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의 사육법-50화 (50/54)

50화 ? 복수의 시간 (5)

유야의 말에 야마자키의 눈이 찡그려졌다. 애정 결핍과 사회성 부족. 야마자키는 유야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의 주인이자 제 복수의 도구인 유야는 잘 해나가다가도 스스로를 실패작으로 만들고는 했다.

야마자키의 눈이 가늘어졌다.

‘실패작.’

아쉬울 따름이었다.

복수에 휘말리는 이들에게 조금의 동정조차 주지 못하도록 공감 능력을 결여시켜 키웠다. 조직의 보스에 걸맞은 능력은 빼어날 정도로 뛰어나 그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문제였을까. 유야는 무언가를 망가트리는 것에 대한 즉흥성이 너무 강했다.

“거기, 너희들 이쪽으로 와봐.”

유야의 부름에 창고 한쪽에 서 있던 조직원 세 명이 움직였다. 잠들어 있는 가혜를 한참이나 보고 있던 이들이었다.

“가서 매트리스 좀 구해 와. 찬 바닥에서 하기는 그렇잖아? 숙녀분이신데?”

“네? 네. 곧 구해 오겠습니다.”

가볍게 힌트만 줬을 뿐인데 조직원의 눈빛이 달라졌다. 주변에 있던 조직원들까지 유야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두의 시선이 가혜에게 꽂혔다. 그녀는 의자에 묶인 상태로 의식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자자. 깨기 전에 어서 움직여.”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 유야가 앞에 선 조직원들을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인사를 하고는 창고를 나섰다.

열렸던 창고의 문이 닫히자 야마자키가 유야를 불렀다.

“왜 그런 표정이야?”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야마자키의 말에 유야는 잔소리가 귀찮다는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뭐 어때? 류노스케가 어떤 점에서 빠졌는지 보기만 할 거야. 너도 궁금하지 않아?”

가혜를 보는 유야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신민현 씨는 이 일이 끝나고도 우리 편으로 남겨둬야 할 인물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극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그런데 최가혜를 건드리겠다는 건…….”

“신민현은 모르게 해야지. 아니지. 무서운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짠하고 신민현 씨가 나타나면 저 여자가 아주 넘어가지 않겠어?”

새로운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유야가 작게 키득거렸다.

“보아하니 신민현 씨 혼자 좋아하는 거였잖아? 가만 보면 우리 신민현 씨도 숙맥이야. 그렇게 안 생겨가지고는. 재밌지 않아? 몇 년 동안 짝사랑만 해왔는데 그걸 류노스케가 홀랑 먹어치웠어. 인연이 더럽게 꼬였어. 우리 삼촌은 남의 것을 잘도 먹어치운단 말이야.”

깍지를 낀 손을 뒷목에 댄 유야는 야마자키의 염려에도 태평한 모습이었다.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은 유야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듯 군침을 삼켰다.

“그리고 신민현 씨가 나랑 같은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최가혜가 신민현에게 의지하지 않겠느냔 말이야. 그냥 보냈다가 빼내 준 보람도 없이 최가혜가 제 발로 류노스케를 찾아가면 어떻게 해? 음. 그때는 이미 내 손에 죽어있을까?”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빼서 손바닥을 확인한 유야는 제 손에 묻힐 류노스케의 피를 상상하듯 이리저리 손을 움직였다.

“야마자키, 그렇게 심각한 얼굴은 하지 마. 적당하게 데리고 놀 테니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물러나지 않는 야마자키의 모습에 유야가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툭. 전혀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린 유야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겠어?”

* * *

해독제를 받은 기욱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차 안의 시간과 휴대폰을 확인한 그는 복잡한 심경으로 차를 몰았다.

신호를 기다리며 기욱은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아직까지 가혜의 병실을 확인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하지만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것이 오히려 불안함을 몰고 왔다.

“잘하면 가혜 씨를 내가 넘겼다는 걸 모르고 넘어갈 수도…….”

