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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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렸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다. 그것도 감기 몸살.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감금당한 것도 모자라 감기 몸살이라니. 이 빌어먹을 하얀 방에 갇혀 사는데 도대체 어디서 인플루엔자를 얻은 건지 의문이었지만 앓아눕고 말았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리면 어쩌자는 거냐.”

이 무슨 기분 나쁜 우연인지, 놈과 동시에 같은 걸 생각했나 보다. 놈이 뱉어낸 말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끙끙 거리다가 움찔, 몸을 떨고 말았다. 저 새끼가 내 스토커라더니 아예 생각하는 패턴까지 비슷한 걸까? 근데 그게 왠지 엄청나게 불쾌해서 나는 이불을 더 눌러썼다. 씨발이다, 진짜. 하늘도 무심하시지, 납치 감금을 당하는 와중에 감기 몸살이라니.

이불 속에서 나는 웅얼거리듯 항의했다.

“병원 보내줘.”

“병원에서 해줄 조치는 다 내가 해줄 수 있어. 그니까 걱정 마.”

씨발... 도대체 저 자식은 정체가 뭐야? 차오르는 질문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 다른 걸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지 절대 그 말을 듣고 납득한 게 아니다. 지가 아무리 잘났어도 의사보다 낫겠어? 정신병자한테 납치당해서 감기로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놈에게 애원해봤다.

“날 사랑한다면... 병원에 보내 달란 말야...”

“아아, 사랑해, 사랑한다고.”

“성의가 없잖아, 이 나쁜 자식아!”

먹히지 않을 걸 알고는 있었다고! 내가 아프다고 넙죽 병원에 보내줄 거였다면 감금하지도 않았겠지! 

하지만ㅡ 난 귀한 몸이라고. 내가 xx그룹 후계자란 말이야, 감기 따위로 죽을 수는 없어! 놈의 멱살을 붙잡고 이렇게 항의하고 싶은데 손가락 하나 까딱이고 싶지 않다. 숨이 가빠오고 열이 올라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없다.

죽어버림 어쩌지? 난 죽는 걸까?

놈이 내가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을 끌어내리며 말한다.

“엄살 피우지마. 감기 걸린다고 안 죽어.”

“...미친, 독심술 익혔냐?”

“ㅡ열이 났을 때 춥다고 이불 싸매고 있는 거 아냐. 열 내려야 하니까, 고개 들어.”

“하지만 추워... 춥다고.”

아프면 사람은 모두 어리광을 피우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상대가 납치범이라도. 나도 모르게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맹맹이 소리까지 곁들인 건 절대 고의가 아니라, 진짜 코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오해 마시길.

하지만 내 어리광이 통했는지, 놈이 ‘쯧’하고 혀를 찬다. 손을 뻗어 열이 난 내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목을 짚는다. 얼음주머니와 물수건을 계속 만진 탓인지 놈의 손은 차가웠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시원해...”

“춥다며?”

놈의 목소리에 가볍게 웃음기가 실려 있다.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인데 머리가 아파 포기했다. 놈의 손이 부드럽게 내 턱을 매만진다.

“아플 게 따로 있지. 넌 왜 감기만 걸려도 이렇게 앓아눕는 체질인 거냐. 너무 속 썩이는 군.”

그게 누구 탓인데!!! 내가 허약한 놈이긴 하지만 이런데 가둬두니까 운동이 부족해서 그런 거 아냐!! 자기 탓이라곤 조금도 생각 안하는 지 놈은 뻔뻔스레 내 이마를 짚어보며 투덜거린다. 나는 내 이마를 짚은 놈의 손을 마구 물어뜯어 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귀찮으면 놔줘 버리면 될 것을. 놈이 놔주기만 한다면 나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자신도 있다고. ㅡ쪽팔리게 같은 남자한테 납치당하고 성추행 당했다고 알리기 싫은 게 더 사실이지만.

하지만 뭐가 어찌됐건, 놈은 죽을 만큼 상냥하다. 

비록 납치범에 감금까지 강행하는 변태 사이코라도, 이렇게까지 날 맹목적으로 ‘사랑’한 존재는 이제까지 없었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도, 반지며 목걸이며 사달라고 조르던 여친도, 친구들도. 이렇게 맹목적인 사랑을 주지 않았다.

