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사람을 속이는 것 같지는 않으니 제희 말대로 다른 언질은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찌 된 거냐 제하를 쳐다보자 한 발짝 뒤에서 제발 쉬엄쉬엄하시라는, 맞잡은 두 손이 장난스레 흔들렸다.
“아니, 일단 왔으니 앉아요.”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있었지만 일부러 제하를 주방으로 보내버렸다. 마주 앉은 재이를 넘겨다보니 굳은 얼굴이나 힘이 들어간 허리에 긴장이 가득하다.
“제가 제희에게는 따로 말하지 않았어요. 아마 여기 온지는 모를 거예요.”
“무슨 일이 있나요?”
“그냥 따로 말씀드리는 게 편할 거 같아서요. 제희가 옆에 있으면 저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아서……, 그래서 죄송하게도 동생분께 부탁을 했어요.”
자신은 할 말을 다 했던 것 같은데 막상 재이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가슴이 출렁거렸다. 기껏 큰아들과의 관계를 잘 풀어가려나 했는데 단둘이서만 한 자리 후에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그게 다 제 탓이 될 것만 같다.
“심각한 이야기라면 우리 제희랑 하는 게 낫겠죠. 제희한테 못 들은 모양인데, 뭐랄까. 내가 일단 만나본다고는 했지만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이렇게 따로 본다고 해서 내가 더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걸 바라고 오지는 않았어요.”
제하가 눈치를 살피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잔잔히 파동하는 커피잔을 내려다보니 그녀도 속이 편치 않다. 아들이 그토록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으니 자신 역시 매몰차게 안 된다고 할 마음은 없었다.
이미 약속한 바도 있고, 최대한 곁눈 버리고 제대로 만나 어떤 아이인지 살펴볼 계획이었다. 그 마음 이면에는 차라리 똑똑한 제희가 헛똑똑이가 되더라도 내면 또한 볼품이 없어 ‘이 사람 볼 줄 모르는 놈.’ 하고 꾸짖고 넘어가기를 바라기도 했고.
“그럼 아가씨가 하고픈 말이 뭔지?”
“어머님께서 보시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생각했는데, 제희를 다시 만나고 처음으로 후회했어요. 어떤 식으로라도 더 어울리는 여자가 되었으면 좋았겠다, 그 생각만 했거든요.”
“…….”
“어머님께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아마 제 마음 한구석에……, 처음부터 우리는 안 되는 사이라고, 어차피 헤어져야 할 사이라고,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우연히 그를 만나 기쁘고 잠 못 이루는 나날은 하루 이틀이었다. 떨리고 설레는 마음은 사라질 리 없지만 좋으면 좋을수록 불안해지고는 했다. 한 발자국 가까워지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몸을 나누었다.
자신에게 육체는 마음과 다르지 않아 그만큼씩 가진 마음을 물처럼 흘려버렸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주체를 못 하고 그사이 존재를 키운 불안 때문에 가슴이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늘 애가 탔다.
하지만 마음이란 간교한지라 처음 맛보는 행복을 누리느라 바빴다. 이제 제희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그를 만나면 웃는 데만 온 마음을 쏟았다. 그 행복이 커지면 커질수록 살얼음판 위에서 아슬아슬한 무게를 더해가 지금에 이르렀다.
“그럼 헤어지지 못하겠다, 그 말 하러 온 건가요?”
“제가…… 정말 부족하지만…… 제희한테 해주고 싶고 해줘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 더 보지 않는다는 게…… 그 애한테 얼마나 힘들지 알아 더 이상의 상처를 주고 싶지가 않아요. 저도 몰랐는데, 저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고 하니……, 그러니 제가 해줄 수 있는 걸 모두 끝낼 때까지라도 시간을 주실 순 없으실까요?”
떨지 않으려 했는데 손가락 끝까지 찌릿거렸다. 누구를 속여가며 몰래 만날 생각은 없었으니 이게 옳다 여겼는데 착잡해하는 그의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그저 죄송스럽다.
“그러다 결혼이라도 하겠다 한다면, 아가씨도 따를 생각 아닌가요?”
