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수업
아직 이른 시간인 덕에 교통체증 없이 도착한 현주의 집은 훈훈한 온기로 둘을 반겼다. 지원은 마치 자기 집 들어가듯 익숙하게 구두를 벗고 코트를 정리했다. 짙은 남색 코트로 가리고 있던 그의 매끈하고 탄탄한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
“밥 안 해 줘?”
지원은 넋 빠진 사람처럼 미동 없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의 완벽한 몸매에 속으로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던 현주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작은 몸이 집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였다. 주방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우리 수업은 언제 해요?”
“수업?”
“나 가르쳐 준다고 했잖아요.”
지원은 못 말린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현주가 왜 웃느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지원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수학 선생님이야? 수업을 하게?”
“그럼요?”
“그냥 내가 하는 대로 따라와. 그것뿐이야.”
현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지원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그녀의 등을 껴안듯 몸을 기울인 그가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 만들어 줄 거야?”
“된장찌개 좋아해요?”
“응. 좋아.”
현주는 자신의 등에 붙어 있는 그가 불편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힘을 풀어 체중을 실었다. 현주가 무거움에 낑낑거리며 말했다.
“이러면 불편해서 요리 못 해요.”
“프로는 장비 탓하는 거 아니랬어.”
“장비 탓하는 게 아니라 그쪽 탓하는 거예요.”
현주가 뒤집개를 들고 흔들자 지원은 그제야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는 스스로 제 머리를 헝클이며 중얼거렸다.
“심심한데…….”
“소파에 앉아서 TV라도 볼래요?”
“맨날 보는 얼굴들을 뭐하러 봐.”
이럴 때면 그는 꼭 말 안 듣는 남자아이 같았다. 잔뜩 피곤한 얼굴을 하고선 심심하다고 중얼거리던 그는 가뜩이나 작은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바닥 장판의 결이라든지, 햇빛을 가리는 암막이라든지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는 TV 위에 놓인 작은 액자 앞에 섰다.
“당신, 어릴 땐 예뻤네?”
“지금도 꽤 예쁘거든요.”
“에이, 그건 아니지.”
지원은 푸스스 소리를 내며 웃었다. 사진 속 그녀는 지금 모습과 똑 닮은 채 몸집만 작았다. 또래보다 성숙한 분위기에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 웃음이 나왔다.
그는 그녀의 집이 마음에 들었다. 좁다면 좁은 공간에 있을 건 다 있는 것이 귀엽고 또 따뜻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 더미와 그녀에게 나는 비누향이 가득한 욕실, 그리고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묵직한 이불이 펼쳐진 침대까지 참 그녀다웠다.
현주는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떠 맛을 봤다. 시원한 끝 맛이 만족스러운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하얀 다기 그릇에 현미밥을 담고, 심심하게 간을 한 달걀말이를 썰었다. 두터운 주방장갑을 끼고 찌개까지 식탁에 올리고 나니 소박하지만 그럴듯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지원 씨.”
“…….”
“지원 씨, 밥 다 됐어요.”
현주의 부름에도 지원은 기척이 없었다. 화장실에 있나 싶어 욕실 문을 두드렸더니 지원은 없었고 거실 소파에도 그는 없었다. 남은 곳은 딱 하나, 침실뿐이었다. 평소의 그라면 무슨 장난이라도 칠 것 같아 급히 문을 연 침실엔 평소와 다른 그가 있었다.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워 있는 그는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현주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핏기가 없는 듯 보여 이마에 손을 대니 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피곤하면 짧은 순간에 잠이 들었을까 싶어 안쓰러워지던 찰나 그녀의 입에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인 그도 잠들었을 때만큼은 온순해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창밖은 해가 멀어져 음기가 가득했고 방 안은 어두웠다. 잠기운으로 체온이 올라간 탓에 그의 체취가 은은하게 퍼졌다. 첫 만남의 그날, 그에게 안겨 느꼈던 향기가 떠올라 정신이 몽롱해졌다.
마침 그의 앞머리가 흘러내렸다. 그도 불편한지 눈가를 찡그렸다. 그녀의 작은 손가락이 꼬물거렸다. 현주의 마음속에선 두 개의 강렬한 욕구가 충돌했다. 하나는 그를 만지고 싶다는 노골적인 욕망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서 이 방을 나가야 한다는 방어적인 욕망이었다.
