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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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윽! 나, 나으리! 아읏!”

몸 안에서 피가 들끓는 것 같다고 유경이 생각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마치 단단한 기둥이 몸 안 가장 깊은 곳까지 박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아! 나으리! 아아아!”

숨을 제대로 내쉬지도 못하면서 애달픈 신음을 내지르는 유경의 허리를 붙든 채로 문한이 거칠게 허리를 놀려댄다.

“아아! 아, 아, 아!”

문한이 다시 한번 강하게 허리를 밀어 올리자 유경이 자지러지게 신음했다.

그녀의 안에서 커다란 기둥이 크게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어이.”

그녀의 허리를 붙든 채로 문한이 시영을 힐끗 쳐다봤다.

“괜찮겠어?”

문한이 묻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시영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안전한 날이야.”

이미 유경에게 물어서 그녀의 마지막 달거리가 언제였는지 듣고 그녀의 가임기까지 계산을 끝낸 시영이 문제없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문한이 마음 놓고 그녀의 허리로 자신의 것을 밀어 붙였다.

“아아아!”

거칠게 밀려들어오는 남성과 동시에 그녀의 안에서 뜨거운 것이 퍼지는 순간, 유경이 숨을 삼켰다.

정신이 아찔해지고 있었다.

“아아...”

문한이 잡고 있던 그녀의 허리를 놓자 그녀의 몸이 이불 위에 풀썩,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이불 위에 쓰러져 어깨를 들썩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유경의 등을 문한의 거친 손바닥이 어루만진다.

아직 그녀의 몸 안에 그의 기둥이 남아 있었다.

“고생했다.”

문한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그 단단하고 거친 손바닥이 등을 어루만지는 느낌에 유경이 가쁘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좋은 몸이야. 사내들에게 사랑받겠어.”

그 칭찬보다는 등을 어루만지는 그 투박한 손길이 더 다정하게 느껴져서 유경이 눈을 감은 채로 입술로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 그녀의 몸 안에 뜨거운 것의 여운이 퍼져 있었다.

허벅지 사이로 주르륵 흐르는 그 여운을 그녀가 닦을 기운도 없이 엎드린 채로 누워 있었다.

발가락부터 머리끝까지 뜨거워지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치 몸이 녹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유경이 살며시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바지를 추슬러 입고 있는 문한을 살며시 올려다본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손바닥의 느낌이 이추영, 그 남자의 것과 닮았다고 그녀가 생각했다.

이추영이라는 그 양반의 손바닥도 거칠고 투박했었다.

그리고 이 차문한이라는 사내의 손바닥도 딱 그처럼 투박하고 거칠었다.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유경이 문한을 바라봤다.

이추영이라는 양반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 그 얼굴이 어쩌면 이렇게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손이 닮은 것처럼 얼굴도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투박하고 거친 듯 다정한 면모 역시 닮았을지 모른다고.

“빈 방에 군불을 때 줄 테니 그 방으로 옮겨가서 이제부터 아침저녁으로 문한이와 교접하거라. 내가 보니 너는 아직 사내를 두려워하고 있어서 일단 그 두려움부터 없애야겠다.”

시영의 말에 당황한 것은 유경이 아니라 문한 쪽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한번이야 필요하다고 해서 해주었지만 누구 맘대로 아침 저녁으로 하라는 거야? 내가 무슨 종마야?”

“그러면, 아무리 기생이라도 함부로 이 놈 저 놈에게 돌려지게 할까? 기생이 사내에게 몸을 여는 것과 아무나에게 돌려지는 것은 다른 것이잖나. 이 놈 저 놈에게 막 굴려먹은 계집의 몸을 어느 양반이 좋아 하겠나. 통달은 하되 함부로 천박하게 몸을 놀려서는 안 되지. 그러니까 자네 같은 사내가 하나 딱 붙어서 똥파리가 꼬이지 못하게 옆에서 막아도 주고, 그리고 꽃도 피워주고 그래야 하지 않겠나?”

“내가 무슨 기생 오래비야?”

“어차피 할 일 없는 건달이잖아. 딱 석달만 그 노릇 해주면 나도 더 이상은 부탁하지 않아.”

시영과 문한의 대화에서 오고가는 기생 오래비라는 단어는 유경도 알고 있었다.

기생 오래비, 다른 말로는 기부. 즉 기생의 남편과도 같은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물론 진짜 남편이 아니라 남편이 없는 기생의 주변을 돌봐주고, 외간 사내들이 함부로 행패하지 못하게 막아도 주며, 기생과 잠자리도 같이 하는 사내를 가리켜 기부, 혹은 기생 오래비라고 부르는 것이다.

