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는데 눈을 떠 보니 화려한 침실 안이었다.
침대엔 눈이 돌아갈 만큼 아름다운 청년이 여인 둘을 양팔에 끼고 있었고…….
“하, 정말이지 그대의 집착은 질릴 정도군. 훗날 황태자비가 되어 뭇 여인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몸으로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는지.”
나는 그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었다.
뭔가…… 지금 좀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
“아! 그렇군. 그런 거로군! 원한다면 못 해 줄 것 없지. 내 그대에게 기꺼이 은총을 베풀겠어.”
……뭐?
“단, 그대가 기어와 내 발끝에 입을 맞춘다면 말이야.”
“…….”
더 이상 생각은 필요 없었다. 난 성큼성큼 걸어가 손을 높이 들었다.
퍼억!
“은총 같은 소리 하네. 지옥에나 떨어지세요. 발정 난 개새끼야.”
* * *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여주한테 못된 짓만 하다가 남주 황태자에게 죽는 역대급 악녀 공작 영애로!
하지만 이왕 다시 살게 된 인생 그렇게 죽을 순 없었다.
그래서 내 살길 찾아 열심히 살아 보려는데.
“파혼? 누구 마음대로 파혼을 한다는 거지?”
여주가 나타나기 전에 떨쳐내야 할 황태자는 왜 아직도 옆에서 질척거리고.
“이서준. 그게 내 이름이다. 아니, 이름이었다고 해야 하나.”
원작과 너무 달라져 수상하던 인물은 뜻밖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저 똥차만 가볍게 치우고 부귀영화, 무병장수를 누리며 살고 싶었는데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
난 과연 소설에서 죽는 운명을 무사히 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