“아, 결혼은……,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아니, 생각도 못 해봤어요.”
듣기만 해도 꿈 같은 말에 재이가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지만 보는 이는 영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이런 질문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둘러말하는 것이 단순히 지금만 넘기려는 회피의 의도가 아닌지 궁금해졌다.
“설마, 나이도 있는데 결혼 생각은 당연히 하는 줄 알았는데?”
“아……,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하지만 생각을 못 해본 건 진심입니다. 제희랑 있다 보면……, 그냥 좋고 또 좋아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네에?”
“제희랑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몰랐어요.”
순간 눈앞에 제 아들이 앉아 있는 건가 그랬다. 사전에 말을 맞춰둘 아이는 아닌 것을 알았고 이쯤 되니 앉혀놓고 사람 떠보고 한다는 게 무의미해졌다. 헛웃음이 나온다는 게 꼭 지금 같은 순간이었다.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우리 제희 어디가 그렇게 좋은가요?”
한 발짝 물러서 있던 체면 다 걷어내고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맑은 눈이나 거짓 없는 태도, 단아한 미소까지, 제 아들이란 이유로 이 아가씨의 어디가 좋다는 건지는 이미 알아버렸다.
“그렇잖아요. 내 아들이지만 제희가 요즘 아가씨들 좋아하는 것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다른 조건 따지면야 그 정도는 흠도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저 입으로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자신의 아들을 남자로 보는 아가씨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서.
“……제희랑 있으면. 제가 꼭 좋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조심스레 시작하는 말에 미리 준비해둔 기미도 없다. 말을 하면서도 이제 알았구나, 내가 그랬구나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제 질문 하나에 저 감정만 깊어졌으니 이건 누구 탓을 할 일도 아니었다.
“사회에 나오고 나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을 했어요. 잠도 안 자고 정말 노력을 했는데……, 그렇게 죽을 만큼 애쓸 때보다 제희 옆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가, 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저도 제 처지를 알아 한 번씩 속상할 때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제희랑 있으면 제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요……. 저렇게 잘난 남자한테 꼭 필요할 만큼 저도 그럴듯하고 좋은 여자 같아서, 제희가 저를 그렇게 느끼게 해준다는 게, 음…….”
더 들어 무엇할까. 이미 머릿속 자잘한 생각까지 같아진 아이들이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고 싶지도 않고 나름대로 영리하다는 소리도 듣는 그녀였다. 어차피 말리지 못할 사이라면 안 보고 살 것 아니니 곁에 두고 생색도 내는 게 백배는 낫다. 씁쓸한 기분이야 설명할 일 없겠지만 밉게 보던 마음은 들어와서 눈 마주치던 순간에 걷어두었다.
그날 제희 그렇게 돌아가고 이미 오늘을 예견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 마음이라는 게……, 지금은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나도 낳기 전날까지 몰랐거든요.”
“…….”
“나는 우리 제희……, 스물다섯에 낳았어요. 지금이야 이른 나이인데 그때는 다들 그랬으니까.”
멀리서 숨죽여 동태만 살피던 제하가 잘못 들었나 의자를 끄는 것이 보였다. 사실 자신이야말로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남들이 며느리한테 시어머니 생색 낸다는 것이 자신에게도 예외가 없는지, 아니면 그저 서운한 마음이 한탄처럼 흘러 나한테도 귀한 자식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은지도.
“남들은 처음 낳으면 다들 예쁜지 모르겠다 하던데. 나는 얼마나 예쁜지 국도 제대로 안 뜨고 우리 제희만 봤죠. 누가 제희 예쁘다, 잘생겼다 하면 그게 꼭 내 칭찬받는 것 같고 안 먹어도 배가 부르더군요. 그 갓난쟁이 데리고 하루에 이름을 백번도 넘게 불러줬어요. 첫애라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돌이켜봐도 그건 제희였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아…….”
“커가면서 칭찬받는 일 늘고, 의젓하고. 더 손댈 게 없었죠.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자랑스러우면서도 또 서운하고 그래서……, 그때는 왜 제희는 둘째처럼 곰살궂지 않을까 그랬어요. 대신에 짝 들어오면 좀 달라지지 않으려나, 그 기대를 했죠.”
