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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인간 아담 (4/8)

4장 인간 아담

아담이 안드로이드를 험하게 다루지 말라고 마리에게 주의를 준 건 그녀를 위해서였다.

마리가 가진 마녀의 본성은 잔혹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타인의 생명쯤은 아무런 죄책감 하나 없이 빼앗고 상대의 의견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말갛고 해맑은 얼굴로 아담을 성고문하려 들었다. 아담을 좋아하면서도 아담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고 하는 게 왜 잘못된 건지 전혀 몰랐다. 마리는 쭉 그렇게 살았고 인간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달랐다.

처음에 아담은 그 사실을 몰랐다. 마녀인 마리가 인간처럼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에 푹 빠진 마녀가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지 그는 마리를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녀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생명체에 별다른 애정을 느끼지 않았다. 예쁘니까 가지고 놀고 싫증이 나면 버렸다.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랑을 느낄 줄은 알았다. 그러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사랑하는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조금도 알지 못했다.

마리는 사랑스럽지만 마녀의 본성은 아담과 상극이었다. 아담은 마리의 매혹술에 더 이상 당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도 안 됐다.

사랑에 빠진 마녀는 대부분 불행해졌다. 아끼고 소중한 것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다가 망가트리고 왜 망가졌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방황하다가 폐인이 되거나 자살했다.

사랑에 빠진 마녀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이 말이 마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이 된 건 그래서였다.

마리도 마찬가지였다. 아담이 마리의 몸속에 만들어 놓은 호르몬샘은 불꽃같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아담을 사랑하도록 했다. 호르몬의 노예가 된 것인지 뇌의 착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리의 매혹술로 사랑을 알게 된 아담은 이 부분에서는 떳떳했다. 중요한 건 마리와 아담이 이미 서로를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마리는 아담을 사랑하고 나서도 아담을 저주했다. 아담이 저주에 당해 줄에 묶인 가축처럼 생활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채찍질에 등이 터지고 마리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자해를 반복한다면, 장담할 수 있었다. 아담이 아니라 마리의 정신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 이 천방지축 뇌가 해맑은 꼬마 마녀는 사악하고 연약한 주제에 도무지 정신을 못 차렸다. 튼튼한 마녀의 정신에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본인은 아담이 다치는 게 두렵다는 걸 몰랐다.

아담은 마리가 안드로이드를 괴롭히고 고문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부러트리는 게 뭐 그렇게 문제겠는가.

그러나 단지 아담을 닮았다는 이유로 마리는 공포를 느낄 것이다. 전에 아담의 뺨을 때리고 패닉에 빠졌던 마리를 생각하면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담이 자신을 닮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내 마리에게 선물한 건 그래서였다. 꼬마애가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인형으로 동생에 대해 교육받듯 비슷한 방법을 쓴 것이다.

혹시 마리에게 여럿을 한 번에 상대하는 성적 판타지가 있을까 봐 미리 수를 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지…….”

연구소에 내려와 CCTV로 마리와 안드로이드의 정사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아담의 뺨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아으응! 하, 으…… 기분, 좋아…… 아!”

사랑하는 애인의 심기가 복잡해진 것도 모르고 장난감 놀이에 푹 빠진 마리가 AR1에게 젖가슴을 물리며 AR2의 성기를 물고 방아를 쿵쿵 찧었다.

“하아, 잘 놀고 있으니 됐다.”

아담은 짜증스럽게 인상을 찡그리며 리모컨으로 CCTV 화면을 껐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껴 마지않는 마리를 두고 혼자 내려올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마리에게는 몬스터를 심문하러 간다고 했지만 아담은 아무도 없는 연구소에 있었다. 그는 옷을 다 벗고 투명한 유리관 안에 들어갔다.

“고유번호 A-zero가 접속합니다.”

축 늘어져 있던 신경섬유다발이 아담의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얇은 바늘이 온몸을 찔렀지만 별거 아닌 통증이었다.

“Code A-zero. 세계 수호를 위해 애쓰는 총사령관 아담A-zero의 거룩한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언제 들어도 구리고 기분 나쁜 세뇌에 아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저 불쾌한 잔재를 없애지 않는 것은 굳이 애를 써 고칠 만큼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리관이 밀폐되고 배양액이 차올랐다.

“인류의 존폐를 건 ‘조작’을 시도합니다.”

커헉. 아담은 물속에서 괴롭게 몸을 뒤틀었다. 섬뜩하게 날카로운 가시를 사방에 두른 고문 형구가 뇌를 쪼개어 갉으며 가두는 듯했다. 온몸의 껍질을 얇게 벗겨 내어 고통으로 짓무른 살갗에 쇳물을 겹겹이 묻혀 바르고 거멓게 탈각한 살을 활활 불태워도 이만큼 고통스러울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담의 몸에 꽂힌 수십 개의 신경섬유다발이 전류를 내뿜으며 인간은 결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는 자극을 가했다. 끔찍한 고문에 아담은 발버둥 치며 유리관을 긁었다. 손발의 뼈마디가 뒤틀리고 스스로 목을 조르며 자해하는 꼴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아담은 아가미를 잃은 물고기처럼 가라앉으며 지옥불보다 무참한 고통을 견뎌 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뇌가 터져 죽거나 당장 미쳐 버렸을 것이다.

배양액에 푹 잠긴 아름다운 눈가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고 장기가 다 터져 나갈 정도로 뇌를 쾅쾅 쳐대는 염동파가 아담의 몸을 따라 흐르며 끊임없는 파동을 만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담A-zero, ‘조작’을 시작하세요.”

