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회: 두 남자 -->
흐릿한 방의 어둠이 아무래도 거슬렸는지 시영이 등잔을 두 개 더 밝혔다.
기름이 많이 들어간다는 투덜거림도 잊지 않았다.
조금 전보다 훨씬 환해진 방이 유경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로인해 그녀의 민망스런 모습이 더 잘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무릎을 세우고 앉은 유경의 다리 사이로 시영이 등잔을 가까이 들이댔다.
그러자 그녀의 음부가 훤히 불빛에 드러났다.
“흐음...”
그녀의 은밀한 꽃잎이 있는 부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영이 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 은밀한 곳으로 손을 뻗는다.
“읏...”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살짝 당황한 유경이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시영이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의 갈라진 틈새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읏...나, 나으리...”
남자의 손가락이 자신의 속살을 벌리고 침입해 들어오자 유경이 얼굴을 붉힌 채로 수줍게 고개를 숙인다.
여덟달 만에 남자를 느끼는 몸이었다.
이추영이라는 양반이 머리를 올려준 그 날과, 그 다음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진사와 동침하고 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자의 몸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거의 잊어버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몸 안으로, 그 은밀한 계곡을 가르고 시영의 손가락이 파고 들었다.
그냥 파고 든 것이 아니라 그녀의 습지를 파고든 시영의 손가락이 그녀의 좁은 입구를 이리 저리 문지르기까지 하는 탓에 유경이 허리를 비틀었다.
아찔한 감각이 그녀의 하체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질의 입구가 좁아. 이건 좋은 조건이지.”
“나, 나으리...”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숙인 시영이 그녀의 다리 사이, 거뭇한 그림자가 내려앉은 곳을 등잔불로 밝히며 그 안에 넣은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질벽 주름이 가늘고 깊어. 문한이 자네도 한번 넣어보겠나?”
시영의 말에 문한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일어서 보거라.”
시영이 그녀의 안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을 따라 끈끈한 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유경이 고개를 들지 못한 채로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 잠깐 사이에 남자의 손가락에 느껴버린 자신이 창피했던 것이다.
“일어선 채로 다리를 벌리고 서 있거라.”
시영이 다리를 벌리고 선 그녀의 음부 안으로 다시 손가락을 넣어본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안에서 휘젓는 소리가 질척 질척 흘러나왔다.
“으응...”
유경이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하아...하아...”
그녀의 입에서 거칠어진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녀가 느낀다는 증거로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묘하고 야릇한 광경이었다.
등잔으로 어둠을 밝힌 좁은 방 안에서 나체의 여자가 서서 다리를 벌리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앞에 앉은 남자가 소매를 걷어올린 채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팔을 넣고, 그녀의 벌어진 음부 안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로 이리 저리 휘젓는 표정이 무척이나 담담했기 때문에 더 기묘했다.
남자의 손가락을 받아들인 여자의 표정은 야릇한 흥분에 들떠 있었고, 그녀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해서 그것이 또 요상한 광경이었다.
“너무 느끼지 말거라. 어디 보자, 일어서니까 질문이 아래로 내려오는 구나. 어디 한번 내 손가락을 조여 보거라.”
“네?”
조이라는 말에 유경이 흠칫 놀라며 시영을 바라봤다.
여자의 음문을 휘저으면서도 그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질 말이다, 질을 한번 조여 보거라. 사내의 물건을 조이듯이 말이다.”
“으읏...”
그 말에 유경이 하체에 힘을 주고 음부를 조여 본다.
시영의 손가락을 넣은 채로 그녀의 질이 오므라졌다.
“수축이 좋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안에서 손가락을 뺀 우시영이 한손으로 그녀의 꽃잎을 살짝 열어 젖혔다.
“하읏...”
한꺼풀을 열어젖히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작은 돌기를 찾아낸 시영이 그 돌기를 손끝으로 눌렀다.
“아읏! 나으리! 거긴...!”
자기도 모르게 유경이 다리를 모으고 뒤로 물러나 버렸다.