아무렇지도 않게 병실로 돌아가느냐, 세희를 데리고 어디론가 도망 치느냐.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머릿속을 차지했다.

“나중에라도 이 사실을 들킨다면…….”

신호를 보고 있던 기욱은 빨간 불에서 초록 불로 신호가 떨어지자 망설이지 않고 엑셀을 밟았다.

이미 배신자가 된 것 고민을 해봤자 시간 낭비였다.

잠시 후,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선 기욱은 서둘러 동생이 누워 있는 방문을 열었다. 비릿한 혈향이 공중을 떠돌았다.

“으…….”

세희는 침대에 누워 열에 들뜬 얼굴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피가 묻은 휴지가 가득한 상태였다. 장기가 상해 계속 속에서 피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해독제 받아 왔어.”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욱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세희가 눈을 힘겹게 떴다. 그녀는 기욱의 손에 있는 유리병을 응시했다.

“하아…… 그러게, 내가 뭐랬어. 유야는 거짓말 안 한다고 했잖아.”

아픈 와중에도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에 기욱은 고개를 저었다.

“이거 마시고 우리는 일본을 뜰 거야.”

기욱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세희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왜?”

“전쟁이 일어날 거야. 거기에 휩쓸리면 둘 다 끝이야.”

“유야가 이길 거야. 걱정할 것 없어.”

“넌 토키와 류노스케를 모르잖아. 토키와 유야는 아직 그를 상대하기엔 무리야.”

“아니야!”

유야가 질 것이라 말하는 기욱을 보며 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유야 쪽이 인원은 적어도 그 여자, 그 여자를 유야에게 넘겼잖아. 그렇지? 오빠가 데려다 줬지? 유야에게?”

병색이 완연한 세희는 어디서 난 힘인지 침대 곁으로 다가온 기욱의 옷을 잡아 뜯듯 쥐었다.

“그래. 데려다 줬다.”

“그러면 됐어. 그러면 유야가 다 알아서 할 거야.”

미친 사람처럼 기욱에게 달려들던 세희가 안도하며 손에서 힘을 뺐다.

“해독제부터 마셔.”

세희는 기욱이 건네는 약을 단숨에 마셨다. 쇳소리처럼 숨을 쉴 때마다 들리던 소리가 차츰 사라지고 뱃속을 헤집는 듯한 고통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약효가 돌자 기욱은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가짜를 준 건 아니군.”

가혜를 건네준 시점에 이미 세희의 효용가치는 끝이었다. 기욱은 그 점을 알고 있기에 세희가 해독제를 마시는 내내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유야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는 날 사랑해.”

사랑한다며 유야를 떠올리는 세희의 눈빛에 기욱은 고개를 저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더니. 그는 부모가 아니라 오빠였지만 유야를 사랑하는 세희를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이건 내가 포기할게. 하지만 당장은 나와 같이 가자.”

기욱은 제 방으로 가서 커다란 캐리어를 가지고 왔다. 간단한 물건들은 미리 넣어둔 캐리어에 세희의 물건을 더했다.

“난 안 갈거야. 오빠를 믿을 수가 없어.”

안 간다는 말에 기욱은 들고 있던 세희의 옷을 바닥에 팽개치듯 던졌다.

“내가 얼마나 양보를 해줘야 네 성에 차겠어? 류노스케와 유야의 전쟁이 끝나면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이번은 내 말 좀 들어!”

큰소리를 내며 화를 내는 기욱의 모습을 처음 본 세희는 그 상태로 얼어붙었다.

눈치만 보는 세희를 보다가 기욱은 다시 자신이 던진 옷가지를 주워들었다.

“화내서 미안하다. 하지만 며칠이면 다 끝날 테니까 그때까지만 내 말 들어.”

“아, 알았어.”

마지못해 세희가 수락하자 물건을 챙기는 기욱의 움직임이 훨씬 빨라졌다.

* * *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환 대신 진영이 입을 열었다.

