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의 사육법-18화 (18/54)

18화 ? 외출 (1)

가혜는 단 후의 말에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서 그를 보았다. 얼음처럼 냉랭한 그는 뜨겁게 키스를 나눈 사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혜는 단 후의 화를 피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의 관심사를 돌릴 만한 게 없을까.

가혜의 눈동자가 분주히 돌아가는 걸 발견한 단 후는 눈매를 곱게 접었다.

“벌써 도망갈 길을 찾았어?”

개를 칭찬하는 듯한 어조였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글자마다 숨길 수 없는 잔악함이 깃들어 있었다. 가혜는 제 목덜미에 닿는 단 후의 숨결에 파리하게 안색을 굳혔다. 마주 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흉포함을 담고 번뜩이고 있었다. 손끝이 긴장으로 차가워졌다.

“앞으로 만지지 않을게요.”

“왜? 만져도 돼. 네가 성심성의껏 만족시켜야 하는 몸이잖아.”

단 후는 가혜의 손목을 잡고 제 아래에 가져다 댔다.

가혜는 기겁을 하고 손을 떼려고 했지만, 제 손등을 덮는 단 후의 손에 막혀 버리고 말았다. 단 후는 으르렁대듯 가혜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대로 만지는 게 좋을 거야. 최가혜.”

“이러지 말아요.”

손아래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물건은 한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크고, 뜨거운 열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퍼 내리고 꺼내.”

꺼내라는 단 후의 말에 가혜는 또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이었다. 자신들이 뒹굴고 있는 마루는 실내와 붙어 있는 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뚫려 있었다. 누구든 지나가다 그들의 정사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가혜는 두려운 빛으로 단 후를 올려다보았다.

“왜? 싫어? 그럼 네가 팬티 내리고 엎드리든지.”

단 후는 가혜를 들어 손쉽게 바닥에 두 손과 무릎을 대게 만들었다. 등 뒤로 다가오는 단 후의 기척에 가혜는 눈을 질끈 감았다.

“팔에 힘 줘. 자세 흐트러지기만 해.”

비명을 지를 것 같아서 가혜는 숨을 참고 가슴을 크게 들썩였다. 그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골반에 닿고 있었다. 기다란 손은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원피스 아래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으, 윽.”

단 후의 검지가 팬티 위를 부드럽게 문지르자 가혜는 허리를 들썩였다. 새어 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겨우 소리만 죽일 뿐이었다.

“아아, 안 돼요. 흐윽!”

강렬한 자극이 아닌 은밀한 자극이 오히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법이었다. 누군가가 나타날까 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가혜에게 단 후의 애무는 죽을 것처럼 강렬하게 느껴졌다. 다물고 있던 입술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었다.

“으으응, 읏.”

가혜는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반응을 당황스러워했다.

내가 왜 이렇게 느끼는 거지?

단 후의 손길보다 자신의 반응이 더 무서울 지경이었다.

“너 젖었어. 클리토리스도 안 만지고, 팬티 위로 가볍게 쓰다듬기만 했는데 흠뻑 물을 흘려 대.”

가혜는 등 뒤로 들리는 단 후의 미성에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읏!”

“또, 흘렸네. 너도 방금은 흐르는 거 느꼈지?”

“아아. 그만요. 그만.”

몸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손길을 따라 달아오르고 있었다. 가혜는 단 후가 말했던 것처럼 울컥 아래에서 애액을 뱉어 내는 걸 느꼈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아래가 움찔 움찔거렸다. 끈적하고 차가운 액체가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흘러내려 팬티를 적시고 있었다.

가혜는 입술을 깨물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 냈다. 젖어 버린 팬티는 차갑고 찝찝해서 단 후가 아닌 자신이 먼저 벗어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이 남자를 부추기는 꼴밖에 안 되겠지.

가혜는 미간을 찌푸리고 애원했다.

“아아, 제발. 제발.”

“제발 뭐? 똑바로 이야기해야지.”

“제발 그만둬요.”

“대답이 틀렸잖아. 솔직히 말해. 아래가 허전해서 무언가 안에 넣고 싶어 못 견디겠다고.”

