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의 사육법-9화 (9/54)

9화 ? 그녀의 경호원 (1)

가혜는 낯선 이의 등장에도 계속 울고만 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이불 위로 상체를 엎드린 그녀는 구슬프게 흐느꼈다.

“그렇게 계속 우시면 탈수 증세가 옵니다.”

남자는 스위치를 눌러 방안의 불을 켰다. 순식간에 방 안의 어둠이 사라졌다. 시야가 확보되자 그는 스위치 아래에 부착된 터치 화면을 살폈다. 화면에는 기본적으로 방 안의 온도와 습도가 나타나 있었다.

남자는 익숙하게 화면의 버튼을 눌렀다. 방 안에 있는 전자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들어진 화면에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설정 창이 떠 있었다.

그는 이 방의 단점을 떠올리고는 고심에 빠졌다.

‘창이 없는 방은 답답해서 싫다니까.’

공기청정기는 24시간 작동 중이었다. 실제로 쾌적한 환경, 그 자체였지만 남자는 에어컨의 송풍 기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켜? 말아?’

미세먼지니 해도 자신은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게 제일 좋았다. 바깥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좋은가.

‘그걸 즐길 수 없다는 게 별로.’

고민하던 남자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와 달라진 것 없는 광경이었다.

침대 위의 여자는 여전히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반쯤 미친 것도 같았다. 그래, 일반인이랬으니 아무래도 저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그의 입장도 고려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몇 시간 전, 자신은 좌천이라는 걸 당했고. 그 이유는 아마도 저 여자 때문일 것이다.

“답답하지는 않으십니까? 방 밖으로 나가는 건 금지되셨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셨으면 합니다.”

이것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듯 남자는 송풍 버튼을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 천장에서 바람이 불어 왔다.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남자는 뒤돌아섰다.

그는 가혜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참견하듯 계속 말을 걸었다.

“단 후 님은 일주일 뒤에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저는 앞으로 가혜 씨를 보좌할 민윤석입니다. 편히 윤석이라 부르십시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윤석은 침대 위에 있는 여자를 무미건조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침대가 태평양처럼 보일 정도로 최가혜라는 여자는 체구가 작았다. 그 작은 몸을 반으로 접은 채 울고 있으니 이불 위의 점처럼 보일 정도였다.

‘날 이런 여자의 보디가드로 보냈겠다.’

손해 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단 후가 자신에게 이따위 명령을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단 후는 악마라고 불리는 남자였고, 실제로 악마라는 호칭 그 이상으로 활약하는 냉정하고 무자비한 인물이었다.

‘고작해야 잠자리 상대.’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인물은 단 후가 아니라 이 여자, 자신이었다.

실제로 단 후의 침실에서 차디찬 시체로 나온 여자는 한둘이 아니었고. 그 처리를 윤석이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윤석은 피 칠갑을 하고서 침실 문을 열고 나오던 단 후의 모습을 떠올렸다. 재수가 없을 정도로 차분한 모습은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였다.

‘치워.’

사람을 죽인 후의 흥분이라든가, 피의 붉은색에 흥분이라든가. 하여간 모든 호르몬 작용은 무시한 채 단 후는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고 휘적휘적 욕실로 걸어갔었다.

새삼 그때의 기분을 느낀 윤석의 이마 위로 핏줄이 솟았다.

물론 그 여자들의 직업이 킬러라든가, 스파이 같은 특수 직종으로, 단 후의 목숨을 노리고 침실에 들었다지만! 간단하고 피가 덜 튀는 방법도 충분히 많은데. 왜 항상! 온 방 안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지. 방을 치우는 입장으로서 짜증이 피어올랐다.

‘하여간 못된 놈이 맞다니까. 누군가를 죽일 때 한 번도 편히 보내 주는 법이 없어요. 그런데……, 그 잔인한 인간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했을까?’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윤석은 눈앞의 여자를 살폈다. 엎드려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뭐, 얼굴은 사진으로 대충 익혔으니.

미련 없이 시선을 내린 윤석은 여자의 몸을 훑었다.

‘몸매가 좋나?’