그냥은 달라지지 않을 아이이니 어른들 말대로 제짝 만나면 변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일러도 너무 일렀다. 그게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성인이 되지 않은 아들을 두고 배신감까지 느끼게도 했다.
결국 그 모든 책임을 무고한 사람에게 돌려 아들이 괴로워하는 매순간마다 죄책감으로 인한 거리만 벌렸다. 끝없는 자기합리화도 그 마음을 짐작도 할 수 없던 제희 앞에서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부모 마음이야 다 같을 거예요. 내 자식이 이왕이면 빠지는 것 없는 배필 만나서 남들 앞에 부족한 거 없이 살기를 바랐죠. 사실 지금도 그래요.”
“…….”
“하지만 그건 가능할 때 이야기고……, 나 역시 부모 마음이라 가져다 붙이고 단순히 돈 많고 직업만 좋은 아가씨를 원하지는 않았거든요.”
오늘 이후로는 더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좋다, 예쁘다, 그런 빈말도 나오지 않아 담담히 마음을 털어놓았다.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런 말도 못 하겠어요. 딸같이 여기겠다 하기에도 아직은 우리 아들 생각이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더 이상 반대는 안 할게요.”
“정말……, 으음. 저는 정말.”
“그리고, 이게 정말 할 말인데. 그때 그 일, 내가 사과할게요. 어른답지 못했어요. 쉽게 잊히지 않겠지만, 내가 아가씨를 받아들인 것처럼 아가씨도 한 번은 노력해줬으면 해요.”
그나마 나오던 대답도 막혀 눈물만 뚝뚝 흘리는 재이의 모습에 벌써 마음이 아렸다. 소리 없는 울음이라는 게 저 나이에는 쉽사리 나오는 게 아니라 그것도 가슴이 아프다.
왜 그때는 저 나이답지 않은 아픔이 안 보였을까. 나이 들었다고 해도 생각이 평평하지는 않아 하루 사이에도 많은 굴곡이 졌다.
“제희 아버지는 제희 많이 닮았어요. 모르긴 몰라도……, 말이 없어 그렇지, 속으로 아가씨 예뻐해줄 거예요.”
“흐으윽.”
“하루아침에 될 거라 생각은 안 하는데, 그래도 우리 노력은 해봐요.”
전화기 옆에 놓인 손수건을 건넸다. 괜찮다고 하다가도 억지로 건네주자 눈가를 꾹 눌렀다. 말간 눈에 붉은 기가 돌아 부으면 어쩌려나. 좋은 마음 먹고도 온갖 악역은 제가 도맡은 것 같아 이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가씨가 괜찮다면 다음부터는 말 놓을게요. 나중에 더 복잡해질 거 같으니까. 괜찮죠?”
“으흐흐흑……, 흐윽.”
감추던 울음이 기어이 소리로 터졌다. 이런 일로 우는 딸을 키워본 적이 없어 당황한 그녀가 제하를 쳐다보았다. 나도 모른다 뒷걸음질 치기에 저런 쓸데없는 아들은 어쩌나, 눈을 흘기다 급한 대로 어깨를 두드렸다.
손에 닿는 자그마한 몸집에 앙상한 어깨가 마음 쓰였지만 더는 말 못 하고 그냥 그렇게만 다독였다. 그렇게 제 아들이 좋아 죽는, 서로가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아가씨가 돌아갔다.
어쩌면 그 아가씨가 생각보다 더 빨리 며느리가 되지는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오늘의 자신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을 듯해 제법 만족스럽다.
“으아, 엄마. 여자들 원래 저렇게 잘 울어요? 깜짝 놀랐네! 또 엄마가 뭐라고 하신 거죠?”
“머리 아프니까 넌 좀 조용히 해. 필요할 때는 도망가다가 무슨.”
“그나저나 엄마, 저거 아끼는 손수건인데 저렇게 주시는 거예요?”
“그럼 널 줘? 네가 넣고 다닐래?”
