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 회: 또 꽃이 피고 -->
“읏...”
촉촉하고 미끄러운 감촉이 추영의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오고 있었다.
느끼기 쉬운 꽃술을 살며시 문지르자 촛불만이 일렁거리던 방 안으로 그녀의 달콤한 신음이 울려 퍼진다.
“아아...”
봉긋하게 부풀어오른 그녀의 꽃술을 애태우듯 문지르자 추영의 한 팔 안에 안긴 유경의 몸이 움찔거린다.
추영의 손가락이 그녀의 닫혀진 꽃잎을 열고 안으로 살며시 들어간다.
“하읏...”
뜨겁게 젖은 안쪽의 주름이 손가락에 휘어 감기는 것을 느끼며 추영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얕게, 얕게...’
깊게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자신에게 ‘얕게’라고 주의를 주면서도 그의 숨결이 거칠어진다.
이렇게 뜨거운 여인의 안으로 자신을 넣고 싶지만 지금은 참아야 하는 때였다.
그녀의 얕은 질구에서 빠져나온 손가락으로 그녀의 계곡을 위아래로 문지르자 그 손가락에 이끌려나온 꿀이 젖은 소리를 낸다.
“으응...”
유경이 몸을 뒤척이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갔다.
그를 등지고 누운 유경을 추영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그녀의 매끄러운 등줄기를 혀로 핥아 올려본다.
“하읏...”
뒤에서부터 감싸 올리듯이 그녀의 가슴을 손으로 안고 더듬어본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유두가 단단하게 일어서서 그의 피를 끓게 만들고 있었다.
“하아...하아..., 으응...응...”
유경이 등을 휘며 달콤한 신음을 흘린다.
그 신음이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추영이 그녀의 목덜미를 살며시 깨물어본다.
“으읏...”
목덜미를 물린 유경이 허리를 흔든다.
목덜미는 그녀가 좋아하는 장소였다.
추영의 입술에 닿는 그녀의 살갗이 뜨거웠다.
넣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녀의 뜨거운 살결을 느끼고 싶었다.
“잠시만 이렇게...”
그녀의 등을 끌어안고 있던 추영이 몸을 일으켜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붉은 촛불이 일렁거리는 방의 얕은 어둠 속에서 꿀로 범벅이 된 그녀의 하체가 추영의 눈앞에 드러났다.
“하읏...서방님...”
농염한 여인의 속살이 드러나자 추영이 혀를 내밀어 흠뻑 젖은 꽃잎을 간질여 나간다.
그리고 뜨거운 입안으로 돌기를 머금고 세차게 빨아들인다.
“아앗! 아아!”
느끼기 쉬운 돌기를 입에 머금고 달콤한 꿀을 빨아들이면서 몇 번이나 비밀스러운 틈새를 혀로 훑어내리는 행위에 유경의 허리가 바들 바들 떨렸다.
“미치겠소...”
추영이 끓어오르는 목소리를 겨우 내뱉었다.
이 사내의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미칠 지경인 것이다.
이렇게나 농염한 아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몇 달을 더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것이다.
“정 그러시면 살살...”
유경이 달뜬 눈을 살며시 뜨며 그를 향해 말했다.
이 사내를 느끼고 싶은 것은 유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아무리 손과 혀가 기쁨을 준다 하나 이 사내를 직접 받아들이는 것만 못한 것이다.
“아주 살살...”
유경이 추영을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맞잡은 추영이 그녀의 열린 꽃잎 사이로 천천히 자신의 분신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애원을 하던 분신이었지만 참고 또 참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급하게, 거칠게 그녀를 취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마음 뿐, 조심스럽게 그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섰다.
깊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조심 조심 안으로 들어서는 추영의 남근에 유경이 희열이 깃든 숨을 내뱉는다.
“으응...괜찮아요...으응...아직은 괜찮아요...”
옥합이 깨어질까 두려운 사내처럼 추영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으응, 응...서방님...으응...”
그 조심스러운 사내의 몸짓에 유경이 맞잡고 있는 그의 손을 꽉 틀어쥐었다.
손바닥에서 스며 나온 땀이 그녀의 손바닥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아니, 안 되겠어.”
땀을 흘리던 추영이 결국은 그녀의 안에서 몸을 빼내고 말았다.
“서방님...”
“내가 이리 마음이 약한 사내인줄 오늘 처음 알았소. 도저히 무서워서...”
“괜찮아요 서방님, 나중에...나중에 다시...”