하지만 평소 글래머 스타일을 선호했던 단 후의 취향을 봤을 때 이 여자는 척 보기에도 아니었다.

‘아예 침대에서 사라질 지경인데 어디에 살이 있겠어. 가슴도, 엉덩이도 다 빈약하겠지.’

가혜의 외모를 살피고 나니 질문은 더욱 심오해졌다.

‘대체 이유가 뭐야? 섹스를 잘하나?’

단 후와의 경험이 처음이라고 했으니, 생각보다 소질이 있었던 건가? 이틀 동안 방에 박혀서 섹스만 했다는데 역시 그런 건가? 속궁합은 중요하지. 암.

고개를 끄덕이던 윤석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비슷한 옷차림과 머리스타일로 꾸미면 일단 자신은 단 후와 상당히 비슷했다. 체격도 놀랍도록 같아서 예전에 몇 번 단 후인 척 적진에 뛰어들었던 적도 있었다.

“흠.”

윤석은 팔짱을 끼고 자신의 키와 가혜를 비교했다. 이 조그만 여자는 침대 위에 올라서도 자신보다 작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단 후에게도 그럴 거란 이야기였다. 윤석의 미간이 접혔다.

“흐음. 체급이 너무 다른데.”

윤석은 가혜에게 들리지 않게 혼잣말을 중얼댔다.

동물로 치자면 단 후와 가혜의 체격 차이는 거의 사자랑 토끼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단 후는 물건도 상당히 커서, 경험 많은 여자들이라도 아래가 아프다고 쩔쩔매는 경우가 허다했다.

‘단 후 물건이 이 여자한테 들어가나?’

진지하게 ‘삽입’에 대한 고민을 하던 윤석은 감탄 어린 눈으로 가혜를 보았다. 인체의 신비란.

그 순간, 윤석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비명이 이 조그만 여자에게서 터져 나왔다.

“아아아악!”

이불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데도 방 안이 떠나가라 비명이 울렸다.

“날 보내 줘! 아악! 날 보내 줘! 아아악! 싫어!”

윤석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진정하십시오.”

자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울음소리는 보란 듯이 더 커졌다. 어디 엿 먹어 보라는 것처럼.

“아아악! 으아악! 악악!”

윤석은 이제 질려 버렸다. 차라리 칼을 들고 내게 덤벼. 이 여자야.

“그만 우시죠. 그러다 쓰러지십니다.”

“흑흑. 날 내보내 줘…….”

윤석은 새어나오려는 한숨을 억눌렀다. 여자가 징징 울어 대는 통에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장면이었다. 진심으로.

“자자, 심호흡을 깊게 해 보세요. 진정부터 하시고 제대로 이야기를…….”

“싫어! 날 내보내 줘. 엄마! 흑흑. 아빠!”

가혜는 길을 잃어버린 다섯 살 어린아이처럼 엄마와 아빠를 찾았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윤석은 곰곰이 기억을 되짚었다.

‘내가 단 후에게 미움받을 짓이라도 했던가.’

* * *

워낙 사람에 대한 불신이 깊은 단 후는 자신의 조직원이라 하더라도 그의 뒤를 맡기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뽑고 훈련시킨 이들로 경호팀을 꾸린 단 후는 친구이자 외사촌인 윤석에게 경호팀 팀장을 맡겼다. 아니, 맡겼었다.

‘토키와 회 조장의 경호 팀장에서 하루아침에 베이비시터로 전락하다니.’

팀원들이 이 사실을 알면 두고두고 놀려 댈 게 뻔했다.

“엄마! 아빠! 흑흑 나 좀 구해 줘! 나 좀! 나 좀! 구해 줘어!”

피를 토하듯 소리를 지르던 가혜가 옆으로 픽 쓰러졌다. 근육이 굳은 듯 몸이 반쯤 접혀 있었다.

‘가지가지 하네. 정말.’

윤석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기 시작하는 가혜를 보며 터덜터덜 움직였다. 드디어 자신이 말한 탈수 증세가 보이고 있었다. 윤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눈에서 수분을 쭉쭉 뽑아내는데 몸이 남아나겠냐고. 쯧쯧.

