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외출 (6)
고저 없는 목소리였다. 가혜는 흐릿한 시야로 점점 멀어지는 단 후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일까. 그가 던지고 간 말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최가혜, 네 모습 마음에 들어?”
소파에 앉은 단 후 쪽으로 가혜의 시선이 향했지만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는 건 없었다. 가혜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노력이 통했는지 흐릿하고 탁했던 시야가 조금은 나아졌다.
“아…….”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자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무척이나 넓은 공간은 호화로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언젠가 보았던 프랑스의 궁전 같은 느낌이었다. 방안을 채우는 소품은 하나 같이 값비싸 보였고 높은 천고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크고 화려했다. 샹들리에에 달린 크리스털이 빛을 굴절시키자 사방으로 무지개 빛깔이 보석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 네 방에도 달아 줄까?”
“괜찮아요.”
가혜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단 후가 물어왔다. 자신을 관찰하는 차가운 눈빛에 가혜는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그는 늘 이런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는 맹목적으로 제게 박혀 왔다. 시선만으로 범해지는 기분이 들자 가혜는 마주 보던 눈을 내리깔았다.
의미 없이 내린 시선에 낯선 모습이 잡혔다. 가혜는 제 모습에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움직이는 대로 란제리의 레이스가 흔들렸다. 살랑거리는 레이스가 마치 교태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 가혜는 뺨을 붉게 물들었다.
“어때?”
가릴 곳을 가리고 있지만 벗고 있는 것만큼이나 부끄러웠다.
“벌써 두 번째 대답이 없네. 억지로 입을 열어 줘야 대답을 하겠어?”
단 후의 경고에 가혜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제가 아닌 것 같아요.”
가혜는 방안 한 곳에 비치된 전신 거울 속 자신을 보았다. 넓은 공간에 생뚱맞게 놓여 있는 거울이었다.
‘이런 용도로 둔 건가?’
이곳에 서 있는 여자가 거울 속 자신을 보고 부끄러워하길 바란다면 그 의도는 200% 성공했다. 가혜는 더는 거울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네가 아닌 것 같다고?”
단 후는 가혜의 대답에 픽 웃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는 가혜를 손짓으로 불렀다.
절대로 그의 곁으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거부권은 없었다. 가혜는 천천히 단을 내려가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가혜의 가슴 사이부터 배꼽까지 쓸어내렸다. 민감한 몸은 그의 가벼운 손길에도 잘게 떨어 댔다.
가혜는 억지로 입을 다물고 신음을 참고 있었다.
단 후는 그녀를 올려다보면서 명령했다.
“뒤돌아.”
가혜가 주춤 어색한 걸음걸이로 돌자 단 후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골반을 잡았다.
“헉.”
단 후의 손이 골반에 닿자 가혜는 참고 있던 숨을 신음과 함께 터트렸다. 골반 쪽을 엄지로 살살 문지르는 그는 바르르 떠는 가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대로 다리를 더 벌려 봐.”
“아아…….”
“어서.”
가혜는 어깨너비 정도로 다리를 벌리고 섰다. 몸이 긴장으로 잔뜩 굳었다.
“그대로 발목 잡고 엎드려. 할 수 있지?”
독한 항암치료를 견디기 위해서는 환자의 기초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가혜는 입원해 있는 동안 틈틈이 재활 훈련 센터에서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했었다.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굳어서 퇴원 후 고생한다는 말에 더욱 열심히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혜는 그때 키웠던 유연성이 이런 식으로 쓰일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양 발목을 잡고 나자 가혜는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이런 자세를 취하게 했는지 알았다. 스스로 몸을 열어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자세였다. 제 자신을 결박시킨 모습에 가혜는 입술 대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녀의 밀부가 단 후의 눈높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는 앉아서 느긋하게 자신의 은밀한 곳을 보고 있었다.
“내가 검사를 하겠다고 하면 이 자세를 취해.”