“어떡하죠.”

일환과 진영은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윤석만 바라보았다. 자신의 용무를 마치고 병원으로 온 일환은 병실 문 앞이 텅 비어 있는 모습에 심장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

서둘러 병실로 들어갔을 때 일환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설마 했는데……. 가혜가 있어야 할 침대가 싸늘히 식어 있었다. 사라진 지 꽤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었다.

바로 앞 순번으로 경호를 맡은 진영에게 가혜의 부재를 알리자 그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했다. 기욱에게 인수인계를 했는데 도대체 가혜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혹시 병원 앞으로 산책하러 갔나 싶어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일환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일환은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두드렸다.

우울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 일환을 보며 윤석이 혀를 찼다. 누구를 탓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아니, 일이 이렇게 된 건 자신의 실책이 컸다. 아무리 화가 나도 업무 중간에 뛰쳐나가선 안 되는 거였다.

“병원 CCTV에서 나오는 건 없어?”

현재 단 후를 경호하는 팀원 빼고 나머지 인원들이 병실로 집결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진 가혜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해커의 흔적이 있습니다. 가혜 씨가 사라진 십분 간 CCTV의 화면이 모두 이틀 전의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석의 말에 윤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힌트조차 없었다.

그때였다.

상대방을 물어뜯을 듯 살벌한 음색이 정적을 깨트렸다.

“알아낸 게 없으면 그 새끼 데려와.”

모두의 시선이 병실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석이 했던 말을 들었는지 윤석 대신 대답을 한 단 후가 서 있었다. 싸늘한 시선이 모두를 훑고 지나가자 오금이 저렸다.

“조, 조장님.”

“민윤석. 내 말 안 들려? 그 새끼.”

인사를 하는 경호팀을 무시하고 단 후는 윤석을 노려보았다.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듯 눈치를 주자 윤석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단 후는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는 가혜가 쓰던 물건과 침대를 보았다. 얼굴에서는 빠르게 감정이 지워지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차가운 눈빛만이 칼날처럼 번뜩였다.

저 침대 위에 누워 있어야 할 여자였다.

단 후는 마지막으로 봤던 가혜의 모습을 떠올렸다.

가만히 이를 사리 문 그는 입가에 비웃음을 걸었다.

이 일을 벌인 이가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모두 본가로 돌아간다.”

* * *

“하아……. 으응. 사카구치님.”

오랜만에 이와타의 연락을 받은 아야세는 오자마자 그를 위해 옷을 벗었다. 꾸준한 관리를 받은 나신이 환한 조명아래 드러났다.

이와타는 익숙하게 아야세의 큰 가슴을 희롱했다. 그의 손가락이 젖가슴에 닿자 유두가 바짝 섰다.

“네 가슴은 언제 봐도 놀랍단 말이야.”

이와타는 아야세를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 그는 마음껏 아야세의 가슴을 주무르더니 한쪽 손을 내려 밀부를 만졌다.

“하앙! 오늘은 너무 급하신 거 아니에요.”

아직 젖지 않은 질에 손가락을 밀어 넣자 아야세가 앙탈을 부리듯 이와타의 몸에 달라붙었다. 아직 완전히 벗지 않은 이와타의 셔츠에 손을 가져다 댄 아야세가 유혹적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옷 벗겨도 될까요? 의원님?”

“얼마든지.”

아야세는 자신의 아래를 찌르는 이와타의 박자에 맞춰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셔츠를 풀고 옷을 벗기자 이와타는 탐스럽게 흔들리던 아야세의 가슴을 베어 물었다.

“아!”

잇자국이 남도록 잘근 씹어댄 그는 아래에 있던 손가락을 빼고 아야세의 허리와 다리를 쓸었다.

“넌 언제 만져도 몸매 하나는 죽여.”

“의원님을 위해 가꾸고 있어요. 하아…….”

따뜻하고 습한 입속에서 유두가 쭉쭉 빨리자 아야세가 허리를 떨었다. 혀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유두를 만지고 눌러댔다.