“아니! 그런 게 아니…….”

“거짓말.”

피식 웃으며 단 후는 젖은 팬티를 가혜의 아래에 밀착시켰다. 천은 가혜의 음부의 모양대로 갈라지더니 분홍빛 속살을 덮은 도톰한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단 후는 손바닥으로 여성 전체를 문질렀다. 오목하게 만든 손바닥에 가혜의 치구가 맞춘 것처럼 담겼다. 단 후는 제 손안에 들어찬 살이 마음에 드는지 숨을 깊게 내쉬었다.

“너 마른 편인데 이 아래는 살이 올라 있어. 만져 달라고 달아오른 거 같다고, 알아?”

“말, 말하지 말아요.”

“왜 네 몸이 음란해서 부끄러워? 하긴 이렇게 좋아서 줄줄 흘리는데 그럴 만도 해.”

가혜는 자신의 귀를 막고 싶었다. 단 후가 하는 말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벌벌 떨렸다. 음탕한 말로 온몸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단 후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가혜의 귓속에는 그녀가 부끄러워할 말들을 어지럽게 풀어 두고 아래는 검지와 중지, 약지를 이용해 음부를 비볐다.

“읏, 하앙, 응…….”

“아, 축축해.”

단 후의 불평 어린 목소리에 가혜의 등이 둥글게 말렸다. 고양이가 기겁을 하듯 등을 말아 세우자 그는 즐겁다는 듯 그녀의 아랫배에 쪽에 반대편 손을 대고서 허리를 숙여 튀어나온 척추에 키스를 했다.

엎드린 가혜의 등 뒤로 단 후가 완전히 겹쳐 올라탄 모습이었다.

“으아, 하아.”

“옷 위로 만지는 것도 이렇게 못 참겠어? 네 신음 소리에 내 부하들이 몰리겠어. 내가 아주 부끄러워지겠는데?”

“흑…… 민망해지고 싶지 않다면 손 떼요. 이제.”

“만져 달라고 이렇게 줄줄 흘려 대는데 어떻게 손을 떼? 발정 난 개는 주인이 처리해 줘야지.”

가혜의 팬티 엉덩이 쪽에 단 후의 검지가 갈고리 모양으로 들어갔다. 쭉, 위쪽으로 잡아당기자 음부를 덮고 있던 천의 면적이 단숨에 한 줄로 모였다.

마치 로프가 아래쪽을 지나가는 모양새처럼 팬티는 음부를 정확히 반으로 갈라 속살을 자극했다.

“하악! 응…… 읏. 팬티! 팬티 당기지 마요.”

“왜. 네가 내걸 안 만지겠다고 해서 내가 대신 만져 주는 거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데 왜 이렇게 앙칼지게 굴까.”

단 후는 팬티를 당기던 손가락을 빼고 다시 음부로 손을 움직였다. 팬티가 질 쪽으로 파고든 덕분에 음부의 살이 노출된 상태였다. 그는 맨살의 감촉을 즐기듯 몇 번 만지더니 그녀를 혼내듯 손가락으로 살을 긁어내렸다.

“아흑……! 으으, 아.”

가혜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리털이 쭈뼛 서서 소름마저 돋을 지경이었다. 자신이 아픈 건지, 아닌 건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알 수 없는 별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이 가쁘게 차올라서인지 빙글빙글 머릿속이 돌기 시작했다. 세상과 자신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는 느낌이었다.

“도와…… 도와줘요.”

가혜는 바닥을 짚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줘 짐승처럼 바닥을 긁었다. 광이 나던 마루의 나뭇결을 따라 가혜의 손톱자국이 났다.

“아흑! 도와줘요! 이대로는…… 응, 으으.”

어떻게 해도 억누를 수 없는 감각이 몸 여기저기에서 튀어 오르고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뒤에서 감싸듯 안아오는 거대한 남자가 예민하게 느껴질 때면 온몸이 그에게 삼켜지는 것 같았다.