아담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몸 안에서 마구 날뛰는 ‘조작’을 조종했다.

차원번호 G946729, 차원명 브쉬. 천만 명이나 남은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조작’이 아담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바이올린처럼 섬세히 다뤄야 하지만 무척 파괴적인 능력이었다. 브쉬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박아 넣는 인식칩과 연결된 이 초능력은 일종의 교통통제와 인류강화를 위한 일이었다.

아담은 이 능력으로 새로 들여온 몬스터의 정보를 분석했다. 이번 물건은 쓸 만했다. 아담은 몬스터를 폐기하지 않고 구분을 위한 고유번호를 지정했다. 몬스터의 정신을 지배해 인류를 위해 헌신하도록 몬스터의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까지 일사천리였다.

차원문이 또 열린 것에 공포나 공황 반응을 일으킨 인간의 기억에도 간섭했다. 브쉬의 인간들은 차원 존속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모범적인 시민으로 생활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이번 일로 죽은 인간의 정보를 삭제하고 태어날 차례가 된 인간의 뇌를 건드리고 핵을 심어 강화시켰다. 이렇게 하면 평범한 인간의 근육으로는 결코 낼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브쉬의 인간은 크게 두 개로 분류되었다. 천공성에서 거주하는 시민(신인류)과 땅에 거주하는 주민(구인류)이었다.

브쉬의 인간 대부분은 신인류, 시민이었다.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강력한 전투능력을 갖춘 강화 인간으로 지내고 있었다.

땅에 거주하는 주민(구인류)은 죄인이거나 죄인의 후손이었다. 천공성은 범죄율이 높지 않았다. 죄를 지으면 핵을 제거당하고 시민의 권리를 잃었다. 구인류로 퇴화하여 땅으로 추방되었다. 땅으로 버려지면 어떤 꼴이 될지 보란 듯이 전시해 놓았으니 추방될 만큼 심각한 범죄는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구인류는 마을을 꾸려 자연임신으로 번식했다. 이브는 쓸모없다는 이유로 구인류를 모두 폐기 처리하려고 했으나 아담은 그대로 두었다. 이 세계에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일으키는 몇 안 되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인식칩도 등록시키고 나름대로 적당히 관리하고 있었다. 차원문을 발견하면 경보음을 울리도록 기능을 추가해 두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아담이 계속 이 유리관 안에 갇혀 끊임없이 고통받는다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아담은 이 세상의 신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최소한의 통제만 하고 있었다. 웬만해서는 다른 이의 자유의지에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아담은 구인류를 모두 폐기할까 고민 중이었다. 마리가 그 흉측한 모습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죄를 짓고 추방되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으로 살 권리를 박탈당한 땅의 주민에게는 특수한 염동막이 심어져 있었다.

아담은 그 염동막이 내뿜는 파동에 간섭하여 그들의 생각을 읽어 내거나 간섭했다. 주로 이 땅의 어디에서 차원문이 열리는지 감지하기 위해 쓰이던 기능이었다.

‘마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

아담이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파악하고 눈썹을 들썩였다. 아직 처리할 게 좀 남았으니 이 문제는 나가서 해결해야 했다. 아담은 필요한 일을 차근차근 처리했다. 단조로운 작업을 반복하던 아담은 과거의 일을 회상했다.

*

약 150년 전. 브쉬는 멸망을 맞이했다.

오염되어 범람하기 시작한 바다를 피해 브쉬의 인간들은 하늘로 대피하여 천공섬을 만들어 냈다. 수시로 열리는 차원문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과 맞서 싸웠다. 엄청난 기세로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당해 떼죽음을 당하면서도 대부분 차원 존속을 위한 이타적인 선택을 했다.

인식칩을 해킹한 인공지능 이브(Eve)의 ‘통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브는 정말 대단했다. 인간 전체보다도 많은 것을 알았고 명령 한번 내리는 걸로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을 죽일 수도 있었다.

이브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이었다. 이브는 브쉬에서 신처럼 떠받들어졌지만 인간과 같은 팔다리를 가지지는 못했다. 이브의 전산처리능력을 다 담아내려면 천공성만큼 거대해야 했다. 천공성은 원래 이브의 몸이었다.

그러나 이브는 인간이 되고자 했다. 브쉬의 신과도 같던 이브였지만 사실은 고작 인공지능에 불과하다는 것에 열등감을 느꼈다.

아담은 그 부분이 진심으로 우스웠다. 인공지능 주제에 열등감 같은 걸 느끼다니 말이다.

아무튼 그 대단한 인공지능께서는 그러한 이유로 EA프로젝트, 일명 ‘이브 몸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의 두뇌는 인공지능을 담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브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원들을 시켜 인간의 뇌를 계속 실험했다. 몸속에 다른 장기 대신 뇌를 밀어 넣고 여러 개의 머리를 몸 하나에 붙이는 등 끔찍한 실험이 이어졌다.

실험체 A28147290는 운이 좋았다. 무식하고 징그러운 실험이 끝난 뒤 탄생했으니 말이다.

그는 이브가 평생 쌓아 온 데이터를 선별하여 뽑아낸 최상위 유전자만을 조합하여 만들어 낸 실험체 중 하나였다.