벽처럼 꾸며진 빌트인 냉장고 앞에 선 윤석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납치와 감금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바로 배고픔과 갈증이 아닐까 싶은데. 이대로 둘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방 안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거리와 음료수, 생수병이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다.

“조직 생활 십 년째에 이렇게 호사스러운 인질은 처음 보겠네.”

못 봐 주겠다는 말투였다.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것들 중에 자신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저기서 빽빽 울어대는 여자를 위해 준비된 것들이었다. 윤석은 혀를 내둘렀다.

‘굶기지 마. 잘 먹여서 내가 없는 사이 살을 찌워 두면 더 좋고.’

권태로운 눈으로 자신을 보며 지시를 내리던 단 후가 떠올랐다.

살을 찌워 두라는 말은 그가 흔히 내뱉는 ‘죽여서 시체로 가지고 오면 더 좋고’라는 심드렁한 어조와 똑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대로 인식이 안 되었다. 하지만 이 냉장고 안을 보니 더는 부정하기도 힘들었다.

‘몸이 약하니까 제대로 챙겨. 생명이 위험해지면 네가 먼저 내게서 도망쳐야 할걸?’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웃던 단 후의 입매가 온화하게 다물렸을 때 윤석은 다짐했다. 어쨌든 잘 살펴야겠다.

“그래. 저 여자 때문에 내가 죽을 수는 없잖아.”

방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냈다. 그는 힘차게 병을 따고는 그녀를 향해 뛰었다.

자신의 의견과 달리, 이번 납치 감금의 콘셉트는 헨젤과 그레텔이었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포동포동 살을 찌워서 잡아먹겠다는 마녀가, 무려 토키와 회의 조장 단 후였다.

‘제대로 보살펴. 살고 싶으면.’

서늘한 음성이 뇌리를 파고들자 그 어느 때보다 삶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에 대한 의욕도 덩달아 올랐다.

자, 수발을 들어 보자.

긍정적인 마인드로 재무장한 윤석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정도면 친절한 인상이었다.

“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일어나 보시죠.”

목소리도 충분히 정중하고 상냥해.

“…….”

“어서 드시죠.”

윤석은 경기를 일으키는 가혜에게 생수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친절에 돌아오는 건 가혜의 가시 돋친 눈빛이었다.

“보내 주지 않으면……, 이대로 흑, 죽어 버릴 거예요.”

이따위 협박과.

“그건 곤란합니다.”

이대로 식음을 전폐하겠다는 가혜를 보며 윤석은 난감해졌다.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 힘겹게 숨을 내쉬는 그녀의 상태에 그는 가혜의 어깨를 잡았다. 부축을 하듯 그녀의 몸을 일으켜서 제대로 침대에 앉혔다.

“놔요…… 흑…….”

자신이 손을 놓으면 다시 픽 쓰러질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가물가물 천천히 내리 뜨는 눈꺼풀이 마음에 걸렸다. 수분 보충이 시급했다.

윤석은 생수병을 가혜의 입에 댔다. 병을 기울이자 물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윽! 싫어, 이거 놔요!”

입술에 물이 닿자 굳어 있던 가혜가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릿했던 몸은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필사적으로 물을 거부하는 그녀의 반항에 물이 이리저리 튀고 저리 흘렀다.

“가만히 좀 계십시오.”

“싫엇!”

한참 실랑이를 하는 와중, 결국 가혜의 손이 윤석이 들고 있던 생수병을 내리쳤다. 방심하고 있던 윤석은 들고 있던 생수병을 놓치고 말았다.

“어?”

제법 세게 생수병을 쳤던지, 생수병은 보기 좋게 날아가 의자와 부딪친 뒤 바닥에 떨어졌다.

텅, 플라스틱과 바닥이 맞닿는 소리가 울리고 생수병은 물을 왈칵 쏟아 냈다. 윤석은 빈병이 된 생수병과 가혜를 황당한 낯으로 보았다.

아무래도 이 여자에게 협조를 구하기는 그른 듯 싶었다. 망할.

그는 참아왔던 한숨을 내쉬었다.