뒷덜미에 단 후의 숨이 닿고 아래를 만지는 손길이 깊어질수록 가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마루에 부채처럼 펼쳐져 있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 움직였다.

단 후는 위에서 가혜의 흐트러진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욕구를 어떤 식으로 해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서툰 가혜의 몸짓이 그의 욕정을 불러일으켰다. 열기를 숨기지 않은 눈이 가혜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떻게 도와주면 돼?”

선심 쓰듯 그가 물었지만 아래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탁해진 가혜의 신음이 전부였다.

단 후는 이성을 잃은 듯한 가혜를 보며 혀를 찼다. 팬티로 아래를 자극당한 걸로 이렇게나 발정을 하다니. 자신의 개는 참을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다음에는 오컨(오르가즘 컨트롤)을 가르쳐야겠어.”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는 손을 뻗어 가혜의 머리카락을 대충 하나로 잡아 뒤로 당겼다. 저절로 바닥을 보고 있던 가혜의 얼굴이 단 후를 향하게 되었다.

“볼 만하네.”

억지로 들려진 얼굴은 눈물범벅이 된지 오래였다. 이마에는 땀까지 송골송골 맺혀 턱에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었다. 까무룩 눈꺼풀을 내릴 때마다 단 후는 쥐고 있던 머리카락을 좀 더 힘주어 당겼다. 두피가 당겨지는 느낌이 나고서야 가혜는 간신히 이성을 차리려는 듯 눈을 힘겹게 떴다.

단 후는 자신을 돌아본 가혜와 눈을 맞추며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냐고 묻잖아.”

“아…… 몰라요. 몰라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은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단 후는 그 모습을 보다가 가혜의 몸에 바싹 그의 배를 붙였다. 조금의 틈도 없이 그녀를 덮친 그가 가혜의 귓가에 나직이 읊조렸다.

“네가 뭘 모르는지 가르쳐 줘?”

“으응, 몰라요. 힘들어……요. 도와줘요. 나…… 나는, 모르겠어요.”

계속 감도를 유지하며 흥분을 하고 있던 가혜는 지친 듯 미간을 좁혔다.

단 후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혀를 내밀어 가혜의 귀를 애무하듯 핥았다. 새로운 자극에 흠칫 떠는 몸을 더욱 당겨 안았다.

“넌 네 욕구를 푸는 방법을 모르는 거야. 이미 아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걸 수도 있고. 잘 생각해 봐. 네가 나와 했던 것.”

단 후는 야릇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여기.”

그는 가혜의 팬티 아래에서 움찔대고 있는 질구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그러자 가혜의 허리가 크게 움직였다.

“앗!”

가혜는 입을 벌려 뜨거운 숨을 뱉었다.

전율을 하며 부르르 떠는 가혜를 내려다보며 단 후는 잔인하게 웃었다.

“알겠어? 넌 여기에 넣어 줄 것이 필요해.”

단 후가 자신에게 말하지 않아도 손가락이 민감한 피부에 닿는 순간 벼락처럼 깨닫고 말았다. 어떻게든 그의 손가락을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질구의 움직임을. 가혜의 얼굴이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본 단 후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속옷은 곧 다시 사 주지.”

단 후는 드디어 그녀의 입구를 막고 있던 팬티를 끄집어 내렸다. 그리고는 퍼스너에서 제 물건을 빼내 단숨에 가혜의 아래를 꿰뚫었다.

“아아!, 하앙, 아!”

흥분으로 흠뻑 젖어 있던 질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 후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우물우물 아래서 자동으로 남자의 페니스를 조이고 풀길 반복했다.

“으응, 응!, 하!”

발작은 없었다. 단 후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그녀의 정신은 쾌락에 굴복하기로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정신과 몸의 간극이 사라지자 쾌락에 약한 육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성을 머릿속에서 끊어 내고 있었다.

“흑, 아아아아. 죽, 죽을…… 죽을 것…… 윽.”

본능에 따라 단 후의 하반신을 따라 가혜의 허리가 움직였다.

“좋아?”

“아아, 아아!”