이마를 짚은 손길이 너무 다정하잖아. 납치범 주제에, 열이 나 식은땀을 흘리는 내 이마를 물수건으로 닦고 또 닦는다. 좆같고 병신 같아. 이런 상냥함을 왜 남자한테 받아야 하냐고. 

왜 하필이면 이 놈이냐고.

이마를 짚은 손이 짐승 같이 커다란 체구에 안 어울리게 다감하다.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떼어준다. 그 손길이 어쩐지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어 뿌리치고 싶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저 나는 힘들게 고개를 돌려버렸을 뿐.

놈이 나지막한 바리톤으로 웃는다.

“고집 부리긴.”

“........”

그리고선 놈이 벌떡 일어나 방 어딘가로 가 뭔가를 주섬주섬 챙긴다. 방 밖으로 나가버려 날 조용히 자게 내비 둬! 라고 속으로 기원하며 그 뒷모습을 슬쩍 봤는데, 놈이 약봉지를 들고 돌아와 있었다.

“...감기약?! 너 약국 가서 약 타온 거야?”

“감금당한 건 너지 내가 아니니까.”

뻔뻔하게 말은 잘하는 군!!!! 

내가 이 족쇄만 없었다면 진짜 저 새끼 주둥아리에 라이트훅을 날려주는 건데, 씨발!!! 그 태연한 대답에 어이가 없어 입을 헤 벌리고 놈을 노려보는데, 놈은 아랑곳 않고 여유롭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약을 자기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우고는 이러는 게 아닌가.

“아- 해봐.”

“...오글거리는 새끼! 당신 진짜 돌았구나?”

“ㅡ아, 하라고 말했다 이재윤.”

역시 이 새끼가 다정한 척 하는 건 개구라다. 놈은 내가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바로 협박모드로 돌아선다고. 당장에 목덜미를 물어뜯을 듯 아슬아슬한 눈길로 내 가녀린 목을 노려보며, 놈이 살벌한 어조로 그렇게 명령하자 나도 모르게 넙죽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러자 이 고양이인 척 하는 맹수가 씩, 웃어준다.

“그래, 착한 아이야.”

아아, 씨발!

놈은 벌린 내 입속으로 알약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물컵을 내민다. 그걸 받아들고 꿀꺽꿀꺽 삼키자 또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댄다. 이 새끼 지금 날 여덟 살짜리 꼬마로 착각하는 거 아냐? 계속 적응이 안 되는 아이 취급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약은 먹었다. 

사람이 먹고 살아야지. 감기는 약 먹어서 빨리 나아야 한다고.

약을 먹고 조금 지나가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솜처럼 온 몸이 무겁고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뜨겁고, 더운데, 또 오슬오슬 추웠다. 계속 열이 올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말없이 나를 지켜보던 놈이 조용히 물어왔다. 

“잠이 안 오나?”

“.......”

아마 내가 잠에 들었다면 깨우지 않으려고 그런 것이겠지. 일부러 대답을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어떻게 안자는 걸 안건지, 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그럼에도 미지근해진 물수건을 다시 얼음물에 빨고 이마에 얹어주는 손길은 덩치 큰 맹수답지 않게 부드러웠다.

놈이 식은땀이 난 내 볼을 손가락으로 훔쳐내며 속삭여 왔다.

“동화책이라도 읽어줘야 하는 거냐?”

“......”

“이번에는 네가 듣고 싶다는 걸로 읽어 줄ㅡ”

“당신이랑 수치플레이 하고 싶은 마음 없다고 말했지!”

정말로 놈이 동화책을 들고 올까 걱정되어 황급히 쏘아붙이자, 과장되게 안타깝다는 얼굴로 놈이 입술을 삐죽였다. 미친놈이!!!! 어디서 귀척이야!!! 놈은 짧게 잘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뜯 듯 만지며 물어온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척.

“왜? 저번에 흥분 했다며?”

"ㅡ!!!! 꺼져!! 너 꺼져, 당장 꺼져!!!!"