“으응, 응…… 으으.”

자극을 참지 못하고 몸을 틀자 이와타는 아야세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가만히 있어.”

“하읏. 너무……. 너무 좋아서.”

이와타는 눈물을 매단 채 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야세를 내려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이런 식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흐으……. 죄송해요.”

“오늘은 네 사과 받아 줄 기분이 아니야.”

예민한 이와타의 반응에 아야세는 빠르게 분위기를 살폈다. 종종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와타는 여자를 안았다. 그게 자신이 되는 경우도 다른 여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날의 이와타는 제법 괴상한 성벽을 드러냈다.

“제가 애무해 드릴게요.”

곤두선 이와타를 달래듯 아야세가 말했지만 그는 콧방귀를 끼더니 침대 아래에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찢어지고 싶지 않으면 힘 풀어.”

수술용 라텍스 장갑까지 낀 그는 아야세를 엎어둔 채로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젤을 짰다.

“흐으, 의원님. 잘못했어요.”

애널섹스가 익숙하긴 했지만 보통의 체위보다 훨씬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익숙하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웬만해서는 피하고 싶은 체위였지만 이미 이와타는 마음을 먹은 듯 손가락으로 애널 주변을 만지고 있었다.

“아아!”

질 속에 손가락이 들어왔던 것처럼 애널에 손가락이 꽂혔다. 빙글 돌리며 손가락의 관절대로 구부려졌다.

개수를 늘리자 몸을 떨며 괴로워하던 아야세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흐으…….”

“오늘따라 약한 모습이야. 재수 없게.”

“하악. 죄, 죄송해요.”

아야세의 사죄에도 애널을 휘젓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착실히 안을 넓히고 있었다.

“으윽! 아아…… 의원님.”

스폰서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아야세는 제멋대로 구는 남자들을 달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녀는 커다랗게 세운 이와타의 성기를 애무하듯 만지고는 그가 꺼낸 물건 중에 적당한 크기의 애널 플러그를 쥐었다.

“이거, 이거 넣어 주세요.”

안에 들어갈 곳을 입안에 집어넣어 침으로 적신 애널 플러그를 이와타의 손에 쥐어주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일을 앞둔 날에는 딱 한 번 관계를 맺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 뻔하니 한 번만 잘 넘기면 될 터였다.

“흐읏, 아아. 의원님. 이거 넣은 채로 의원님이랑 하고 싶어요.”

거듭된 아야세의 요청에 이와타는 애널 플러그를 건네 받았다.

“아앗, 너무, 너무!”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아야세를 보며 이와타는 플러그를 끝까지 넣고는 그대로 제 성기를 아야세의 안에 묻었다.

“흣! 그렇게 갑자기! 으응, 으으.”

엎드려 있는 상태로 이와타가 침입과 후퇴를 반복했다. 그의 물건이 푹푹 안에 박히더니 그가 몸을 일으켰다.

“네가 올라와.”

“네.”

반쯤 풀린 눈과 기껏 공들여 했던 머리는 엉망인 상태였다. 엉덩이에 플러그를 꽂은 채로 아야세는 이와타의 위로 올라갔다.

“반대로.”

아야세가 움직일 때마다 젖가슴이 흔들리는 걸 즐겨 보던 이와타가 오늘은 그녀에게 반대로 앉으라 말했다.

“네 플러그가 얼마나 잘 박혀 있는지 봐 주지. 꽉 물고 있어.”

“흐응, 아앙, 네네.”

이와타의 발을 보며 앉은 아야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젖은 아래는 젤과 애액이 뒤섞여 매끄러웠다.

“아아…… 으.”

아야세는 이와타의 반응을 확인하며 움직임을 더했다. 성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뒤쪽에 있는 플러그와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양쪽에 무언가를 넣고 있다는 것만으로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흐읏, 아아!”

