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의 사육법-33화 (33/54)

33화 ? 관계의 성립 (3)

걸음을 뗄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번지고 있었다. 떨리는 몸을 가누기 위해 가혜는 단 후의 팔에 매달리듯 의지한 채 움직였다.

얇은 드레스 자락 아래 자신의 몸이 무섭도록 흥분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음…….”

새어 나가려는 신음을 간신히 안으로 넘기고는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두 사람은 선착장에 내려 준비되어 있는 고급 요트를 타고 다시 바다에 정박해 있던 선상 파티용 배에 오른 상태였다. 밝고 화려하게 꾸며진 배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있었지만 가혜는 그것들을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읏!”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가혜가 단 후를 올려 보았다. 두 눈이 애처롭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있었다.

단 후는 건조한 눈빛으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리모컨의 강도를 조작했다.

“!”

걷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린 가혜는 양손으로 그를 붙잡았다. 허리를 단단하게 옭아맨 단 후가 아니었다면 이미 바닥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흐읏…… 단…… 단 후, 이러지…… 말아요.”

왜 심술이 난 건지 모르겠다. 차 안에서부터 단 후는 집요하게 그녀를 희롱하더니 이내 질 안에 로터를 집어넣고는 애널에는 정체 모를 액체를 흘려 넣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래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고 있었다. 같은 세기로 진동하는 로터도 버거울 지경인데 애널까지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아아…… 괴, 괴로워요. 흐응…….”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장소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움이 밀려오고 있었다. 흘리지 말고 힘을 주라던 단 후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미 애널의 점막 속으로 미약이 흡수되었지만 가혜는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 아래에 힘을 주었다. 자칫 잘못해서 안에 든 액체를 흘리게 된다면…….

상상만으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가혜는 더욱 세게 단 후의 팔을 붙잡았다.

“이 정도도 견디기 힘든 거야?”

못 말리겠다는 듯 단 후의 목소리에 비난과 어이없음이 섞여 있었다.

“최가혜, 고개를 들어 봐.”

“하아…… 으…….”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듯 단 후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가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과 웨이터 복장을 한 직원들이 쟁반 위에 샴페인잔이나 와인잔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족히 백 명은 넘을 듯한 인원이었다.

가혜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요트를 타고 배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규모가 엄청나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예상했던 것에 차이가 있었다.

가혜는 눈을 깜박였다. 긴 속눈썹이 그늘을 만들었다가 사라졌다.

“저기 빨간 드레스에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 여자 보여?”

단 후의 설명에 가혜는 손쉽게 그녀를 찾아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네가 음란하게 신음을 뱉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은데?”

“무, 무슨…….”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때마침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혜는 다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아…….”

그녀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잘 참아 봐.”

“하지만…… 하지만.”

가혜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자극을 어떻게 견디라는 거야.

단 후는 다시 로터의 진동을 낮춰 주었다. 가혜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부터 인사를 하러 다닐 거야. 제대로 표정 관리해. 알았지?”

단 후는 가혜의 뺨에 입맞춤을 남겠다.

* * *

먼저 파티장에 도착한 민현과 이와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단 후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이와타는 계획대로 아야세를 파트너로 데리고 왔는데 그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이 그들에게로 집중되었다.

“드라마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사모님.”

파티 경험이 많은 아야세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남자와 여자가 자연스럽게 무리를 나누었다.

파트너로 온 아내가 아야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남편은 이와타, 민현과 사업 이야기나 정치 이야기를 했다.

“사업 승인 축하 드립니다. 신민현 씨. 이제 위치만 선정하면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사사건건 이와타와 반목하는 오스기 신고였다. 오스기는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다는 듯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카구치 의원의 지역구에는 괜찮은 땅이 없지 않나요? 아, 괜찮은 땅이 있긴 한데 그 주인이 팔지 않는다고 했었나? 의원님 어느 쪽이 맞는 건가요?”

오스기의 말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잘하면 그들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얼굴들이었다.

“오스기 의원의 말이 맞습니까?”

대답이 없는 이와타를 보며 몇 명의 의원들이 물었다. 그들의 눈이 제각각의 욕심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이와타는 자신을 둘러싼 이들에게서 웅성거림이 커지자 오스기를 비롯한 다른 의원들에게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 내 입으로 사실을 이야기 하라는 거군.

사카구치 가문이 정치로 유명했지만 대대로 정치에 입문했던 가문이 사카구치 하나밖에 없는 건 아니었다.

오스기 가문도 오랫동안 정치를 해 왔던 터라 은연중에 사카구치 가문과 오스기 가문의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고는 했었다.

이와타는 얼굴 근육을 움직여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땅 주인과 이야기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스기 의원, 제 지역구까지 신경 써 주시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다 같이 건배나 할까요?”