가혜는 제대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정신이 단 후와의 관계를 받아들이자 그녀의 뇌는 안을 파고드는 단 후의 추삽질에 맞춰 미약에 취한 것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했다. 첫 경험을 오랜 시간 약에 취한 상태로 치른 터라 뇌가 거기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조건반사처럼 단 후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가혜의 몸은 애액을 바닥에 뚝뚝 흘릴 정도로 흥분했다.

“으…… 으…… 아앙, 앙.”

그녀는 제 머릿속의 화학작용을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태가 평소와 다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강렬한 자극을 위해 단 후의 허리에 자신의 엉덩이를 올려붙이듯 가져다 댔다.

“응, 응, 아읏!”

더욱 깊이 단 후의 페니스가 안으로 파고들자 가혜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신음이 터졌다.

단 후는 제게 몸을 붙여 오는 가혜가 마음에 들었는지 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잡아 거세게 그녀의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아앙! 흣.”

야릇한 교성이 마루를 채우고 있었다. 단 후는 예쁘게 울어 대는 가혜의 목소리에 전신의 감각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안을 차지한 게 처음도 아닌데 첫 경험을 하는 남자 마냥 조급증이 일었다. 단 후의 허리짓이 빨라졌다.

“아악, 아아…….”

행위를 멈추지 않고 그녀의 안을 들락거리는데도 가지면 가질수록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에 단 후는 이를 악물었다. 오랫동안 그녀의 안에 머무르고 싶다는 마음과 이대로 사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최가혜.”

단 후는 엎어져있는 가혜의 몸을 뒤집었다. 삽입한 채로 자신과 마주 보게끔 자세를 바꾸자 아래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손으로 가혜의 클리토리스를 만지면서 삽입 속도를 늦췄다.

그는 아래를 향해 가늘게 눈을 뜨고는 물었다.

“어떻게 할래?”

“으, 응…… 뭘……”

“이번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안에 싸 줘?”

열기로 흐려졌던 갈색 눈동자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 가혜는 단 후의 얼굴과 아래를 번갈아보더니 손톱을 깨물듯 제 손가락을 깨물었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머릿속이 조금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가 언제 생리를 했지? 지난달 날짜를 떠올리면서 안전한 날을 계산하기까지가 힘들었다. 뭔가 제대로 생각을 이으려고 하면 그때마다 단 후가 아래에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일부러 그러는 게 확실했다. 가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윽! 잠, 잠깐만 조금만…… 천천히.”

“빨리 정해. 아니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계산상 가임기는 이틀 정도 남은 상태였다.

‘이틀은 위험할 수도 있어.’

생리 주기가 제법 안정적이지만 가임기는 확실히 장담할 수가 없었다. 누구는 생리가 끝나고 바로 임신이 되기도 했다니까. 가혜의 이가 손가락에 더 깊이 박혔다. 그녀는 제가 받는 압박을 손가락에다가 풀듯 더욱 세게 이를 세웠다.

“입술을 깨물지 말라고 했다고 손가락을 깨물어? 이가 나는 강아지도 아니고 왜 자꾸 깨물고 싶어 안달이야.”

단 후는 눈썹을 올리고는 가혜의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고정시켰다.

“이게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어떻게 할까.”

“……사, 사정해요.”

떨리는 음성으로 가혜가 말하자 단 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따라해 봐. 싸 주세요. 주인님.”

“…….”

고개를 돌리는 가혜의 얼굴로 단 후의 고개가 내려갔다. 그는 혀를 내밀어 가혜의 입술을 핥고는 가볍게 키스를 했다.

“어서.”

가혜는 눈앞에 보이는 단 후의 차가운 얼굴에 숨을 크게 들썩였다. 꼭 듣고 말겠다는 표정은 단호해 보였다.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싸, 싸 주세요. 주인……님.”

“잘했어.”

단 후는 가혜의 손목에서 손을 떼고는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숨을 한 번 고른 그는 내벽 깊숙한 곳을 향해 페니스를 찔러 넣기 시작했다.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깊게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갔던 그가 다시 들어올 때는 방금 전보다 더 깊게, 그 다음은 더 더 깊게 들어왔다. 거대한 그를 받아들일 때마다 가혜의 몸이 밀려 나가려 했다.