쥐고 있던 주먹이 풀리며 그녀의 손이 그에게로 천천히 뻗어 나갔다. 허공에서도 한참을 망설인 그녀의 손끝이 그의 뺨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으앗!”
그의 살결이 손끝으로 전해지려는 순간 그녀의 몸은 붕 떠서 그의 위로 포개졌다.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감겨 있던 그의 눈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마치 뱀처럼 그녀의 정신을 꽁꽁 감쌌다.
“왜 이렇게 늦어.”
“…….”
“밤새는 줄 알았네.”
그는 그녀의 가는 목을 휘감으며 끌어당겼다. 그의 입술이 그녀와 닿을 듯 말 듯 애를 태웠다.
“가르쳐 줄게.”
그의 두 눈이 짙은 욕망으로 뜨거움을 뿜어냈다. 현주는 높아만 가는 긴장에 몸을 떨었다. 첫날밤의 호기심과 급작스러운 분위기가 자아냈던 유혹과는 다른 것이었다.
낯설기만 하던 그의 집이 아니었고 낯선 그가 아니었다. 매일 같이 잠드는 자신의 침대였고 이제는 제법 가까워진 그였다.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무책임한 쾌락이나 암담한 슬픔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가 보였고, 오로지 그의 손길에 민감해졌다. 지배하는 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지원은 그런 섭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잘 따라와.”
본능적으로 그녀가 긴장하고 있음을 안 그는 입을 맞추며 그녀의 작은 머리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말캉한 혀가 뒤엉키고 그의 손은 그녀의 연둣빛 카디건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길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린 카디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주의 거친 숨결이 지원의 뺨에 닿았다.
“아까 배고프다고…….”
“당신이 더 고파.”
그는 그대로 현주의 귓가에 얼굴을 묻었다. 삼키면 삼킬수록 움찔거리는 그녀를 더 괴롭히고 싶었다. 지원의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런 말은 이럴 때 하는 거 아니야.”
그는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는 그녀가 어색함에 부리는 방어기제를 하나하나 집어냈다. 현주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붉어졌다. 지원은 그런 그녀의 콧등을 살짝 깨물었다.
“아앗, 내가 무슨 강아지예요?”
“강아진 귀엽기라도 하지.”
“아, 진짜!”
지원을 밀어내려는 현주의 두 팔은 꽤 간절했지만 그럴듯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하얀 블라우스의 단추가 톡, 톡 풀렸고 연분홍빛 속옷이 드러났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이 탐스러운 복숭아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지원은 제 옷을 벗어 던지며 그녀의 쇄골에, 가슴에, 납작한 배에 달려들었다.
“하앗―”
부드럽던 지원이 거칠게 달려들자 현주는 몸을 비틀며 신음을 토해 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이리저리 토해져 몸에 닿았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아찔해졌다. 지원은 그녀의 허리를 안아 들고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갑자기 마주 앉게 된 상황이 어색한 현주는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당신이 움직이는 거 보고 싶어.”
지원은 현주가 자신의 아래에서 그저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좋았지만 그녀를 위해 ‘수업’이라는 것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지탱하듯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등을 어루만지던 손으로 후크를 풀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브래지어를 미련 없이 풀어냈다. 긴장으로 빳빳하게 고개를 든 그녀의 가슴을 아프지 않게 잘근거렸다.
현주는 같은 애무임에도 자세에 따라 자극이 다름을 깨달았다. 누워 있을 때도 지원의 몸에 갇혀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구속받지는 않았다. 둘의 상체는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그의 단단한 두 팔이 강한 힘으로 어깨와 허리를 쥐고 있으니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가냘프기만 한 목과 손가락뿐이었다.
현주의 고개가 아찔한 쾌락에 젖혀졌다. 지원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먹잇감의 하얀 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뜨거운 혓바닥이 영역을 표시하듯 이리저리 흔적을 남겼다.
“하아, 하…… 그, 그만.”