이와타는 주위를 지나는 웨이터를 불렀다. 쟁반에 든 샴페인잔을 들자 다른 이들도 덩달아 샴페인잔을 집어 들었다. 마지막까지 이와타의 얼굴을 보고 있던 오스기가 헛기침을 하며 샴페인잔을 들었다.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이와타가 민현과 좌중을 둘러보며 건배사를 하자 모두 잔을 위로 들어 올렸다.

단숨에 샴페인을 마신 이와타는 갑판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토키와 조장은 아직인가?

시선을 거두던 이와타는 안색이 좋지 않은 민현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면 며칠간 계속 컨디션이 나빠 보였다.

“괜찮아?”

“그래.”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

이와타는 새로운 술잔을 집어 드는 민현을 보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토키와 조장은 도착했대?”

“안 그래도 알아보라고…… 저 사람도 양반은 못 되겠군.”

민현의 시선이 이와타가 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민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머메이드라인의 흰색 드레스를 입은 가혜는 여신처럼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보석의 장식들이 빛을 받아 그녀의 미모를 한껏 돋보이게 만들었다.

민현은 가혜의 허리와 손을 잡고 에스코트하는 남자를 보았다.

토키와 류노스케.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그는 일루젼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렬해졌다. 남자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외모였다. 날렵한 얼굴선과 검은 눈동자는 완벽하게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저 여자가 그 유명한 최가혜인가?”

“이름을 알고 있어?”

민현은 이와타에게 가혜에 대해서 알려 주지 않았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가혜는 자신의 의지로 토키와 조장과 함께 있다기보다 억지로 잡혀 있는 것 같았다.

가혜를 보는 민현의 심장이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내 정보원들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얼굴만 알면 나머지는 쉽지.”

“이름 말고 또 어떤 것을 아는데?”

“가족 관계, 일본에 온 목적 같은 거?”

“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그게 애매하단 말이야. 접점이 없는데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났는지 모르겠어.”

민현은 자신의 조사가 끝나자마자 모든 정보를 파기하라고 지시했었다. 가혜가 납치를 당해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했다.

좋은 일도 아닌데 다른 녀석들까지 알 필요 없지.

다행히 조사원이 제대로 일을 마쳤는지 이와타는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다.

“슬슬 인사를 하러 가 볼까. 저기 오스기도 토키와 조장이 파티장에 들어섰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인데. 먼저 가서 친분을 다져 둬야겠어.”

이와타는 민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토키와 조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민현은 샴페인잔을 흔들었다. 두 모금 정도 남아 있던 액체가 잔 속에서 요동을 쳤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가혜를 보고 싶기도 했고, 이대로 모른 척 지나가고 싶기도 했다.

“제대로 너와 인사를 하는 건 더 좋은 환경에서 하고 싶었는데.”

씁쓸한 얼굴로 민현은 배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바다가 아래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오빠!

해맑게 웃던 가혜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대방을 향해 진심으로 웃어 주는 미소에 가슴이 따뜻해졌던 기분은 신민현이란 남자에게 깊게 뿌리박혀 있는 기억이었다.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민현에게, 가혜는 존재의 이유 그 이상이었다.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 네가 저 남자에게 더럽혀졌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아야세를 찾아 토키와 조장에게 가는 이와타의 뒷모습을 따라 민현도 몸을 움직였다.

* * *

“안녕하세요? 사카구치 이와타라고 합니다.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는 건 처음이네요.”

단 후는 제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야세라고 합니다.”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 아야세가 단 후를 바라보았다. 이와타가 잘 보여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던 이였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권력도 재력도 다 가지고 있단 말이지.

아야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토키와 류노스케입니다.”

단 후까지 인사를 하고나자 이와타와 아야세의 눈이 가혜에게로 향했다.

“아…… 저…….”

“이쪽은 내 파트너. 외국인이라 일본어를 하지 못합니다.”

가혜가 영어로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단 후가 재빨리 두 사람의 관심을 끊었다. 이제껏 인사를 나눈 이들에게 가혜의 소개를 하지 않은 단 후는 그녀를 좀처럼 품에서 떨어트리지 않았다. 절벽 위의 꽃처럼 단 후는 남에게 보여 줄 수는 있되, 가까이 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단 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 여자가 내 여자라고 과시하는 것은 남자들의 본능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야세는 단 후의 행동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별것 아닌 여자라 소개를 할 필요조차 없는 존재. 눈으로 가혜를 살핀 아야세는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지었다.

얼굴이나 몸매, 그 어느 것 하나 자신보다 뛰어난 점이 없었다.

아야세는 배려가 넘치는 얼굴로 가혜에게 다가갔다.

“영어는 하시죠?”

“……”

“저는 아야세이고, 배우를 하고 있어요.”

가혜가 알아듣기 쉽도록 또박또박 영어로 이야기하는 아야세의 행동에 단 후는 실소를 흘렸다.

