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소곳하게 얌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의 손길에 보이는 그녀의 반응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당장 그녀안으로 자신을 밀어넣고 싶은 것을 참고 고개를 들자 열기에 휩싸인 눈동자가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하악... .”
전신에 짜릿한 전율이 한참을 계속되는 걸 보며 그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하얗고 봉긋한 핑크빛 가슴을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조금만 아프게 잡으면 다음날 푸릇한 빛이 감돌 정도로 그녀의 피부는 연약했다. 물고 빨고 깨문 유두는 예민해질 때로 예민해져 혈기 왕성한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윽.”
손으로 한번 움켜쥐었다가 이내 입안으로 삼켰다. 맛본 적 없는 누구에게도 느낄 없는 맛있었다. 에너지가 사라져 버린 몸 안에 강한 에너지가 들어온 것처럼 그의 욕망에 불을 붙였다.
“윽.”
너무나 순식간에, 예상치 못했던 일에 놀랐다.
“... 이게...앗.”
꼭 움켜쥔 쥐더니 부드럽게 문질렀다.
“올라와.”
그녀의 요구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건지.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 흥분으로 떨리는 걸 숨길 수 없었다.
“유혹하는 거야?”
“... 음.”
그는 누워있는 그녀의 입술로 자신을 가져갔다. 날름거리는 혀가 불꽃같았다. 뜨거운 입안으로 분신이 삼켜졌을 때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 끝으로 피가 몰리며 짜릿함에
혈관이 터져 나갈 것 만 같았다.
“읏... 으으윽... 하악.”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익숙치 않은 혀의 움직임이 사람을 더 안달나게 만들고 미치게 만들었다. 핥고 삼키는 소리가 진지가 일어난 것처럼 몸이 흔들렸다. 그는 재빨리 벗어났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젖어 있었다. 숨을 몰아쉬는 그의 숨소리가 어찌나 가쁜지 듣고 있는 사람이 힘들 정도였다.
“당신 여우야. 아니, 마녀지. 날 미치게 만들어!”
이런데 포기하라고? 어림없었다. 누구한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꽁꽁 싸매 두더라고 그의 눈에 미치는 곳에 둬야했다.
“올라와.”
명령조의 말투에 기분이 나쁜지 금방 인상을 찡그렸다.
“내 위에서 당신이 타는 걸 보고 싶어.”
노골적인 표현에 눈동자가 갈길을 잃어 흔들렸다.
“빨리. 안 그러면 내가 당신을 상처입을 ...윽.”
그의 분신을 그녀가 손으로 붙잡았다.
“... 천천히... 그래...”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보고 있는 그를 보며 그의 분신을 자신 안으로 조금씩 보란 듯이 삼켰다.
“... 윽.”
눈을 질끔 감더니 등을 뒤로 젖혔다. 앞뒤로 그녀는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몸을 움직였다.
“녹아버릴 것 같아.”
상상이상이었다. 그녀 안으로 자신이 삼켜 쥐자 죽을 만큼 짜릿했다. 유혹하듯 솟아오른 가슴을 가슴이 눈앞에서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입안으로 유두를 삼키자 그녀의 호흡과 함께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몸안의 피 한방울가지 모조리 삼켜버리고 싶어.”
유두를 아이처럼 빨아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전신이 열기에 휩싸인 듯 뜨거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욕망과 떨림 애절함이 동시에 묻어나왔다.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알았다. 그 불안을 떨쳐주기 위해 그는 더욱 더 강하게 그녀에게 자신을 밀어붙였다.
“... 아...”
그가 자신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감쌌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언제부터 그를 사랑했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 알몸을 보였을 때, 피하지 않은 채 그녀의 전신을 훑어 내려가던 눈동자를 보며 그녀는 난생처음 여자로서 그를 느끼고 있었다. 그의 손에 만져지고 싶었고 ... 그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그때부터 그를 피했다. 그리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될 수가 없었다.
“더 빨리... 움직... 아윽.”
그녀의 요구에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무릎을 움켜쥐었다. 언제 자세가 뒤바뀌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로를 완벽하게 소유한 두 사람은 달콤한 신음을 내뱉으며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아아아악....”
“읏.”
그녀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뿜어버린 그는 미친 듯 몸을 떨었다. 동시에 절정에 다다른 두 사람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축 늘어진 그녀를 품만으로 끌어당겼다. 완벽하게 소유했다는 것을 그는 다신 한번 느꼈다.
“내거야.”
그가 하는 말에 이상할 정도로 전신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사랑해.”
등줄기에 입술이 닿았다. 꿈결이라 생각했다. 그가 한 말이 아득한 곳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이서경... 사랑한다고.”
그의 고백에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잇새를 악물고 참아보려고 했지만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촉촉하게 젖은 혀가 등줄기를 따라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부인하고 피하려 했던 말이었다. 처음 결혼하고 싶다는 청혼에 장난 치는 줄 알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마라.’
‘어림없어.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수준이 맞아야지. 절대 안된다.’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요즘 같은 세상에 신분의 벽이 어디 있느냐며 말해봤지만 파고들 틈이 없었다.
‘네가 이 집안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머리 좋고 학벌좋고, 능력 있는 거야. 높이 사지만 결혼은 아닌 것 같구나.’
그녀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 그래서 그를 피해 도망다녔고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었다. 그런데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결혼하자.”
“... 응.”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던 팔이 풀렸다. 단단한 팔이 그녀를 돌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하자고. 네가 말하는 결혼.”
“정말이지?”