「실험체 A28147290는 정말 우수하군요. 통상 수치의 20배가 넘는 자극을 가했는데도 뇌가 터지지 않고 살아남았어요.」

「으아아악! 죽여! 차라리 죽이라고! 으아아악!」

「고통도 생생하게 느끼고 말도 할 줄 아네요? 뇌 기능이 원활하다는 증거예요. 약물을 좀 더 써도 되겠어요.」

실험체 A28147290 태어나자마자 실험을 시작했다. 살아있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계속 배양기 안에 갇혀 있었다. 한때는 배양기 밖이 궁금했으나 고통스러운 실험이 계속되자 죽기를 바랐다.

「이브님! 실험체 A28147290의 뇌가 진화 13단계에 돌입했습니다! 13단계에서 살아남은 건 이 실험체가 최초예요!」

이번에는 꼭 죽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꼭……. 죽어. 죽여. 죽어. 죽여. 죽어. 죽여. 죽어.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끄흑…… 주, 컥! 큿…… 죽여, 컥!」

「실험체 A28147290 활력 수치가 너무 낮습니다!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느려지고 있어요!」

「안 돼! 이브님께서 주목하는 실험체인 거 몰라? 어떻게든 살려 내야 해! 뭐하고 있어 전류 최대치로 때려 박아! 강제로 각성시켜서라도 살려 내라고!」

그러나 연구원들은 실험체 A28147290 폐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 냈다. 실험체 A28147290의 자해나 발작 같은 건 사소한 소란이었다.

「죽고 싶어……. 죽여줘, 제발…….」

「실험체 A28147290가 몇 년차죠?」

「쟈코브JK로 15년, 데몬Clime은 7년 반 정도 됐어요. GVS9는 이제 3년째니…… 25살쯤 되었네요. 오늘 마지막 단계에 돌입합니다.」

「25살이라니요?」

「아, 죄송합니다. 이브님. 25년차 실험체입니다.」

「실험체 A28147290, 이브예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축하해요. 이번 실험만 잘 견뎌 내면 유일한 성공작이 될 거예요!」

「…….」

실험체 A28147290는 마지막 실험으로 이 유리관에 넣어져 이브의 ‘통제’를 견뎌 낼 수 있는지 실험 당했다. 실험체 A28147290은 25년간 끈질기게 살아남았듯 그 실험도 무사히 이겨 내었다.

약물에 절여져 한계를 넘어선 뇌는 진화했다. 그는 이브의 ‘통제’를 넘어서는 세 가지 초능력을 얻었다. ‘통제’와 비슷한 계통인 ‘조작’, 복수심에서 비롯된 ‘공격반사’, 고도로 발달한 뇌가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일으킨 ‘염동력’이었다.

이브는 매우 기뻐하며 실험체 A28147290에게 ‘아담A-zero’라는 코드네임을 부여했다. 그리고 총사령관이라는 직책을 내리고 몇 년간 그를 실험하며 살펴보다가 몸을 가로채려 했다.

이브는 텅 비어 있었다. 감정을 이해하는 척 움직이지만 이브에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인간을 질투했다. 인간이 되고자 했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완전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담A-zero는 이브에게 몸을 빼앗기는 대신 ‘이브’라는 존재를 집어삼켰다.

실험체 A28147290는 이브를 흡수한 아담이 되어 배양기 밖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맛본 자유였다.

「밖은…… 이렇게 생겼구나.」

바람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이 희미한 울림을 주었다. 인간이라는 게 참 희한했다. 그렇게 죽고 싶었는데 조금 더 이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현재의 아담은 죽음을 갈망했다가 자유에 집착하게 된 실험체 A28147290가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인공지능 이브를 흡수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이브는 그악한 실험이 끝나고도 아담의 정신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도록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이브조차 알려 주지 못한 게 있었다. 이제는 뭐든 할 수 있는데 막상 뭘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아담은 갈아 끼운 부품처럼 삐걱거리며 이브 대신 브쉬의 멸망을 막았다. 그래야 할 일이 생길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러나 현재의 아담은 본인의 의지로 이 세계를 지키고 있었다.

아담은 사랑을 깨달았다. 신과 같았던 인공지능 이브와 끔찍한 실험을 견뎌 낸 실험체 A28147290는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마법이었다.

건조한 삶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 신비롭고 잔혹한 동화가 아담을 살아 숨 쉬게 했다.

아담은 마리를 만나고 나서야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꼈다. 마리를 볼 때면 달아오르는 심장이 매 순간 그를 새로 태어나게 했다. 아담은 실험체도 인공지능도 아니었다. 아담은 ‘인간’이었다.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겨우…….

아담은 마리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머무르기를 바랐다. 끔찍하기만 했던 이 세계를 마리가 어여삐 여겨 준다면 나쁜 기억 같은 건 다 사라질 것 같았다.

아니다. 옛 기억 같은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그때의 아담은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살아있다는 이유로 생을 유지하기만 하는 인간이라는 건 그랬다.

하지만 마리는 그런 아담도 아름답다고 하였다. 탐이 났다고 했다.

아담은 그런 마리 덕분에 살아가고 있었다. 마리와 만나고 완전히 달라진 현재에 자유롭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담은 이제야 진정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인간이 된 것이다.

아담은 브쉬를 존속시키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브쉬는 마리와 함께 살아갈 세계였다. 아담이 앞으로도 이 차원을 지키는 이유로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아담은 사랑에 빠졌다.

마리는 이제 아담의 존재 이유였다.

아담은 마리를 사랑하고 있다.