그는 친절하게도 일본어로까지 말해 주면서 가혜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 주었다.
처음 납치되던 날 겐지라는 사람이 제게 알려 주던 모양새와 비슷했다. 잠시 잊고 있었다. 그가 어떤 섹스를 원하는지. 그는 단순하게 관계를 맺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배와 복종. 그날 자신이 보았던 상황은 이 두 가지 단어로 시작과 끝을 맺고 있었다.
“내 허락 없이 손 놓지 마.”
이 말을 듣자마자 허리 쪽에서 끊어질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무릎 뒤쪽 역시 당겼다.
단 후는 천천히 가혜의 팬티를 벗겨 냈다.
“골반을 조금 만졌다고 벌써 팬티에 애액을 묻혔어?”
음란한 모습에 기가 찬다는 듯 단 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
허벅지 사이로 닿은 단 후의 숨결에 가혜는 무심코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제 자신도 놀라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입을 막을 뻔했다.
“밝히긴.”
단 후는 가혜의 반응에 재깍 반응했다. 바지 속에서 페니스가 아플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그는 손으로 가혜의 질 밖으로 나온 줄을 만졌다. 줄은 이미 애액으로 미끌대고 있었다.
“여긴 아예 흠뻑 젖었군. 네 걸 막아 두기 위해 박아 놓은 마개가 그렇게나 좋았어?”
단 후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낮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가혜의 음부를 문질렀다. 아래를 몇 번 만지지도 않았는데 흘러나와 있던 애액으로 손가락이 축축해졌다. 점액성인 애액이 그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쩍쩍,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를 냈다.
“애액도 너처럼 욕심이 많은 것 같은데. 한번 붙잡으면 놓아주려고 하질 않는 걸 보니.”
“아흣…… 아.”
가혜는 아래에서 단 후가 자신의 음부를 만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길게 은색 실이 이어졌다.
단 후는 질 안에 들어가 있는 마개를 뺄 듯 밖으로 나온 줄을 잡았다. 가볍게 당기자 가혜가 고개를 저었다. 아래로 쏠린 긴 머리가 바닥을 크게 쓸었다.
“으응!”
마개를 품고 있던 질이 수축했다. 가혜는 그 움직임을 확실히 느꼈다. 몸을 접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자세히 느껴지고 있었다.
“이것 봐. 네 안도 그렇고. 하여간 음탕해, 최가혜.”
어떻게 반박을 해보려고 해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가 빼려고 하자 반항을 하듯 안이 꿈틀댔다. 꽉 조이는 근육을 생생하게 느꼈다. 가혜는 음란한 제 모습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똑─
처음에는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진 줄 알았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액체의 정체를 깨닫자 가혜는 놀란 눈으로 단 후의 표정을 살폈다.
차가운 눈동자가 비난을 하듯 아래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맞닿자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이래서야 벌이 아니잖아. 최가혜. 누가 이렇게 흥분하래. 아주 줄줄 흘러내려서 누가 알면 실금이라도 한 줄 알겠어. 응?”
단 후의 손가락이 가혜의 음부를 가볍게 내리쳤다.
“하앙!”
찰싹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픔보다 진한 쾌감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가혜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시, 싫어. 싫어.”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이 파르르 떨리며 풀리기 시작했다. 단 후는 그 모습을 냉정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의 눈빛이 제대로 잡고 있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가혜는 이제 바닥에 떨어진 액체가 눈물인지 애액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정신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러게 차 안에서 날 좀 더 만족시켜 보지 그랬어?”
“으, 읏.”
단 후는 흥분으로 부풀어 오른 가혜의 클리토리스를 찾아 기어이 손으로 희롱했다. 동그란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가는 허리가 자잘하게 떨었다. 단 후는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처럼 아래에서는 앓는 듯 쉴 새 없이 터지는 그녀의 신음을 즐겼다.