현주는 그만하라 외쳤지만 그 말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손에 닿은 그의 탄탄한 피부가 뜨거울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점점 다시는 올라올 수 없을 것 같은 구덩이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정신은 없고 몸은 불이 붙은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지원은 안고 있던 그녀 위로 무너졌다. 다시 눕게 되자 현주는 안심했지만 이내 더 강력한 쾌락이 덮쳐 왔다. 그가 그녀의 청바지 버클을 풀고 손을 집어넣었다.
“아앗! 하, 하지 마요.”
“당신 아래는 벌써 뜨거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둥글게 솟은 작은 돌기가 느껴졌다. 미끈거리는 애액으로 부드러워진 그곳은 그의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위아래로 누르기도 했다가 양옆으로 휘젓기도 하는 그의 움직임은 그녀를 거의 혼절 상태로 이끌었다.
“하앗…… 하……. 지, 지원 씨. 제발요.”
“섹시해.”
“아앗, 제, 제발…….”
“더 빌어 봐.”
그는 오히려 그녀의 애원에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킨 그가 그녀의 청바지를 말끔하게 벗겼다. 애액으로 젖은 하얀 팬티가 뜨거운 숨으로 들썩였다. 지원이 그녀의 골반을 잡고 들어 올렸다.
“뭐, 뭐 해요?”
그는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손가락보다 더 예민하고, 그보다 더 부드러운 혀의 움직임은 수치심과 황홀함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하앗, 하…… 지원 씨, 그, 그만하고 다른 거…….”
그게 어떤 것이든 지금 이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아직은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그녀는 뻔뻔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혀가 닿을 때마다 전율하며 진동하는 자신의 아래를 더 이상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다른 건 괜찮아?”
“아니…… 으앗!”
지원은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현주를 뒤집었다. 가볍게 뒤집혀진 그녀의 모습은 가히 명화 속 한 장면이라 할 만했다. 둥근 어깨와 잘록한 허리, 탱탱한 엉덩이까지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원은 그 경이로운 광경을 눈에 담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에 닿았다. 움찔거리는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소리 내면 지는 거야.”
“…….”
그는 그녀의 어깨부터 등허리에 걸쳐 긴 입맞춤을 전했다. 지원은 혀를 쓰지 않고 오로지 입술만으로 애무했지만, 그녀는 온몸의 세포가 날카롭게 곤두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 내지 말라는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도 왠지 반드시 지켜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그녀는 이불을 입안 가득 물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입에서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신음을 듣고 싶었다. 그의 입술이 쏙 들어간 허리에서 둥글게 솟은 엉덩이를 향해 내려갔다. 그는 이를 드러내고 잘 익은 과일을 베어 먹듯 깨물었다.
현주의 미간이 깊게 주름졌다. 그는 혀를 세워 곡선과 곡선 사이를 파고들듯 움직였다.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주먹을 쥐고 몸을 뒤틀었지만 그는 그녀의 허리를 꼭 잡아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작은 숲과 가까운 곳까지 내려가자 그녀는 항복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앗……! 지원 씨…… 하, 하아…….”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졌어.”
“하아, 하…….”
“벌칙 있어.”
그는 그녀를 돌려 눕히며 말했다. 현주의 검은 두 눈은 총기를 잃고 쾌락에 번져 있었다. 지원은 현주의 입술을 찾아 깊은 키스를 나눴다. 아까보다 더 뜨거워진 그녀의 숨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녀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벌칙이 뭔데요.”
“원한다고 말해.”
“…….”
“원한다고 말할 때까지 난 당신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그의 얼굴에 익숙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악한 악마 같기도 하고 천진한 소년 같기도 한 그 미소는 어떤 면에서 위협적이기도 했다.
현주는 그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지원은 매혹적으로 웃었다. 아마도 그는 마음을 읽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고 현주는 생각했다. 그는 옆에 누워 딱딱해진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강한 자극이 오간 후라 현주는 깊은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그녀의 귓불을 빨며 말했다.
“당신 안에 들어가고 싶어.”
“하아…….”
“부드러울 거야. 따뜻하고.”
“…….”
“잔뜩 젖었으니까.”
노골적인 말을 쏟아 낸 그는 그럼에도 더 이상의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듯 가슴과 배꼽, 골반 아래를 끊임없이 지분거릴 뿐이었다.