“으윽, 아아아─!”

단 후는 가혜의 허리를 부서트릴 듯 잡았다. 가혜의 원피스 위로 단 후의 이마에 맺혔던 땀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그는 마지막 스퍼트를 냈다.

“아아, 싫!”

“네가 원한…… 거, 잖아. 윽.”

남자의 사정을 감지한 가혜의 아래가 제멋대로 남성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그 압력에 단 후가 눈을 찡그렸다.

“진짜…….”

단 후는 가혜의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고 그녀의 몸이 반쯤 접힐 정도로 자신의 몸으로 눌렀다. 허리를 잡았던 손은 가혜의 엉덩이를 잡았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바닥에서 십여 센티미터 띄운 상태로 단 후는 제 페니스를 깊숙이 박았다.

“아아, 안에…… 안에…….”

가혜는 단 후의 것에서 뜨거운 액체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자궁이 정액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으흑.”

“내가 싼 거 느껴져?”

아기, 아기가 생기면 어쩌지?

불안한 눈빛을 읽었는지 단 후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아기가 생겼을 수도 있겠네. 내가 깊숙이 쌌거든. 최가혜.”

단 후는 좌절하는 가혜의 얼굴을 즐기듯 보면서 느긋하게 제 것을 빼냈다. 그의 페니스를 따라 하얀 정액이 묻어났다.

“기껏 싸 줬는데 그냥 흘리기는 아깝잖아.”

단 후는 손으로 밖으로 나온 정액을 모아 가혜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으읏, 싫어. 손 떼요.”

정액을 밀어 넣으면서 단 후는 장난스럽게 한껏 예민해져 있는 질벽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오르가즘을 느끼며 덜덜 떨던 내벽이 또 부들부들 반응해 왔다. 단 후는 그게 귀엽다는 듯 웃으면서 윤석이 서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져와.”

윤석은 나무 상 위에 셔츠와 물수건 몇 장, 성인용품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바닥에 누워 있는 가혜와 최대한 시선을 맞추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단 후의 곁에 상을 내려두었다.

“자자, 흘리지 않으려면 마개로 막아야겠지.”

단 후는 상 위에 있던 은색 마개 중에서 가혜의 아래를 채울 만한 것을 골랐다. 동그란 마개는 손으로 꺼내기 쉽도록 아래에는 손잡이처럼 가느다란 줄이 달려 있었다.

“싫어. 싫어요. 이런 건 말 안 했잖아요.”

발버둥을 치는 가혜를 막으며 단 후는 그녀의 아래에 묻은 애액을 은색구 부분에 묻혔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흘리지 않고 있으면 상을 주지.”

단 후는 가혜의 안에 넣었던 손을 빼고는 은색 마개를 가져다 댔다. 제법 질감이 큰 것이라 가혜의 아래에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단 후는 힘을 주어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애액과 정액으로 미끈거리는 안은 마개가 반쯤 들어가자 수월하게 나머지를 삼켰다.

“하악!”

“쉬. 조금만 더 참아. 안으로 더 밀어 넣지 않으면 네가 걷자마자 아래로 떨어질걸.”

단 후의 긴 손가락이 마개를 더욱 깊이 밀었다. 아랫배가 가득 차는 기분에 가혜는 손을 들어 제 아랫배 부분을 만졌다.

“으…….”

제가 원하는 위치까지 마개를 넣은 단 후는 손을 빼고 물수건으로 가혜의 음부와 자신의 성기를 닦았다. 그는 셔츠 단추를 풀더니 곧 새로 가져온 흰 셔츠로 갈아입었다.

검은 셔츠를 입고 있던 그는 사악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면 구김조차 없는 흰 셔츠는 그를 선하게 보이게 했다. 세상의 어둠이라고는 모르는 정갈한 모습에 가혜는 인상을 썼다.

“자, 일어나.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밖에 나가 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

“무슨……?”

당황하는 가혜를 보며 단 후가 진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네 속옷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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