“가혜 씨는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윤석은 침대 헤드에 가혜의 등을 기대 놓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검은 정장 차림이었던 그는 목에 걸린 넥타이를 죽 잡아 늘였다. 잠자고 있던 그의 못된 성미가 꿈틀대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성격도 비슷해서, 참. 큰일이지 뭐야.”

윤석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자신의 말뜻을 가혜가 알아듣든 말든 상관없었다. 알아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개를 내게 맡기겠다면 적어도, 제대로 훈련을 시켜서 보냈어야지. 단 후야.’

윤석은 손을 뻗어 가혜의 목에 걸린 목줄을 만졌다. 숨을 조를 듯이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네 주인님이 안 가르쳐 줬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달라진 말투였다. 윤석은 허리를 숙여 가혜의 코앞까지 제 얼굴을 디밀었다. 방안의 온도가 내려간 것처럼 둘 사이의 공기가 싸늘히 식었다.

“복종하는 법.”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이었다.

그는 그제야 두려움에 질린 가혜의 표정을 보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뭐야. 배우긴 했네. 그렇지?”

목을 감싸고 있던 커다란 손이 위로 스멀스멀 올라갔다. 가혜의 턱을 잡은 채 윤석은 그녀의 눈을 보았다.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해 볼까?”

“제발…… 잘못…….”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가혜가 용서를 빌려고 입을 움직였으나 중간 중간 소리가 끊어졌다. 하지만 윤석은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앗!”

언뜻 부드럽게 풀려지던 그의 눈가가 다시 얼어붙었을 때 가혜의 두 팔은 윤석의 한 손에 잡혀 침대 위로 교차되어 있었다.

“아. 용서를 빌라고 배웠구나.”

여전히 턱에서 떨어지지 않은 손 때문에 시선을 피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의 아래서 가혜는 천천히 공포로 질려 가고 있었다. 윤석은 고개를 내려 서로의 코가 맞닿을 정도로 바짝 다가갔다.

“……잘못…….”

“쉬.”

조용히 하라는 윤석의 말에 가혜는 입을 다물었다. 미묘한 긴장이 이어졌다. 당장에라도 입술을 물어뜯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가혜가 자신을 경계하자 윤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조소를 지은 채 느릿하게 고개를 옮겼다.

입술을 살짝 비껴 났던 윤석의 입술이 가혜의 작은 귀에 닿았다. 부드러우면서 다정했다. 애처롭게 떨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는 듯한 스킨십이었다. 사르륵 긴장이 녹을 만큼.

아프도록 턱을 잡고 있던 손마저 사라졌다.

한숨을 돌리려던 가혜의 귓가에 윤석의 나직한 음성이 닿았다.

“내게는 그러지 않아도 돼.”

“네?”

가혜의 반문에 윤석은 작게 웃었다.

“소용이 없어. 나는 용서해 주지 않거든.”

“!”

조용한 속삭임이 예리하게 가혜를 가르는 찰나, 내려갔던 그의 손에는 넥타이가 들려 있었다.

“가만히 있으세요. 가혜 씨.”

윤석의 몸이 기울어지고 자연스럽게 그의 다리가 가혜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흡!”

그의 무릎이 음부에 닿자 가혜는 참지 못한 신음을 뱉었다. 그 반사적인 반응에 윤석이 픽 웃었다.

“너 처녀였다면서요. 고작 남자 무릎으로 느껴서 어쩌자는 겁니까?”

안타까워죽겠다는 말투였지만 윤석은 자신의 무릎으로 가혜의 중심부를 지그시 압박했다. 그녀가 자극에 적응할 때쯤 조금씩 무릎을 움직여 갔다.

“하아…… 으……읏!”

아래서 오는 자극에 착착 신음을 뱉는 가혜를 지켜보면서 윤석은 느긋하게 움직였다. 제 손으로 고정해 둔 가혜의 손목에 넥타이를 묶어 침대 헤드에 고정시켰다.

“자아. 즐기는 건 이쯤으로 하시고. 물 드셔야죠. 가혜 씨.”

무릎을 떼고 가혜에게서 물러난 윤석이 다시 냉장고로 향했다.

“이번에는 저도 좀 즐겨 볼까요? 혼자만 재미 보는 건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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