제가 먼저 달아오른 아야세는 이와타의 사정에 맞춰 몸을 크게 움직였다. 커다란 엉덩이가 그의 골반에 부딪히고 젖은 곳이 닿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렸다.

“으으. 의원님. 아아. 으흣.”

타액까지 흐르는 얼굴로 아야세가 고개를 저었다. 절정에 다다르는 아야세가 아래를 세게 조이자 이와타의 입에서도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긴 사정을 끝낸 이와타의 곁으로 아야세가 내려와 안겼다. 이와타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품에 안았다.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걱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아양을 부리듯 아야세가 이와타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토닥토닥 어린아이를 재우듯 움직이는 손길에 이와타의 표정이 풀어졌다.

섹스를 마친 이와타는 무척이나 너그러워졌다.

이때 잘만 이야기하면 제게 좋은 일이 떨어진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아야세는 마치 입속의 혀처럼 이와타에게 속살거렸다.

“저 아직 플러그 꽂고 있는데.”

아야세는 이와타의 손을 끌어 제 플러그에 가져다 댔다.

“잘 물고 있는데 상 안 주실 거예요?”

아야세의 말에 이와타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곧 류노스케 대신 다른 이가 토키와 회의 조장이 될 거야.”

“어머, 그래요? 누가 대신할 사람이 있어요?”

“조카가 있어.”

“그렇구나.”

아야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이와타의 말에 호응해 주었다. 경계가 풀린 이와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술술 말해 주었다.

“내 창고로 최가혜를 데리고 오면, 그걸 구실로 류노스케를 유인할 셈인가 봐. 크큭, 뭐가 되었든 유야가 류노스케를 제거만 해 주면 나는 걱정 없어.”

“의원님이 좋다니 저도 좋네요.”

“그래. 내가 잘 돼야 너도 잘 되지 않겠어.”

“그럼요.”

아야세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난 이야기를 들어 버렸다.

그녀는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이와타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왜?”

“축하주 한잔해야죠. 의원님.”

“뭐? 벌써?”

“이렇게 완벽한 작전이 어디 있어요. 이건 이미 의원님 뜻대로 흘러갈 거예요. 여기에 계세요. 제가 술 가지고 올게요.”

일어나려는 이와타를 두고 아야세는 보란 듯이 자신의 엉덩이와 가슴을 흔들며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보며 그녀는 주방 쪽으로 향했다.

마시다가 남은 양주를 잔에 붓고 서랍을 뒤졌다. 거기에는 이와타의 관계 후 잠이 오지 않으면 한 알씩 먹던 자신의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

아야세는 수면제를 이와타의 몫에 집어넣었다. 빠르게 술에 녹아든 수면제는 겉으로 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양손에 잔을 들고 다시 침실로 향한 아야세는 고양이 같은 걸음걸이로 이와타에게 다가갔다.

“여기요. 의원님의 성공을 축하하며.”

이와타에게 수면제가 든 잔을 쥐여준 아야세는 제가 먼저 인사를 하며 잔을 부딪쳤다. 쨍. 잔이 닿는 소리가 경쾌히 울려 퍼지고 둘은 각자의 몫을 마셨다.

가볍게 한 잔을 한 것이지만 이와타는 아야세가 원했던 대로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졌다.

아야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제 가방에 든 휴대폰을 꺼냈다.

선상파티 때 토키와 류노스케의 경호원의 연락처를 받아뒀었다.

“그때 잘 물어 봤었지.”

그녀는 자고 있는 이와타의 얼굴을 보더니 짜증이 난다는 듯 애널에 있던 플러그를 꺼냈다. 바닥을 구르는 애널 플러그를 차갑게 보고는 아야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아야세는 이와타를 응시했다.

“미안하지만 그 남자가 질 것 같지는 않아서. 거기다 당신 요즘 다른 신인에게 스폰서 제안을 했잖아. 나도 내 살길을 찾아야지.”

아야세는 여배우답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토키와 류노스케 씨와 통화를 하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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