“그래.”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뒤이어 엄청난 웃음소리가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나왔다. 그녀의 승낙에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다. 평생 그녀를 사랑하겠다던 그는 결혼하고 6개월뒤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마디 이유조차 묻지 않았고 그의 요구에 깨끗이 헤어졌다.
3년후
그의 입에서 쉼 없이 욕설이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 스텝들이 호통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모델의 포즈나 조명등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감독인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은 듯 했다.
“도대체 왜 저러시는 거예요.
참다못한 조명감독이 신호에게 투덜거렸다. 창립 멤버라 해도 좋을 정도로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탓에 일의 스타일을 잘 알았다.
“여기와서 계속 저러는데 혹시 ...”
조명감독의 말에 신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가 호출이 내려졌습니다.”
신호의 말에 그제야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마(魔)가 끼었는지 계속 일이 꼬였다. 평소 그답지 않게 짜증을 부렸고, 참다 못한 모델 역시 고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거기에 조명이 넘어지고 스텝이 다치는 사고까지 생겼다.
“젠장! 지금 너희들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
그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누군가 감독님 좀 달래드리라고 하자 모델이 말했다.
“감독님 성질 몰라서 그래요. 이럴때는 가만히 있어야 해요. 괜히 잘못 했다가는 더 화나게 해서 오늘 중으로 일 못 끝나요.”
누구하나 말이 없었다. 모든 것에 완벽을 요구하는 성격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그는 일에 대해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깐 쉬고 가자.”
안도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했다. 각자 ㅤㅎㅠㅎ식을 취하는 걸 보며 벽에 등을 기대었다.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의류 광고 촬영이었다. 서울과 로마에서 찍고 지금은 프랑스였다.
“괜찮으세요?”
“응.”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밀며 신호는 윤수를 바라봤다. 그와 함께 한지 벌써 7년차였다. 직장인으로 조건이 좋은것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화경그룹에서 일한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화경에 입사해 윤수의 최측근으로 일하고 있었다.
“힘드시면 촬영 미룰까요?”
“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휴식도 없이 강행군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윤수가 이곳 유럽까지 온 것은 전부인인 서경을 찾기 위해서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서경의 흔적이 발견된 곳을 찾았다. 지금까지 계속 허탕이었다.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신호는 자신이 윤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 아닙니다.”
멋쩍은 듯 웃는 그를 보더니 걷기 시작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인데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화경그룹의 권회장의 손자라는 건 극비였다. 워낙 여자들한테 곁을 안주다보니 이상하게 소문도 났다.
‘목석이 틀림없어.’
‘아니면 여성 취향이 아닐수도 있고.’
그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 있었다. 결백증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지만 가끔 스캔들은 터졌다.
“다시 촬영 시작하자.”
그리고 몇 시간동안 그는 쉼 없이 셔터를 눌렀다. 쉬는 시간 없이 빠르게 촬영을 마친 그에게서 끝났다라는 말이 나오자 박수소리가 들렸다.
“모두 고생했어.”
그의 말에 그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짐을 챙기는 스텝들에게 정리를 맡긴 뒤 그는 카메라를 챙겼다.
“실장님.”
선호의 부름을 들었을 텐데도 눈을 들지 않았다.
“... 내일 비행기 예약해 놓았습니다.”
그의 말에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막 몸을 돌리려는데 물었다.
“서경이 행적은 찾았어?”
“...”
“이곳에 있다고 해서 거절했던 촬영 하겠다고 한 것 알잖아.”
“죄송합니다.”
신호의 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했지만 잡고 있는 손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치밀어 오른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지금처럼 그랬던 것처럼 바로 보고해.”
“...네.”
신호에게 짜증낼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호텔로 돌아온 그는 지친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한참을 가만히 있다 그대로 누워버렸다.
“주무실거면 침실에서...”
“귀찮아.”
스위트룸으로 침실이 2개였다. 머뭇거리고 있는 신호를 보며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내렸다.
“피곤하다. 가서 자라.”
한참을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신호가 움직이는 걸 느꼈다. 불 꺼진 창을 통해 도심의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로 잠이 들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잠들 수가 없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그녀의 행방을 알아낼 때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자 초조함이 밀려왔다. 그가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 피하는 것 같았다.
“꼭 찾을 거야.”
생각했던 것보다, 목소리가 컸다. 소파에서 일어선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 뒤 일어섰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에는 자정이 가까워져 있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직원을 보며 가방을 내밀었다.
“차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 뒤 공항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전신에 느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작은 아버지의 기일(忌日)이었다. 집마다 법과 규칙이 있듯이 경조사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무조건 참석을 원칙으로 했다.
“돌아가면 할아버지 잔소리에 귀에 딱지가 앉겠군.
차에 오르자마자 사촌 동생의 안부에 대해 물었다.
“희애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철희가 할아버지한테 청을 넣었다지.”
“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철희는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세미나 관계로 그가 일하는 로마에 왔을 때 오랫동안 희애를 좋아했다는 고백이 놀랍지 않았다. 자정이 훌쩍 넘어 집에 도착한 그는 곧장 사당에 인사를 하고 침실로 들어온 그는 희애를 만났다. 철희와 얘기를 나누든 동안, 희애가 물었다.
“서경언니는?”
“피곤하다. 나중에 얘기하자.”
그녀에 관한 얘기는 누구하고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희애가 서경하고 친하게 지낸걸 알았다. 희애가 서경의 안부를 물었을 때 일부러 주제를 피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는 한숨을 쉬며 창틀에 앉았다.