크 슬립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로브 가운을 걸친 은서는, 가운의 매듭이 풀린 줄도 모르고 넥타이를 맸고, 그 모습은 의도치 않게 강현을 자극하고 있었다.

넥타이 매듭이 완성되는 동안 가운이 흘러내려 은서의 하얀 어깨가 드러나고, 슬립 원피스의 오른쪽 어깨끈이 내려가 봉긋한 살결이 살짝살짝 보이고 있었다.

넥타이 매듭을 마무리 지으려는 순간, 은서는 강현과 눈빛이 부딪혔다.

어느새 짙어진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은서는 작게 숨을 삼켰다.

“……?”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린 은서는 놀라서 가운을 다시 고쳐 입었다.

그러고 눈을 살짝 올려 떠 그를 바라보는데, 태연하게 손을 뻗은 그가 가운의 끈을 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잡아당겼다.

은서는 그가 가운 끈을 풀지 못하도록 얼른 매듭 위로 손을 올렸다.

마주친 눈빛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가야죠….”

“왜? 안 갈까 봐?”

“다들 기다리시잖아요.”

까짓거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은 강현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손을 떼라는 눈빛을 보냈다.

입술을 살짝 깨문 은서는 조금 망설이다가 끈에서 손을 뗐고, 강현이 끈을 더 잡아당기자 실크 소재인 가운 끈의 매듭은 힘없이 스르륵 풀렸다.

가운이 벌어지고, 강현의 손이 살짝 스치자 실크 로브 가운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민망함에 눈을 피한 은서는 드레스룸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손이 가슴에 닿았다.

그때였다.

똑똑-

밖에서 기다리던 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래 걸리십니까?”

지석의 물음에 강현은 은서의 가슴 위에 올렸던 손을 움직이며 답했다.

“응, 좀 걸릴 것 같네.”

“많이 늦으시면, 조금 늦는다고 연락드릴까요?”

강현의 손은 여전히 야릇하게 은서의 살결을 유영하고 있었다.

은서는 입을 꾹 다물었는데도 새어 나오는 신음을 겨우 참아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

강현은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은서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읍….”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은서의 예민한 살결을 자극했다.

“하으읏… 하아….”

문밖에서 지석이 다시 물었다.

“본부장님, 늦는다고 연락할까요?”

강현이 예민한 살결을 집요하게 자극하자, 은서는 신음을 참기 위해 손가락을 물었다.

강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좋고.”

“네.”

대답을 끝낸 지석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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