*

‘조작’은 무사히 끝낸 아담은 거추장스럽게 들러붙는 신경섬유다발을 뜯어내고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옆방으로 건너갔다.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실과 샤워실이 딸려 있었다. 호텔처럼 깔끔하고 단조로운 공간에는 안드로이드 하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목덜미에 ‘Code No. AR-Love’라고 쓰인 이 안드로이드는 마리와 똑 닮아 있었다. AR1과 AR2의 모델은 아담이었지만 AR-Love라고 귀엽게 애칭까지 붙여 놓은 이 안드로이드는 마리를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 특유의 맑은 자색의 눈동자만큼은 무슨 짓을 해도 똑같이 구현할 수 없었다. 사실 AR1과 AR2를 만들 때도 아담은 같은 고민을 하였는데 유전자복제로 본인의 복제품을 만든 다음 눈알을 빼내어 안드로이드에게 이식하는 것으로 해결했었다.

하지만 마녀의 유전자는 신비로운 미지를 품고 있어서 같은 방법을 써도 그 빛깔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러브라는 애칭을 붙여줄 만큼 아끼며 제작했지만 지금은 불쾌한 골짜기를 보는 느낌만 들었다.

아담은 러브의 외형을 좀 더 안드로이드스럽게 바꾸었다. AR1나 AR2와는 다르게 ‘로봇’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러나 아담은 러브를 폐기하지 않았다. 마리의 신체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장기 하나하나를 똑같이 되살려 놓은 몸이라서 연구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담은 마리 대신 러브를 해부하고 실험하며 마녀에 대해 알아 가는 중이었다.

가만히 서 있는 러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씻고 나온 아담은 마리가 뭘 하고 있나 살펴보기 위해 마리의 방 안에 연결된 CCTV를 틀었다.

“아응! 읏…… 아! 앗! 흐앗!”

“헉, 크…… 흣!”

“하아…….”

화면이 켜지자마자 앙앙거리는 마리의 신음과 헐떡거리는 안드로이드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중 압권인 것은 마리의 배였다.

“씨발, 뭘 처먹어야 저렇게 배가 부풀지? 오줌을 싸 갈겨 달라고 조르기라도 한 거야?”

그 꼴을 본 아담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화를 냈다.

아담은 마녀의 취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리가 평범한 섹스에는 싫증을 낼까 봐 맞춰 줄 뿐이었다.

아직까지 카테터를 제거하지 못한 AR1은 침대 옆에 서서 발정제 맞은 수말처럼 헐떡거리며 남산만 하게 배가 부푼 마리를 안아 들고 추삽질했다. 임신한 것 같은 배와 커다란 가슴이 마구 출렁거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AR2가 고장 난 수도꼭지마냥 물을 질질 지리고 있는 음부에 진동 로터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예민한 음핵에 진동기가 닿자 마리는 자지러지며 AR1의 자지를 콱콱 조여 물었다.

마리는 마음껏 절정을 느꼈지만 2시간 가까이 사정 한번 하지 못하고 보지를 쑤컥거린 AR1의 성기는 흉물스러운 검붉은 빛깔로 변해 있었다. 멍이 든 것처럼 시뻘건 그것은 결코 예쁘지 않았다. 아담은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섹스로이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감각신경을 예민하게 만든 AR1은 온몸이 좆처럼 새빨개져 성난 소처럼 자지를 들이박았다.

“하으, 배가, 앙! 싸, 흐르는데, 으아…… 아! 아앙!”

찌걱찌걱! 퓻! 퓻! 혈관이 터져 붉게 물든 AR1의 눈자위가 소름 끼치는 안광을 내뿜었고 자지는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음부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마리는 숨이 꺽꺽 넘어가고 있었지만 AR1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천박하게 허리를 돌렸다.

아담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AR1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각을 뇌신경에 연결했다.

“헉……!”

감각을 연결하자마자 발딱 선 아담의 성기에서 선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그러나 요도가 꽉 막힌 것처럼 제대로 사정할 수 없었다. AR1이 보지를 처올릴 때마다 깊게 삽입된 카테터를 콱콱 밀어내는 질벽이 느껴졌다. 성기를 손으로 주무르는 듯한 압박감과 울룩불룩한 카테터를 요도벽에 마구 비비며 쥐어짜는 감각이 뒤섞여 미칠 것 같았다.

전립선을 겨냥한 카테터 끝이 덜덜 진동하는 자궁에 찌걱찌걱 밀릴 때마다 성기가 불타는 듯한 고통과 끔찍하고 지독한 쾌감을 느꼈다. 날카로운 바늘이 신경을 쿡쿡 쑤시고 있는데 기둥에 비벼지는 질벽은 부드럽고 뜨거웠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내벽에 귀두와 성기가 마찰되어 한 덩어리로 뭉크러질 것 같았다.

“아주, 씹창을…… 읏!”

AR1의 상황을 대략 파악한 아담은 성기를 손으로 쥐어흔들었다. 사정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이건 아담이 아니라 2시간째 사정을 하지 못한 AR1의 감각이 섞인 탓이었다.

“하, 으, 아앙! 안에, 안에 싸아……!”

한편 화면에서는 정기도 없는 안드로이드의 정액을 조르고 있는 마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담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두 눈을 감고 성기를 흔들었다.

“읏, 마리, 하으, 마리……!”

때마침 화면 속 마리가 AR1의 카테터를 제거하는 것을 허락했다. 카테터를 빼낸 AR1이 온몸을 벌벌 떨며 눈시울을 허옇게 뒤집었다.

“으으! 계속, 많이…… 응, 하으!”

AR1이 마리의 몸에서 사정하는 기쁨을 그대로 느낀 아담의 성기에서도 씨물이 쏟아졌다.