티격태격하다 제하의 어깨를 미는데 좀 전의 느낌과는 천지차이다. 제희는 잘못한 일이 없으니 어깨 한번 제대로 만질 일이 없었지만 제하랑 다른 점은 없을 듯하고. 아무래도 제 덩치 넘어서는 아들보다는 가늘가늘한 딸도 생각보다 괜찮을 듯싶다.
하아, 짐을 하나 더는 건지, 아니면 느는 건지. 그래도 몇 년간 아들을 대하며 어딘가 짓눌리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수술 마치고 모든 뒷정리까지 끝냈을 때 영우가 절룩거리며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심하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인데 그래도 친구라고 걱정이 됐다.
“너 뭐야?”
“얌마, 괜찮으냐고 물어야지, 너도 말하는 거 하고는 참.”
걷어 올린 발목이 꽤나 부은 걸 봐서는 말로 넘기는 꾀병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싱글벙글하던 영우가 그의 옷자락을 끌었다.
“나 진짜 운 좀 트이려나 봐.”
“무슨? 너 머리 다쳤어?”
“이 자식! 이 정도야 영광의 상처지. 이거 사실 우리 연희가, 아, 너 알지? 내과 연희. 흐흐.”
어제만 해도 은근히 속 끓이고 있더니 오늘 대신 다쳐선 데이트 약속까지 받아냈다며 이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실없다 싶으면서도 혈기왕성한 순애보에 결국 웃고 말았다.
“너 벌써 웃으면 안 될 텐데?”
“왜?”
“미리 다 웃었다가 저 끝에 정작 너 찾으러 온 사람보고 못 웃으면 어쩌려고?”
표정이 굳었다가 숨을 들이켰다. 무슨 말을 했다고 벌써 고개를 끄덕이던 영우가 눈을 크게 뜨고 낄낄거렸다.
“나는 역시 러키맨이지! 앞에서 만났는데 너 불러줄 테니 로비에 있으라 그랬어. 아우, 나 오면 좋은 소식만 있지 않냐? 근데 왜 아무도 내 은공을 몰라주지?”
“너…….”
주춤하던 제희가 갑자기 돌아서자 영우가 절뚝이는 다리를 주체 못 해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야! 놀랐잖아. 농담한 거 가지고.”
“이거.”
주머니에서 손을 넣었다 뺀 제희가 영우의 손에 부스럭 소리 나는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뭐, 뭐야. 나한테 뇌물 주냐? 음……, 야! 이거 뭐야?”
“너 가져.”
“너!”
“난 이제 필요 없어서.”
다리를 그리 삐고도 싱글벙글인 영우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힘 빠진 손에서 투둑 물체가 떨어지자 말 많기로 소문난 간호사 하나가 영우의 곁으로 다가섰다.
“박 쌤. 이거 떨어트리셨는데……, 어머머! 병원에서 이게 뭐예요! 미쳤나 봐!”
“아니, 그게 아니라…….”
누가 볼까 멀쩡한 다리로 콘돔을 내리밟던 그가 머리를 싸쥐었다.
말도 없이 찾아온 재이는 어두운 로비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오는 줄도 모르고 여기서 뭘 하나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몇 발짝을 앞두고 그녀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제희야!”
“약속 있다 밀어내더니 내가 누군지 알기는 하나 보네.”
“왜 그래, 자꾸.”
속초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자신을 이름으로 불렀다. 술에 취하거나 광적인 열기에 휩싸이지 않아도 제가 누군지 분명히 인지했다. 마음에 드는 사실 하나에 심취해 뒤에서 그녀가 보고 있던 흔적을 좇았다.
“아, 이거. 아기가 너무 안돼서.”
사연은 각기 달라도 보통 1년 내내 자리하는 모금함에는 소아암 환자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주렁주렁 호스를 꽂고 있으면서도 웃고 있는 모습이 그 역시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사진은 아니다.
“읽어봤는데 아기가 이제 다섯 살이래. 그런데 밖에도 못 나가고 얼마나 답답할까. 다섯 살이면 원래는 유치원 같은 데 다닐 텐데.”
“마음이 안 좋아?”
“응, 좀. 아직 아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