“워, 워! 열이 그렇게 오른 건 아닌가 보지? 소리 지를 힘이 있는 걸 보니.”

이불을 박차고 정말 몸을 일으키려드는 날 다시 누르며 놈이 나를 달랜다. 조금 쩔쩔매는 꼴을 보자니 왠지 고소하다. 말마따나 열이 오른 머리가 더 아프기 시작했기에 나는 그저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놈은 곁에서 나쁜 성미가 들어나는 서투른 손길로나마 내 이불을 정리해 준다. 툭 툭, 놈이 이불을 부드럽게 누르자 그 부위가 가라 앉는다. 그 소리가 어쩐지 안심이 됐다.

웃기지. 사람이 곁에 있는 걸로 안심이 되다니.

말도 안 되게 편안한 기분이 들어 잠이 들려고 한다. 눈을 감고 새근새근, 숨을 내쉬자 놈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귀에 닿아온 놈의 숨결이 뜨거웠다.

“자 둬, 약을 먹었으니 하룻밤만 아프면 나을 거야.”

“.......”

“네가 깨어났을 때 한번 더 먹을 약 가지고 올게, 잠깐 기다려.”

그런 건 말 안 해도 알아. 아예 안 돌아와도 된다고. 아니 돌아오지 말고 콱 뒈져버려라! 하지만 구태여 이런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미친놈이라지만 이렇게 헌신적으로 구는데 너무 잔인하게 굴면 나만 나쁜 놈이잖아. 아니, 나쁜 놈은 이 자식이지만.

마지막으로 내 이불을 끌어당기며 정리해 준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끼익, 의자가 당겨지는 소리가 나고 놈이 나가기 위해ㅡ

“...아!”

그리고 앗, 하는 순간 나는 놈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내 손에 붙잡힌 놈의 옷자락이 현실성 없었다.

“ㅡ뭐?”

놈 역시 놀란 듯, 눈을 살짝 크게 뜬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하긴 나도 놈의 옷을 붙잡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니까. 하, 씨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나 지금 뭘 붙잡은 거야? 이 새끼 옷을 붙잡았어?

너무 당황해서, 감기 기운과 약 기운으로 더블이 되어 짓누르던 졸음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쪽팔림과 황당함으로 어쩔 줄 몰랐다. 

씨발, 씨발! 내가 미쳤지, 저 놈 옷을 붙잡기는 왜 붙잡아?

조금 놀란 듯 보였던 놈의 어느새 빙긋, 눈꼬리를 굽혀 반달로 만들며 물어왔다. 능글맞게 놀리는 듯 한 목소리였다.

“훗, 가지 말까?”

“...꺼, 꺼져.”

“가지 않았으면 한 거, 맞지?”

“미친 새끼야 꺼지라고!!”

“아아, 아플 때 혼자 있는 거 싫어했지~ 그래도 겨우 약 가지러 잠깐 나갔다 온다는데, 어리광이 심하잖나?‘

놈은 급히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숨기려 드는 날 막고, 내 위로 허리를 굽혀왔다. 아주 가까이서 놈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놈 특유의 냄새다. 나는 그 순간, 이 체향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놈의 목소리는 깊고 달큰하다. 술에 취하듯 놈의 목소리에 취하는 여자가 있으리라. 그렇지만 그것이 굳이 내가 될 필요는 없는데.

놈의 손이 부드럽게 내 턱을 붙잡아 왔다. 상냥하지만 뿌리칠 수 없는 강한 힘이다.

“그렇다면 안심하라는 의미로 키스해줄까.”

“하지 마!!! 감기 걸린 놈이란 키스를 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ㅡ! 읍!!”

그래, ‘여기 있다’냐?!! 

놈의 뜨거운 혀가 항의하려는 내 입술을 파고든다. 간질이듯 핥아와 버티지 못하고 입을 열자 제 집을 찾은 듯 안을 누빈다. 내가 민감한 부분을 노려 키스하고, 또 키스하고. 환자를 상대로 이게 무슨 심한 성추행이냐고!

감기나 옮아라, 나쁜 놈아! 감기 옮아서 그걸로 뒈져 버려!!!