유경이 그녀를 끌어안는 추영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하체에 아직 시들지 않은 추영의 물건이 닿아 있었다.
이 사내를 어찌하면 좋을까.
이렇게나 순진하니 우직한 사내를 어찌하면 좋을까.
“네 이놈. 나중에 두 배로 효도해야 할 것이야.”
추영이 유경의 배를 어루만지며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본다.
“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 해.”
유경이 그 말에 한마디 더 거든다.
잠시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이 말없이 웃었다.
작게 웃던 두 사람의 입술이 마주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다시금 입술을 포갠 두 사람이 뜨거운 혀를 얽으며 문질러댄다.
섞지 못한 몸 대신 혀를 섞으려는 듯 정신없이 문질러댔다.
뜨거운 숨결, 넘쳐흐르는 열기, 달콤한 신음, 이 모든 것이 밖으로 나갈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 두 사람이 서로의 입술을 격렬하게 빨아들이며 입맞춤을 이어갔다.
*
“으읏...”
맞닿아 있는 가슴의 시끄러운 심장 소리를 느끼며 그가 입술을 벌린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유연하게 파고 들어온 따뜻한 혀가 부드럽게, 그리고 다정하게 입안을 애무해간다.
그 부드러운 애무에 시영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더 깊은 곳까지 닿아 달라는 듯.
한층 더 뜨거워진 혀의 애무를 받으며 시영이 문한의 목을 끌어안고 몸을 밀착했다.
아랫배를 건드려오는 단단하게 발기된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미 옷은 벗겨져 있었고 바닥에 눕혀져 뜨거운 혀의 세례를 받아내고 있는 시영이었다.
문한의 단단한 손이 시영의 늑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애를 태운다.
“으음, 읏...”
문한의 움직임에 맞춰 시영의 허리가 들썩이고 있었다.
서로 닿은 이 뜨거운 체온이 좋았다.
이 숨가쁜 거친 소리가 정신을 녹일 듯한 쾌락을 선사한다.
거친 사내의 숨소리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것이다.
문한이 자신의 아래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시영을 만족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흐트러져 있는 모습 마저도 아름다운 사내였다.
하늘이 왜 이 사내를 이렇게 아름답게 세상에 낸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문한의 가슴에 시영의 가슴이 맞닿았다.
같은 속도로 뛰고 있는 두 개의 심장.
문한이 시영을 억센 팔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에 화답하듯 시영이 그 가느다란 팔로 그의 등을 감싸 안는다.
“하아...하아...”
가쁜 숨을 내쉬던 시영이 문한을 끌어안고 있던 두 팔 중 한 팔을 뻗어 머리맡에 두었던 담뱃대를 잡았다.
“피지 마.”
“진정이 되지 않아서...”
살며시 몸을 일으킨 시영이 부싯돌에 불을 붙인 다음 담뱃대에 옮긴다.
담뱃대를 한번 길게 빨아들이자 그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피울래?”
담뱃대를 내미는 시영의 손을 문한이 거절한다.
“이불이 엉망이 되었어. 내일 아침에 침모 얼굴을 또 어찌 보지?”
담배를 피며 낄낄거리는 시영의 모습에 문한이 소리 없이 웃는다.
문한의 소리없는 미소를 보며 담배를 한모금 빨아올리던 시영이 문득 생각이 난 듯 한마디 꺼낸다.
“딸이래.”
“응?”
“유경이.”
“낳았데?”
“단이라고 이름 지었데. 하여간에 못 말린다니까.”
“그렇군.”
“내일 양자가 들어올 거야.”
“그래.”
시영이 담배를 한번 더 길게 빨아들이며 연기를 내뿜는다.
“후회 안해?”
시영이 묻는 말에 문한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뭘?”
“나 때문에 너는 무슨 죄야. 남들 다 보는 자식도 못 보고...”
“쓸데없는 소리.”
“내가 네 아이를 낳아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그건 불가능하니...”
“쓸데없는 소리라니까.”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 장성한 자식들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을 볼 때마다...”
“안 해.”
“해도 괜찮아. 그래도 내가 자넬 사랑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내가 그 아이에게 검을 가르쳐줄까?”
“내 양자에게?”
“좋지 않아? 내가 검을 가르쳐주고 네가 글을 가르쳐주고.”
“우리 아이처럼?”
“그래. 우리 아이처럼.”
“괜찮군.”
희미하게 웃는 시영의 이마에 문한이 입을 맞췄다.
진한 담배 연기가 두 사람을 휘어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