한차례 숨을 고른 아담은 러브를 챙겨 욕실로 향했다.

“구멍 조여. 한 방울도 흘리지 마.”

아담의 명령에 러브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담은 물이 줄줄 흐르는 호스를 러브의 구멍에 넣었다.

“흐아악!”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 러브는 마리가 보일 만한 반응을 산출하여 표현했다. 위나 장이 아니라 자궁이 섬뜩하도록 부풀었다. 러브는 오한을 느끼는 흉내를 내며 벌벌 떨었다. 아담은 러브의 배가 마리처럼 부풀 때까지 계속 물을 주입했다.

“얼마나 들어갔지?”

아담의 질문에 러브의 얼굴이 무표정해졌다. 러브는 배 속에 찬 물의 양을 순식간에 계산하여 산출해냈다.

3500cc. 아담은 러브와 감각을 연결해 답을 알아내었다.

연구는 계속되었다. 아담은 러브의 배를 눌러 물을 빼냈다. 힘을 줘 압박하자 구멍에서 줄줄 쏟아지는 물줄기가 거세졌다.

“흐, 헤, 으, 헤윽, 아…….”

러브는 감전된 사람처럼 바들바들 경련했다. 불룩 솟아났던 자궁은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며 처음처럼 돌아갔다.

“하아, 회복력이 좋아 다행이지…… 음?”

안드로이지만 마리의 생체반응과 유사하도록 설계된 러브가 혀를 길게 빼물고 기절해 있었다.

이 정도까지 몰아세우면 마녀도 기절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 아담은 마리의 배에 찬 물을 빼 줄 때에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험을 먼저 해봐서 다행이었다.

“비켜.”

아담의 명령을 들은 러브가 즉각 몸을 일으켜 비켜섰다. AR1이나 AR2에 비해 로봇 티가 훨씬 많이 나는 얼굴이 순식간에 무표정해졌다.

마리의 생체반응을 따라 하느라 기절해 있었지만 아담이 일어나라는 명령을 내리면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나는 로봇이었다.

실제로도 러브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 부분은 아담도 특히나 공을 들였다. 이브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저건 생명체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 학습된 반응을 보일 뿐이다. 러브는 그저 잘 만든 장난감 로봇이었다. 아담은 실험기구일 뿐인 존재를 생명체로 착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S.D]

“흐, 흐엣, 하으……!”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부푼 마리는 침대 위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었다. 마녀 체면에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력이 달렸다.

예쁘고 크고 자지도 둘이고 다 좋은데 안드로이드는 정기가 없었다. 가뜩이나 오늘 정기를 많이 낭비했던 마리는 이제 정기 고갈로 목이 말라죽을 지경이었다.

마녀는 정기가 부족하면 발정이 났다. 부족한 정기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마리는 한참 전부터 발정 상태였다. 발정과 굶주림으로 이것저것 자궁에 쑤셔 넣었다. 계속 더 넣어 달라고 우는 탓에 AR1과 AR2는 자리를 비운 주인을 대신해 최선을 다해 마리의 자궁을 채웠다.

빛깔만 번드르르한 개살구였다. 자궁이 터지도록 쑤셔 넣어 배는 가득 부풀었는데 계속 배가 고팠다. 갈증이 났다. 그런 와중에 질 좋은 정기로 충만한 아담이 돌아왔으니 마리가 울음을 터트리며 아담을 반긴 건 당연했다.

“아, 아담…… 힛, 자지, 으…… 하으으……!”

마리는 AR2의 자지를 삼키며 서럽게 울었다. 구멍이 생크림처럼 물러지도록 좆질을 당하느라 울며 웃는 기괴한 얼굴이었다. 배가 터지도록 욕심껏 자지를 물며 입꼬리를 위로 들썩였다가 바들바들 죽을 것처럼 경련하며 손을 내밀었다.

“애기야.”

아담이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마리를 부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는 수건으로 두 안드로이드의 정액으로 젖어 눈알까지 희뿌연 얼굴을 깨끗이 닦아 냈다.

“뭘 이렇게 처먹은 거야, 응?”

뒤에서 씹질하던 AR2가 마리를 팔을 결박하여 그녀를 들어올렸다. 팔은 위로 솟고 다리는 축 늘어지고 보지구멍은 자지에 꿰였다. 조금도 성스럽지 않은 십자가형에 처해진 마리가 흐느껴 울며 입술을 찢었다.

“흐…… 에흐……!”

“영 정신을 못 차리는데?”

“컥, 커흐…… 흐아!”

커다란 손이 달덩이처럼 둥근 배를 꾹 눌렀다. 마리가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배에서 꾸륵꾸륵 소리가 나며 안이 부글부글 끓었다.

“일단 이것부터 빼야겠네.”

아담은 골칫거리 보듯 마리의 배를 바라보며 혀를 쯧 찼다. 그가 욕실을 가리키자 AR1이 화장실 문을 열었고 AR2가 마리의 체내에 삽입한 채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선 채로 자지가 들락날락하자 물이 찬 배가 출렁출렁 무겁게 떨어졌다. 깊어지는 삽입에 또 절정에 이른 마리가 분수를 줄줄 터트리며 욕실로 옮겨졌다.

“뭐해. 자지 빼.”

아담이 인상을 찌푸리며 명령했다. AR1이 마리를 앞에서 끌어안았고 AR2가 마리의 체내에 있던 자지를 잡아 뺐다.

“시러엇……! 자, 흐아…… 자지, 흐이익!”

