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 프롤로그 (1/7)

프롤로그

“하윽!”

남자의 위에 올라탄 여자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녀가 올라탄 남자의 분신을 하체로 문질렀다.

여자의 풍만하고 둥근 엉덩이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아래에 짓눌린 남자가 신음했다.

여자의 안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남자의 하체를 흠뻑 적시고 여자가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질퍽거리는 소리를 냈다.

“흐, 읏… 이제, 넣어, 넣어요…!”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자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그러자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던 여자의 음부 안으로 남자의 분신이 푹 찔러 들어갔다.

“아!”

남자가 아래에서 찔러 올리자 여자의 허리가 휘었다.

뒤로 휘는 여자의 허리를 잡은 남자가 아래에서 허리를 쳐올렸다.

그 쳐올리는 남자의 허리짓에 맞춰 여자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외쳤다.

“하윽!”

여자의 허리를 잡은 채로 남자가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남자의 위에 있던 여자가 아래에 깔리며 남자가 여자의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고는 깊숙하게 분신을 찔렀다.

“아! 하읏!”

흔들리는 여자의 젖가슴을 움켜쥔 남자가 격렬하게 허리를 쳐댔다.

“하읏! 읏! 아아!”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여자가 소리를 질러댔다.

여자와 남자가 뒤엉켜있던 몸을 떨어뜨린 것은 거친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실컷 뒹굴고 난 후였다.

“열쇠는?”

여자의 위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가 옆에 뒀던 술병을 손에 들며 여자를 쳐다봤다.

“당연히 손에 넣었지.”

“보물이 얼마나 있다고?”

“당신은 상상도 못할 정도야. 그걸 다 가지고 나가지도 못할 걸?”

여자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전부 금이야?”

남자가 술병 째로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신 뒤 여자에게 술병을 건넸지만 여자는 손을 저었다.

“금? 금도 있고, 보석도 있고.”

“보석?”

“다이아몬드, 루비 할 것 없이 보석이 몇 상자가 된다고. 우린 부자가 될 거야. 여기서 도망쳐서 북부로 가서 신분을 사고 귀족이 되는 거지.”

“귀족? 어떤 작위를 사고 싶어? 남작? 백작? 후작?”

술병을 쥔 남자가 여자의 곁에 다시 누웠다.

“어느 게 제일 높지?”

“그건 나도 모르지. 귀족들에 대해서 알게 뭐야.”

“그러면 남작.”

여자의 말에 남자가 히죽 웃었다.

“왜 남작이지?”

“여기가 힐데스하임 남작의 성이잖아. 남작이면 좋겠어.”

“남작의 보물을 훔쳐서 남작의 작위를 사자는 것이지? 그런데 우리가 보물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을 남작이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

“걱정 마. 오늘 남작부부는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성에 없어.”

“그래도 돌아오면 바로 우리를 뒤쫓을 텐데?”

“쫓아오지 못하게 하면 돼.”

여자가 간교하게 웃었다.

“어떻게?”

“정신이 없게 만들 거야. 우리를 쫓아오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을 쏙 빼주면.”

“어떻게 할 거야?”

“두고 보면 알아. 이 열쇠 가지고 자정 전에 보물부터 챙겨 놔, 마차에 보물을 잔뜩 싣고 난 후에 기다리고 있어. 내가 뒤처리를 하고 마차로 갈 테니까.”

“알았어.”

“잊지 마. 값나가는 것은 전부 실어.”

“걱정이 왜 이렇게 많아, 남작 부인?”

남자가 여자를 끌어안고 다시 뒹굴기 시작했다.

* * *

곰인형을 품에 안은 여자 아이가 층계에 앉아 있었다.

“레티샤.”

여자 아이를 발견한 두 명의 소년이 다가왔다.

“왜 여기에 앉아 있어, 레티샤?”

“한나는 어디에 있어, 레티샤?”

똑같은 얼굴을 한 이 두 소년은 쌍둥이 형제다.

힐데스하임 남작가의 쌍둥이 형제 요한과 벤야민이었다.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아요.”

