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혁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잘못 봤을 리가 없다. 아니, 이미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알았다. 그건 도혁의 본능에 새겨진 흔적이었다. “늘 나만 안달이고 넌 태연했지. 널 다시 찾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수천 번도 넘게 생각했어.” “왜, 첫사랑이 술집 여자가 돼서 환상이 깨졌어?” 굴곡 많은 그녀의 사정을 알 수 없는 도혁은 제 심장에서 꺼졌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는데. “백설. 이런 식으로 또 도망치려고?” 다시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은 도혁은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한다. “자, 이제 내가 너의 유일한 채권자야.” “비즈니스라며.” “눈도 감지 말고, 소리도 참지 마. 뭐든 느끼는 대로 다 내게 보여줘야 해.” 냉정하고 도도한 여자의 상처를 건드려 끝내 망가뜨리고 싶은, 맹수 같은 한 남자의 깊고 뜨거운 욕망의 덫. “옛날부터 말했지. 무슨 수를 써도 널 가지는 건 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