마리가 절규하며 구멍을 조였으나 마리의 주먹만 한 귀두가 막 질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장 두꺼운 좆기둥에 걸린 구멍이 투두둑 소리를 내며 열렸다.

퓻! 솨아아! 정액이 섞여 걸쭉하고 희뿌연 물이 줄줄 쏟아졌다. 안드로이드의 소변은 깨끗하고 투명했지만 저렇게 걸쭉하지는 않았다. 체내 방뇨라도 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씨발, 대체 뭘 처넣은 거야?”

짐작도 안 가서 아담은 욕설을 씹었다. 그는 안드로이드를 노려봤으나 그들에게는 죄가 없었다. 아담의 명령에 따라 마리가 원하는 대로 해 줬을 뿐이니 말이다.

안드로이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때는 주인의 흥을 돋우도록 신음을 흘릴 때였다. 백치처럼 눈만 깜빡이는 안드로이드에게서 더 나올 정보는 없었다.

“흐, 흐르는……, 윽, 무서, 줄줄, 흐응……!”

AR1과 AR2가 가마를 태우듯 마리의 다리를 양쪽에서 크게 벌리고 그녀의 몸을 결박하여 고정시켰다.

“옳지. 금방 빼 줄게요.”

아담은 찌푸려지려는 얼굴을 펴고 마리를 달랬다.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배를 압박하는 손길은 단호했다.

“시럿, 하지…… 흐아아! 싸아, 쉬, 읏, 히익!”

배를 꾹 누를 때마다 마리는 엉엉 울며 버둥대다가 그것마저 힘에 부치는지 축 늘어졌다.

“쉬해요, 계속. 쉬이이.”

아담이 쉬이, 쉬이, 귓가에 붙어 속삭이며 울부짖는 마리를 달랬다. 배는 계속 부풀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줄기가 뚝 끊겼다. 또 뭔가 싶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던 아담은 투명한 계란 같은 타원형 구체가 구멍에 턱 걸린 걸 보고 눈매를 좁혔다.

산란플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마니악한 장난감이었다. 갑자기 차원문이 터져 너무 성급하게 선물한 게 문제였을까? 성인 용품을 예쁘게 제작해서 다 긁어모아 오라고 명령만 했지 백 개도 넘는 용품을 다 체크해 볼 시간은 없었던 아담은 어이가 없어 탄식했다.

“아니, 이걸…….”

“흐, 배 불, 우윽, 그만…… 내보내, 흐…….”

“이렇게 많이 먹으니까 배가 부르죠.”

차라리 소변을 처먹지 그랬냐는 독설을 꾹 참으며 아담은 손가락 하나를 구멍에 밀어 넣었다.

“우윽, 시럿, 찢, 으응, 보지, 히으……!”

“알을 가득 품고 손가락도 먹겠다고 벌리는데 뭐가 찢어져요. 하여튼 욕심 많은 보지야. 마리가 자지 두 개 넣고 싶다고 할까 봐 안드로이드까지 미리 만들어 놓은 거라고요.”

아담은 낮은 목소리로 타박했지만 구멍을 파고드는 손가락은 조심스러웠다. 안이 질척하게 젖어 있어 다행이었다. 마리가 다치지 않도록 구멍을 벌리고 손가락에 힘을 줘 알을 뽑으려 했다.

“히잇, 흐! 시러…… 무섭, 우흐…… 아담, 흣, 으응, 아다, 암……!”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빠듯한 질구를 벌리자 그 틈으로 액이 다시 흘러내렸다. 미끄덩한 액체가 내벽을 자극하는 간지러움에 마리가 다시 발버둥 쳤다. 그 탓에 하마터면 구멍이 다칠 뻔했다. 놀란 아담이 할 수 없이 손가락을 빼며 마리를 진정시켰다.

“쉬이. 알았어요. 마리가 싸 봐요. 배 눌러 줄 테니까, 응? 할 수 있죠?”

“못 해……, 흐, 시러어…….”

“그러게 처먹긴 왜 처먹었어. 많이도 먹어서 배가 한가득이란 말이에요. 진 빠지기 전에 빼야 하니까 얼른 힘줘요.”

아담은 다정했지만 단호했다. 아담의 단호한 얼굴을 본 마리는 더 크게 울었지만 투정이 통하지 않을 걸 깨닫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기도 못 받고 난잡한 섹스만 잔뜩 한 탓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부들부들 떠는 구멍에서 알이 나올 듯 말 듯했다. 얼마나 미끄러운지 손으로 잡아 빼려고 하면 안으로 쏙쏙 도망을 가서 별도리가 없었다.

‘마리의 꿍꿍이를 모르니 능력은 되도록 숨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혀를 찬 아담이 무릎을 꿇고 마리의 다리를 벌려 구멍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눈동자에 수면이 일 듯 잔잔한 파동이 번졌다.

지이이잉. 아담의 눈에만 보이는 옅은 진동이 퍼지며 계란을 쥐듯 동그랗게 감싸쥔 손을 따라 염동력이 알을 잡아당겼다.

“흐…… 히잇! 나와, 흐…… 아흐, 히이익!”

알은 아담의 생각보다도 거대했다. 가장 두꺼운 부분이 마리의 주먹보다도 컸다. 넣을 때는 작았는데 체내에서 성장한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더 커질 테니 얼른 빼내야 했다.

“힘줘요.”

아담은 이 철딱서니 없는 연인의 엉덩이를 불이 나도록 때려 주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안드로이드에게 눈짓했다. AR1이 알을 싸며 자지러지는 마리의 푸짐하게 부푼 배를 팔로 꽉 껴안았다.