“좋아? 더 만져 줄까?”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피가 아래로 쏠린 게 문제일까. 가혜는 단 후가 움직임을 멈추자 미칠 것만 같았다. 그가 만졌던 곳이 간지러워 애가 탔다. 이성이 사라진 가혜는 허벅지를 붙여 클리토리스에 자극을 주려했다.
땅에서 발을 떼던 순간 날이 선 목소리가 단호하게 떨어졌다.
“똑바로 서.”
단 후는 제 명령을 어기고 자세를 흩뜨린 가혜를 용서하지 않았다. 철썩 소리가 공기를 찢었다.
“으윽…….”
가혜의 엉덩이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픔에 이성이 돌아왔다. 만지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던 간지러움도 사라졌다.
“또다시 자세 흩뜨려 봐. 제대로 앉지도 못하게 해 주지.”
엄격한 단 후의 목소리에 가혜는 발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억지로 잡고 있던 발목에는 그녀의 손자국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단 후는 제 명령을 잘 따르고 있는 가혜를 칭찬하듯 다시 클리토리스를 문질러 주었다. 기분이 좋은지 하얀 애액에 뽀글 거품이 일었다.
“흐응! 아아아…… 그렇게 만지면 읏, 아, 안 돼.”
단 후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 필터 부분을 질겅 씹었다. 직접적으로 자극을 하는 건 자신인데 그녀의 몸에서 애액이 흐르면 흐를수록 제가 죽을 것 같았다. 가혜의 안에 자신의 정액을 좀 더 담아주고 싶었지만 슬슬 그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집에 가면 머리부터 감아야겠어. 최가혜.”
그 말을 끝으로 단 후는 가혜의 아래에 있던 줄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아아아─ 하악!”
은빛 구슬이 가혜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단 후의 정액이 입구에서 흘러나왔다. 주르륵,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장맛비처럼 정액이 후두둑 아래로 떨어졌다.
단 후가 예고했던 것처럼 가혜의 갈색 머리카락에도 흰 정액이 떨어졌다. 단 후는 정액으로 엉망이 된 그녀를 보면서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마개를 바닥에 던지고 단 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에는 정욕이 들끓고 있었다.
“손 떼고 이리 와.”
드디어 떨어진 허락에 가혜가 손을 풀었다. 허리를 세우는데 찌릿한 통증이 온몸을 강타했다. 작살에 맞아 몸이 꿰뚫린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근육이 제대로 풀리기 전에 가혜는 단 후에게 팔을 잡혔다. 휘청이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소파 쪽으로 밀었다.
“앉아.”
단 후는 가혜의 팔을 당겨 자신이 앉아 있던 소파에 앉혔다. 폭신한 쿠션을 허리 뒤에 받힌 그는 얌전히 앉아 있는 그녀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사납게 올렸다.
“누가 쉬랬어. 네 본분을 잊어버렸어? 내 전용 창녀면 창녀답게 다리 벌리고 어서 넣어 달라고 졸라야지.”
“흐윽!”
단 후는 가혜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덜덜 떨며 붙어 있던 다리를 서서히 열었다.
“팔걸이에 각각 다리 올려.”
단 후는 벨트를 풀며 가혜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서늘한 시선이 닿을 때마다 가혜는 울먹이며 그가 하란 대로 움직였다. 반쯤 누운 자세로 소파에 겨우 엉덩이를 걸친 모양새를 하자 다리가 온전히 팔걸이에 올라갔다.
단 후는 바지와 드로워즈를 한꺼번에 내렸다. 가혜의 음부와 마찬가지로 단 후의 페니스에도 맑은 쿠퍼액이 흐르고 있었다. 섹스에 익숙한 단 후는 흥분을 절제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혜의 오럴섹스에 흥분만 한 채 사정을 참았던 시간이 꽤 길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는 신음을 흘리면서 제 페니스를 손으로 문질렀다. 손에 묻어 있던 가혜의 애액이 윤활제의 역할을 하며 번들거렸다.
“기억하지?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혜의 두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단 후는 그 애처로운 모습에 입술을 올렸다.