현주는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커다란 결핍에 짜증이 올랐다. 그녀의 미간에 주름이 잡힐수록 즐거운 것은 지원이었다. 지원은 그녀의 오른손을 움켜쥐고 자신의 아래로 가져갔다. 단단하게 달아오른 그의 것이 만져졌다.
“장난치지 말고…….”
“장난 같아?”
“…….”
가장 중요한 때에 이상한 집착을 부리는 그를 향해 그녀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미 말한 거나 다름없잖아요.”
“생각은 아무런 힘이 없어. 말해. 당신이 원하는 걸.”
그는 단호했다. 그의 욕망은 눈에 보일 만큼 적나라함에도 그의 얼굴은 하염없이 평온해 보였다. 오히려 이 상황을 잔뜩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철저한 그는 현주의 뜨거움이 식을까 손으로는 여전히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부푼 젖가슴과 움찔거리는 골반, 뒤틀리는 다리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현주는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렸다.
“들어와요.”
“어디를.”
“……나한테.”
그는 주인의 명령을 받은 맹수처럼 거칠게 입술을 부딪치며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하얀 팔이 그의 얼굴을 감싸고 그는 억누르던 욕심을 풀어내듯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는 그녀의 목에 자국을 남기며 말했다.
“다시 말해 봐.”
“나한테…… 들어와요.”
“다시.”
“들어와요, 제발.”
지원의 이성은 거기서부터 끊겼다. 그녀의 다리를 들어 올려 끈적이는 액체가 흘러나오는 작은 구멍을 향해 자신의 욕망을 구겨 넣었다. 현주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앗! 아, 아파요.”
“하아.”
골반을 조이는 뻐근함과 몸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전율이 섞여 그녀는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지원이 그녀의 턱을 잡고 눈을 맞췄다.
“나 봐. 고개 돌리지 마.”
“하아…… 하앗.”
그는 자신을 있는 대로 조이고 있는 그녀 때문에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그녀의 두 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렸다. 덕분에 현주의 엉덩이는 그의 살과 더 밀착해 찰싹이는 외설스러운 소리를 만들었다.
“하아, 하…… 지원 씨.”
“힘 풀어. 허리 다쳐.”
그는 따뜻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졌다. 단단히 긴장하고 있는 그녀의 허리가 걱정스러웠다. 상체를 숙인 그가 그녀의 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괜찮아. 천천히 할게. 힘 풀어.”
그는 몰아붙이던 제 허리의 속도를 줄이고 그녀와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끊임없이 그녀의 허리를 달랬고 그만큼 그녀의 허리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갔다.
“나한테 집중해.”
현주는 눈을 감고 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가 밀어붙이고 나갈 때 서로 다른 촉감의 자극을 느꼈다.
“하앗, 하…… 지원 씨.”
“응.”
“좋아요…….”
현주가 편해지는 걸 느낀 그는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허리가 들썩이자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인상을 찌푸렸다. 절정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는 상체를 숙이고 그녀를 품 안에 가두었다. 그의 허리가 점점 더 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현주는 제 어깨에 안겨 거친 숨을 뱉어 내는 그를 꼭 끌어안고 밀려드는 쾌감을 맞이했다.
“하앗! 하앗…… 아…….”
“하…….”
지원은 몸을 굴려 그녀를 제 몸 위에 눕혔다. 땀을 흘려 끈적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과 등허리를 만지는 것이 좋았다. 현주가 색색거리며 지친 숨소리를 뱉어 냈다. 그는 그녀의 등을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잘했어.”
“…….”
“원하면 원한다, 싫으면 싫다. 솔직하게 얘기해.”
지원은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 맞췄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당신을 존중해.”
“…….”
“다루기 어려울수록 섹시한 거야.”
그는 그녀가 제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이 좋았다. 가르친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그였지만 그 역시 백 마디 말보다 분명한 황홀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엔 그녀 입에서 또 어떤 말이 흘러나올까 생각하던 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몸을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가가 짙은 욕망으로 다시 붉어졌다. 다정하던 손길은 또다시 뜨거워졌고 그의 목소리는 또 한 번 낮아졌다.
“한 번 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