그는 왜 이와타가 아야세를 데리고 이 자리에 참석했는지 알고 있었다. 겉보기가 그럴싸하다만 눈치가 없는 여자는 최악이었다. 아니면 이런 식으로 가혜를 누르고 싶거나.

그때 단 후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힘을 느꼈다. 가혜가 그를 붙잡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영어로 대답을 해 줘야 해요? 라는 물음이었다.

흥분을 숨기며 순한 눈망울을 하고 있는 갈색 눈동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름은 최가혜입니다. 아야세 씨.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이해해 주십시오.”

단 후는 가혜의 이름을 대신 말해 주었다.

“소개는 다 끝난 건가요? 제가 한 발 늦게 도착했군요.”

아야세가 가혜의 이름을 나직이 읊조리고 있을 때 민현의 목소리가 네 사람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 민현. 이쪽으로 와.”

이와타가 반갑게 민현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신민현이라고 합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웃음 뒤에 감춘 민현이 단 후에게 악수를 청했다.

단 후는 제게 내민 손을 보다 민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민현이 내민 악수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토키와 류노스케입니다.”

맞잡았던 손이 금방 떨어졌다. 흠 잡을 데 없이 정중한 태도였지만 어딘지 날카로운 분위기가 둘 사이를 감돌았다.

악수를 마친 민현은 단 후에게 있던 용건은 이게 다라는 듯 가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국 사람이니 한국어는 하시겠죠? 신민현입니다. 아름다우시네요.”

장난기가 섞인 매력적인 목소리로 인사를 한 민현은 가혜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췄다.

“아……. 최가혜입니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놀란 가혜는 손을 빼내면서 제 소개를 했다. 한국어로 물으니 대답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어딘지 이 사람이 낯익은 기분이었다.

어디서 봤지?

고민을 하던 와중에 민현이 다시 가혜의 눈을 들여다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최효준 교수님 따님 되시죠?”

“네?”

“최효준 교수님이요.”

가혜는 이곳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민현의 입에서 나온 가족의 이름에 순간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그리움이 경련처럼 벅차올랐다.

코끝이 매웠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지고 있었다. 드레스 자락을 쥐며 참으려 했지만, 결국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번 터진 눈물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가혜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아세요?”

“저희 아버지가 같은 대학교에서…….”

“윽!”

민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혜의 신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힘없이 쓰러지는 가혜에게 민현에 손을 뻗었지만 곁에서 가혜의 허리를 감고 있던 단 후가 한발 빨랐다.

단 후는 서늘한 얼굴로 민현을 보면서 가혜를 안아 올렸다.

품에 안긴 가혜는 눈에 띄게 떨고 있었다. 가쁜 숨소리가 민현에게도 들렸다.

“하아…… 아아…….”

단 후의 어깨에 눈물을 뿌리며 가혜는 그의 목덜미를 양팔로 감싸 안았다.

단 후는 큰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제 파트너가 몸이 안 좋네요. 안타깝지만 다음에 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단 후는 냉정하게 말을 하고는 뒤돌아섰다.

그의 등 뒤에서 감출 수 없는 분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단 후는 주최 측에서 마련한 선실로 가혜를 안고 들어섰다.

“흐응, 응! 괴로워……요. 하아…….”

“입 다물어. 최가혜.”

기분이 참 그럴싸해졌다. 민현을 만났을 때 가혜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몇 가지 예상은 하긴 했지만 이토록 눈물을 쏟아 낼 줄은 몰랐다.

아직도 눈가에 눈물을 매달고 있는 가혜에게 단 후가 차갑게 대답했다.

그는 소파에 가혜를 내려놓고 입가에 비웃음을 걸었다.

“아…… 하아, 하아.”

“부끄러워서 원. 로터로 느껴 버려서 쓰러질 정도라니. 그 민현이라는 남자가 이 일을 알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눈물을 닦아 내는 가혜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앗!”

“내게 망신을 준 건 어떻게 갚을래? 최가혜?”

두 눈을 번뜩이는 단 후는 폭력을 서슴지 않고 쓰던 첫 만남을 떠올리게 했다. 가혜는 몸을 떨면서 공포로 차오른 눈물을 또다시 흘리기 시작했다.

“울음 그쳐.”

“흡.”

떨리는 입술을 겨우 닫고 울음소리를 죽인 가혜는 고개를 들어 단 후의 기분을 살폈다.

“미안해요…… 나는 그 자리를 망치려고 한 게 아니였…….”

“됐고. 내려와서 내 거나 빨아.”

단 후는 가혜가 앉아 있던 옆자리에 몸을 묻었다. 전화로 자신의 경호원에게 연락한 그는 차에서 꺼냈던 가방을 가지고 오라 지시했다.