“잘 알고 있는 모양이네.”
단 후는 페니스를 가혜의 입구에 맞춰 넣었다. 귀두 부분이 안을 파고들자 가혜가 허리를 잘게 떨었다.
“윽, 흐윽!”
굵고 긴 페니스가 안을 파고들었다. 내내 품고 있던 마개로 인해 안이 풀렸을 텐데도 그를 한 번에 담기는 작은 몸이었다.
“앗, 응! 아, 아…… 아파!”
인상을 찡그렸지만 단 후의 움직임을 막기엔 부족했다. 뿌리까지 자신을 밀어 넣은 그는 들고 있던 벨트를 가혜의 목에 둘렀다.
“흣!”
적당히 목을 조이자 가혜가 전신을 떨었다. 그녀에게 목줄은 억압을 당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며칠 동안 단 후에게 안기며 머릿속에 새겨 넣은 개념이었다.
목줄을 하고 있을 때의 그녀는 모든 것이 제한당했다. 흥분을 하는 것과 쾌감을 느끼는 것도 모두 그의 지배 아래에 속했다.
가혜는 손을 들어 벨트를 붙잡았다. 잡아당기며 풀려고 했지만 남자 벨트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흑!, 으응!”
아래에서 단 후가 치고 들어올 때마다 벨트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안 돼. 아아, 풀어야, 풀어야 해.
이성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아직은 견딜 만하지?”
단 후는 아래에 있는 가혜를 확인하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한 손에는 벨트의 끝부분을 감고 다른 쪽에는 잇자국이 난 담배를 끼우고 있었다. 그는 귀두만 걸린 채로 페니스를 뒤로 뺐다. 그녀가 삼켰던 기둥에 하얀 애액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하아…… 하아.”
단 후는 땀으로 젖은 가혜를 보며 매력적으로 웃었다.
“제대로 숨 돌리는 게 좋을 거야.”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있던 시가잭을 뽑았다. 찌익, 담배에 불을 붙이자 끝부분에 빨간 불빛이 일었다.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옆쪽을 향해 단 후가 연기를 내뿜었다.
가혜는 공중으로 올라가는 연기를 바라보면서 불안한 눈빛으로 단 후를 보았다. 그는 가혜와 눈을 마주치자 싱긋, 그답지 않게 웃어 주었다.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친절을 베푸는 이처럼 그는 가혜의 얼굴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 그만해요. 아까 전에도 했잖아요. 오늘은 이제 그만…….”
가혜의 애원에 단 후의 고개가 모로 기울었다. 그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목줄처럼 쥐고 있던 벨트를 잡아당겼다. 가혜의 얼굴이 벨트를 따라 올라왔다.
단 후는 물고 있던 담배를 빼 가혜의 입에 물려 주었다. 한 번도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없는 가혜는 담배를 입에 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눈에 반감이 실렸다. 단 후는 가혜답지 않게 도끼눈을 뜨자 픽 웃으며 담배를 거둬 갔다.
“나쁜 짓은 하기 싫다는 거야?”
“담배는 싫어요.”
“그래?”
단 후는 담배를 다시 빨고는 벨트를 느슨히 풀어 주었다. 끌려 올라왔던 가혜가 다시 쿠션에 몸을 기댔다.
“흐윽!”
단 후는 가혜가 자리를 잡자 두 눈을 반짝이며 허리를 쳐올렸다. 거의 빠져 있던 페니스가 질을 단번에 훑으며 파고들었다. 제일 잘 느끼는 지점에 귀두가 닿자 가혜가 비명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아앗─!”
쾌감이 뇌를 직격했는지 흥분으로 탁해진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단 후는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자 물고 있던 담배를 아무 데나 비벼 끄고는 손으로 가혜의 허리를 잡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놀아 보자고.”
“응, 앗, 앗!”