인형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꼬마 여자아이는 뺨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여자 아이의 이마에는 반달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그건 이 여자 아이가 아직 걸음이 서투를 때 넘어져 나무뿌리에 이마가 찢어지며 생긴 흉터다.

“이마가 뜨거워 레티샤.”

“감기에 걸렸나봐.”

두 소년이 번갈아가며 여자 아이의 이마를 만졌다.

“감기에 걸리면 뜨거운 차를 마셔야 해.”

“우리 방으로 가자. 유모가 뜨거운 차를 가져다놨을 거야.”

쌍둥이 소년 중 벤야민이 여자 아이의 손을 잡자 요한이 곰인형을 대신 안아줬다.

여자 아이의 목에는 은제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가을의 생일에 쌍둥이 형제가 이 아이에게 선물한 펜던트였다.

레티샤는 이 성에서 하녀로 일하는 한나라는 여자의 딸이다.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고 레티샤가 겨우 걸음마를 할 때 한나는 이 성에 하녀로 들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쌍둥이 형제에게 레티샤는 여동생이나 마찬가지다.

성에서 하루 종일 어울려서 같이 놀고 간식도 같이 먹으며 사이좋은 남매처럼 지내고 있는 것을 남작 부부도 무척이나 좋게 여겼다.

남작부인은 쌍둥이를 낳은 후 더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었기 때문에 쌍둥이와 남매처럼 지내는 하녀의 딸을 무척이나 귀여워했다.

레티샤가 가지고 있는 곰인형도 남작부인이 선물한 것이다.

“레티샤!”

형제의 방으로 들어가려던 여자 아이를 소리쳐 부른 것은 아이의 엄마인 한나였다.

“레티샤! 엄마가 방에 가 있으라고 했잖아!”

“한나. 레티샤 이마가 뜨거워.”

“맞아. 감기에 걸렸나봐.”

성큼성큼 걸어와서 레티샤의 손을 잡는 한나를 바라보며 쌍둥이 소년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도련님들. 레티샤는 약을 먹고 자야 해요. 그리고 도련님들도 방으로 돌아가셔야지요.”

“아버지 어머니는?”

“남작님과 마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늦는다고 하셨으니 도련님들은 일찍 잠자리에 드셔야 해요.”

여자가 쌍둥이 소년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침대에 눕는 것을 지켜봤다.

“한나. 레티샤에게 꼭 약을 먹여야 해. 안 그러면 감기가 심해질 수 있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으면서도 쌍둥이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련님들. 좋은 꿈 꾸세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가 촛대를 들었다.

그리고 문을 나가기 전 촛대를 기울였다.

바닥에는 미리 뿌려둔 기름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젖은 기름에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한 여자가 얼른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물쇠를 문에 채우고는 밖에서 기다리던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여자의 등 뒤에서 쌍둥이 소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여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을 열어달라는 비명소리와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여자 아이가 뒤를 돌아봤다.

“레티샤!”

뒤를 돌아보는 여자 아이를 품에 안은 여자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뒤쪽에서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정신없이 성을 빠져나온 여자가 뒤뜰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차로 달려갔다.

여섯 마리의 말이 모는 마차는 남작가의 마차였고 남작가의 마부인 남자가 지금 마차의 고삐를 쥐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와!”

남자가 아이를 품에 안고 뛰어오는 여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헉헉거리며 달려온 여자가 마차 안에 올라탔다.

여자가 타자마자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마차의 뒤로, 성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마차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멀어지는 성을 바라보는 여자 아이의 눈동자에 시뻘건 불길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서둘러!”

“서두르고 있다고!”

여자가 마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을 모는 남자를 재촉했다.

그들이 탄 마차가 산길로 접어들 때였다.

“으아악!”

마차의 바퀴가 진흙에 미끄러지며 산비탈로 굴러 떨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꺄아아악!”

“엄마아-!”

산비탈로 굴러 떨어지는 마차 안에서 여자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마차는 구르고 굴러서 산비탈의 가장 아래쪽에 처박히고 난 다음에야 멈췄다.

그리고 굴러 떨어진 마차 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 겨울의 일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