“내 기분이 풀리도록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으름장을 놓은 단 후를 가혜는 망연히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소파에서 내려가 단 후의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지퍼를 내린 그녀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단 후의 것은 흥분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한입에 집어넣기에 빠듯한 크기였다.

가혜는 눈을 감고 단 후가 느끼는 곳을 찾아 애무를 했다. 혀와 손을 이용해 페니스를 세우자 이내 무시무시한 크기를 자랑했다.

“읏…….”

단단해진 페니스는 가혜의 입속을 범할 때마다 각을 세웠다.

가혜의 오럴을 받는 동안 단 후는 담배를 태웠다.

페니스는 꾸준히 제 크기를 키우고 있지만 단 후의 얼굴에서는 흥분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날카로운 눈으로 담배만 피울 뿐이었다.

한 개비에 이어 연달아 두 개비 째를 입에 문 단 후는 주머니에 들어 있던 리모컨을 꺼냈다.

“좀 더 빨리 움직여.”

동시에 진동을 최대치로 올린 단 후는 제 페니스를 입에 물 생각도 못하고 바닥에서 떠는 가혜를 차갑게 응시했다.

“아, 앗!, 아아!, 흐읏, 아아.”

“이렇게 음탕한데 누구한테 가려고.”

안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이미 정신을 반쯤 놓아 버린 가혜는 단 후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질 안에서 느껴지는 자극이 애널에서 반응이 왔다. 한껏 애가 탄 애널은 질 쪽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미친 듯이 달라붙었다.

“흐, 응, 아아!”

손 쓸 수 없이 강렬한 자극에 가혜가 바닥을 기듯 단 후의 다리에 매달렸다.

“아아…… 제발, 제발 용서해 주세요.”

산 채로 지옥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쾌감이 뾰족하게 서서 자신을 찌르고만 있는 것 같았다. 아팠다. 그런데 미치듯이 좋아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감각이 괴로울 뿐이었다.

단 후는 손을 뻗어 가혜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피식 웃었다.

“못 참겠어?”

“네. 네.”

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하고 애원해 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가혜는 단 후가 뱉었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주인님’은 그가 그녀를 제 방식대로 다루겠다는 뜻이었다. 사납고 난폭하게.

가혜는 단 후의 웃음을 보며 몸을 떨었다. 싸늘하게 웃는 모습에서 잔악함이 숨기지 않고 드러나고 있었다.

“흐읏…… 주인님. 안아 주세요.”

단 후는 다리에 매달린 가혜의 손을 떼어 내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그녀는 이미 구두가 다 벗겨진 상태였다. 맨발인 그녀를 데리고 침대로 향했다.

단 후는 침대로 올라가는 가혜를 보면서 제 옷을 하나씩 벗어 냈다. 재킷을 벗고 벨트를 풀어낸 그는 흠칫 놀라는 가혜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이게 아니라도 넌 오늘 쉽게 잠들지 못할 거거든. 얼마든지 가도 좋아. 얼마든지 가도 넌 오늘 절대 만족을 하지 못하겠지만.”

단 후는 가혜의 드레스를 찢을 듯이 벗겨 냈다.

몇 번이나 가혜와 관계를 가진 후, 단 후는 샤워 가운을 입고 침대가에 서 있었다.

“흐응, 아아.”

열에 들뜬 신음이 침대에 엎드려 있는 가혜에게서 계속 터져 나왔다. 단 후는 가혜의 애널에 미약을 넣었다. 하지만 관계를 맺는 내내 미약을 사용한 애널이 아닌 질에 삽입을 했던 터라 가혜는 여전히 열락에 휩싸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소할 수 없는 갈증에 가혜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가고 싶어요. 또…… 가고…….”

“엉덩이 들어 올려.”

가혜는 엎드린 상태로 엉덩이를 단 후 쪽으로 보였다. 그녀의 아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애액으로 젖은 아래는 단 후의 것을 원한다는 듯 움찔대고 있었다.

“꺼내 봐.”

“흐으…… 뭘…….”

단 후는 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단숨에 파고든 손가락은 안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더 깊게 밀어 넣었다.

“앗!”

가혜의 고개가 꺾일 듯 젖혀졌다.

단 후는 섹스를 할 때도 로터를 빼지 않고 그대로 삽입했었다. 여전히 안에 남아 있는 장난감에 가혜는 울부짖었다.

“하앗…… 아아.”

“안에 들어 있는 거 빼내 봐. 손은 쓰지 말고.”

“아아…… 못…… 해……요, 아.”

“그렇게 약한 소리 하지 마.”

단 후는 격려를 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가혜를 얼렀다. 하지만 행동만은 여전히 냉정해서 손가락으로 질벽을 길게 긁어내렸다.

“할 수 있지?”

“읏!”

“잘하면 더 좋은 걸 넣어 줄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