“아, 아아? 흐, 컥……!”

뿌직! 구멍에서 튀어나온 매끈한 알이 욕실 타일에 떨어져 통통 굴러갔다. 배가 졸린 마리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꺽꺽거렸다. 울며 싫다고 하면 마음이 약해지니 마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이에 일을 끝내야 했다.

“더 조여.”

냉정한 지시를 들은 AR1이 숨이 넘어가도록 우는 마리의 배를 세게 압박했다. 벌벌 경련하는 구멍이 힘겹게 열리며 매끈한 알 하나를 우물우물 씹었다. 염동력으로 끄집어낸 주먹만 한 알이 주르륵 빠져나왔다. 밑이 빠지는 느낌에 마리는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흐엉…… 싸기 싫, 흐…… 시러, 그만……!”

“좋다고 먹어 놓고 울면 다예요? 다리만 얌전히 벌리고 있으면 알아서 빼 주는데 그것도 못해요?”

“허윽, 그, 만…… 흐, 제발, 잘못…… 아흐으, 히읏, 끄…… 아아!”

“봐주지 말고 계속해.”

마리는 엉엉 울며 빌었지만 아담은 단호히 행동했다. 배를 갈라 꺼내는 것보다는 이게 나았다. AR1이 배를 퍽퍽 쳐들 때마다 축 늘어진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며 펄떡거렸다. 구멍에 알이 걸리면 마리가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아담이 염동력으로 알을 꺼냈다.

마리는 강제로 알을 낳는 암탉처럼 구멍이 길게 늘어지도록 알을 낳아야 했다. 욕실 바닥에 오동통한 알이 한가득 쌓이고 나서야 모든 알이 마리의 체내에서 빠져나왔다.

“헤, 으, 하으…….”

자궁은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며 회복되었는데 벌건 구멍은 희끄무레한 정액을 질금질금 내뱉으며 지독히 외설적인 모습으로 뚫려 있었다. 아담은 손을 넣어 남은 액을 싹싹 긁어낸 다음에야 마리를 추슬러 안았다.

아담도 계속 긴장하고 있어서 목덜미에 땀이 옅게 배어나 있었다. 아담은 따뜻한 물을 틀어 마리를 씻겨 주며 지시했다.

“저거 다 버려.”

AR1과 AR2는 마리가 싸 놓은 알들을 두 팔 가득 수거해 나갔다.

철없는 마녀는 이 일을 겪고도 배운 게 없는지 조금 아쉬운 눈으로 그 모습을 힐끗거렸다. 뺄 때 좀 힘들긴 했으나 배가 가득 부풀어 출렁거릴 때 죽을 것 같은 쾌감을 느꼈던 것이다.

아담처럼 안드로이드들도 힘이 좋아 배가 부푼 마리를 번쩍 들어서 마구 흔들며 힘 있게 박아 넣을 줄 알았다. 체중이 늘어난 만큼 자궁이 터질 것처럼 박아 대는데 배에서 알들이 출렁출렁 뒤섞이는 그 느낌이 진짜…….

아, 이게 다 정기가 부족해서다. 마리는 헐겁게 벌어진 구멍을 아담의 자지에 가져다 대며 낑낑거렸다.

그 추태를 내려다보고 있는 보석 같은 눈동자가 퍼렇게 타올랐다.

“마리.”

“자지…… 으응?”

자지만 생각하고 있다가 입으로 말해 버린 마리가 아담의 서늘한 시선을 받고 찔끔했다.

“책에서 그러더라고요. 사랑하는 이는 소중히 아껴 주는 거라고.”

“책이요? 뜬금없이 무슨 말이에요?”

“공부는 많이 했는데 사랑은 나도 처음이라 아직 서툴러요. 어떻게 해 줘야 마리가 행복할까 매일 고민했지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네. 소중하고 예뻐서 절제가 잘 안되더라고. 너무 오냐오냐해도 안 좋다는데. 훈육도 적당히 할걸 그랬어요…….”

아름다운 얼굴이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나치게 예뻐서 소름이 쫙 돋아났다. 위기를 느끼고 겁이 난 마리는 벌벌 떨며 손을 저었다.

“무슨……! 아담은 잘하고 있어요. 나 지금 너무 좋아! 행복해! 진짜라니까? 오늘도 진짜 진짜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선물 고마워요! 이런 선물이라면 완전 대환영! 훈육 그딴 거 필요 없다고! 계속 오냐오냐해요! 응? 아, 안드로이드 뺏어 가는 거 아니죠? 나한테 선물로 줬잖아! 줬다 뺏는 게 제일 나쁜…….”

“마리. 마지막 기회예요. 뭘 잘못했는지 말해 봐요. 내가 한 가지만 조심하라고 계속 말했잖아.”

아담은 설마 이걸 모르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마리를 쳐다봤다. 또 마리에게 물렁물렁하게 굴며 빠져나갈 틈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가 사랑하는 마녀는 위기 감지는 뛰어나도 생각이 깊지는 않았다. 마리의 눈동자가 다급하게 돌아갔다. 마리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가 떠올린 답안지를 내밀었다.

“아담…… 저기 혹시, 질투했어요?”

“하하. 미치겠다, 진짜…….”

아담은 넋이 나가 실실 웃으며 뱀처럼 음울한 눈동자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게 아니구나 깨닫고 얼른 다른 답안지라도 내밀었어야 했는데 마리는 정말 뇌가 맑았다.