송도에 있을 때도 나이 찬 대부분의 기생들은 모두 이 기생 오래비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일년마다 기생 오래비를 바꾸는 기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 명의 사내와 오래도록 정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유경이 기억했다.

지금 이 우시영이라는 사내가 차문한이라는 사내에게 유경의 그런 기부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었다.

‘석 달...’

석달만 기부 노릇을 해달라고 시영이 문한에게 부탁하는 말을 들으며 유경의 뺨이 발그스레 물들었다.

두 사람의 옥신각신을 들으며 이부자리에서 일어난 유경이 조심스럽게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속치마까지 입고 치마에 저고리까지 모두 갖춰 입은 유경이 저고리 고름을 묶는다.

그리고 흘러내린 머리를 쪽지고 빼놓았던 비녀를 더듬어 잡으려하자 그 비녀를 먼저 잡은 문한이 그녀에게 비녀를 내밀었다.

“석 달이다. 더는 못해.”

유경에게 비녀를 내밀며 문한이 시영을 보며 인상을 쓴다.

그러자 시영이 짓궂은 눈웃음을 지으며 웃음소리를 흘린다.

“유경이가 석달 안에 자네와 정분나서 기생 노릇 하지 않겠다고 해도 나는 모르는 일일세.”

짐짓 그 짓궂은 말에 문한이 부아가 나는 듯 얼굴이 험악해졌지만 시영이 곰방대에 불을 붙이며 껄껄 웃어버린다.

*

그날 시영의 방 맞은 편, 그리고 문한의 방 바로 옆의 작은 방에 유경의 보따리가 옮겨졌다.

군불을 땐 방 안에는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았었다.

그 텅 빈 방에, 유경의 보따리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 빈 방에 문한이 이불 한 채를 가져가 놓고, 그리고 시영이 명경과 분첩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하나 가져다 놓고, 또 문한이 어디에서 낡은 화초장 하나를 업어 와서 들여 놓고, 그리고 시영이 거미줄 잔뜩 묻은 가야금과 장구를 하나 가져다 구석에 놓으니 어느새 방이 꽉 차 버렸다.

눈 깜빡할 사이에 어엿한 방으로 바뀌어버린 그곳에 앉아서 유경이 눈만 깜빡거렸다.

뭔가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 같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있었다.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그녀였지만 한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한양에 오기로 결심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그것이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오며 내린 결정 중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우시영, 차문한...’

두 사내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며 유경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애써 짚어낸다.

아직은 이 두근거림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나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가기를 바래보는 것이다.

춘삼월이 되어도, 다시 여름 장마를 지나고 가을 걷이가 끝나게 되어도, 그리고 또 다시 매서운 정월 한파가 몰아닥쳐도 이 좋은 인연이 여전히 이어져가고 있기를 말이다.

흐릿한 등잔이 밝혀진 방 안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밤이 늦도록 잠이 들지 않고 있는 시영의 그림자를 마당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던 문한이 천천히 시영의 방문을 열었다. 

꼬고 있던 새끼줄을 한 켠에 밀어 넣은 채로 시영이 입에 곰방대를 문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뺨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의 느낌에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시영이 고개를 들었다.

“안 자고 뭐해?”

“그냥, 이런 저런 생각.”

문한이 그런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물어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눈 내린다.”

문한이 손으로 밖을 가리켰다.

어두운 하늘에서 눈송이가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라...”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영의 눈가에도 소리 없이 선명하게 내려오는 눈송이가 들어왔다.

문한이 손을 뻗어 손바닥에 눈 한송이를 받아냈다.

“문한이...”

시영이 문한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길게 연초 연기를 내뿜는다.

“어려운 일을 부탁해서 미안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시선은 마주치지 않고 곰방대만 빨아대는 시영을 힐끗 쳐다본 문한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손바닥에 올려 놓은 눈송이만 쳐다볼 뿐이다.

손바닥 위의 눈송이는 어느새 녹아들고 있었다.

눈송이가 녹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연초 연기를 내뱉는 시영을 힐끗 바라보며 문한이 문득, 시영과 이 눈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작은 온기에도 이렇게나 쉬이 녹아버리는 눈처럼 언젠가는 시영도 이렇게 녹아버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안하면 나한테 잘해.”

한쪽 가슴이 지끈거리는 것을 문한이 느꼈다.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눈이 그들의 머리를 이고 있는 초가 지붕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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