두 손으로 자신의 하체를 가리며 유경이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렸다.
“딱 좋아, 기생 노릇 하기에.”
옷자락에 젖은 손을 닦으며 시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기생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 가지 뿐이지. 얼마나 사내를 즐겁게 해주는가 하는 것.”
시영이 유경을 바라봤다.
“이제 옷을 입고 거기 앉거라.”
유경이 옷 입기를 기다려 시영이 말을 이었다.
“잠자리에서 만족을 얻으면 만 가지 재주가 부족해도 사내는 만족함을 얻는 법이지. 아무리 추녀라고 해도 아랫도리가 사내를 녹이면 그 앞에서 버틸 재주가 있는 사내가 세상에 없으니까. 내가 아는 어느 기생도 얼굴도 박색이고 가진 재주도 없었지만 사내를 녹이는 하체 하나만으로 한양에서 사내들이 줄을 서는 기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나중에 소문이 나서 궁에 들어가 임금님의 궁기까지 되었다지, 아마?”
우시영의 말을 들으며 유경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그에게 만져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재주가 없어도, 외모가 부족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할 수 있다는 말을 그가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더 이상은 기생하고 관련된 일은 하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 송도에서 여기까지 왔다니 이 엄동설한에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인정에 맞지 않는 일이고 하니, 봄까지 여기 있게 해주마. 봄까지 내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시집이나 가거라. 그 정도면 기생의 자격이 문제가 아니라 하늘님이 허락을 안 하시는 것이니 말이다.”
“봄까지...”
“내가 가르쳐서 이름 있는 기생이 되지 못한 이가 없는데 네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건 네 탓도, 내 탓도 아니라 하늘님 탓이라는 뜻이다. 알겠느냐?”
그 말에 묻어나오는 자신감을 유경이 알아차렸다.
하늘이 굳이 막아서지 않는 이상 반드시 유경을 유명한 기생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시영의 말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유명한 기생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저 기생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으면 그뿐이었다.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부끄럽게 되지 않는 것이 유명해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으리.”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는 유경을 쳐다보던 시영이 좁은 방을 둘러본다.
“그런데 널 어디서 재워야 할지 그게 문제구나. 이 방은 좁고, 문한이 방에서 재울 것도 아니고...”
“너하고 내가 여기서 자고 내 방에서 재우면 그만이지, 뭘 고민을 해?”
칼 손질을 다 끝냈는지 문한이 칼을 방 구석 한 켠에 세워놓고 하품을 한다.
그런 문한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시영이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그냥 여기서 자거라. 어차피 앞으로 계속 살을 부대껴야 할 것인데 내외하면 무엇하겠느냐. 문한이 자네는 그만 건너가서 자게나.”
“으잉?”
그만 건너가서 자라는 시영의 말에 문한의 표정이 구겨진다.
“둘이 같이 자겠다고?”
“먼 길 온 사람 피곤하니 빨리 가게나. 어서.”
내쫓듯이 문한을 문밖으로 밀어버리는 시영 탓에 문밖으로 밀려난 문한이 잔뜩 인상을 쓰며 두 사람이 있는 방을 쳐다봤다.
“찬 바람 들어오네.”
문한이 째려보던 말던 시영이 얼른 문을 닫아버린다.
문밖에서 문한의 쾅쾅거리는 발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들으며 시영이 구석에 있던 이불을 끌어냈다.
“이불이 한 채니 천상 같이 덮고 자야겠다. 괜찮지?”
“네, 나으리.”
유경이 일어나서 시영을 도와 요를 바닥에 펼친다.
요를 바닥에 펼치고 베개를 그 위에 얹으며 유경이 살짝 그 남자를 훔쳐본다.
담담한 눈빛에 나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
실제는 마흔이 넘었다고 하지만 갓 스무살이 겨우 넘어 보이는 외모.
하지만 그 몸에서 배어나오는 묘한 자신감이 그녀를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남자라고 유경이 생각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