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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의 손이 얇은 속치마 위에서 그녀의 젖가슴을 감싸듯이 안는 순간 그녀가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왜 숨이 막히는 것인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사내라면 충분히 겪어왔다.

누구보다 뜨겁고 감미롭게 그녀의 몸을 취하였던 수윤을 비롯해서 문한, 그리고 기방에서 그녀를 산 양반들에게 이미 사내라는 것이 낯설지 않을 만큼 안겨왔다.

그런데 이 순간 추영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그것도 속치마 위에서 조심스럽게 감싸듯이 잡는 순간 그녀의 숨이 막혔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여느 양반들에게 들려주던 귀를 홀리는 교성도 낼 수 없었다.

그녀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이에 추영의 손이 그녀의 속치마를 벗겨냈다.

그녀의 몸에서 벗겨진 속치마가 사락 소리를 내며 옆으로 밀려진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그녀의 턱을 추영의 손이 살며시 잡아 들어올렸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 추영의 눈동자가 가득 들어찼다.

가까워지는 그 눈동자에 유경이 눈을 돌릴 수도, 감을 수도 없었다.

감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의 입술을 덮은 그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입안으로 퍼져나갔다,

첫 사내.

그녀에게 처음으로 사내라는 존재를 알게 한 사내.

사내에게 안기는 긴장과 두려움을 알게 한 사내.

그 사내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입술 안으로 흘러들어와 전신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입안에서 휘감기는 따뜻함에 그녀의 막혔던 숨이 살며시 트이는 순간 그녀의 몸이 금침 위에 눕혀졌다.

속치마가 벗겨진 그녀의 젖가슴이 추영의 눈에 드러났다.

금침 위에 눕혀진 유경의 시선에 추영의 단단한 가슴에 가서 멎는다.

무인 특유의 단단한 가슴과 아름다운 쇄골, 넓은 어깨에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전 이 사내에게 안겼을 때는 차마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몸이었다.

촛불도 모두 불어 끈 어두웠던 그 밤에는 볼 수 없었던 몸이었다.

이 아름다운 몸이 그녀를 안았던 것이다.

새삼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유경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유경의 알몸을 내려다보던 추영이 몸을 숙였다.

천천히 몸을 숙인 추영의 입술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

그녀가 숨소리 하나 낼 수 없었다.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팔을 따라 내려간다.

그녀의 손을 잡고 팔꿈치 안쪽과 손바닥, 그리고 손등으로 이어지는 입맞춤에 그녀가 살며시 몸을 떨었다.

이 남자가 이렇게 다정한 남자였던가.

기억을 되감아 본다.

그 때, 그 첫날에도 이 남자가 이렇게 다정했었던가.

다정했었다.

그때도 이 남자는 다정했었다.

처음인 그녀를 배려해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었다.

아프냐고, 걱정스럽게 물어보며 그녀를 애써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던 남자다.

그랬었던 남자다.

사내에게 안기는 것이 당연한 기생을 마치 혼인 첫날밤을 맞이하는 순결한 새색시처럼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던 남자다.

비록 그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다정했던 남자였었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유경의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밀려 올라왔다.

만약 그녀가 입술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면 왈칵, 울음이 흘러 나왔을 것이다.

추영의 입술이 유경의 가슴에 닿았다.

“흑...”

유경의 다물어진 입술 사이에서 울음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따뜻한 입술이 가슴에 닿는 순간 그녀가 더 이상은 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작은 흐느낌에 추영의 입술이 멈췄다.

“내가...”

추영이 살며시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 싫은 것이오?”

아마 그는 그녀가 자신을 싫어한 나머지 흐느낀다고 오해한 건지도 모른다.

울 정도로 그를 싫어한다고 오해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싫어한다 하더라도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오.”

추영의 손이 유경의 뺨에 닿았다.

그녀의 뺨과 눈가를 어루만지던 추영의 손이 천천히 내려와 그녀의 젖가슴을 고이듯 잡았다.

뭉클하게 올라온 젖가슴을 입술로 머금는 추영의 애무에 유경이 입술을 달싹거린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싫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싫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싫지 않아서 눈물이 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인 것을 알고 있는데, 이 다정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 이 남자는 분명 더 상처받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이 남자에게는 상처가 될 것이다.

이 남자를 받아들이겠다는 말이 아니라면 그 어떤 말도 이 남자를 상처입힐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녀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다정하게 애무하던 입술을 미끄러뜨린 추영이 그녀의 다리를 벌린다.

“아...!”

그녀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의 입술이 닿은 곳에 불꽃이 피어나는 듯 뜨거움이 번지고 있었다.

그녀의 꽃잎을 핥는 그의 혀는 따뜻했다.

그녀의 허리가 움찔거리자 추영의 손이 그녀의 은밀한 꽃잎을 더 벌리고 아직 젖지 않은 그곳을 부드럽게 핥는다.

유경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추영이 입술을 맞추듯 그녀의 꽃잎에 입술을 묻고 갈라진 틈으로 혀를 집어 넣는다.

앞뒤로 움직이며 계곡을 핥아나가는 그 따뜻하고 축축한 혀의 느낌에 유경이 작게 몸을 떨었다.

수윤의 다정함이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면 이 남자의 부드러움은 그녀의 마음을 안타깝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 부드러움이 애처로웠다.

“으읏...”

한 장씩 꽃잎을 핥던 추영의 혀가 그녀의 꽃술을 혀끝으로 굴린다.

이미 그 따뜻한 혀에 애무 당하던 그녀의 계곡이 젖어서 질척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어머, 나으리.”

행수 기생이 뜻밖의 손님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은 진짜 기묘한 날이라고 그녀가 생각했다.

평소에 생각도 하지 않던 손님들이 화연각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추영이 화연각을 찾아 들더니, 이제는 기생은 몇 명이 달라붙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소문난 이 사내, 차문한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 놈 어디 있어?”

문한의 첫마디에 행수 기생이 부채로 살며시 입술을 가린다.

하지만 부채로 가려지지 않은 그녀의 눈이 웃고 있었다.

잘 하면 오늘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 입으로 알려 드릴 수는 없고...”

행수 기생이 눈짓으로 뒤를 가리킨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닫힌 채로 불이 꺼진 방문이 보인다.

“뛰어봤자 벼룩이지.”

문한이 행수 기생을 지나쳐 불 꺼진 방문 쪽으로 성큼 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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