가혜는 강하게 찔러 대는 단 후에게 거의 매달리듯이 안겼다. 이성은 사라지고 쾌감을 원하는 본능만 남았다. 단 후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며 가혜는 신음을 흘렸다.
“아아…….”
가혜는 제게 밀착해온 단 후의 몸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어깨에 팔을 올려 손톱을 세웠다.
“흐응, 아아, 흑!”
“좋아?”
귓가에 속삭이는 단 후의 목소리에 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뇌가 말랑말랑하게 녹아나는 것 같았다. 가혜는 자신의 엉덩이에 단 후의 고환이 붙자 자지러지며 고개를 꺾었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흐으, 시, 싫어. 싫어어!”
단 후는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 대는 가혜를 재밌다는 듯이 보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사정이 임박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어깨를 파고드는 손에 절망과 바람이 깃들어 있었다.
“어떡하지? 최가혜?”
“아앙, 그, 그만, 싫어, 싫어. 안 돼요. 안 돼!”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질까 봐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목줄처럼 매인 벨트를 풀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이 줄을 풀지 못하면 계속 흥분된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완벽한 절정도, 끝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홀로 남겨지는 것이다.
스스로 풀 수 없는 열락에 허리를 비틀며 들뜬 숨만 내뱉을 가혜를 떠올리자 단 후의 페니스가 더욱 커졌다.
“아!”
정말 단 후가 한계에 다다른 듯 보이자 가혜가 고개를 저었다.
“하아…… 하아…… 아아. 나는, 나…… 나를……!”
자신도 함께 절정으로 데려가 달라는 간절한 눈빛이 가혜의 눈동자에 피어올랐다. 색이 옅은 갈색이 고동색처럼 짙어져 있었다. 가혜는 팔걸이에 걸쳐져 있던 다리를 내려 단 후의 허리를 감쌌다. 자신의 명령을 어겼음에도 그딴 건 중요치 않다는 듯 그의 몸에 매달려 왔다.
“뭐, 이건 나중에 묻기로 하고.”
단 후는 이성을 잃은 가혜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긴 속눈썹이 느릿하게 감겼다가 올라왔다.
“말했잖아. 가고 싶다면 배운 대로 굴어.”
“아아…….”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가혜를 보며 단 후가 다정히 얼렀다.
“자, 착하지. 한 번만 제대로 말하면 풀어 줄게. 지금 괴롭지 않아?”
달콤한 유혹이었다.
가혜는 깊게 숨을 내쉬고 결심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 싶어요.”
이성을 잃은 것치곤 또박또박한 음성이었다.
“그게 다야?”
단 후의 물음에 가혜가 또다시 작은 입술을 움직였다.
“가고 싶어요. 주인님.”
가혜의 말에 이번에 끊긴 건 단 후의 이성이었다. 그는 가혜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거칠게 그녀의 안을 찔러 댔다. 두 사람의 신음 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열기가 방 안을 덥혔다.
“하앙, 아아!, 아앗!”
“최가혜. 하아.”
단 후는 한 손으로 가혜의 벨트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그녀를 그대로 안아 든 채 선 자세로 피스톤질을 했다.
“흐윽! 아아!”
가혜의 안은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조이는 힘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정말 요부가 따로 없어.”
단 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가혜의 안을 짓이기며 허리놀림에 박차를 가했다.
“으윽, 하아, 하아!”
“하아, 최가혜. 간다.”
단 후는 가혜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잔뜩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힘껏 밀어 넣었다. 몇 번 더 박아 올리자 가혜의 입에서 높은 교성이 울렸다.
“아아, 아! 으아아아앗!”
가쁜 숨소리는 그의 파정과 함께 끝이 났다. 일루젼에 오기 전에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후의 것에서는 계속해서 정액이 나오고 있었다. 가혜는 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액체에 허리를 움찔대다 스르륵 눈을 감았다.
“축하해. 이걸로 두 번의 기회가 생겼네.”
가혜는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 단 후의 말을 새겼다. 두 번. 그래 두 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