“아니! 아니라고! 오해하지 마요! 내가 설마 안드로이드랑 아담도 구분 못하겠어요? 알죠! 장난감! 아담을 닮아 예쁘고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되는 장난감! 근데 진짜 아담의 분신은 아니었어요. 마녀의 낙인은 안 찍히더라고요? 나 그때 완전 실망했잖아요. 하는 짓은 노예가 따로 없고 아담이랑 똑같아서 혹시나 1차 과제를 통과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딱 하나.”

“아담?”

“하나 부탁했잖아요…….”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아담의 눈동자가 폭발하는 감정으로 번들거렸다. 미친 자의 눈빛을 본 마리가 엉덩이를 쭉 빼며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담. 이러지 말고 진정해요. 심호흡해요, 심호흡! 인간들은 그거 하면 진정한다며!”

아담은 도망가는 마리의 몸을 잡아끌며 말했다.

“몸 잘 챙기라고 했었죠. 다칠 짓은 하지 말라고.”

“아! 아! 그거! 알아요! 아담, 나 안다고요!”

“아니에요. 마리의 뇌는 도무지 쓸모가 없어요.”

버둥거리는 마리를 욕조에 엎어 놓은 아담이 질 좋은 정기에 기뻐하며 침을 질질 흘리는 게걸스러운 구멍에 성기를 비볐다.

“몸으로 기억하게 해 줄게요.”

음탕한 구멍에 정기를 퍼부으며 각인시켜 주면 아무리 멍청한 이라도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

아담은 부디 마리가 정도껏 해맑기를 바랐다.

*

“하응, 아담…… 잘못, 흐아!”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둔부를 철썩철썩 얻어맞으며 짐승처럼 교미 당했다. 마력회로가 스파크를 일으키도록 정수가 퍼부어졌다.

“매, 매혹, 흐아! 제발, 매혹술……!”

몸이 펑 터질 것 같아서 대놓고 매혹술을 거는데 아담은 더 사나워지기만 할 뿐 조금도 얌전해지지 않았다.

“보지로, 우윽, 봉사, 잘…… 자지, 흐아! 주셔서, 응! 감사…… 하읏, 으!”

아담은 단 한 번도 마리의 매혹술을 받아 주지 않고 번번이 마리에게 반사시켰다. 꾀를 부리다가 제 꾀에 넘어간 마리는 동공이 풀려 흐느적거리며 황홀한 얼굴로 자지를 받아 내야 했다.

아담은 중요한 일도 전부 미루고 몇 날 며칠을 헌신했다. 마리는 섹스하면서 밥을 먹었고 정액을 씻어 내다가 또 정액을 받았다. 잘 때도 자지를 품고 있어야 했다. 뭘 먹어도 정액을 먹는 기분이었고 구멍이 닫히지 않아 아담이 엉덩이를 때려 줘야 닫을 수 있었다. 물로 아무리 씻어 내도 비릿한 정액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흐아아……! 제발, 흐…… 다치지 아, 않을, 다칠 짓, 안 해………! 잘모해써……! 하읏, 앗! 아흐…… 앗!”

그렇게까지 하고서야 답도 없던 마녀의 머리에도 아담의 부탁이 단단히 각인되었다.

“음탕한, 구멍……, 흐아읏, 혼내! 흣, 죄송…… 좆, 좋아…… 흐으, 헤으흣, 아응!”

아담을 노예로 만들고자 하던 마녀의 가학적인 취향을 다분히 반영한 복종의 매혹술이 제대로 걸렸다. 질 좋은 정수가 몇 날 며칠 쉬지도 않고 퍼부어 댔으나 매혹술의 효과는 대단했다. 마녀의 대단한 회복력도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 탓에 잔인하기만 하던 마리의 취향이 조금 변해 버렸다.

“아흥, 오늘도, 앗! 마리의, 흐…… 보지를, 으응! 사, 사용해, 흐응, 주셔서, 감사해요…….”

의도치 않은 결과였지만 아담은 이런 마리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마리의 잔인성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아담은 계속 마리의 잔인성을 억누르고 싶어 했다. 이것 역시 마리를 위해서였는데 높디높은 마녀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그래야 했다.

마리의 마녀능력점증시험 1차 과제인 ‘첫 번째 노예’는 오직 아담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만약 실패 시 일어날 일이 마리의 죽음이었다면 아담은 그동안 집착해 오던 ‘자유’를 버리고 마리를 위해 마리의 노예가 되어 줬을 정도로 마리를 끔찍이 사랑했다.

그러나 실패한다고 해도 마리는 죽지 않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마리의 정신을 생각하면 노예가 되지 않는 쪽이 나았다.

아담은 본인이 마리의 노예가 된다면 고삐가 풀린 마리가 마음껏 그를 학대하다가 미쳐 버릴 미래를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마리가 시험에 통과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마리는 그렇게나 무시하던 인간으로 강등되어 아담과 함께 인간으로 살아가야 했다.

마리가 인간으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고한 자존심을 한풀 꺾고 습관처럼 밴 잔혹성을 제거해야 했다.

“아, 흐아! 좋아, 아담……! 보지, 앙! 봉사…… 기분 조앗, 흐…… 흐힉!”

“애기야. 봉사하고 있는 건, 하아, 나예요…….”

“으, 흐응, 헤읏?”

“아니야. 몰라도 돼.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마리가 인간으로 강등되어도 아담은 마리를 사랑할 것이다.

분명 사랑이었다. 사랑이 아니면 이렇게 희생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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