열이 올라서 어지러운 건지, 놈의 키스가 너무 격정적이라 어지러운 건지 구분할 수 없다. 놈은 ‘이쯤에서 봐줄까’하고 말하듯 자비를 보이는 지배자마냥 내 입술에서 떨어져 나갔다. 입술의 자유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들이켰다.

숨이 모자르다, 씨발.

“하앗, 흡.. 하.. 하아...”

“훗, 조금 안심이 되나?”

미친!!!! 안심이 되냐고?!!! 씨발, 네가 살아 있는 게 안심이 되지! 되고 말고!!! 언젠간 널 내 손으로 죽여 버릴 수 있으니까! 죽일 테다!!!

이렇게 버럭 소리를 쳐주고 싶다. 그러면 여한이 없겠다. 근데 나는 그대로 누워 아무말도 못하고 숨만 고르고 있다. 숨도 모자르고, 머리는 아프고, 눈앞은 핑글핑글 돌고, 그리고.. 졸리다. 졸려, 씨발.

엄청난 노력 끝에, 

“망, 망할ㅡ 하아, 새끼!”

하고 욕 해줄 수는 있었지만 놈은 그따위 것즘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였다. 나만 약이 오르잖아. 변태 성추행범 같으니라고!!!

“네가 잠이 들기 전까지는 나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안심하고 자도록 해.”

“미친놈아, 꺼져...!”

“졸리지? 목소리에 졸음이 묻어난다고. 귀엽게 굴어, 귀엽게.”

아 놈에게 ‘즐’ 하고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 아아, 졸리다. 졸려.... 도저히 눈을 뜨고 버틸 수가 없어서 눈을 꼭 감고, 나는 잠결에 취해 중얼거린다. 하지만 꼭 부여잡은 옷자락은 놓지 않았다. 열이 올라서 그런 거다. 열이 올라서, 병신처럼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거야. 

나는 왜 이 옷을 놓기 싫은 걸까?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아파서 그 답을 알 수 없다.

입만은 활발하게 꿋꿋이 나불댔다.

“꺼져, 꺼져버려....”

픽, 하고 고양이를 가장한 맹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한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가볍고, 나풀거린다. 놈이 실성한 듯 헛소리를 해댄다.

“안 간다니까? 사람 말을 못 믿는군. ㅡ곁에 있을 거야. 걱정 말고 자도 돼.”

“....거짓말.”

“거짓말 아냐. 언제나처럼ㅡ 옆에 있어줄게.”

놈의 목소리는 녹아들 듯 달콤하다. 깊고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가 귀가 아니라 심장에 닿아왔다. ‘언제나처럼’이라니, 와 진짜 미친 사이코 같아. 누가 걱정을 한대? 가버려!

어렸을 적에 대한 나의 기억은 언제나 커튼 쳐진 어두운 방안을 헤맨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챙겨준 약을 먹고, 끙끙 앓다가 깨어났을 때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아플 때마다, 깨어났을 때 곁에 아무도 없는 게 언제나 너무 섭섭하고 서글프고. 그랬다. 어렸을 때는 아픈 내 손을 꼭 쥐고, 밤새 곁을 지켜줄 누군가가 그리도 절실했었다. 특히 악몽을 꾸고 중간에 깨버린 한 밤중에는 더더욱.

...그걸 알고서 이 자식은 매번 내가 깨어났을 때만큼은 옆에 있어주는 걸까? 내가 눈을 떴을 때만큼은 죽어도 자기 얼굴을 보여주는 걸까?

말도 안 돼! 이 새끼가 아무리 스토커라도,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아?

근데 어째선지, 놈은 알 것 같았다.

도대체 너는 누구지? 넌 누구기에 나에 대해서 왜 이렇게 잘 아는 걸까? 그리고 왜...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손을 잡아줘. 손을 잡아줘.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이런 머리가 단단히 돈 짐승한테 손을 빌릴 수는 없잖아..... 난 이미 성인이고........

아아, 한계다. 

놈의 옷자락을 붙잡은 손에서 힘이 풀린다. 안간힘을 쓰던 손가락에서 힘을 풀어버리려는데, 놈의 커다란 손이 내 손을 감싸왔다. 놈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안심하고 자.”

어째서, 놈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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