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회: 초야 -->
천천히 그녀의 안 깊숙이 몸을 밀어 넣을 때마다 그녀의 다리가 흔들렸다.
그녀의 가쁜 숨과 흔들리는 다리를 느끼며 그녀의 안으로 더 깊숙이, 더 강하게 몸을 밀어 넣으며 사내가 그녀의 흔들리는 젖가슴에 입을 맞춘다.
사내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며 그녀의 젖가슴도 더 크게 흔들려갔다.
흔들리는 젖가슴을 애무하는 사내의 타액에 젖어든 그녀의 젖꼭지가 꽃잎처럼 붉게 부풀어 올라 사내의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앗...”
어찌할 줄 몰라 방황하던 그녀의 손이 사내의 등을 감싸 안았다.
등에 그녀의 손이 감겨지자 사내가 더 강하게 그녀의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
사내가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유경이 그의 등을 손톱으로 끌어 당겼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두려움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온 몸을 전율시키는 쾌감에 휩싸인 채로 유경이 사내의 아래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때 그녀의 안에서 뜨거운 것이 퍼져 나갔다.
몸 안에서 호수에 이는 파문처럼 뜨거운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을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사내가 그녀의 안에 자신을 분출시킨 것이다.
“하아...하아...”
그녀의 젖가슴에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사내가 손으로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그때까지 딱딱하던 사내의 것이 부드럽게 변한 것을 유경이 느꼈다.
그녀의 위에서 사내가 토해내는 더운 숨이 그녀를 내려 덮었다.
밀착된 두 사람의 알몸이 서로에게 젖은 온기를 전해준다.
그녀의 젖가슴 위로 더운 숨을 토해내던 사내가 얼굴을 올려 그녀에게 입맞춤하기 시작했다.
유경 역시 그런 사내의 입술을 받아들여 그에게 자신을 마음껏 내준다.
‘이런 것이 사내인 것일까...’
사내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유경이 눈을 감았다.
뜨겁고 격정적이며,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것.
온 몸을 찢을 듯이 아프면서도 전신에 아찔한 쾌감을 각인시키는 이것이 사내, 라고 그녀가 생각했다.
◈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이었다.
그녀가 잠을 깬 것은 옆에 누워있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사내의 뒷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지난밤 그 사내는 두 번이나 그녀의 몸을 취했었다.
처음이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면 두 번째는 조금 더 격렬한 그 품에서 유경은 보다 확실하게 그 몸을 자신의 품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온 몸이 나른하고 허벅지 사이의 하체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가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나으리.”
그녀의 목소리에 의관을 갖추어 입던 사내가 손을 멈춘다.
내심 사내가 돌아봐주길 바라며 유경이 다시 한번 사내를 불러본다.
“나으리.”
아직 그녀는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한 것이다.
아직은 어둠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사내가 돌아봐주면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그 사내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이전에 촛불을 키면 사내의 얼굴을 똑똑히 봐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내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지난밤 자신을 그렇게 격렬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안아주던, 속삭여주던 그 사내의 얼굴이 알고 싶었다. 자신의 첫 남자의 얼굴이.
“그만 가볼까 하니 너는 조금 더 누워 있거라.”
돌아앉은 채로 사내가 유경에게 말했다.
“하오나 나으리,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았고...조반도...”
초야가 지난 후 두 사람이 같이 아침 겸상을 받는 것이라고 유경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내는 지금 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 머물러서 무엇하겠느냐. 다시 볼 일이 서로에게 없을 듯 하니 얼굴 한번 더 봐서 괜한 미련이나 남길 생각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일어나야지.”
“그런...”
사내의 말이 무정하게 들려서 유경의 눈가가 살며시 떨렸다.
어젯밤의 뜨거웠던 격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등을 돌리고 앉은 사내는 무정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네가 살 집과 세간 살이는 내가 행수 기생에게 부족함이 없게 해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이다. 앞으로는 너 하기 나름이겠지.”
그 말을 하고 도포를 갖춰 입은 사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유경이 황급히 그 옷자락을 잡았다.
그 옷자락을 잡고 그녀가 사내를 붙들었다.
“가실 땐 가시더라도 나으리.”
유경이 벗어놓았던 옷에 매달려 있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것이니 이것만이라도 가져가 주시면...”
유경이 반쯤 일어나 있던 사내의 손을 잡고 그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사내가 자신의 손에 잡힌 물건을 천천히 내려다봤다.
옥가락지였다.
“이것이 무엇이냐?”
“나으리께 드리고 싶어서 제가 준비한 것입니다. 이것이라도 가져가시면 제 마음이 한결 편할 것 같으니 제발 이것이라도 가져 가주세요.”
첫 사내에게, 머리를 올려주는 첫 사내에게 증표로 주고 싶어서 한 쌍의 옥가락지를 사두었던 유경이었다.
하나는 자신이, 그리고 하나는 첫 사내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첫 사내와 끝까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은 유경도 잘 알고 있었다.
한번의 인연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특별하게 간직하고 싶었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첫 사내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락지를 준비한 것이다.
마음으로라도 이 사내를 기억하고 싶어서, 가락지를 준비한 것이다.
그녀가 쥐어준 가락지를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사내가 가락지를 품 안에 넣었다.
그리고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가 문을 열고 나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경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한번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이별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 얼굴을 제대로 한번 보지도 못했다.
자신을 안고, 다정하게 속삭여주던 그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그리워할 수도 없게,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사내는 떠나버렸다.
사내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유경이 그 자리에 엎드리고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눈물로 젖어드는 그녀의 손바닥 안에 옥가락지가 눈물에 젖어든다.
희뿌옇게 밝아오는 새벽 빛에 그녀가 엎드린 채로 울음을 터트려버린 방 안이 새파랗게 밝아왔다.
그녀를 위해 준비된 비단 금침 위로 그녀의 눈물, 그리고 붉은 핏자국 만이 지난밤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초야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